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마카오 해전
순도 100% 픽션입니다
한성으로 이동한 광해는 이괄을 호출함과 동시에 모현성에게 호출을 넣었다.
바로 어제 오사카 전투가 끝났음에도 너무 바쁘네.
“야. 어디냐?”
-끝나가. 주강 하구. 훗날 홍콩이 되는 곳 근처. 해적놈들이 다 주강을 따라 도망쳐서 고민이야. 따라가서 조질지 그냥 퇴각할지.
“그보다 오키나와가 공격당했다. 서양놈들한테.”
-헐. 언제?
“대충 열흘 전.”
-억. 그건가?
“뭐가?”
-여기서 마카오가 보이거든. 어제 저녁에 포르투갈 갤리온 세척이 들어왔어.
“그놈들이겠군. 오키나와를 치고 후퇴했겠지.”
-마카오부터 조져야겠네.
“야. 기다려봐. 남방 전략도 바꿔야 해.”
-맞네. 3년 후 부터였는데. 지금은 보급로 유지 못 할 텐데.
“어쩔 수 없지. 일본에는 약탈부터 하라고 했으니 어찌 되긴 할 거다.”
-수송선이 부족해서 그렇지. 해적들 써야겠네.
“해적은 얼마나 늘었냐?”
-정크선 육백 척. 전부 관선급이야.
“많이도 모았네. 그놈들 전부 백칠 해적단에 넣어버려. 여기 마무리하고 가마.”
-어.
통신을 끊었을 때 파김치가 된 이괄을 선장이 부축해 들어왔다.
“이괄놈. 또 너냐. 말해봐.”
힘이 없는 이괄을 대신해 선장이 대답했다.
“광해님을 뵙습니다. 전 고성이가에 고용된 이가상단의 선장입니다. 저희 상단은 한산도에서 광해산업 물품을 관선 세척에 가득 싣고 빈 선박 서른일곱 척과 함께 나하로 갔습니다. 멀리서 항구가 보이는 순간 적이 광해 상회를 공격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소인이 확인한 바로는 포도아와 서반아군이었습니다. 그들의 군함이 각각 여섯 척 있었고, 유구국 육군도 함께 열을 맞춰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소인은 거기까지 확인한 순간 기수를 돌렸고, 두 척을 무사히 귀환시킬 수 있었습니다. 짐을 실은 두 척과 빈 배 서른다섯 척은 적에게 나포 당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기분 나쁜 소식에 광해가 인상을 썼다.
“서양갑은?”
“적을 보자마자 도주를 택해서 알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음...... 좋은 판단이었다. 잘했어. 군 경험 있나?”
“임란 때 징집되었고 에도만 대첩까지 참여하고 전역했습니다.”
“그래. 훌륭하다. 음...... 서신을 줄 테니 배를 몰고 구름표범섬으로 가라. 해도는 박내관한테 받고. 거기서 군대와 함께 나하로 가라.”
“알겠습니다. 전하.”
군 생활을 오래 한 선장이 절도 있게 명을 받았다.
육지멀미로 울렁이고 있는 이괄은 사색이 되었지만 감히 왕에게 거부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육지에 올라온 이괄은 곧장 대만까지 가야할 운명에 처했다.
이괄을 내보내고 얼마 후 허균과 최명길이 들어왔다.
“주상전하를 뵙습니다.”
“어어. 이리와 봐.”
광해는 동남아시아 지역 지도를 펼치며 말했다.
“나하가 서양 세력에게 공격받았다. 반격해야겠는데 보급이 가능하겠어?”
“지금 가을이니 반년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그 이상 유지하려면 식량이 부족합니다.”
최명길이 곧장 대답했다.
“그게 문제지? 그런데 공격하긴 할 거야. 그리고 한번 시작하면 이 지역 전체를 장악해야 해.”
광해가 가리킨 지역은 동남아시아 해상 전체로 섬의 수만 오만개가 넘는 복잡한 지역이다.
“삼킬 수 없습니다. 탈이 날 것입니다.”
“전부 장악하는 건 아니야. 적병은 최대 일만, 그들에게 협력하는 원주민 합쳐도 십만 이내야. 일단은 섬 열개정도만 먹을 거고.”
전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전투가 아닌 보급이다.
조선의 모자란 함선을 쪼개 각지에 보급 활동을 제어하는 것만으로도 최명길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광해는 그런 최명길에게 보급로를 최소 세배 늘이라 말하고 있다.
“음. 숙련된 선원이 부족한 건 둘째치더라도 함선이 부족합니다.”
“어. 뺏을 거야. 반년 안에 지금의 세배로 늘려줄게.”
“그러하시다면...... 선원부터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난 동남아로 간다. 허균 뭐 해야 하는지 알지?”
“제가 조선을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쿵.
“아이고 광해님. 사실 그게 맞죠. 1년 중 반년 이상을 제가 이끄는데. 하이고.”
“북방 쪽 잘 봐둬. 명나라가 움직이면 바로 말하고. 통신 쓸 줄 알지?”
“알고 있습니다. 전하.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미덥지 않지만...
