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신의 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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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우승자는!”
두구두구두구.
“흥부가!”
와아아아~
수만 명이 함성을 지른다.
광해소망교 본단인 남산 집회장엔 마정석을 이용한 음성확대마법진이 항상 깔려 있기에 여기에서 모든 분야의 대규모 공연을 감당해야 한다.
매주 다양한 분야의 경연대회가 열리는데 이번 음악극분야 우승팀은 흥부가를 발표한 날치패거리다.
북과 장구, 기타와 플룻 등 여러 악기가 만나 오묘한 배경음악을 까는 가운데 판소리가 등장했다.
“흐어어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엄마 나 일등 흐흑.”
배고픈 예술가들이 무대 위에서 울며 부둥켜안았다.
매주 비슷한 광경을 본 진행자는 시큰둥하게 말을 이어갔다.
“우승팀 모두에겐 광해금화 한개씩과 1년간 전국 순회공연을 지원합니다.”
매주 일요일 종교집회가 끝나면 전국의 집회장마다 공연이 열린다.
대개 지역 단체의 아마추어 공연이지만, 이렇게 우승한 팀의 공연이 한번씩 방문한다.
연극, 오케스트라, 오페라, 삼중주, 오중주, 노래자랑, 차력, 서커스 등 다양한 우승팀이 각 지방을 돌며 창작공연을 하며 여기 지원되는 비용도 상당하다.
물론 실패하는 이들도 많다.
노력해도 우승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꿈을 포기하거나 생활고로 죽는 이도 많다.
그들 모두를 구해줄 수 없다.
예술은 시체 위에 피어나는 꽃이니.
배고픈 창작자의 피나는 경쟁에서 특출난 자가 가장 높은 곳에 밟고 일어선다.
“또한 음악극의 경우 남월, 아유타야, 북월 등 해외 초청 공연도 추가되며 여기에도 따로 수당이 지급됩니다. 자, 그럼 이번 주의 연극경연을 끝내고, 다음 주 난타경연때 뵙겠습니다.”
와아아아~
일요일 종교활동이 끝난 후 매주 경연이 펼쳐지고 모든 예술가가 자기 재능을 찾아 노력한다.
한성의 공연장은 열기가 식지 않는다.
모현성의 문화진흥책은 괄목할 성과를 내 수많은 작품과 음악이 튀어나왔고 해외에 칸국의 문화를 알리고 내부적으로 다양한 민족의 문화가 섞이는 역할을 했다.
이미 지방 도시마다 소규모의 민간 극장이 들어서고 있으니 이제 지원한 것 이상의 성과가 나오고 있으며 해외에서 꾸준히 예술패 초청이 이어지고 있다.
“형. 판진 한번 가자.”
지브롤터에서 오늘의 일을 끝내고 거주지로 가려는데 모현성이 호들갑을 떨었다.
“왜?”
“프레온 가스 발견했대.”
“어. ...... 쩌라고. 그거 졸라 나쁜 거잖아.”
“아이참. 킹치만...... 필요한 걸......”
“됐어. 지구파괴의 주범. 없애버려.”
광해가 역사 지식은 부족해도 상식이란 게 있다.
프레온 가스 같은 오존을 파괴하는 물질을 쓰려 하다니.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아? 이거... 진짜 엄청난 거야. 삶의 양을 바꾼 건 비료. 삶의 질을 바꾼 건 프레온가스. 기적의 연금술 2개를 뽑으면 이렇게 두개야. 오죽하면 처음 발견했을 때 신의... 신... 뭐더라.”
“신의 가스?”
“어? 크크큭. 신의 방구야? 아니. 신의 선물. 진짜 최고예요. 프레온가스 짱짱맨.”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비료만큼?”
20억 인구를 백년 만에 60억으로 늘린 기적의 연금술 비료 급이라고?
“삶의 질 자체가 달라졌지. 일단 냉장고를 비롯해 모든 기계설비에 필수고 정말 수없는 발전을 이끌어냈어. 냉각장치 덕에.”
“냉장고라......”
이계로 가서 느낀 건데 냉장고는 필수품이다.
냉장고가 없으면 모든 게 금방 상한다.
거긴 마법이라도 있지 조선은 더 심하다.
냉각 기술이 없으니 모든 음식이 짜거나 메말라 있다.
