225. 체르노젬 대회전
순도 100% 픽션입니다
최기석.
최씨세가 가주 겸 최씨상단 상단주.
가문의 영광을 되살린다 - 1305614
광해가 처음 만났을 때 확인한 소망이다.
이 소망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해소되었다.
최명길이 동칸왕이 된 순간 최기석은 최가의 명예가 올랐다고 느꼈는지 광해에게 마력을 넘겨주었다.
그 후로도 국가의 어용상단으로 해외에서 국가의 이름을 달 수 없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최씨상단의 가주 최기석이 집중하고 있는 곳은 인도.
무굴제국과 그 아래쪽 수십 개 나라다.
전성기의 무굴제국은 현대의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을 포함한다.
현대의 인구만 따지면 13.5억, 2억, 1.6억으로 무굴제국권 인구는 중국 인구를 가볍게 추월한다.
명나라만큼 인구가 많은 나라기에 점령은 생각도 안하고 있다.
괜히 삼켜봤자 인도 문화에 칸국 문화가 잡아먹힌다.
인구만 문제되는 게 아니다.
힌두교와 불교, 이슬람교, 시크교, 자이나교가 섞여 각 세력의 분쟁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괜히 들어가면 늪에 발이 빠져, 나오지도 못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끔찍한 카스트제도.
인도는 우생학의 지배를 받은 서유럽에 이어 인종차별이 두 번째로 극심한 지역이다.
인도 인종의 역사는 켜켜이 쌓인 지층으로 비유된다.
위에서 새흙이 내려와 아래흙을 단단히 누르듯 북쪽에서 내려온 종족이 역삼각형 인도를 내리누른 형국이다.
북방에서 내려온 지배자는 기존 인도인보다 피부색이 밝다.
DNA 구분법이 없는 시절, 밝은 피부색의 지배층은 귀족이 되고 어두운 피부의 원주민은 노예가 된다.
세월이 지나 피가 섞여 피부색의 차이가 희석될 즈음 또 다른 민족이 북쪽에서 내려와 인도를 정복한다.
밝은 피부는 새로운 귀족층이 되고, 또 다른 북방민족이 내려오면 더 밝은 피부색의 왕족이 등장한다.
언어와 문화가 동화된 후 민족의 구분이 애매해지자 피부색이 곧 계급이 되었다.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고 어두운 피부색 중에도 상위계급이 있지만, 피부색은 처음 보는 이들끼리 계급을 추측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다.
밝은 피부색의 카스트 상위계층은 피부색을 유지하고자 같은 피부색끼리 결혼했고, 피부색이 어두운 하층민과 결혼한 딸을 서슴없이 죽이곤 했다.
현대까지 반복되는, 간디조차 고칠 수 없는(혹은 고칠 생각 없던) 악습이다.
칸국은 진입을 포기했다.
“기석아. 세계 최고의 상단 만들어야지. 인도를 먹어. 니가.”
대신 최기석을 보냈다.
모현성의 코치를 받은 최기석은 인도에 10년 가까이 매달려 있다.
현재는 투르크-이란계가 주축인 무굴제국이 인도 북부에서 남쪽으로 확장을 하는 시기.
남부에 존재하는 왕국들은 북방제국의 위압에 쩔쩔매고 있다.
그래서 광해이포를 비싸게 팔았다.
강철로 만든 광해이포와 화약은 전장을 바꿀 수 있는 발명품이다.
중국과 서유럽에 퍼졌으니 인도에 팔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남방의 왕국들은 광해이포와 화약을 비싸게 사고 최씨상단이 요구하는 물품을 내 줬다.
나무를 깎아 만든 개머리판 부품. 대나무 공예품. 면포. 소형 고깃배. 각종 광산 광물. 쌀. 초석. 담배. 커피. 사탕수수.
인도의 카스트는 계층별로 할 수 있는 일을 엄격히 구분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분업이 잘 돼 노동력 대비 생산량이 많다.
칸국은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상품을 받고, 생존에 필수적인 무기를 판매한다.
그리고 고아은행을 만들어 귀족들의 금과 은을 보관해준다.
남방에만 관여하는 게 아니다.
북방의 무굴제국에도 화약과 무기를 매우 비싸게 팔아 노동력을 받아냈다.
현재 칸제국의 확장은 인도의 노동력이 책임지고 있다.
그랬기에 최기석은 모현성의 서신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훗날 역사에 기록되었을 때 부끄럽지 않게 거래하라.
‘이미 욕 충분히 먹을 거 같은데요.’
왕이 시켰으니 하긴 해야 하는데.
전쟁 시에 무기 값은 무한정 오른다.
