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이괄의 선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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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과 창춘을 오가던 이괄은 조정의 서신을 받았다.
서칸왕 모현성이 보낸 서신이다.
-북칸개척 사업을 재검토해보았더니 일개 기업이 하기에 무리라는 결론이 나왔다. 북칸왕 자리를 포기한다면 그간 공로를 인정하여 북칸개척의 지분을 주겠다. 포기하겠다면 광해산업에 진척사항을 인계하도록 하라.
서신을 받은 이괄은 몽골권역으로 뛰어갔다.
이택훈을 찾아간 자리에서 뜻밖의 동업자를 만났다.
“이택훈 권역장 뿐만 아니라 당신도 이미 죄를 지었소. 대칸의 관심법을 피할 수 있소?”
김류의 말에 이괄이 떠듬떠듬 변명했다.
“내가 직접 한 게 아닌데......”
“관심법 앞에서 그런 변명이 통할 것 같소? 범죄로 돈을 모았고, 그 돈을 북칸개척에 썼는데 어찌 죄가 없단 말이오? 이미 기차는 출발했소.”
“......”
모현성의 서신이 늦었다.
이괄은 한성으로 답신을 보냈다.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어떻게든 북칸 개척을 완수하겠습니다.
이괄은 북칸왕의 자리를 포기하지 못했다.
“다리를 만듭시다.”
“다리?”
“기차는 역까지만 석탄을 수송하오. 남쪽 마을 사람들은 강을 건너야 하는데 말에서 짐을 내려 배에 싣고 말을 따로 싣고 배를 건너 다시 석탄을 말에 싣는 번거로움이 있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다리를 만들어 돈을 조금씩 받아도 부담 없이 낼 것이오.”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오.”
“사실 다리 따위 어떻든 상관없소. 돈만 필요하지.”
김류의 자세한 설명을 이해한 이택훈은 업자를 불렀다.
“네게 다리 부설권을 주겠다. 다리를 만들어 돈을 받아라.”
“이곳에 다리를 만들어봐야 아무도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변에 다른 다리가 생겨 자네 수익이 줄지 않도록 다른 다리를 못 만들게 하겠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해도 아무도 돈을 내고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저 수익을 보장하겠다. 15년간 자네가 운영하여 적자가 난다면 부족분을 몽골관아에서 지불하겠다.”
이렇게 하면 업자 입장에선 어떻게 하든 이득이다.
국가가 보장하는 수익이라니.
“헛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공사비를 최대한 늘려라. 자네 친척에게 돈을 빌려서 다리를 만들어라. 그러면 매년 이자 비용만큼 공사비가 늘겠지? 그만큼을 국가에서 보장해주는 거다. 보장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아무것도 안 해도 수익이 늘지.”
“고마... 운데......”
너무 좋잖아?
칸국이 망하지 않는 한 무조건 돈을 버는 사업이라니.
그냥 건설비용 이상만 받아도 되는데 굳이 이자를 내게 만들어 많아진 공사비까지 보장하다니.
이런 약속을 왜 내게.
내가 전생에 충무공이었나.
“돈을 내놔라. 그럼 권리를 주마.”
그럼 그렇지.
“안 됩니다. 공직자에게 한 푼의 뇌물이라도 주면 사업체 자체를 뺏깁니다. 저희 가문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든 건설회사입니다. 위험을 감수 할 수 없습니다.”
“내게 주면 그렇겠지. 여기 내가 경리로 쓰는 꼬맹이에게 줘라. 이 아이는 공직에 있지 않다. 몽골에서 사업하는 기념으로 몽골의 불우이웃에게 적선하는 거다. 이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택훈이 법전까지 펴며 설명했다.
당연히 김류가 코치한 내용이다.
건설업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알겠습니다. 당장 불우이웃을 돕겠습니다.”
이택훈은 같은 방식으로 몽골 곳곳의 교량 부설권을 팔았다.
“도로를 만들어라. 그리고 도로 이용료를 받아라.”
“예? 대초원에 말입니까? 다들 말 타고 다니는 평원인데...... 굳이 돈을 내고 도로를 이용할리가......”
“최저 수익을 보장하겠다.”
