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신의 뜻
순도 100% 픽션입니다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금수강산으로 풍년이 왔네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좋구 좋다 명년 춘삼월에 화전놀이를 가자
올해도 풍년 내년에도 풍년 연년연년이 풍년이로구나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좋구 좋다 명년 하(夏)사월에 관등놀이를 가자
천하지대본은 농사 밖에 또 있는가 놀지 말고서 농사에 힘씁시다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좋구 좋다 명년 오뉴월에 탁족놀이를 가자
저 건너 김풍헌 거동을 보아라 노적가리 쳐다보며 춤만 덩실 춘다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좋구 좋다 명년 구시월에 단풍놀이를 가자
함경전 넓은 뜰 씨암탉 걸음으로 아기장 아장 걸어 광한루로 걸어간다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좋구 좋다 명년 동지섣달에 설경놀이를 가자
봄이 왔네 봄이 왔네 삼천리 이 강산에 봄이 돌아왔네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좋구 좋다 명년 봄 돌아오면 화전놀이를 가자
가을걷이가 시작되자 들판 곳곳에서 풍년가가 울려 퍼졌다.
압도적 수확.
예년보다 두 배 이상 열렸다.
모두 그런 건 아니다.
흙가마솥에서 비료를 받아 뿌린 밭에서만 수확량이 늘었다.
“이게 다 광해님 덕이다.”
“감사합니다. 광해님.”
“주상전하 천세!”
광해가 없는 곳에서도 광해를 향한 칭송이 쏟아졌다.
광해에게는 매일 마력이 쏟아졌다.
일 년간 흙가마솥에 투자한 마력 이상을 얻어냈다.
그와 함께 마포 흙가마솥에 긴 줄이 생겨났다.
내년에 쓸 비료를 받고자 하는 인원이 가을부터 줄을 서는 것이다.
“지금 받아 가면 관리 못할 텐데요? 비에 젖으면 못 써먹어요. 어차피 봄에 뿌릴 건데 그때 받으시지?”
“괜찮아. 잘 관리할게. 아랫목에 모셔두고 꼭 껴안고 잘 거야.”
조급함은 비료를 뿌린 농부보다 뿌리지 않았던 농부가 더 심했다.
똑같이 고생해서 일하는데 남의 밭에 낱알이 두 배씩 열리는 걸 봐야만 하는 슬픔.
봄에 광해님의 말씀을 믿지 못했던 자신이 너무 한스러워서 미리 나와 줄 서 있는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농민이 모여들어 줄선 이가 만 명을 넘어가자 심각성을 인지했다.
결국 민원 때문에 광해가 나섰다.
“내가 그 때 소리쳤지. 이놈들아! 주상께 가려거든 나를 베고 지나야 할 것이다!”
“우와.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그랬더니 여진족 놈들 일곱이 한 번에 달려드는 거야. 그 순간 내 왼팔에서 무언가 찌르르 올라오더군. 아. 이것이 나의 소망이구나. 주상을 지키고자 하는 나의 소망. 그 검은 힘이 온몸을 감싸고는 적을 파파팍.”
내궁 문을 열자 이괄과 임경업이 떠들고 있었다.
빡!
“애 데리고 뭐하냐?”
“앗. 주상전하를 뵙습니다.”
이괄을 때리자 임경업이 벌떡 일어서 인사한다.
“충!”
뒤통수를 잡고 구르던 이괄은 뒤늦게 일어서 인사한다.
“기절해 있던 놈이 허풍은.”
“에? 기절해 있던 것이었습니까?”
“그래. 연기 마시고 기절하더라고. 워낙 한심해서 살려주지 말까도 생각했었지.”
광해는 진짜 버릴까 생각했었다.
임경업은 이괄에게 실망한 눈빛을 보냈다.
이괄은 손사레를 치며 ‘이따 진실을 말해줄게.’ 라고 귓속말을 했다.
