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오사카 전투4
순도 100% 픽션입니다
나오에는 요새에서 적진 전체를 살폈다.
도쿠가와가 자리 잡은 적진 후방.
거기를 찔러야 승리할 수 있다.
출전을 원하는 장수 둘에게 선봉을 맡겼다.
고토에게 선봉으로써 수비의 역할을, 아카시에게 후방 화력지원을.
고토의 무위를 생각하면 일점 돌파를 시키는 게 효율적이지만, 그에게 화포대의 호위를 맡겼다.
나오에의 예측대로 고토의 부대는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그를 중심으로 적이 뭉쳤다.
무려 다섯 개의 부대를 박살냈지만, 더 많은 부대가 모여들어 포위했고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콰아아앙!
아카시가 적과 함께 동귀어진하는 화약소리를 바로 곁에서 들었다.
고토가 분전할 때 나오에는 나머지 모든 병력을 끌고 그들 동쪽으로 달렸다.
적이 뭉치며 생긴 빈 공간.
그곳에 생로가 있다.
적 본진까지 거침없이 달리자 도쿠가와의 정예와 혼다군의 정예를 만났다.
군사의 역할은 여기까지.
“쵸소카베! 부디 이에야스의 목을!”
“맡기시오.”
맹장 쵸소카베 모리치카가 선두에서 달렸다. 적진에선 혼다의 부대가 앞장섰다.
“스와 타다츠네가 너를...”
서걱.
“나는 혼다 타다츠미...”
서걱.
오고슈와 쇼군의 곁에 있던 다이묘들이 일반 병졸처럼 죽어나갔다.
혼다가문의 지휘관이 죽자 1진이 순식간에 와해되고 도쿠가와 본진이 코 앞이다.
이에야스와 히데타다는 진영에 서서 조용히 바라봤다.
적의 일부가 코앞까지 왔지만, 무시해도 된다.
멀리 오사카성은 내성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승리다.
지금 쥐새끼에 놀라 대장기가 흔들리면 안 된다.
“쇼군. 입성하시게.”
멀리 보이는 흙먼지는 가라앉았고, 토산 위엔 여전히 아군이 가득하다.
수많은 전투경험을 토대로 느낀 적의 남은 숫자는 만 명 이내일 것이다.
아군은 십오만 이상.
전쟁은 끝났다.
“쥐잡이가 끝나면 그때 가겠습니다.”
둘의 고개가 남쪽으로 틀어졌다.
에도군과 혼다군이 적을 완전히 짓눌렀다.
한동안 혼다군을 혼란스럽게 한 적은 돌파력을 잃고 화살 밥이 되고 있었다.
숫적 우위.
발이 멈춘 소규모 적은 활에 녹는다.
그들 후방을 도도와 다테의 부대가 덮치는 게 보인다.
“도도는 또 졌군요. 다테의 기마철포병도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그래서 그들을 신뢰해야 하네. 그들은 약해서 절대 배신하지 못해.”
“명심하겠습니다. 오고슈.”
이에야스가 나이를 먹으며 많이 온화해졌다.
이제 후계를 생각할 나이가 됐지.
히데타다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다시 오사카성을 바라봤다.
해가 반쯤 잠겨 어둑해진 오사카성이 노을과 화재가 겹쳐져 붉게 물들어 있다.
콰콰쾅.
우와아아아아.
백색소음이 마음을 안정시킨다.
승리의 소리는 언제나 정겹다.
“쇼... 쇼군.”
“피하십시오.”
“응?”
호위병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보니 새로운 부대가 생겨났다.
도도와 다테의 부대는 녹아버렸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새로운 부대가 혼다군과 에도군의 좌우로 지나쳐 달려왔다.
어둠속에 눈에 힘을 줘 깃발을 읽었다.
“우에스기... 시마즈?”
규슈의 시마즈가 어떻게? 우에스기는 조선에 붙었다던데... 조선군?
“말... 아니 가마를.”
오고슈 이에야스는 나이를 먹어 말을 타지 못한다.
가마꾼이 달려와 이에야스를 태우고 히데타다가 말 위에 오르는 사이 등 뒤의 소음이 커졌다.
쾅. 끄으윽. 콰쾅. 악.
말을 박차며 돌아보니 귀신같은 인상의 장군이 달려오고 있었다.
“사나다! 사나다 마사유키!”
이에야스의 절규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적장은 호위들을 종잇장처럼 베며 돌진했다.
“그의 아들이다! 오늘을 위해 요도를 준비해왔다.”
도쿠가와 가를 베는 저주받은 검 무라마사.
그 검만 아니면 도쿠가와의 피를 볼 수 없다는 전설까지 생겼다.