말은 저렇게 해도 잘 해내겠지.
저런 성격이다 보니 오히려 백관들이 노력하는 것 같다.
수장이 만만해 보이고 올라갈만한 껀덕지가 보이니까 제끼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거지.
예서와 소유키까지 잠시 만난 광해는 모든 신석을 충전해준 후 저녁 즈음에 모현성이 있는 좌표로 이동했다.
몇 달 만에 만난 장수들은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장수들의 성향을 확인하는 방법 중에 머리 스타일이 있다.
수군 지휘관 입부와 육군 지휘관 정문부, 그 외 나이 많은 제장들은 대부분 상투를 튼 모습이다.
개떡이나 백칠, 그외 젊은 지휘관들은 대부분 짧게 자른 더벅머리다.
제련 기술부족으로 가위 가격이 검 한 자루보다 비싼 세상이니 단검으로 자르거나 어설픈 가위로 자르다보니 더벅머리가 될 수 밖에 없다.
광해처럼 깔끔하고 멋진 귀두컷은......
“형. 그 머리 좀 어떻게 해봐. 그게 전 세계에 유행할 걸 생각하면 으윽 끔찍하다.”
“시끄럽고, 상황 말해봐.”
“예. 전하. 마카오 섬에는 현재 갤리온 세척과 무장 상선 일곱 척, 그 외 정크선 서른척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개떡이가 말을 받았다.
기존 조선에 없던 고유명사들은 굳이 한자로 쓰지 않고 모현성이 아는 이름 그대로 가르쳤다.
괜히 국뽕이 들어차 순우리말 함선으로 이름 붙이려는 걸 광해가 막았고.
“등급은?”
“광해함 급이 세척이며 무장상선은 판옥선 세배입니다.”
톤에 대한 개념은 아직 없다.
쌀 한 석이 200L로 가장 큰 단위지만 배의 단위에는 쓰지 않는다.
대형 판옥선이 200톤이니 무장상선은 600톤급으로 보면 된다.
“정크선들은 어디꺼지?”
“정보 모을 시간이 급박해 소속까지는 확인하지 못하였으나 갤리온이 입항하기 전부터 있던 함선입니다. 해적들의 밀수선이라 생각됩니다.”
“작전은?”
“급히 생각하기엔 야습이 좋을 듯 합니다. 해가 지자마자 남쪽 바다에 넓게 퍼진 후 전열을 갖춰 북상한다면 해적들의 정크선은 강을 따라 도주하겠지만, 포도아의 대형 선박은 강으로 도망갈 수 없으니 응전하거나 남쪽을 뚫고 도주할 것입니다. 적이 갈리니 그만큼 적 전력도 약해지고, 목표 달성도 수월해집니다.”
개떡이의 말에 광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잡을 곳이 없다.
“그래. 그럼 언제?”
“금일 술시가 좋을 듯합니다.”
시간은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
장영실이 만든 도성의 물시계는 정확하지만, 그 거대하고 정교한 시설을 함선에 실을 수도 없고, 해시계는 하루에 딱 한번 정확한 시간을 맞출 뿐이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추는데.
2시간 단위의 12간지가 그나마 쓸 만하고 더 세세한 구분은 감으로 때려 맞추는 실정이다.
“오늘? 시간이 촉박하지 않나?”
하늘을 보니 석양이 살짝 지고 있다.
10월의 이 시간이면 6시가 넘었다.
“저희 함대는 진작 출항하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저희의 정체는 도주한 해적들로 인해 다 알려져 있습니다. 유구국에서 조선을 공격한 적들이 저희의 존재를 알게 되면 바로 도주할 것입니다. 아니 이미 알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보급이 끝나자마자 도주할 텐데 그게 당장 내일 아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공격해야 합니다.”
모현성과 통신한 게 한 시간 전인데 벌써 작전까지 다 세워 놨다.
개떡이의 설명에 어긋남은 없었다.
“그래. 그렇게 해. 해전은 누가 지휘하지?”
“입부가 통솔합니다.”
“그래라.”
잠시 후 조선군이 이동을 시작했다.
2000톤급 갤리온 세척이 천천히 움직이고, 그 뒤를 판옥선이 따른다. 그 뒤에 정크선 육백척이 따랐다.
작전 시작 시간은 모른다.
2000톤급 갤리온엔 당연히 노가 없다.
돛만으로 움직이는 함선이 약속 시간을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
순풍이 불면 빨리 가는 거고, 역풍이 불면 느리게 간다.
아예 바람이 없는 무풍일 때는 조종 자체가 불가능하다.
해류에 따라 떠내려갈 따름이다.
다행히 남풍을 받은 갤리온이 서쪽으로 적당히 이동했다.
판옥선은 갤리온보다 남쪽으로 노를 저어 간 후 넓게 펼쳤고, 정크선은 더 남쪽으로 이동했다.
갤리온만 싸우고 나머지는 이중 포위망으로 적의 도주를 막는 작전이다.
마카오 항 인근까지 가자 그제야 발견했는데 적선의 움직임이 보였다.