식재료를 장기간 보관하는 방법은 몇 가지 안 된다.
소금에 절여 썩지 않게 하기.
장조림, 젓갈, 굴비, 김치, 하몽, 치즈 등 거의 대부분의 식재료가 소금을 이용해 방부처리한다.
바싹 말려서 썩지 않게 하기.
북어, 쌀, 보리, 육포, 무말랭이, 곶감 등 많은 식재료를 수분을 없애 돌처럼 만들어 보관한다.
이런 식품은 물에 젖거나 습기에 노출되면 금세 상한다.
두가지 방법 외엔 극히 일부 방법만 존재한다.
체내에 암모니아를 생성하는 가오리과의 특성을 살린 삭힌홍어라든가 겨울에 청어를 말리다가 날이 풀려 완전히 말리지 못한 과메기 등은 소금 없이 장기보관 하려는 필사적 노력의 결과다.
과거로 오고 나서야 냉장고의 편리함을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 활어회를 먹고, 신선한 야채를 먹고, 냉장고의 생삼겹살을 곧장 먹는 건 문명의 엄청난 이기다.
“그래도 비료급은......”
“비료의 발명으로 사람의 숫자는 늘었지. 배불리 먹게 되었고. 하지만 생활 자체는 그리 변하지 않았잖아. 하지만 냉장고와 에어컨은 생활의 질을 확 올렸지.”
그렇게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보다 산업 발전에 필수야. 당장 냉장고 에어컨을 보급할 수 없지만, 화공단지에서 할 수 있는 게 수백 배 늘어.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지.”
불을 이용해 온도를 높이는 건 고대부터 이어져온 기술이다.
하지만 온도를 임의로 낮추는 건 간단해 보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현대적 기술이다.
냉각.
대발명이 맞겠지.
“그래. 다녀와라. 나까지 갈 필요 없잖아.”
“아잉. 가는 김에 신석도 충전해 주고 한바퀴 돌고 오자.”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어차피 마력이 쌓이고 있잖아.”
맞다.
마력이 쌓인다.
본래 계획으론 매일 100만씩 마력이 들어오면 그걸 전부 지브롤터 해협에 써서 6년 내에 댐을 완성하려 했다.
문제는 수송량.
석회석과 철 수송이 못 따라오니 마력이 남아돈다.
“예서랑 유키도 다 데려가자. 여행가는 기분으로. 허준 건강도 살펴야지.”
“그럴까.”
당장 할 일도 없으니 소풍이나 가지 뭐.
보름간 댐 건설을 멈추기로 하고 지브롤터를 떠났다.
15년(1622) 2월.
게이트를 열고 판진에 도착했다.
구름이와 호랑이들을 탄 일행은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몸을 떨었다.
“추워!”
지브롤터와 판진의 위도는 거의 비슷한데 온도 차이가 엄청나다.
이것이 대륙 동안 기후의 위엄인가.
일단 아공간에서 외투를 꺼내 아내들에게 건넸다.
아기도 있으니 빨리 전해줘야지.
“감사합니다. 마마.”
“광해님 고마워요.”
“나... 나는.”
“남자는 참는다. 나도 참을 거다.”
“형은 마력 때문에...... 흐드드......”
“가자.”
눈 싸인 벌판이 좋은지 구름이와 호랑이들이 신나게 뛰었다.
모현성의 콧물이 고드름처럼 얼어붙은 걸 보니 귀찮았던 기분이 싹 사라졌다.
“대칸을 뵙습니다.”
마법진 위치를 지키던 병사의 보고로 허준과 책임자들이 뛰어나왔다.
의학, 화학, 기계, 합금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책임자들이다.
“달려올 것 까진 없는데.”
말을 하며 허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허준 83세. 본래 역사라면 이미 죽었어야 하는 인물.
역시나 기력이 많이 쇠했다.
체세포가 줄어든다.
병을 잡아주고 기운을 넣어줄 수 있으나 DNA에 새겨진 수명은 어찌할 수 없다.
매일 체세포가 죽고, 그만큼 체세포가 분열해 채워져야 하는데 채워지지 않는다.
허준은 이제 가죽만 남아 빼적 말랐다.
“죽자마. 동의보감 완성하고 죽어.”
멀지 않은 거리를 인력가마를 타고 온 허준은 허허로이 웃었다.