최기석은 인도의 모든 국가들에 10년 치의 빚을 달아줬다.
최씨상단이 아무것도 팔지 않아도 빚에 대한 이자만으로 영원히 인도의 노동력을 얻어낼 수 있다.
욕을 먹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하나.
“다들 들어라. 인도에서 얻은 수익의 1할을 자선에 쓴다.”
전쟁고아를 먹여 키우고.
기아지역에 식량을 무상 배급하고.
수해지역의 마을 정리를 돕는다.
이 모든 건 광해의 이름으로 진행된다.
광해와 칸국의 명예를 위해 수익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다.
수하들은 깜짝 놀랐다.
“헉. 피도 눈물도 없는 상인께서!”
“빚진 양만큼 살덩이를 떼갈 분이 왜 갑자기.”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데!”
“개관천선 하셨습니까? 그래봐야 지옥행일 텐데.”
“누구냐? 너! 우리 가주님이 착할 리 없어!”
“시끄럽다. 이것들아. 서칸왕의 지시다.”
“역시......”
다 같이 고개를 끄덕인다.
“당장 안 꺼져? 바로 시행하라.”
돈은 충분히 벌었으니 이제 자선사업을 시작한다.
최씨가 한반도 최고의 성씨임을 알리고 싶었던 최기석.
모현성의 지시를 받고, 이행하다보니 희대의 악마가 되어 있었다.
마약이란 걸 재배해 팔고, 무기를 팔고, 은행으로 사기를 치고.
‘광해님께 말했던 내 소망은 이런 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
인생이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것이다.
“인도 카스트의 최고위층은 투르크족이야. 투르크 기마족이 무굴제국을 건설했지. 반면 우크라이나에서 투르크 족은 최하층이야. 북쪽의 게르만족과 동쪽의 슬라브족에게 끝없이 수탈당하고 있어.”
“...... 난 봐도 모르겠다.”
광해는 우크라이나에 왔다.
지브롤터엔 보름에 한번 이동해 모인 자원으로 댐을 건설해주고 돌아오면 된다.
자포리자를 중심으로 남쪽에 피난처를 만들었다.
그곳으로 흑토평야의 붉은좀비가 모여들었다.
“솔직히 나도 모르겠어. 어차피 같은 땅에 살고, 서로 피도 충분히 섞였는데. 그래도 나름의 인종구분이 되나봐. 서양인이 한중일 구분 못하는 거랑 비슷하겠지.”
민족이란 무엇일까.
그게 뭐 길래 서로 몰살시키려 하는 걸까.
다 같이 공산혁명을 일으켰으면서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난민캠프에 와서까지 서로 싸우는 건 어째서일까.
똑같이 수탈당하던 농노였는데.
영광 영광 광해 대칸~
영광 영광 광해 대칸~
영광 영광 광해 대칸~
소망하세요~
등 뒤에서 찬송가가 울려퍼진다.
난을 피해 도망 온 피난민들이 찬송가를 배우고 한글을 배우고 있다.
광해소망교를 받아들이고 한국어를 배우고 나면 하나의 민족이 되겠지.
“대칸이시어. 환자들이 준비되었습니다.”
“그래. 가자.”
준비된 단상에 올랐다.
우크라이나어로 연설을 하고 환자를 단상으로 올렸다.
나병환자, 팔다리 잃은 이, 천식, 결핵 환자 등을 치료해 기적을 보여준다.
새로운 영토, 새로운 국민을 받아들이려면 종교 활동이 최우선이다.
어설프게 공산주의를 받아들였으니 그 물을 빼려면 오래 교육해야 한다.
기적을 보여줘야 좀 힘들어도 발붙이고 살지.
“오오오.”
“신이시어.”
“칸신? 주님과 다른 신인가?”
꼬질꼬질한 난민들이 기적에 감동한다.
일단 경험하고 나면 시키는 대로 잘 하겠지.
종교활동이 끝나면 옥수수죽을 먹는다.
한동안은 생산 없이 배급만으로 버텨야겠지.
열차가 안 왔으니 오스만 제국과 신성로마제국의 해상수송으로 버텨야 한다.
모현성의 욕심 때문에 밑에 것들이 고생이다.
“내 욕심이라니. 여기야말로 천년 제국의 초석이야.”
“그래. 알았다. 어이 개떡이.”
“충.”
종교활동을 끝내고 주둔지로 갔다.
고작 5천명의 보병이 둥근 방어선을 그리고 있다.
후방을 기습받으면 난민캠프가 박살나는 진형.
물론 오천의 칸국군을 돌아 갈 것 같진 않지만, 정찰이 필수다.
“전황은 어때?”
