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위화도 대첩3
순도 100% 픽션입니다
아낙들은 여장한 군인이 아닌 진짜 여자들이다.
예비군 훈련에서 사격에 소질을 보인 여성부대.
적의 방심을 불러옴과 동시에 자리 잡고 싸울 땐 큰 전력이 되는 이들이다.
“각자 자리를 찾아 가거라.”
광해의 명령에 여자들이 삼인 일조씩 자기자리를 찾아갔다.
광해를 중심으로 삼백여 구덩이가 파여 있고, 각자 세 명씩 들어갔다.
구덩이는 정면만 뚫려있고 나머지 세 방향은 지붕까지 마대를 쌓아 움집처럼 보였다.
구덩이 안에는 조총 두정과 화약이 준비돼 있었다.
“간삼. 모현성. 임경업. 하나씩 받아라.”
“예. 전하.”
셋이 맥스 기관총을 한정씩 받았다.
세정의 기관총이 언덕 세 군데에 삼각형 모양으로 자리 잡고 좁은 십자화망을 형성했다.
광해는 각자의 자리로 가 총탄을 십만 발 씩 꺼내주었다.
아공간이 텅 비었다.
기관총 세정에 병사 삼십 명씩.
탄띠를 들 병사와 방패를 들 병사 등 각자 역할이 주어졌다.
모두 자리를 잡고 화약을 잰 채 명령을 기다렸다.
“너무 긴장하지 마라. 구덩이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쏟아지는 공격은 내가 다 막아주마. 배고프면 주먹밥 먹고, 볼일도 구덩이 안에서 봐라. 머리만 내밀지 않으면 된다. 그럼 아무도 죽지 않는다.”
“믿습니다. 광해님!”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광해님.”
전쟁터에서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이것도 좀 신선하군.
광해는 아군 중심에 서서 여러 개의 마법진을 그려 각 참호에 뚜껑 같은 방어막을 씌웠다.
“에어봄.”
퍼엉.
“압축공기폭탄.”
퍼엉.
멀리 다가오는 화려한 복장의 장수 위주로 저격을 했다.
그럼에도 적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십오만 대군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동 서 길이 10큰보인 거대한 섬 위화도가 적병으로 가득 차 보였다.
대열을 갖춘 병사들은 장수 한두 명 죽어도 무너지지 않고 열을 맞춰 진군했다.
“온다. 준비해라. 기관총만 사격한다.”
적이 이백 보에 이르자 광해가 명령을 내렸다.
“사격!”
간삼과 임경업, 모현성이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마법냉각장치를 갖춘 기관총 세정이 분당 180발의 탄알을 쏟아냈다.
두두두두두.
선두 두열이 우수수 쓰러진다.
투타타타탓.
낫이 풀을 한줄 베듯 뒷열 한 줄이 쓰러진다.
두다다닷.
재차 낫질하듯 다음 열이 우루루 쓰러진다.
다섯 열이 쓰러지자 그 자리는 부상병으로 가득 찼다.
한 번에 죽지 않고 극심한 격통에 비명을 지르는 부상병이 멀쩡한 병사들의 사기를 갉아먹는다.
“돌격해라!”
“재장전까지 시간이 걸린다. 빠르게 달려가야 살 수 있다.”
“달려라!”
무관들은 현명한 판단을 했다.
병사들이 정신없이 달려야 주위를 보지 못한다.
겁먹고 도망치느니 정신없이 달려야 작은 성과라도 내고 죽는다.
투투투투!
“악. 밟지마. 으악.”
부상병을 밟고 달린다.
“내 팔. 내 팔이.”
공포에 질려 달리다 보면 앞에 달리던 병사들이 사라진다.
“돌아가면 혼약하기로 했는...”
좁았던 시야가 탁 트이면 어느새 선두가 되고 저 멀리 남쪽에 태양이 보인다.
투타타타탓.
“으아아아!”
안 맞았다.
“살았어!”
“이제 우리도 쏠 수 있어!”
“복수를 해주자!”
언덕위의 적이 슬슬 보인다.
대략 150보.
조총으로 무장한 병사들은 조금만 더 달리면 적을 쏴 죽일 수 있다.
“응?”
“가시나무?”
“철로 만든 가시?”
선두가 멈춰 섰다.
가로로 서 있는 철조망이 병사들을 막아선다.
“뭐해? 빨리 달려!”
“아악. 찔렸어. 잠깐 잠깐.”
가느다란 철사를 꼬아 삐죽삐죽 가시를 세운 철조망이 주변 나무말뚝에 단단히 메어져 있다.
발로 밟아도 창으로 내리쳐도 적당히 눌리다 튕긴다.
무시하고 넘으려 하면 옷을 찢고 살을 찢는다.
