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오사카 전투2
순도 100% 픽션입니다
포위된 오사카성 밖에 있던 나오에 카네츠구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아와지의 조선군과 연락하고 오사카성과 연락하던 그는 도쿠가와군이 식량 부족으로 흩어지자 다음을 준비했다.
포위가 풀린 오사카성으로부터 병력과 농민을 받아 사나다마루에 요새를 건설하고 조선으로부터 화약과 화포를 받았다.
물론 화약의 가격은 오사카 번에서 지불했다.
그리고 천하에 파발을 돌려 에도번에 불만을 가진 방랑무사를 모았다.
물론 고용비용은 오사카 번에서 지불했다.
그리고 대활약했다.
에도 번은 나오에 하나를 당해내지 못해 공격 방향마저 동쪽으로 바꿨다.
에도를 약탈당해 권위가 바닥까지 떨어진 에도번 입장에선 오사카 성 공략이 유일한 출구다.
아예 시작하지 않았으면 모르되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오사카 성을 떨어뜨리지 못하면 막부는 해체되고 도쿠가와 가문은 멸망한다.
내일이 없는 에도 번은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참전을 망설이는 영주들에게 재물을 뿌리고 더 넓은 영지를 약속했으며 혼슈 전체의 식량을 탈탈 모았다.
어디를 가도 식량이 부족하다.
영주들은 밥을 먹기 위해서라도 오사카로 향했다.
그들의 빈 영지를 도요토미 계열 영주들이 털었지만, 애초에 조선군에 털렸기에 먹을 것도 얼마 없고, 도요토미 계열의 숫자도 적다.
오사카 번만 무너뜨리면 모두 해결될 일이다.
3월부터 재개된 재공세엔 삼십만명이 모였고,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다.
그럼에도 끝내 함락하지 못했고, 요새 사나다마루조차 공략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산할 수도 없다.
에도 막부는 호죠 가를 무너뜨릴 때처럼 오사카성보다 높은 산을 만들었고, 산을 옮겼다.
오사카와 교토 인근의 백성을 전부 징발해 흙 옮기는 데 동원했다.
채찍질과 사고로 백성들이 죽어나갔지만 있는 힘껏 쥐어짠 덕에 오사카 화포거리 밖에서부터 만든 토산은 서쪽으로 쭈욱 전진했다.
지긋지긋한 외부해자를 메우고 외성에 십오만 병력이 투입되었다.
곳곳에 설치된 함정과 장애물, 격렬한 전투로 인해 오만 명 가까이 죽었지만, 외성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내성의 병력 오만 명만 죽이면 된다.
그 사이에도 전진한 토산은 외성을 지나 내성 해자를 메우기 시작했다.
“어서 움직여!”
“달려가!”
채찍과 창, 조총을 든 병사가 다그친다.
흙바구니를 짊어진 농민이 부들부들 떨리는 발로 힘겹게 전진한다.
쉭쉭쉭!
코앞에 보이는 내성 성벽 위에서 궁병들이 활을 쏜다.
투욱!
머리에 인 흙바구니에 화살이 박혔다.
“으아아아.”
공포에 머릿속이 하얘진 농민이 흙바구니를 내던지고 뒤로 돌아 달렸다.
기다리는 것은 에도 번 병사의 창.
푸욱!
“도망치면 죽는다. 흙을 벼랑에 붇고 돌아와라. 두 번만 옮기면 오늘은 쉬게 해준다.”
내일 또 죽음으로 몰겠지만.
농민들의 시체가 즐비한 토산 위를 농민이 달린다.
바닥에 박힌 화살들이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곤두세우고 있다.
화살비 속에 하나 둘 쓰러지고 생존한 자는 토산 끝에 흙을 붓는다.
그리고 돌아서서 도망치다가 죽고.
붓는 흙보다 죽은 농민의 시체가 더 많다.
길 위에 죽은 농민의 시체마저도 해자로 옮겨 던진다.
흙이든 시체든 해자만 메우면 그만이다.
“항복해요. 항복하면 살려줄거에요. 내가 가서 말해 볼게요.”