그랬기에 모조리 모아 녹여버렸는데.
“안 돼!”
호위를 베고 달려온 사나다 노부시게는 가마꾼을 베 무너뜨렸다.
체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데굴데굴 굴러 떨어진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 앞에 선 사나다 노부시게가 검을 높이 들어올렸다.
“두 가문의 사십년간의 전쟁. 그 끝은 사나다 가의 승리다.”
“기다려!”
서걱.
전국의 맹주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기다리란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노부시게가 고개를 드니 말에 탄 도쿠가와 히데타다는 벌써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쉭.
손에 든 요도 무라마사를 던졌다.
말을 죽일 생각이었는데 요도는 도쿠가와의 피를 찾아가는지 히데타다의 허벅지에 깊게 꽂혔다.
“쳇.”
금세 포기한 노부시게는 이에야스의 목을 집어 들고 외쳤다.
“이에야스의 목을 땄다! 히데타다도 죽였다! 적을 섬멸하라!”
와아아아~
주위에 올라온 호위대를 중심으로 함성이 길게 퍼져나갔다.
의도적인 외침.
우에스기군과 시마즈 군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쵸소가베와 전투 중이던 주력군은 그제야 뒤를 봤고, 언덕 위에서 이에야스의 목을 들고 있는 노부시게를 봤다.
“후퇴하라. 쇼군을 지켜라. 커컥.”
노구를 이끌고 참전했던 혼다 타다카츠는 잠깐의 전투에서 둘째아들, 셋째아들을 잃었고, 이제 평생 모신 주군마저 잃었다.
후퇴하란 말을 남긴 이에야스의 충신은 피를 토하고 죽었다.
혼다군과 도쿠가와군이 물러서자 전투는 끝났다.
시마즈군과 우에스기군은 이에야스를 죽이자마자 본래 작전대로 전투를 멈추고 소리만 질러댔고, 퇴각 전고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막부의 부대가 퇴각을 시작했다.
2년(1609) 11월부터 시작된 오사카 전투는 이에야스가 죽은 3년 10월 2일에 종료되었다.
방어 측 오사카 군은 십만 명 중 이만여명 살아남았다.
공격 측 에도 군은 삼십만 명 중 십사만 명만 살아 돌아갔다.
토산을 쌓다 죽은 농민 등 일반 백성의 숫자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다.
오고슈가 죽었지만, 여전히 병력과 세력이 많은 에도 측.
방어에 성공했지만, 거의 모든 재산과 병력을 잃은 오사카 측.
작전대로 되어가고 있다.
아와지 섬으로 돌아온 광해는 다음날 모현성과 통신한 후 전투에 참여한 항왜 영주들을 불렀다.
“시마즈. 오래 기다렸다. 이제 에도에 진출해라.”
“감사합니다.”
에도 백만 석 영지가 사쓰마 번의 차지가 되었다.
물론 해안에서 떨어진 곳은 아직 에도 번의 영지지만, 오고슈가 죽고 쇼군의 권위가 사라진 만큼 차지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광해와 시마즈의 대화를 들은 영주들의 눈이 반짝였다.
대부분 에도 번에 영지를 뺏기고 방랑무사가 된 자들로 옛 영화를 기억하는 자들이다.
광해는 그들을 보며 물었다.
“이제 최종 선택을 맡기도록 하마. 조선의 백성이 되어 조선인으로 살 텐가, 아니면 사쓰마 번처럼 혼슈의 다이묘가 될 텐가. 다이묘가 된다면 사쓰마 번처럼 조선의 동맹이 된다는 것 잊지 말고.”
둘의 차이점은 미리 말해줬다.
누가 일반 백성이 되어 아전시험을 거쳐 관료가 되고 싶겠는가.
저마다 서로 눈짓을 하다가 하나 둘 소리쳤다.
“조선의 영원한 동맹으로 혼슈를 책임지고 다스리겠습니다.”
열 명중 아홉 명이 소리쳤다.
당연한 선택이지.
지역의 왕인 다이묘를 놔두고 평민이 되길 원할 리가 없다.
단 한명, 우에스기 카게카츠만 대답하지 않고 뒤를 돌아봤다.
“정말 제 마음대로 선택합니까?”
사나다 마사유키는 믿기지 않는 듯이 물었다.
“그래. 말하지 않았는가. 전적으로 군사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알겠습니다. 그럼.”
늙은 군사가 목을 가다듬고 광해를 바라봤다.
“우에스기 가는 조선에 신종하여 조선의 백성이 되겠습니다.”
“응?”
일반 백성이 되겠다고? 니들이?
