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사망선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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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복과 이덕형이 나와 키 작은 거인을 모시고 들어갔다.
집회장에 모인 양반들은 왕이 앞에 있으니 욕은 못하고 부글부글 끓는 표정이었다.
백성들은 전혀 관심없어 보였고.
광해가 손짓하자 허균이 나왔다.
“광해님께서 신내림을 받은 후 신께서 지시한 바가 있소이다. 광해소망교의 교리를 읽어드리겠소.”
부모에게 효도하라.
임금에게 충성하라.
현재 소망이 이뤄지지 않는 다면 그건 다른 이의 소망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끝까지 열심히 믿는다면 내세에 더욱 크게 이뤄질 것이다.
친우와 우정을 소중히 하라.
모든 백성은 평등하다.
벌어들인 것의 삼 할을 국가에 내라.
무술을 연마하며 타국과의 전쟁에서 스스로 나선다.
......
듣기 좋은 101가지 말씀 같다.
모현성은 각 종교에서 좋은 말과 법치의 기초가 될 헌법을 섞었다.
앞으로 통치이념에서 유교가 사라지고 소망교교리가 활용될 것이다.
이왕 종교를 만들었으니 종교를 이용해 통치에 이용해야지.
그게 편하니까.
“이상과 같은 교리를 전해들은 광해님께서는 조선 팔도의 아이를 교육하기로 마음먹었소. 전국에 국세를 훔쳐 지어진 모든 서원을 몰수해 아이들을 교육할 학문의 전당으로 만들 생각이오. 모든 아이는 2년간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으며 교육에 참여한 아이들은 하루 한 끼를 제공받을 것이오.”
하루 한 끼.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입 하나 줄이는 게 엄청난 도움이 된다.
게다가 한반도의 교육열은 태고시절부터 타고난 종족특성이다.
“와아아아~”
“광해님 만세!”
“만세!”
황제에게만 만세를 해야 하는데 백성들이 언제부턴가 만세를 외치고 있다.
그에 대한 만류도 없다.
양반들은 충격발언에 넋을 놓았다.
반역죄를 지은 자는 죽어 마땅하다.
그건 어쩔 수 없다.
헌데 서원을 모두 몰수하겠다니.
이건 너무 나갔다.
“아니되옵니다.”
“전하. 서원은... 스승을 모신 서원은 건드릴 수 없습니다.”
“제 스승의 서원은 선왕께 하사받은 곳입니다.”
끝내 왕에게까지 읍소한다.
광해는 그들을 보며 씁쓸함을 느꼈다.
거르고 걸러 죄 없는 이들만 남았다.
허나 그들조차 성리학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원익 한명 고치는데 1년이나 걸렸는데 이것들 다 고치려면 평생 걸린다.
“내 샅샅이 조사하라 명령했네. 터럭의 문제도 없다면 서원을 몰수하지는 않을 거야.”
그럴 리 있나.
서원을 핑계로 해먹은 게 얼만데.
모든 서원은 몰수되고 학교로 사용될 것이다.
허균의 다음 발표가 이어졌다.
“양반의 난으로 잡힌 포로가 칠만 명이며, 연좌제로 끌려올 구족의 숫자는 이십만 명이오. 본래 대역죄는 남자는 참하고 여자와 아이는 노비가 되는 것이지만, 주상께서 은혜를 베풀기로 하셨소. 대역죄에 대한 댓가는 전 재산 몰수와 십년간의 노역형이오. 노역에 성실히 임한다면 기한을 줄여주기로 했소. 다만 대역죄인 중 신의 뜻에 반하는 죄를 지은 이들은 범죄사실을 밝혀내고 죄의 댓가를 받게 될 것이오.”
연루된 대역죄인이 27만명.
이건 성인 남자의 숫자만이다.
여성과 아이까지 합치면 거의 100만 명에 육박하게 된다.
광해는 10년간 무료로 사용할 노예 100만 명을 얻었다.
양반들의 재산은 덤이고.
이어서 인사발표까지 했다.
백관들이 조선 전역의 군수와 현령으로 내려가 양반들의 재산 몰수와 토지분배, 광해의 개혁을 이끌고, 교육까지 담당하게 된다.
폭풍 같은 발표가 끝난 후 종교 활동이 시작되었다.
떼창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메탈리카 콘서트보다 큰 것 같았다.
그 엄청난 열기에 양반들의 기가 팍 죽었다.
지방군은 해체하지 않았다.