“어떻게든 완성하겠습니다. 다양한 물질을 발견한 덕에 새로운 신약도 잔뜩 발견했습니다. 이번에 냉각기술이란 게 발견되었으니 이제 해부학에서도 큰 진전을 보일 것입니다.”
냉각기술이 거기도 쓰이는구나.
“그래. 의학의 끝을 보고 죽어. 내가 끝까지 챙겨줄게.”
21세기에도 계속 신약이 쏟아지는 의학.
영원히 살아라.
광해의 마음을 느꼈는지 허준이 허허 웃고 말았다.
“바람이 찹니다. 황자님과 황녀님도 있으니 안으로 드시지요.”
“감사합니다. 대감.”
예서가 방긋 웃으며 인사했고, 판진에 있는 광해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여자들과 노인네가 들어가고 광해는 모현성과 함께 연구소로 갔다.
새로 태어난 냉각기술을 보기 위해.
“사실 원리는 간단해. 기체를 압축하면 액체로 바뀌며 열이 발생해. 에어컨의 실외기가 이거지. 압축해서 액체가 된 기체를 넓은 곳에 뿌리면 기체가 되면서 주변의 열을 흡수해. 이게 냉각기술의 전부야.”
“간단하네.”
“기체를 압축해 액체로 만들 기술이 부족했고, 압축한 고압의 액체를 잡아둘 배관기술도 부족했지. 전기는 당연히 필수고. 여기에 프레온 가스까지 얻었으니 이제 끝이지.”
“그런데 원리가 그거면 굳이 프레온 가스 아니어도 되는 거 아냐?”
“맞아. 그런데 프레온 가스는 안정적이라서 폭발하지 않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고, 압축압이 낮아서 쉽게 압축할 수 있고 등등등 장점이 너무 많아. 오죽하면 신의 가스, 아니 신의 선물이라 불렸겠어. 일단 쓰다가 다른 물질로 교체해야지.”
“빨리 바꿔라. 지구를 위해서.”
“헹. 지구를 위해서라면 21세기 중국의 프레온가스부터 막아야지. 못 막았잖아.”
“어? 그거 금지된 거 아니야?”
“제조가격이 싸니까 중국은 무시하고 마구 만들지. 지구파괴의 주범 중국. 어쨌든 우리가 조금 쓰는 건 문제되지 않아. 나중에 외부공개 할 땐 다른 기체를 발명할 거고. 언젠간 외국에서 프레온 가스를 발견해 쓰겠지만, 그땐 우리가 없겠지.”
“음... 그래. 그 정도라면.”
프레온 가스 생산 방식과 효과를 둘러본 후 설비공장을 돌아봤다.
냉각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프레온 가스가 아니라 단단한 배관기술이다.
조금의 틈도 없이 균일하게 합금을 가공하는 기술이 가장 난이도가 높다.
“설비 좀 손봐야겠군.”
“마정석 없이 되겠어?”
“해보지 뭐.”
광해가 기술강탈로 얻은 다양한 기술 중엔 야금 기술도 있다.
합금이 제조되고 가공되는 모습을 보다가 와셔와 볼트 결합부를 손봤다.
자동으로 텅스텐탄소날이 돌면서 합금을 깎아 배관자재를 만든다.
보름정도 붙어서 배관 자재를 자동 생산하는 설비를 완성했다.
겸사겸사 에어컨과 냉장고를 두개 만들었다.
예서와 소유키의 방에 하나씩 놔줘야지.
설비를 끝내고 판진을 돌아보니 엄청나게 발전해 있다.
굴뚝 수백개에서 하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폼이 울산 산업단지를 보는듯하다.
“냉각 기술...... 마정석도 손보자.”
현재 거의 모든 마정석이 페니실린과 우두균 배양에 들어간다.
마법의 힘을 뺄 수 없던 이유도 온도조절 때문이었다.
섬세한 배양기에 냉각장치를 이용한 온도조절 장치를 추가했다.
“오오오.”
“신석을 빼도 되겠군.”
“더 많이 만들 수 있고. 좋아. 서칸에도 우두접종을 시작할 수 있겠어. 항생제는 언제나 옳고.”
언제나 부족한 항생제.
이제 마력제한 없이 마음껏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광해는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이제 냉각이라는 키워드로 연구자들이 모든 분야에서 발전을 이뤄낼 것이다.
황제가 직접 할 일은 아니지.