히데요리의 어미인 요도도노가 비명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서서히 다가오는 토산이 더없이 커다란 공포를 안겨 주었다.
지난 십년간 섭정을 맡아온 오노 하루나가가 요도도노를 꽉 안아 진정시켜줬다.
“절대 안 살려줍니다. 지금 에도 번은 벼랑 끝이오. 함락당하면 모두 죽습니다. 죽거나 죽이거나, 그 외의 방법은 없습니다.”
오노 하루나가는 말을 하면서도 혀를 찼다.
괜히 조선군과 손을 잡아서.
오사카성 천수각 5층.
오늘따라 날이 맑아 멀리까지 잘 보였다.
창 밖을 보고 있던 히데요리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아와지까지 보이는군요. 함선 수가 늘었소.”
아와지 섬까지 거리는 대략 30km.
하루나가가 곁으로 가 밖을 보지만 작은 점밖에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늘었습니까?”
“큰 함선만 오백척 이상.”
“조선군도 준비하고 있군요. 깃발 신호는 맞서 싸우라고 하고 있고.”
오사카 앞바다에 떠 있는 조선군 함선은 깃발로 작전을 전달하고 있다.
조선군이 구원할 테니 결사 항전하라.
며칠째 저 깃발만 계속 올리고 있다.
“안 돼. 다 죽을 거야. 내가 가서 너구리와 협상을.”
요도도노가 반쯤 정신 나간 것처럼 중얼거리며 천수각을 나선다.
하루나가는 잽싸게 달려가 그녀를 안았다.
“태백. 모친을 진정시키고 오겠습니다.”
“...... 그러십시오.”
같은 젖어미에게 자란 남매와도 같은 관계.
요도도노를 안고 나가는 하루나가를 보는 히데요리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죽여야 해. 전부 다. 전쟁만 끝나면.”
“됐다.”
와아아아아~
무사의 한마디에 농민이 소리 질렀다.
이제 흙무더기를 이고 달려갈 차롄데 바로 앞에서 매립이 끝났다.
출발 준비를 하던 농민들은 바구니를 던지며 생존의 환호성을 날렸다.
“하나씩 집어라.”
그런 농민들에게 죽창 한 자루씩 쥐어졌다.
애초에 농민들을 잡아온 위치는 오사카와 교토 인근으로, 에도 막부는 그들을 살려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정렬하고. 달려라!”
활과 조총을 든 병사들이 등 뒤에서 민다.
수천 명의 농민은 죽지 않지 위해 죽으러 달려갔다.
그들이 오사카 내성 공략의 선봉이다.
내성과 토산이 맞닿은 곳을 중심으로 양 진영의 화력이 뭉쳐졌다.
조총과 화포소리가 멈추지 않고 궁병들은 바닥에 떨어진 화살을 주워 서로를 향해 쐈다.
압도적인 숫자로 인해 어디로 쏘든 누군가는 맞는다.
죽고 죽이는 총력전.
긴 성벽에 서서 좁은 토산에 화력을 집중하니 공세측인 에도 번의 피해가 더 컸다.
하지만 에도 번은 병력 숫자가 네 배 이상 많다.
성벽의 이점이 사라진 이상 오사카 번은 조금씩 밀렸다.
“막아! 버텨라!”
“시체라도 들어 올려서 화살을 막아라.”
극히 좁은 지역에서 충돌하다보니 시체가 겹겹이 쌓여 땅이 밟히지 않았다.
흘러내린 피로 토산의 본래 색깔이 어땠는지조차 알 수 없고, 불화살의 불조차 땅에 닿자마자 핏물에 꺼졌다.
“언제가 최선일까.”
광해의 중얼거림에 아무도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정찰선이 꾸준히 돌아와 오사카번의 소식을 알리지만 광해는 요지부동이었다.
“내성 위에서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최소 십만 이상이 토산 앞에 줄 서서 투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돕지 않으면 오사카 번이 무너지는 건 확실한데, 너무 빨리 도우면 이후 오사카 번의 힘이 너무 커진다.
그렇다고 너무 늦게 도우면 에도번 병력 이십만을 조선이 상대해야 한다.
“에이. 모르겠다. 가자.”