“전하. 2년 더 지시대로 따르다가 조선의 시험을 거쳐 백성이 된 후 모병제를 통해 입대하겠습니다.”
“어? 왜? 얘들처럼 다이묘질 하는 게 낫지 않아?”
진짜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물었다.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나다 마사유키는 이에야스의 목을 베는 작전을 총괄했다.
나오에가 알아서 적의 약점을 찔렀기에 좀 더 수월했지만, 마사유키의 작전에 따르면 나오에가 한 일을 노부유키가 수행하고 시마즈군이 이에야스의 목을 벰으로써 전쟁을 끝낼 계획이었다.
광해가 보기에도 흠잡을 데 없는 전략.
마사유키의 나이가 너무 많지만 않으면 써먹을 곳이 많을 텐데 아쉽다.
그 아들 사나다 노부시게는 모현성의 수첩에도 적혀 있는 인물이다.
삼국지 고순급 지휘력과 돌파력. 지장 겸 맹장.
꽤 좋은 평가다.
우에스기 카게카츠도 군주로써 훌륭하고 그 밑에 모여 있는 장수들의 충성심도 높다.
정예 사병 사천이면 어딜 가도 영주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런데 백성이 되겠다니?
“낭중지추라 하였습니다. 저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군주나 제 아들의 능력을 생각하면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주상께서 아무 차별 없이 능력대로 자리를 주시겠다 하셨으니 조선에 투신함이 낫습니다. 이 작은 혼슈에서 도토리 싸움을 하느니 조선이란 큰물에서 더 큰 영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백성으로 받아주소서.”
사나다의 말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광해는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하다가 우에스기에게 물었다.
“이봐. 너도 알고 있었나?”
“몰랐지만, 동의합니다. 백성으로 받아주소서.”
허. 참.
군주를 일반백성으로 만드는 일을 군사가 결정하고 군주가 따른다.
저게 인덕인 건가.
모현성이 나한테 저런 소리 하면 반쯤 죽여 놀 텐데.
“센다이와 그 기준으로 북쪽 전부를 맡길 생각이었는데. 정말 일개 백성이 되는 걸로 만족해?”
움찔.
그래 사람이면 이런 반응도 보여야지.
“아... 쉽지만, 백성이 되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윤성준. 계획 수정해라.”
“예. 전하.”
뒤에 있던 윤성준이 수첩에 적으며 나섰다.
혼슈 전역을 그린 커다란 지도가 펼쳐지고 윤성준이 하나씩 말을 올렸다.
“말했다시피 에도 번의 영주는 시마즈 그리고 히로시마의 영주는... 이상의 내용을 히데요리에게 올릴 것이오. 물론 각 지에 기존 영주가 있으니 영지를 뺏는 전투가 있을 것이오. 태백에게 관인을 받고 힘을 모아 성을 차지하면 다스리는 쉬울 것이오.”
도요토미의 세력이 약하니 힘을 키워준다.
도쿠가와 계열의 영지를 분쇄해 힘의 균형을 맞추고 친 조선계 영주들로 채운다.
먼 훗날 모든 영주가 친 조선계 영주가 되면 일본 정벌이 끝난다.
“그리고 센다이의 영주는 우에스기가 고사했으니...... 오노 하루나가에게 맡기겠습니다.”
윤성준이 광해를 보며 허가받듯 말했다.
광해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주들은 깜짝 놀랐다.
지난 십년간 오사카 번을 섭정한 오노가 어째서 조선군영에.
“이번에 갈라섰더라고. 능력이 있는 건 아니까 센다이 번을 맡기려고.”
아니다.
자칫 균형이 무너져 오사카번이 너무 커질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다.
“자 다음은 규슈다. 총력을 기울여 가토를 멸망시킨다. 알아서 할 수 있지?”
“맡겨주십시오. 전하.”
히데요리와의 협상은 윤성준이 알아서 할 일이고 군인은 군인의 일을 한다.
규슈 중서부 가토 기요마사를 무너뜨린 후 규슈 전체를 비운다.
일본인 전원을 본토로 실어 나른 후 조선인의 이주를 시작한다.
회의는 규슈 공략방법으로 이어졌다.
“전하. 급보이옵니다.”
연락병이 뛰어 들어왔다.
느낌이 싸하다.
“아. 또. 뭐.”
“우치나 함락. 서양 함선이 우치나를 폭격했답니다. 우치나를 향하던 이가 상단 함선 중 단 두 척만 살아 돌아왔습니다.”
“뭐?”
서양 함선?
- 작가의말
스치듯 죽은 장수들은 그쪽동네에선 유명한 애들입니다
그쪽 소설이 아니므로 스쳐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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