“이제 비료도 만들고,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도 만들지. 분자단위로 구분하진 못해도 성질에 따른 물질 단위로 뽑아낼 수 있고. 생산하는 의약품도 수백개로 늘었어.”
“금방 발전하네.”
“시작이 어렵지 길만 알면 인간은 해내.”
계산기가 없던 시절, 3의 수천 제곱을 손으로 계산한 수학자가 있다.
발전기를 만드는 건 간단하지만, 상상할 수 없으니 만들지 못했다.
반면 성실함만 동원된다면 피라미드조차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인간의 노력이다.
물질을 구분하고 성질을 분석하는 것.
구분한 것을 섞고, 변화시켜 관찰하는 것.
화학의 시작이자 끝이다.
시간과 자금만 있으면 노력으로 이뤄낼 수 있다.
판진에선 매일 새로운 물질이 발견되고, 그를 이용한 새 제품이 매일 쏟아진다.
외부에 팔아도 원리를 알 수 없는 신제품이 매일 배에 실려 팔려나간다.
이곳이야말로 칸 제국의 미래다.
“수고했다. 너희가 자랑스럽구나. 뭐 불편한 거 있느냐?”
수천 명의 연구진과 일꾼, 가족들을 모두 모아놓고 칭찬을 했다.
겸사겸사 소망도 확인하고.
처음부터 넓게 잡은 판진 화학연구소는 공원과 학교, 식당과 저택들이 즐비하다.
핵심 인력들이니 생활에 관한한 아무 불편함 없이 최대한 챙겨주는 것이다.
칸국이 발전하고 있다 해도 매일매일 먹고 싶은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다.
“저희는 아무 불만 없습니다. 다만 자라나는 아이들 중에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대표로 동쑥이란 여자가 말했다.
노역형을 받고 있지만, 가장 많은 발명을 했고, 안에서 결혼을 해 두 아이까지 낳았다.
이들은 자신들이 받는 대우와 혜택, 편안함과 안전을 즐기고 나름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를 테지.
선조 시절 참혹한 수탈을 겪지 못했으니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을 수도 있다.
“음... 아이들은.”
마음대로 내보내기도 힘들다.
집집마다 전기를 쓰고 온갖 기술을 어깨너머로 본 아이들을 세상에 풀면 기술이 풀려난다.
특허권 없는 세상에 전기기술이 풀려나면 갑자기 인공위성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광해가 고민하고 있을 때 옆에서 모현성이 속삭였다.
“형. 애들 데리고, 아니 전부 데리고 투어한번 하자. 칸국 한 바퀴 돌며 니들 덕에 이렇게 되었다 해주고, 일반인의 삶을 보여주자고. 비교대상을 직접 보면 자기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알겠지.”
“그걸 내가 해야 하냐?”
“만약 도망가거나 기술을 외부에 흘리면? 형이라도 있어야 보호하지.”
그 방법 밖에 없나...
듣기만 해도 굉장히 귀찮은데.
그렇다고 핵심 연구진의 가족을 죽일 수도 없고 가둬놓을 수도 없고.
“후우. 내 너희에게 제국의 변화를 보여주겠노라. 제국을 한 바퀴 돌고 오자.”
광해는 뜬금없이 관광가이드가 되었다.
광해투어가 시작되었다.
- 작가의말
개인적으로 홍어는 못 먹지만
홍어는 굉장히 과학적인 식품입니다
거의 모든 동물은 썩으면 먹을 수 없는데 오직 가오리과만 죽으면 암모니아가 발생해 사람이 먹을 수 있습니다
요게 생물학적 발전단계에서 중요한 갈래....
암튼 덕분에 홍어는 ‘여름에’ 잡아 장기보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생선입니다
굴비며 고등어, 북어 등등 거의 모든 생선이 겨울에 잡히는 이유가 여름에 잡은 생선은 소금에 절여지거나 수분이 빠지기 전에 썩기 때문이죠
잡자마자 상해요
아무튼 그렇다고요
일배충 놈들의 홍어혐오에 넘어가지 마세요
도시어부 알래스카편을 보니 미쿡인들은 홍어따위 버려버린다더군요
역사를 잊은 민족이란.... 옛날엔 먹을 수 있는 건 뭐든 먹었어!
아 미쿡은 조상이 없구나...... 뜬금패드립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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