“하겠습니다! 불우이웃 돕겠습니다!”
몽골 전체에 거미줄 같은 도로가 착공됐다.
“차하르를 재개발해라. 대신 불우이웃을 도와라.”
“돕겠습니다.”
재개발은 돈이 된다.
차하르, 카라코룸 등 몽골 모든 도시의 재개발 권한을 팔았다.
“석탄 쓰레기가 미래에 문제가 될 것이다. 수거해서 처리하도록 하라. 300년간 처리하도록 계약을 맺고 비용을 국가에서 지급하겠다.”
“그냥 모아서 쌓아 두면 됩니까?”
“그래. 대신 버는 돈의 일부로 불우이웃을 도우면 된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래에 생겨날 재 처리비용까지 팔았다.
“한성의 유리 황궁 같은 상징적 건물이 필요하다. 거대하고 화려한 몽골관아를 만들어라.”
“알겠습니다.”
“건물을 세울 때 네 번 쓰러뜨려라.”
“네?”
“시작 단계에서 쇠기둥을 하나 세웠다가 눕히면 공사 중인 건물이 쓰러진 거지? 그걸 세 번 반복하고 공사비를 네 배로 올려서 결제 요청해라.”
토목, 건설이 좋은 건 정확한 공사비를 책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간에 문제가 생겨나 공사비가 늘어나도 보고서에 적힐 뿐 정확히 알 수 없다.
“그... 그럼.”
“불우이웃을 살짝 도우면 된다.”
“알겠습니다. 꼭 돕겠습니다.”
몽골 곳곳에 화려하고 거대한 건물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몽골 동북쪽 자원채굴권을 주마. 거기서 뭐가 나오든 다 네거다.”
“최선을 다해 불우이웃을 돕겠습니다.”
몽골을 구역별로 나눠 채굴권을 주었다.
중복해서 팔기도 했다.
“건설 노동자들 임금이 많지?”
“예. 귀화 준비 중인 선비족을 쓰는데 전체 공사비의 절반입니다.”
“여기 내가 믿고 맡기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에게 노동자 관리를 맡겨라. 자네에게 딱히 추가될 돈은 없다네.”
“알겠습니다.”
하청을 받은 노동자 관리인이 돈을 들고 날랐다.
선비족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자 관청에서 돈을 지불했다.
“강을 넓혀 초대형 수송선이 다닐 수 있도록 운하를 파라.”
“예? 바다까지 넓히란 말씀이십니까?”
“몽골권역만 해당된다.”
“그럼... 의미가...”
“어쨌든 넓혀라. 넌 일을 하고 불우이웃을 도우면 된다.”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운하건설이 시작되었다.
“땅을 파고 덮어라.”
“예? 왜 어째서?”
“하는 척만 해도 된다. 넌 생각 없이 불우이웃만 도우면 된다.”
“하겠습니다.”
시킬 일이 없자 만들었다.
김류의 화려한 수완 덕에 북칸 개척자금 3년 치가 모였다.
최소 3년간은 돈이 부족할 일이 없다.
이렇게 되자 하나 둘 눈치 챈 이가 생겨났다.
“이래선 안 돼. 이건 막아야 해.”
조심히 집을 나서는 하급관료. 그 앞에 빨간 마차가 섰다.
“타시죠.”
“누...... 누구십니까?”
“안보군입니다. 타시죠.”
하급관료는 빨간 마차를 탔고, 어째서인지 석탄가스를 마시고 자살했다.
김류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 삼남지방에서 민족분열을 일으키고 함께 도망친 동지들이 안보군으로 위장해 관리들을 단속했다.
“우... 우릴 다 죽일 셈인가?”
“당신. 당신 셋째 아들이 불우이웃인 척 돈을 받았군. 이거 알려지면 자네 집안도 망해. 함께 죽을까? 아니면 조용히 있을까? 어차피 나라에서 다 보상해줄 돈이야. 모든 죄는 권역장이 안고 가기로 했고. 조용히 살어.”
서류상으로 관료의 가족이 돈을 받은 것으로 조작했다.
실제로도 은 한냥씩은 받았다.
일부러 뿌렸다.