백관이 각자 데리고 내려가 각 군현에서 잡무에 동원했다.
한글과 기초적 산학까지 익힌 병사들은 아전이 할 일을 대신해 왕의 개혁을 착착 진행했다.
교단이 전국 모든 군현에 설치되었다.
일요일마다 모든 군현에서 종교 활동이 벌어졌고, 광해는 안 가본 곳 위주로 다니며 기적을 선보였다.
염초꾼이 다시 활동했다.
전국의 흙가마솥이 재가동되어 열심히 비료를 팔았고, 곳곳에 염초밭을 만들었으며, 양반들의 은닉한 재산을 찾아냈다.
검계는 삽시간에 조선 전역을 장악했다.
백관이 군현을 차지하자 관과의 협력이 매끄러워졌고, 누구도 저항할 생각을 못했다.
다만 그들 안에서 선을 넘는 범죄를 계속 저질렀다.
검계의 범죄는 주로 염초꾼과 교인들에게 발각돼 한성으로 끌려왔다.
광해는 지루했다.
“다음. 이놈은 노역.”
“예이.”
“다음. 이놈의 죄는 강간. 살인. 초규를 죽였고, 초화를 강간했다. 조사한 후 처벌하라.”
“예이.”
“다음. 이놈은 노역.”
광해 앞에 한명씩 끌려나와 선별작업을 펼친다.
죄가 없으면 10년 노역형이고 죄가 있으면 그 죄를 조사해 처벌한다.
문제는 50만 명 이상을 선별해야 하는 것.
죄를 불러주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최대한 빠르게 해도 하루 오천 명 이상은 무리다.
“아 짜증나.”
“형. 이게 다 마력이잖아. 마력. 벌 수 있을 때 바싹 벌어야지.”
범죄자에게 매달린 원한.
그래서 대충 넘기지 못한다.
“아는데. 아 짜증나.”
“지금 못 모으면 가을까지 대량으로 구하기 힘들어. 참어. 워워.”
“에휴. 내가 이러려고 왕 하는 건가 자괴감 들고 괴롭네. 다음 놈 데려와라.”
“저 전하. 고진우 전하.”
웬 놈들이 아는 척을 한다.
“응? 누구지?”
“저희를 모르시다니. 고성에서부터 모신 추지음과 장형체입니다. 크흐흑. 반도들로 오인 받아 묶였습니다. 전하. 풀어주십시오. 전하.”
“아 그놈들. 그런데 니들 왕 바꾸겠다고 한성 올라온 거 아니었어? 그 전엔 산적이고.”
“커헉. 그...... 그때는 세상 돌아가는 게 어떤 건지 몰라서. 사실 저희는 아전시절 죄 지은 것도 없고 고생만 했는데 다른 부패한 탐관오리에게 속아 도망쳤을 뿐입니다. 부디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저희에게 죄가 없어서 다른 아전들 죽일 때 저희는 살려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아아. 그랬지. 그래. 고성부터 날 모셨으니 그 정도는 봐줘야지. 얘들 풀어줘라.”
“감사합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풀어주려는데 옆에서 이초란이 나선다.
“안됩니다. 전하.”
“응?”
“주상께서 명문법을 천명하셨고, 동생과 왕족에게도 똑같이 적용하였습니다. 헌데 이들은 그냥 풀어주다니요. 법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한다 하셨습니다. 이런 사소한 일로 풀어줬다간 법의 기강이 무너집니다. 당장 백관들의 일가친지도 대역죄에 많이 묶여 있습니다. 그들 하나하나의 사정을 봐주면 어찌 법을 집행 할 수 있겠습니까?”
의금부 동지사가 된 냉면판관 이초란.
왕 앞에서도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할 말 다한다.
올바른 법 집행.
그것만이 그녀의 전부다.
“그래. 미안하다. 니들. 알았든 몰랐든 왕을 공격하러 상경한 것은 사실이니 죗값을 받아라. 대신 성실히 노역에 임한다면 사정은 봐주도록 하마.”
“전하. 저언하~”
몸종으로 고생한 아전 둘이 끌려갔다.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어서 이초란을 봤다.
“초란아. 나 니 애비 봤다.”
“예?”
“양반들 모였을 때 열심히 연설하더군. 내가 여자는 다 죽이고 남자는 다 강간할거라 떠벌이던데.”
“기군망상죄까지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표정하나 안 바뀐다.
얘 좀 무섭다.
하긴 그 원한의 대상에 아비도 포함되어 있을 테니까.