“여기서 멈추면 죽어!”
“아는데! 아는데 넘을 수 없어.”
서 있으면 죽는다.
아는데 살을 찢는 고통을 버틸 수 없다.
병사들이 철조망에 가로막혀 우왕좌왕 할 때,
투타타타.
기관총 세정이 모든 생명을 빼앗았다.
장갑차, 탱크, 기관총, 야포, 정찰기, 폭격기, 전투기, 잠수함, 독가스 등등등.
세계 1차 대전 때 혁명적인 신무기가 수없이 발명되었고, 사용되었다.
그런데 가장 효율적이었던 발명품은 일견 초라해 보이는 참호와 철조망이었다.
참호를 파서 눈만 내밀고 사격한다.
성벽을 포기한 대신 참호 앞에 이중 삼중으로 철조망을 친다.
돌격해온 적이 철조망에 가로막힌 잠깐 사이에 기관총과 소총으로 적을 전멸시킨다.
유럽의 절반을 휩쓴 비스마르크의 철혈기사단이 참호 앞에서 녹아 없어지고, 전 세계에서 약탈과 살육을 반복한 영국의 기병사단이 참호 앞에서 사라졌다.
참호 앞에서 끔찍한 졸전을 경험한 유럽군대는 참호를 깨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했다.
수십일 간 집중포격을 해도 위대한 철조망은 쓰러지지 않고, 참호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일부 병력이 기관총으로 돌격하는 대군을 몰살시켰다.
철조망을 뚫기 위해 장갑차가 등장하고, 공군이 활약했고, 독가스가 사용되었다.
하지만 끝끝내 철조망은 쓰러지지 않았고, 참호에 병력이 1/10만 남으면 방어에 성공하게 된다.
위화도 철조망 앞에 시체가 쌓였다.
한겹. 두겹. 세겹.
철조망에 기대며 죽은 병사들이 자연스런 융단이 되어 철조망을 무력화 시켰다.
“달려라! 타고 넘어!”
“조금만 더 가면 사정거리다!”
무관들의 응원을 받으며 병사들이 동료를 밟았다.
사격이 집중된 자리이기에 철조망에 걸린 시체는 사람이 아닌 난도질된 고깃덩이가 되어 있었다.
수백구의 시체가 서로 엉키고 터져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광경을 만들어냈다.
“우에에엑.”
“크허억.”
시체덩어리를 밟고 넘다보면 끈적한 피에 미끄러지고, 다리가 풀려 넘어지고 위액이 올라와 엎드려 쏟아내고.
인간의 정신이 무너진다.
타타타탓.
“달려라! 멈추면 죽는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다.
멈추면 죽는다.
뒤에 달려오는 병사가 너무 많아서 도망칠 수도 없다.
억지로 열 걸음 정도 달리자 또 죽음의 함정이 나타났다.
“쇠 가시.”
“이건 거짓말이야.”
두타타타탓.
두 번째 함정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명나라 군은 전투가 시작되면 조선 국왕이 도주하리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화포를 쏘지도 않았다.
대신 기병들을 언덕 너머로 보냈다.
남, 동, 서가 절벽이니 북쪽으로 내려가 남쪽으로 가는 사이에 잡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선 국왕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죽어라고 달려 퇴로를 차단한 기병들이 머쓱해지는 순간이다.
중군은 조선왕을 잡기 위해 언덕을 향해 돌격했고, 좌군과 우군은 낭떠러지 좌우로 진격했다.
언덕 위에선 중군을 향한 사격소리가 꾸준히 이어지는데 좌군과 우군은 아무런 공격도 받지 않았다.
좌군장 유정이 절벽을 보며 물었다.
“올라갈 수 있겠느냐?”
“십장 가까이 되며 잡을 곳이 없습니다. 도저히 기어 올라갈 수 없습니다.”
일부러 그런 지형을 찾았고, 간간히 있는 돌출부를 미리 파괴해 매끈한 절벽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이들은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
“화승총은?”
“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궁시라면 모를까 화승총은 닿지 않습니다.”
“쯧. 궁수들은 언덕 위 조선왕을 쏴라. 나머지는 건너가 의주를 점령한다.”
좌군과 우군에서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10만 대군 중 궁수는 육천 명.
명나라군의 편제가 최신화 되면서 화승총병이 삼만으로 늘어난 대신 궁수의 숫자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슈슈슈슝.
수천 궁병이 언덕 위를 향해 궁사를 시작했다.
나머지 병사들은 강을 건넜다.
타다다당.
선두가 강을 건너자 적의 사격이 시작되었다.
대략 강변에서 백보 후방에 적이 있다.
선두의 병사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백전노장 유정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화포는 없구나. 그대로 돌격하면 승리한다.”