빡.
또 무슨 거짓말을 하려고.
게이트를 열고 혼자 온 광해와 달리 이괄은 몇몇 병사들과 함께 여진족 포로를 끌고 귀환했다.
여진족 오천명과 싸워 대승을 거둔 소식은 조선에서도 큰 화재였고, 포로를 끌고 온 이괄은 여기저기 불려가 대접받았다.
그 꼴이 보기 싫어 전담 호위로 붙였다.
낮 시간 내내 내궁 앞을 지키다가 왕이 출궁할 때 나서서 근접호위 하는 역할.
하루 종일 내궁 앞에만 있어야 하는 힘들고 지루한 일이다.
차라리 인형 눈 붙이는 건 시간이라도 잘 가지.
모현성과 했던 약속도 있으니 데리고 다니는 거고, 활약도 없는 자리니 성장도 못하겠지.
그런데 이게 이괄을 영웅처럼 만들었다.
조정 여론은 이괄이 왕에게 신뢰받는 것처럼 흘러갔다.
“이 새끼를 어떻게 조져야 깔끔할까?”
“예? 누구 말씀이십니까?”
아. 속마음이 튀어나왔다.
“됐다. 호위 준비되었으면 가자.”
곧 박상전과 궁녀, 우별장 남이흥과 금군호위가 도열했다.
광해는 오래간만에 가마를 타고 나가기로 했다.
“이괄. 선두에서 잡아라.”
이괄 괴롭히려고.
“옛. 믿고 맡겨주신 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괄의 대답에 주위 사람들의 눈빛이 변했다.
이괄이 신뢰받는다고 느낀 건가.
이괄 이놈 정치질로 성공가도를 달렸다더니 말하는 게 좀 이상하다.
괴롭히려고 가마 잡으라 한 건데 믿고 맡긴 게 되다니.
정치란 참 신기한 것이다.
마포로 가니 안보군 대장 돌구가 달려왔다.
“충.”
“돌구야. 사람들 데리고 따라와라.”
“옛. 전하.”
광해는 마포 철방으로 갔다.
기존 인원들은 전부 모현성을 따라 무산으로 갔고, 빈자리를 새로운 철공이 채웠다.
각 지방에 기술 좋은 철공을 보내라 했기에 에이스들이 모여 있다.
이들에게도 기적을 보여줘 마음을 사고 무산으로 보내야지.
무산에서 공수해온 강철주괴를 녹였다.
반나절 이상 고생해 흙가마솥 4개를 만들었다.
90만 마력을 잃은 광해가 탈력감에 앉아 쉬다가 돌구를 불렀다.
“돌구야. 흙가마솥 네 개를 더 설치해라. 평양에 하나, 공주에 하나, 나주에 하나 대구에 하나. 이해했느냐?”
“예. 제가 사람을 뽑아 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겠느냐?”
“전국의 염초꾼이 할 일이 없어집니다.”
“그래. 그들을 설득해서 같은 조건으로 고용토록 하거라. 또 신석의 문제도 있겠지?”
최상급 마정석의 이름은 신석으로 붙였다.
말 그대로 신의 돌.
“너무도 귀한 것이니 수송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그래. 똑똑하구나. 모든 염초꾼을 고용해 지금까지 배운 걸 가르쳐서 안보군을 전국으로 확대해라.”
“알겠습니다. 전하.”
장차 역참을 교체해 조선 전체의 정보를 손에 쥐게 될 안보군.
이괄 따위와 달리 진짜 중요한 조직이다.
음서로 관직에 오른 이한성은 학식도 재능도 부족했다.
그래서 의주라는 조선의 변방 끄트머리에 발령받았고, 거기서도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
“본관은 대명제국의 건주좌위이며 좌도독 용호장군인 애신각라라 한다. 조선의 국왕과 북방 문제에 대해 논의 할 일이 있어 방문했다.”