한 푼만 받아도 극형에 처해지는 특성상 이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몽골에 진출한 모든 칸반도인이 한패가 되었다.
“괜찮을까?”
이택훈이 근심하자 김류가 위로했다.
“3년. 3년 후부터 지불할 돈입니다. 벌써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그때 문제될 거 아냐? 몽골관아가 지불할 돈은 지금 세입의 백배라고.”
“어차피 당신은 목숨을 걸지 않았소? 차라리 들킬 시기를 아는 게 낫지. 3년간 열심히 뽑아 먹다가 분위기가 심상찮으면 북칸에 숨으시오.”
“끄음... 알겠네.”
다른 선택지는 없다.
이택훈은 이후로도 김류가 제안한 사기를 저질렀고, 꾸준히 돈을 모아 이괄에게 보냈다.
번뜩이는 기발한 방법을 제시한 김류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독실한 주님의 종 페르난디트 2세는 네덜란드 브뤼셀 전투에서 기적을 선보였다.
하늘을 날며 귀족만 죽이며 천둥 같은 목소리로 모두의 평등을 약속했다.
프랑스왕 루이 13세가 죽고 네덜란드의 지도자들도 죽었다.
용병들과 징집병이 흩어졌고, 자기 영지로 도망가서 기적을 말했다.
페르난디트는 군대를 정비해 네덜란드를 침략했다.
마을마다 자신의 성직자를 꽂고 교리를 말했다.
“부자를 죽이고 신교를 죽여 그 재산을 나눠가져라.”
페르난디트를 따르는 붉은 전사들이 각 마을을 평준화했다.
신실한 신교도는 죽음을 택했고, 종교 따위 말라비틀어진 빵껍질보다 못한 이들은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하지만 도시 공략은 지지부진했다.
전투의 프로인 기사와 지휘관이 없다.
능력 있는 전문가는 대개 부유하며 공산주의 입장에선 죽을죄를 지은 죄인이며 먼저 쓸려나간다.
덕분에 소련과 중공 등 새로 탄생한 공산주의국가는 더럽게 못 싸웠다.
2차 대전 전체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소련인 이었던걸 떠올리면 된다.
페르난디트를 따르던 기사와 귀족 대부분은 살기위해 성직자가 되어 교회에 파견되었고, 그 외엔 혼란 속에 평등해지거나 죽었다.
막무가내로 모인 붉은 전사들은 평소 나무막대로 땅을 긁던 농부들이다.
높다란 성에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가 함락시킬 힘이 없다.
붉은 전사들은 네덜란드 주요 도시에서 돈키호테처럼 성벽을 향해 돌진하다가 엄청난 희생을 남기며 물러나길 반복할 뿐이다.
그때마다 뒤에서 붉은 바람을 끌어와 병사를 보충했다.
“죽여라. 이교도를 죽여 이 땅을 정화하라.”
“우오오오.”
신실한 페르난디트 2세는 오늘도 성전을 이어간다.
페르난디트가 전력을 다해 네덜란드를 공격하는 동안 뜬금없이 강국 프랑스가 무너졌다.
누구에게도 지휘 받지 않는 순수한 성지순례객이 이뤄낸 주님의 기적이다.
유럽인의 대량학살은 단지 식민지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30년 전쟁의 무대였던 독일 지역 인구는 전쟁 후 1/3이 줄었는데 이는 전쟁으로 사망한 병사 수의 수십 배다.
이렇게까지 민간인 피해가 컸던 이유는 식량 보급을 위한 약탈행위 때문이었다.
약탈과 학살이 수십 년 간 진행되어 식량이 아예 바닥났고 이 지역엔 현대에서도 인육을 먹었던 흔적이 꾸준히 발견된다.
심지어 전쟁 후기엔 군대를 보내도 약탈로 보급을 할 수가 없게 되어 행군하던 군대가 전투 없이 소멸하는 일마저 여러 차례 일어났다.
30년 전쟁 얼마 후 폴란드-리투아니아 지역에서 일어난 전쟁에서도 인구의 1/3이 죽었는데 그 이유도 전쟁으로 인한 약탈 탓이 컸다.
그렇다고 유럽을 보급의 개념도 모르는 머저리라고만 생각해선 안 된다.