광해는 무책임한 소리를 하며 일어섰다.
“출진 준비!”
“부대별로 승선하라! 승선!”
광해가 일어선 순간 조선군이 부산해졌다.
각자 지정된 소선에 타 지정된 함선으로 옮겨 탔다.
전 육군이 상륙작전에 참여한다.
세시간정도 걸려 전 병력이 탑승했고, 동쪽으로 노를 저었다.
시간은 정오쯤.
토산에 시체의 산이 만들어진 이후다.
“늦어!”
바다를 보고 있던 나오에는 꿈지럭 움직이는 조선군을 보며 소리쳤다.
학교가기 싫어 꿈지럭대는 아이마냥 조선군은 느릿느릿 움직였다.
“장군. 출진을 명해주십시오.”
“더 늦으면 구원할 수 없소.”
“조선군이 올 동안만 버텨보겠습니다.”
지난 반 년 간 혈전을 벌인 장수들이 소리쳤다.
지금 내성에선 천하를 건 혈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요새에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안 되오. 지금 우리만으로 나가봤자 개죽음이오.”
“그래도 적의 예봉을 꺾을 수 있소. 한차례 돌파해서 적에게 경각심을 준 후 빠지겠소.”
“지금 어떻게든 싸우는 모습을 보여야 성 내에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 말이 나오에에게 경각심을 안겨 주었다.
오사카성에서 항복하면 다 끝난다.
“알겠소. 아카시 테루즈미는 철포를 이끌고 나가시오. 사정거리 밖에서 조심해서 쏘시오. 그 앞을 고토 마타베에가 수비하시오.”
곧 요새에서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나다마루 요새를 멀리 포위하고 있던 도도 다카도라는 적이 나오자 오천 명의 부대로 덮쳤다.
칠천량 해전의 승장이자 명량 해전의 패장인 도도 다카도라 부대는 에도 진영에서도 최정예로 손꼽히는데 그 앞을 단 이천명의 부대가 맞섰다.
나오에군 선봉에 선 고토는 거침없이 창을 휘둘러 도도를 향해 돌진했다.
단 한기의 돌파에 도도군의 중앙이 흔들렸다.
다이묘를 구하기 위해 오천명의 병력이 중앙에 모였다.
중과부적으로 고토의 부대가 죽어나가자 고토는 돌진을 멈추고 후퇴했다.
뒤로 빠지다가 좌우로 흩어지자 그 뒤에 보이는 것은 아카시 테루즈미의 포병대.
콰콰콰콰쾅!
300문의 천지화포가 일제히 불을 뿜자 선두의 천여 명이 피보라를 내뿜으며 쓰러졌다.
단 한방에 정병의 1/5을 잃은 도도는 빠른 판단을 했다.
“퇴각! 퇴각하라!”
임진왜란, 세키가하라 등 참전한 거의 모든 전투에서 대패한 경험이 있는 도도는 오늘도 1패를 적립했다.
흩어진 부대를 수습한 고토가 아카시에게 다가왔다.
“다음은?”
“적의 화포대. 후방을 공격합시다.”
사거리 5km에 달하는 캘버린 등 에도 군의 화포가 모여 있는 곳으로 진격을 시작했다.
화포를 장전하고 옮기느라 시간이 걸리는 아카시의 부대가 답답했는지 고토의 부대가 먼저 달려 나갔다.
“죽어라!”
후방에 포진한 대영주 혼다군과 격돌한 고토는 그대로 돌입해 적장 타다토모를 죽이더니 오가사와라 히데마사까지 죽였다.
순식간에 지휘관을 잃은 혼다군은 수적우세에도 불구하고 와해되었고 고토는 그대로 전진했다.
봉건제의 특성상 부대는 합쳐지지 못하고 영주별로 따로 모여 있는데 덕분에 고토가 상대할 적은 거의 항상 일정했다.
아사노 나가시게, 아키타 사네스에, 사카키바라 야스카츠, 센고쿠 타다마사까지 네 개의 진영을 줄줄이 격파했는데 모두 돌파 후 적장을 죽이는 방식이었다.