“북부에서 리투아니아군이 우크라이나 붉은 군대를 박살냈습니다. 거침없이 내려오는 부대는 마을마다 혁명 참가자들을 사형시키고 있습니다.”
“자국민인데도?”
“귀족과 기사들이 죽었으니 본보기를 보이려는 듯 합니다. 다 죽이고 북쪽 주민을 이주시키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량의 난민이 발생했는데 중간에서 러시아군이 끼어들어 납치하고 있습니다.”
“납치?”
“동쪽으로 끌고 간다 하더군요.”
우크라이나는 아주 개판이 되었다.
폴리왕국은 자국민을 죽이고 있고, 슬쩍 들어온 러시아는 약탈과 납치를 하고 있다.
스웨덴도 한발 슬쩍 걸쳐 서북쪽으로 진입했고, 여기에 붉은 군대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신성로마제국이 끼어들었다.
남쪽으론 칸제국과 오스만제국이 끼어들었다.
“이런 전쟁 싫은데.”
혼란스러운 전쟁은 싫다.
하나로 뭉친 적과 대회전을 하는 게 깔끔하다.
광해의 힘이라면 피해 없이 승리할 수 있는데.
지휘부에 거대한 지도가 놓여 있다.
동유럽에는 현재 딱 두개 세력만 있는데 과거 신성로마제국의 두 배 크기인 폴란드-리투아니아 왕국과 여섯 배 크기인 러시아 공국이다.
여기에 발트3국을 통일한 스웨덴이 폴리왕국을 호시탐탐 노리는 형국이다.
“엄청 크네. 병력 부족한 거 아니냐?”
“크기만 클 뿐이야. 국력은 인구에서 나와.”
“사람이 없어?”
“신성로마제국이 2500만인데 폴리왕국은 1100만 정도야. 러시아는 1000만 이하인데 워낙 흩어져서 통제가 안 되고, 스웨덴은 300만 간신히 넘어. 언제나 말했듯이 인구는.”
“식량한계까지 성장한다.”
인구를 보고나니 지도를 달리 보게 된다.
동유럽은 서유럽보다 북쪽에 치우쳐있다.
그만큼 일조량이 적고 곡물생산량도 모자란다.
동유럽의 남부, 흑토평야와 러시아의 볼가강 유역만 그럭저럭 농경이 되지 그보다 북쪽은 잉여생산물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북유럽은 생존을 위해 약탈을 해야 하는 몽골 같은 존재고.
이러니 인구가 적지.
“조선의 인구가 천백 만이었으니까.”
“인구밀도를 생각하면 현재의 러시아와 선조시절 조선이 싸워도 조선이 압승할 거야. 조선의 현자화포면 러시아의 화약무기에도 밀리지 않을 테고.”
“허허. 참.”
역사를 공정히 보면 조선은 그리 약하지 않았다.
유럽을 찬양하는 역사왜곡학자의 노력 덕에 유럽이 위대해 보일 뿐이다.
작전지도에 적힌 숫자도 십만을 넘지 않는다.
폴리군 5만. 러시아군 2만. 스웨덴군 1만.
“한 번씩만 싸우면 되겠군.”
“여기서 스웨덴은 무시해도 돼.”
“어?”
“백칠해적단이 도착했어. 조각배를 이용한 바이킹의 수송능력은 이제 없어져. 그들 조상이 하던대로 약탈하고 다니다가 사라질거야.”
백칠해적단을 발트해에 뿌렸다.
“그래. 폴리만 잡으면 되겠군. 곽재우는?”
지난 사태 이후 세계에 통신망을 다시 구축했다.
의약품에 들어가는 신석을 빼게 되었으니 이제 세계 곳곳에 연락소를 설치했다.
모현성은 하루 종일 통신기를 붙잡고 떠벌이는 중이고.
“6개월 후 출발할 수 있대.”
“뭐 그리 오래 걸려?”
“3000 킬로를 횡단해야 하잖아. 그 정도 준비는 해야지.”
“도착하려면 8개월은 걸리겠군. 그때까지 버티면 되겠지.”
“어. 사람 풀어서 구원자임을 소문내고 그 후 진입해서 쓸면 끝.”
“그래. 버티자. 난 계속 종교 활동해서 난민들을 보병으로 조직해야지.”
버티기만 하면 된다.
물론 전쟁이란 게 항상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다.
2개월 후 자포르자 인근에 기병 1만기가 나타났다.
- 작가의말
인도 안 먹어요
못 먹어요
모든 종교가 안 좋지만 힌두교는 최악의 종교중 하나에요
광해가 모든 능력을 쏟아부어도 인도는 못 바꿔요 포기에요
전에도 말씀드린거 같지마... 제가 댓글패티쉬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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