귀족간의 영지전과 전투 전문가, 용병제도가 발전한 유럽에선 정규병을 키우느니 돈을 주고 용병을 고용하는 게 이득이었다.
이때 용병고용비용은 귀족이 약속한 고정수익과 용병들 스스로 약탈해서 알아서 챙기는 성과급이 합쳐져 있다.
약탈을 금지하고 고정수익만 준다면 용병은 몸만 사릴 뿐 열심히 싸우지 않는다.
즉, 용병을 제대로 써먹기 위해선 보급을 해주는 대신 약탈을 허용하는 게 낫고 적진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자본주의적 성과급 덕에 잔혹한 민간인 학살이 발달한 것이다.
프랑스-네덜란드군이 무너진 후 붉은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지브롤터로 가는 길이 열리자 신성로마제국의 순례객들이 등에 석회석을 지고 쇠지팡이로 땅을 짚고 프랑스 땅을 밟았다.
천국에 가기 위해 지브롤터로 간다.
백명 천명씩 이동하는 그들은 당연히 보급개념이 없었다.
“순례객이다. 식량을 내놔라.”
마을을 약탈해 빵을 구해 먹으며 이동하니 프랑스 영지군이 나서서 무찔렀다.
공격받아 흩어진 순례객은 도망 다니다가 뒤따르던 순례객과 합쳐졌다.
천명이 만명이 되고, 만명이 십만명이 되었다.
“식량을 내놔라.”
굶주린 순례객이 좀비떼처럼 마을을 휩쓸었다.
“가톨릭 아래 모두가 평등하니, 모두 똑같이 먹는다.”
“난 오늘 한 끼밖에 못 먹었으니 너희도 한 끼씩만 먹어라.”
붉은 좀비떼 수십만이 마을을 덮친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메뚜기떼가 지나간 것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큰 성은 무찌를 수 없다.
굳이 공격할 이유도 없다.
“천국! 천국! 천국!”
“천국! 천국! 천국!”
천국을 외치는 붉은 좀비떼가 그어어어 하며 프랑스를 휩쓸었다.
남서쪽으로 가야할 그들은 앞선 좀비 떼가 식량을 전부 쓸어가자 북쪽으로,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부는 토벌되고 일부는 공산화에 성공해 식량을 나눠 갖는다.
파리나 마르세유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전역이 박살났다.
배고픈 순례자는 프랑스의 지방을 털고 스페인에 도착했다.
당연히 스페인에서도 보급투쟁을 해야 했다.
“가톨릭 아래 모두가 평등하니, 모두 똑같이 먹는다.”
“내가 오늘 한 끼 밖에 못 먹었으니 너희도 한 끼씩만 먹어라.”
기독교 세계를 지키기 위해 보급 없이 출발한 십자군이 같은 기독교 세력 동로마제국을 박살냈듯이 가톨릭 순례자들이 같은 가톨릭인 프랑스와 스페인을 털었다.
메뚜기 떼처럼 프랑스와 스페인을 털어먹은 좀비떼가 드디어 모세기적의 현장 지브롤터에 도착했다.
“우오오오오~”
“기적이다~”
“모래사장에 이름을 적어라. 그리하면 천국 명부에 너희 이름이 적힐 것이다.”
“그오오오오~”
분노조절 잘하는 붉은좀비떼가 얌전히 주의 기적, 바다를 가르는 역사를 체험한 후 천국 명부에 자기 이름을 적고 돌아섰다.
집에 갈 시간이다.
집에 갈 식량 또한 약탈로 구한다.
좀비는 두 번 찌른다.
그때까지도 페르난디트의 정규군은 네덜란드 하나 털지 못하고 있었다.
- 작가의말
그분을 떠올리시면 안 됩니다
대부분 무혐의 판정을 받았고, 어떤건 기소조차 되지 않았잖아요
만약 그분이 잘못했는데 저런 판정이 나왔다면 그건
비리로 번 돈을 변호사와 판사와 검사와 언론과 기업과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뿌려 공범이 되었을 가능성 뿐인데
에이 그럴리가 없잖아요
진짜 무혐의겠죠
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사법만세~ 그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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