진 후방을 일점 돌파해 큰 혼란이 일어나자 앞서 후퇴한 도도군이 다시 가로막았다.
고토의 부대는 천명 이하로 줄어든 상황.
사천명대 천명의 싸움.
거기에 주변 영주까지 끼어들며 고토의 부대는 완전히 포위되었다.
“죽여라! 적장을 죽이면 은 10관을 주겠다.”
도도의 외침에 병사들의 눈이 빛났다.
징집창병 사이에서 지휘하던 사무라이들이 앞으로 나서 싸울 정도.
전진이 막힌 고토군은 사방에서 들어오는 창에 빠르게 녹아내렸다.
대략 이만 가까운 적을 보며 도저히 뚫을 곳이 안보이던 고토가 소리쳤다.
“지금이다!”
콰콰콰쾅!
300문의 천자화통이 다시 불을 뿜었다.
화포 가까운 곳은 조란탄에 피보라가 잃었고, 멀리는 화포 알에 열 명 씩 몸을 박살냈다.
하필 화포 가까이에 부대가 있었던 도도는 큰 충격을 받았다.
또 천명 가까이 날아갔다.
“이... 이런. 죽여! 죽여랏!”
이번엔 변수가 없었다.
포위망은 완성되었고, 포병대는 방패를 잃었다.
고토군은 한명도 남김없이 몰살당했고, 아카시의 부대는 화포에서 손을 떼 창을 잡았다가 빠르게 녹았다.
아카시는 이천 명의 포병이 녹는 사이, 가져온 화약을 모조리 쌓아올렸다. 그 위에 좁쌀탄과 화포알을 모조리 올렸다.
어차피 뺏기느니.
콰콰쾅!
남은 병사가 열 명 이하가 되었을 때 아카시는 미소를 지으며 불을 붙였다.
사방에서 포위하고 다가오던 적 천명 이상은 죽었겠지.
애석하게도 아카시는 그 광경을 볼 수 없었다.
오사카 남쪽 해안에 상륙한 조선군은 부대별로 모여 전진했다.
조선군은 최후방. 그 앞에 항왜가 앞장섰다.
총알받이로 쓴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았다.
최전방에는 곤룡포를 입은 광해가 앞장섰기에.
말을 타고 천천히 전진하던 광해는 멀리 오사카성 천수각에 불이 붙은 것을 보았다.
내성 가장 깊은 곳까지 전투가 벌어졌으면 간당간당 하다는 뜻.
“나 먼저 간다. 작전대로 움직여라.”
광해는 말을 박차 앞서 달렸다.
붉은 곤룡포를 입은 광해는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센다이의 대영주 다테 마사무네는 단기로 달려오는 광해를 알아봤다.
“저자가 조선 국왕 맞지?”
“맞습니다. 저 놈이 틀림없습니다.”
과거 포로해방 때 함께 해방되었던 참모 하세쿠라 츠네나는 확언을 줬다.
다테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저 자식. 왜 하필 나만.”
광해는 임란의 원흉이라며 다테의 영지와 가토의 영지에 사는 이는 모두 죽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기간 동안 조선군의 약탈이 가장 심했던 곳도 이 곳이다.
가토는 임란당시 선봉장이었고, 가장 큰 활약을 했으니 이해하겠는데, 자신은 왜 그런 취급을 받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맞아도 맞는 이유나 알아야 덜 억울하지 이유도 모른 채 다 죽여 버리겠다고 하니 왠지 서럽고, 센다이의 백성들이 이웃영지로 도망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피가 끓고, 주변 영주들이 자신이 이미 망한 것처럼 딱한 시선을 보낼 때마다 너무 분했다.
“죽여라. 죽여 버려! 기마 철포대를 보내라!”
기마 철포대는 일반 병사보다 유지비가 열배가 비싼 부대로 각자에게 말 한필과 조총 한정이 주어진다.
다테의 자랑이며 야마토 최강의 부대가 출진했다.
- 작가의말
다테 : 임란때 나 더럽게 못싸웠는데 왜 나만 때려 억울해!
가토 : 내가 친도요토미계열 1인자인데 왜 나만 때려 억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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