얼마 후 신기한 범죄자들이 올라왔다.
“전하.”
“니들은 거기 왜 있냐?”
임경업과 이괄이다.
“사내대장부답게 주상 전하를 구하려 남았습니다.”
열네 살 임경업이 씩씩하게 말했다.
“아. 맞다 기억난다. 니가 날 구하려 할 때 이괄놈이 막더군. 이괄. 넌 내가 죽길 바랬냐?”
“아입니. 아닙니다. 그 상황에서 임경업이 맞아 죽을까봐 말렸습니다. 당장에라도 주상께 합류하고 싶었습니다. 후에 주상의 백성들이 진입했을 때 일족 전체를 설득해 곧장 항복했습니다.”
이괄이 다급하게 변명했다.
광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단순한 중2병 임경업과 달리 이괄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그래? 너 니 아비한테 무슨 짓 했냐?”
왜 니 아비는 네가 죽길 바라지?
“아버지께서 응전하려 하셔서 무례를 범하고 항복하였습니다.”
“사실이냐?”
임경업을 보고 물었다.
“예. 아버지의 팔을 꺾어 제압하고 일족을 설득했습니다.”
“흠. 알았다. 이초란. 이들은 죄가 없는 거 맞지?”
“예. 확실히 주상의 곁에 섰으니 연좌제도 벗어납니다.”
“들었지? 둘 다 근접호위로 돌아오너라.”
“예. 전하.”
두 명은 구했다.
이후 고성이가 사람들이 줄줄이 나왔다.
죄 없는 이는 노역형이고 죄 있는 이는 죄상을 줄줄 읊었다.
그리고 이괄의 아버지가 끌려나왔다.
“이놈은 죄가 한두 가지가 아니군. 능지형이야. 죄를 받아 적어라.”
서기들에게 십여 가지 죄를 불러줬다.
그중 하나만으로도 사형에 언도될 큰 죄다.
“전하. 제발 용서를. 아들아. 네 말대로 항복하지 않았느냐. 부디 선처를 빌어다오. 아들아. 아들아.”
아버지의 간곡한 말에 이괄은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역시 이놈은 자기 이익에 사는 놈이다.
모현성만 아니면 바로 죽여 버릴 텐데.
한창 지겨운 판결을 하고 있는데 반가운 손님이 왔다.
“광해님을 뵙습니다.”
“오오. 밀주. 잘 왔어.”
“예? 아. 감사합니다.”
“그래. 왜 왔어? 한잔 하게?”
생각지 못한 광해의 환영에 밀주가 어리둥절하며 본론을 꺼냈다.
“아닙니다. 전하. 가평의 마적단이 심상치 않습니다. 얼핏 듣기로 기마가 이천 기를 넘었다 합니다.”
“갑자기? 아. 도주한 놈들이 합류했구나.”
“예. 양반들이 자리를 뺏었는지 아니면 마적단 밑에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천기면 위협적인 숫자입니다.”
“가평이라. 토벌은 힘들겠군.”
“예. 제가 천명을 모아 갔다가 상대 숫자를 보고 혼비백산해 가평관아로 후퇴했습니다.”
“네 부대 천명에 가평 관아에 칠백 명. 모자라군. 전부 보병이니 이기기 힘들 테고. 어쩔 수 없군. 내가 나서야지.”
“저 전하. 이들은.”
“몽땅 노역시키고 있어. 나중에 판결하지 뭐.”
기다리라면 기다려야지.
범죄자를 위한 인권은 없다.
반복된 죄인 선별에 지겨웠던 광해는 벌떡 일어났다.
멀리서 허균과 일을 토의하던 모현성이 뛰어왔다.
“형. 지금 손 떼면 다 어그러지는데.”
“원래 계획이란 계속 수정되는 거야. 너도 같이 갔다 오자. 말 탈줄 알지?”
“그럼 내가 누군데. 무산에서 열심히 배웠지. 이제 마사회 아재보다 잘 타. 크크큭. 숨겨뒀던 나의 기마실력을 보여줘야겠군.”
모현성은 이상하게 전장에 나가는 걸 좋아한다.
모현성을 데려감으로써 반대의견을 없애버렸다.
휴양삼아 광해가 밀주와 함께 나섰다.
- 작가의말
한성 양반 꺽고
지방 양반 없애는데
63화나 걸렸네요 흐익
나를 따르라
목숨바쳐 따르겠습니다~ 요게 젤 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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