소선이 정신없이 움직였다.
육지에 올라간 병사와 보급품을 싣겠지.
쾅 콰콰쾅.
이천 보 거리가 되자 적선에서 먼저 대포를 발사했다.
조선군은 개의치 않고 쭉 올라갔다.
“천보! 천보거리입니다.”
둥둥둥둥.
북소리에 맞춰 갤리온 세척이 서서히 돌아 옆면을 드러냈다.
콰콰콰쾅!
천보 거리에서 싸우기로 했으니 지리한 포격전이 오래 이어질 것이다.
광해의 능력으로 돛대에 불을 붙이고 싸우면 쉽게 이길 수 있지만, 모든 전투에 참여할 수 없다.
광해가 보호해 줄 수 있는 이번 기회에 조선함과 적함의 스펙을 비교해볼 생각이다.
이 시대 해상 함포전이란 명중률 1~2%의 싸움이다.
현대전과 착각해선 안 된다.
포각을 조종해서 정확히 조준하고 심지에 불을 붙여도 발사되는 건 4~5초 후다.
그 사이 배가 흔들리는 걸 막을 수 없다.
각이 1도만 틀어져도 킬로미터 밖 목표지점에선 상하좌우로 십 보 이상 빗나간다.
낮은 명중률을 보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많이 쏘는 것이다.
그래서 좌우 현에 오십 문에서 백 문씩 설치한 전열함이 등장하게 된다.
쾅. 쾅. 쾅. 쾅.
어둠속에서 달빛에 의지한 전투가 이어졌다.
서로 동쪽으로 서서히 이동하며 지리한 포격전이 이어졌다.
둥둥둥둥둥.
포 소리에 섞여 북소리가 같은 박자로 희미하게 들린다.
변화 없는 북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가만히 있었다.
적선에서도 꾸준히 응사하는데 빈도는 조선군의 절반 정도다.
광해는 아무 지시 없이 전투를 봤다.
광해의 뒤에는 모현성과 백칠, 그 외 중국인 해적단 선장들이 모여 있었다.
전장이 확대된 이상 이들이 맡을 역할이 있다. 이들에게 조선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입부도 이제 홀로 부대를 끌어야 하니 지켜보기만 하는 거고.
“적 삼번함 침묵. 침묵.”
돛대위에 올라가 있는 눈 좋은 병사가 소리쳤다.
눈에 마력을 넣어 바라보니 돛대가 꺾인 갤리온 한척이 머리를 북쪽으로 튼 채 가만히 서 있다.
바람으로 움직이는 대형선박은 돛이 없으면 홀로 방향조차 틀 수 없다.
세 대의 갤리온은 남은 두 척에 화력을 집중했다.
쾅. 콰쾅. 쾅.
쿵. 쿵.
포를 쏘는 사이사이 적의 포에 명중된 소리가 끔찍하게 들린다.
배에 붙여놓은 나무를 박살낸 포탄은 그 안쪽 철판에 튕겨 나갔다.
그 외 명중각도로 날아오는 포탄을 광해가 막아낸 게 10여 회.
적과 조선의 명중률은 비슷하다.
화약을 재고 쏘기를 반복한지 한 시간 여.
“적 이번 함 침몰. 옆으로 누웠습니다.”
아깝네.
저거 만들기 힘든데.
적 갤리온 세척 중 두 척이 침묵했다.
마력으로 바다를 보니 마카오 항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정크선들은 진작에 북쪽 강을 향해 도주했고, 무장상선들은 이제야 동과 서로 나뉘어 움직였다.
믿었던 갤리온이 두 대나 침묵하니 결정을 내린 거겠지.
“적이 도주하려 한다. 판옥선을 뿌려라.”
개떡이의 명령에 고수가 북을 쳤다.
두두둥. 두두둥. 두두둥.
갤리온 세척이 잠시 포격을 멈추자 북소리가 어두운 바다위에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자시가 지나가는 시점.
어둠속에서 판옥선이 일제히 움직였다.
일부는 동쪽으로, 일부는 서쪽으로.
무장상선 여섯 척을 잡기위해 판옥선 이백척이 나섰다.
쾅. 쾅.
한척 남은 갤리온에 포격을 집중하는 사이 좌우 바다에서 혼잡한 전투가 벌어졌다.
남풍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는 무장상선을 상대로 판옥선이 바싹 붙어 포격을 하며 지나쳤다.
무장상선의 다섯 문 정도 되는 함포로 판옥선에 치명상을 입히긴 힘들다.
차륜전을 하듯이 붙어 지나치며 포를 쏘고 돛을 향해 불화살을 날린다.
무장상선들은 하나 둘 침묵했다.
“두 대 놓쳤군.”
각자 좇아야 할 목표를 정해놨는데 어둠속이라 그런지 많이 혼란스러워했다.
판옥선이 쏠린 목표는 금세 침묵했고, 몇 대 붙지 않은 무장상선은 상어 떼 같은 판옥선을 뚫고 남쪽으로 빠져나가는데 성공했다.
- 작가의말
이괄 죽어욧 우웨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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