아아악!
비명소리가 늘어나며 선두가 주춤한다.
강변에 설치한 철조망을 만난 것이다.
강 건너에서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철사가 돌격을 가로막는다.
뭉쳐선 그곳을 향해 화살과 총알이 날아든다.
“멈추지 마라! 돌격하라!”
“돌격!”
다시 같은 장면이 반복되었다.
시체가 철조망을 덮고 다시 전진하면 또 다른 철조망을 만난다.
시체의 융단을 쌓으며 전진하니 강변에는 기다란 시체의 언덕이 만들어진다.
“쏴라. 사거리에 닿았으면 쏴라!”
피해가 너무 커지자 유정이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적의 총이나 아군의 총이나 사정거리는 비슷하다.
그런데 왜 우리만 죽는가.
유정의 명령이 금방 하달되었고, 전군의 삼분지 일인 총병이 화약을 쟀다.
불을 붙이고, 쏘려는데.
“적이 안보입니다.”
적은 참호 속에서 눈만 내밀고 사격하고 있다. 길게 튀어나온 총구 좌우로 모래마대가 쌓여 완벽히 보호해 주고 있다.
공중에 갈기거나, 망설이거나.
오히려 돌격을 멈춘 죄로 무방비하게 총에 맞아 죽게 되었다.
“우리도 엎드려! 엎드려쏴라!”
엎드리면 확실히 덜 맞는다.
이미 겁에 질린 병사들이 여기저기 엎드려 있다.
하지만 엎드리면 적을 공격할 수 없다.
철조망에 걸린 시체의 띠가 적을 향해 쏘는 것을 막는다.
“흙 구덩이가 저런 의미였나.”
처음 정찰할 때 비웃었던 진지.
시간이 모자라 목책을 세우지 못했다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에선 무적이다.
흙뒤에 숨을 적을 죽이려면...
“궁병......”
궁병들이 전부 저 뒤에서 언덕을 향해 쏘고 있다.
유정은 순간 아찔해졌다.
“이 모든 게 작전이었나. 아아아. 돌격! 돌격하라! 아군의 숫자가 많다! 공격해!”
강을 건너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명나라 군대가 돌격한다.
동료였던 시체의 언덕을 넘고, 또 넘고, 또 넘어 새로운 철조망을 만나 죽는다.
광해는 눈쌀을 찌푸렸다.
적의 희생이 너무 크다.
시체로 산맥을 만들고 있다.
1산맥, 2산맥, 3산맥.
이정도 죽으면 물러나야 할 텐데 돌격을 멈추지 않는다.
생명을 기꺼이 바칠 정도로 애국심이 투철하거나.
아니면 피해가 어느 정돈지 계산도 못하거나.
티딕. 티딕.
“불발탄! 총열교체하자!”
“총열 교체!”
간삼이 소리치자 병사들이 달려들어 총열을 분해한다.
달궈진 총열을 맨손으로 돌려 뽑고, 새로운 총열을 끼운다.
저것만 계속 연습했기에 채 십초가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잠깐 사이 적이 쭉쭉 전진한다.
타당. 타당. 타당.
여성군의 활약도 대단하다.
사수는 조준만 하고 부사수는 불만 붙인다. 장약수는 화약만 채운다.
세 명이 두정의 조총을 갖고 있다.
움직임 하나 없이 엎드린 자세 그대로 저격을 하니 백발 백중이다.
오초마다 한발.
4산맥. 5산맥.
훌륭하다.
하지만 부족하다.
참호와 철조망 전술은 적의 진격속도보다 사살속도가 빨라야 한다.
화력이 부족해 적의 전진을 허용하면 그대로 녹을 수밖에 없다.
결국 기관총이 멈출 때마다 적이 전진하게 된다.
티디딕. 티디딕.
언덕 좌우 아래에서 화살이 끊임없이 날아온다.
조준시가 아닌 언덕 위를 향해 무작위로 날리는 것이지만, 그 수가 워낙 많으니 위협적이다. 광해의 방어마법이 없었으면 진작에 전멸했을 것이다.
광해는 궁시를 막느라 적을 공격할 수 없다.
간삼이 맡았던 우측이 뚫렸다.
적은 50보 앞까지 왔다.
“3부대. 광해이포 준비!”
다음 함정이 발동된다.
“광해이포 준비!”
“포격!”
콰콰쾅!
신무기가 등장했다.
- 작가의말
철조망 졸라쎄요
만약 전쟁이 났고
적이 참호속에 있고 그 앞에 철조망이 여러겹 있는데
포병이나 공군 지원없이 우라돌격을 시킨다면
명령한 장교를 죽이고 탈영하셔도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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