무능한 이한성은 압록강을 건너온 자들이 한족인지 여진족인지 구분도 하지 못하고, 그저 대명제국의 사신이라고 판단해 내려 보냈다.
덕분에 만주족 족장 누르하치와 수하들은 지나는 곳마다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남하했다.
한성에 도착한 누르하치는 조선 국왕에게 알현 신청을 하고, 흥청에 방을 배정받았다.
흥청에서 사흘을 놀고 마시고 있는데, 동태를 감시하라 내보낸 수하가 재밌는 소식을 전해왔다.
“남대문 인근에 십만여 군중이 모였고, 거기 왕이 나타났다고?”
“예. 신의 기적을 보여주려 한답니다.”
“기적이라...... 구경 가는 건 상관없겠지?”
“이들은 우릴 명나라 사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선족을 강간해도 칭찬해줄 놈들입니다.”
“그래. 가보자. 과연 어떤 기적을 벌일지 궁금하구나. 대체 어떤 능력이 있기에 무적의 만주 기마 5천명을 몰살시켰는지 알고 싶구나.”
누르하치와 수하들은 종교활동장으로 향했다.
9월 35일 일요일.
지난 몇 달간 종교 활동을 외부에서 했다.
양주지단. 양평지단. 해주지단......
광해소망교가 확장하면서 지역별로 지단이 생겨났고, 광해가 일요일마다 들러서 기적을 보여줬다.
광해가 들를 땐 해당 군의 인원을 전원 모았기에 효과도 빵빵하다.
일단 한번 보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매력.
광해소망교는 무섭게 교세를 확장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자 한성 사람들의 불만이 생겨났다.
한성에 사는 왕을 뺏긴 것 같은 질투를 느낀 것이다.
당장 한성단주에게 생겨난 소망.
한성 집회에 참여해 주셨으면 -
그래서 오랜만에 한성 종교활동에 참여했다.
“무산진에서 적군을 쳐부순 광해님이 며칠 뒤 한성에 나타나셨어.”
“보부상 말에 따르면 광주에서 종교활동을 하셨다는데, 그 다음날 종로에서 광해님을 봤거든.”
이동 마법으로 여기저기 이동했더니 백성들의 합리적 의심이 시작되었다.
어딜 가나 시선이 집중되는 이 시대 최고의 셀럽.
“와아. 그러면 축지법 쓰시는 거 아니야?”
“글쎄. 축지법 보단 분신술이겠지?”
한성은 오늘도 평화롭다.
“임금님 축지법 쓰신다~”
“임금님 분신술 쓰신다~”
오랜만에 했더니 십만 명이 모였다.
부모형제 아내처제 고종사촌 이종사촌 모두 모였다.
이러다가 모현성의 말대로 수십만 명이 모일 기세다.
한성이 싹 비었다.
안보군과 검계가 열심히 뛰어다니며 도둑을 잡고 있겠지.
종교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진짜 관심이 없거나 죄가 있어서 광해를 마주칠 수 없는 자들.
사람들 틈에 섞여있던 악마가 사람이란 갑옷을 잃는 순간이다.
시답잖은 생각을 하는 와중에 광해의 차례가 되었다.
광해가 앞으로 나가 오늘 치료할 환자를 보려는데 앞줄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신은 정말 있습니까?”
중국어다.
90% 정도 알아들었지만, 완벽히 이해하진 못했다.
저놈을 죽이면 완벽히 알아듣게 되겠지.
“신은 있다. 내가 그 증거다.”
광해는 조선어로 말했다.
중국놈 옆에 조선의 관료가 붙어 열심히 통역해 주었다.
그놈이 다시 소리쳤다.
“그거 말고 진짜 증거를 말해주십시오.”
치료하는 거 보면 끝일 텐데 귀찮게 하네.
무시할까 하다가 재밌는 생각이 났다.
“신께서 말씀하시는구나. 예전에 신께서 인간을 만들 때 운동하면 근육이 발달해 커지도록 만들었다더구나. 그랬더니 어떻게 되었는지 아느냐?”
백성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거인종이 되었습니다!”
백성들이 별의별 대답을 했다.
그만큼 왕과 친해졌다는 뜻이겠지.
“그랬더니 사내새끼들이 모두 거시기 운동만 하더라는 거다. 운동하면 커지니 다들 거시기 키우려고 거기만 운동 하는 거지. 그래서 인류가 한번 멸망했다. 다들 너무 커져서 번식이 안 됐거든.”
와하하하.
고대인류 멸망의 슬픈 비밀.
역시 음담패설이 분위기 살리는 데 좋다.
“신께서 반성하고 그 후로 거시기는 태어난 순간 정해지도록 고정시켰다. 관계를 많이 하든 아예 안 써먹든 거시기는 지 정해진 크기로 고정시킨 것이지. 사람이 세배 뚱뚱해진다고 해서 거시기가 세배 커지면 세상엔 뚱땡이만 존재하게 되겠지? 그래서 몸이 뚱뚱해져도 거시기는 그대로이니라. 이것이야말로 신의 깊은 뜻을 증명하지.”
오오오오.
왠지 그럴듯한 말에 대중들이 그런가? 하고 갸웃했다.
그거 아니야. 믿지마.
적당히 넘겨먹었으니 이제 끝내자.
환자를 내오라고 손짓하는데 중국놈이 다시 소리쳤다.
“헛소리로 넘기려 하지 마시오! 감히 해금령을 어긴 일과 엉뚱한 역법을 제정한 일을 설명하셔야 할 것이오! 천국을 무시하는 이유가, 기도 안차는 신을 믿고 저지른 것이오?”
결국 본론이 나왔다.
조선에서의 일은 결국 상국에 알려졌고, 항의와 수정을 요구하는 사신이 왔다.
최대한 무시하고 시간을 끌려고 만나주지 않았더니 결국 종교 활동장까지 와서 왕의 부아를 긁는다.
-형. 아직 명나라 못 이겨. 참아야 해. 조금만 기다리면 명나라가 알아서 무너지니까 조금만 비위 맞춰줘.
-상국의 분노를 살 수 있습니다. 주상의 뜻이 그러하시더라도 힘을 기를 때까지 참아야 하옵니다.
‘이원익. 모현성. 난 참을 만큼 참았다.’
이 이상 참으면 왕이 아니지.
“신께서 예언하시는구나. 모원창이란 자가 하늘로 쭈우욱 올라갔다가 뚜우욱 떨어질 거라 하시는구나.”
신의 예언이 지켜졌노라.
슈우우웅.
철퍽.
십오만 대중 앞에서 건방진 중국놈이 호떡이 되었다.
일요일은 쉬는 날.
등청하지 않는 대신들 대다수가 종교활동장에 나와 있었다.
너무 놀라 비명도 나오지 않는 곳에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이원익이었다.
“전군은 들어라. 명국의 사신을 전부 포박하라!”
키 작은 거인이 호령했다.
그 순간 깨어난 병사들이 달려들어 10여명의 명국 사신들을 포박했다.
“전하. 비변사 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그래. 금방 가마. 환자들아 나와라.”
결단력 있는 이원익와 느긋한 광해.
속이 타는 이원익이 소리쳤다.
“그러고 있을 시간이 아닙니다.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신께서 백성의 소망을 들어주라 하는구나. 내 백성을 구하지 아니하고 어딜 간단 말이냐?”
우와아아아아~
광해의 인기는 절정이다.
다급한 이원익의 심정과 달리 느긋한 광해의 말이 백성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광해는 종교활동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후 가마를 타고 느긋하게 환궁했다.
- 작가의말
운동하면 커지도록 패치하라!
패치하라! 패치하라! 패치하라!
-작은 것들의 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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