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체르노젬 대회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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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이 한창 확장을 할 때 호라즘 제국을 멸망시킨 몽골군은 몽골에 서신을 보내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지시를 기다리면서 심심했던 그들은 보급을 위해 주변국을 공격했는데, 이때 조지아와 크림공국 등 수많은 나라가 박살났다.
난데없는 기마군단의 등장에 충격을 받은 동유럽은 키예프 공국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헝가리 등이 연합해 맞서 싸웠다.
키예프 연합군 8만이 몽골군 만오천에 전멸했는데 이 때 몽골의 전술은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었다.
도망갈 길을 만들어주고 이후 200km를 추격해 끝까지 전멸시켰다.
몽골군이 돌아가고 10여년 후 러시아에 재밌는 기록이 전해진다.
-칼가강 전투에서 아군이 전멸했는데 우릴 공격한 적이 누군지 아직도 모르겠다.
누군지도 모를 적이 어디선가 나타나 전멸시키고 그냥 떠난 것이다.
채챙. 채챙. 채챙.
개떡이의 본진에서 복잡한 신호가 올라온다.
광해의 외침에 적도 초원기사단의 등장을 눈치챘고, 일제히 후퇴를 시작했다.
동시에 개떡이의 지시도 내려왔다.
징과 깃발을 이용한 신호는.
“기병을 전멸시켜라! 보병은 무시해라.”
칸국진영 후방으로 들어온 기병을 공격하라는 것이다.
광해의 큰 목소리는 칸제국군 모두에게 들렸다.
깃발 신호보단 목소리가 빠르지.
참호와 철조망 뒤에 숨은 보병이 일어서고, 기관총 사수와 보조들이 묵직한 기관총과 탄약을 들고 헥헥거리며 달렸다.
기병의 퇴로를 향해 달리며 기관총을 설치하고 광해이포를 설치한다.
광해의 친위대도 기관총을 들고 달려야 했다.
“칸제국의 연합군이여. 적 기병을 죽여라.”
승리했다는 확신이 전해지자, 벌벌 떨던 오스만 군과 크림칸국군 우크라이나 징집병들이 용기와 힘을 얻었다.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기사를 끌어내린다.
중갑 기병의 공포는 일제 돌격할 때 나온다.
온몸에 40kg 쇳덩이를 두른 기사는 그 자체가 흉기지만, 속도를 잃으면 굼벵이처럼 느리고 무기를 든 팔만 겨우 휘두르는 나무늘보다.
현대 군인이 40kg 완전무장을 하고 태권도로 싸우면 얼마나 싸울 수 있을까?
이 시대 기사들은 현대인보다 영양상태가 부실하다.
기사소설의 과장 왜곡을 지우고 나면 기사는 말의 힘에 끌려 다니는 화살 막는 방패일 뿐이다.
창을 백번 휘두르면 온몸의 근육이 파업해 말에 실려 다니는 고물덩어리가 된다.
일반 보병이 할버드 같은 낫으로 기사를 당겨 떨구면 혼자 일어나지도 못하고 버둥거리다가 갑옷 틈으로 찔려 죽는 지렁이가 된다.
마갑과 중갑기사를 태운 말은 사람 둘을 태운 무게를 버텨야 했고, 격렬한 돌진으로 금방 힘이 빠져 맨몸보병이 달리는 속도밖에 못 낸다.
징집병들이 집요하게 달려드는 사이 지쳐서 느려진 기마부터 하나씩 낙마했고, 그들을 뿌리치는 사이 곳곳에 기관총이 설치되어 후퇴를 막았다.
멀리 돌아가려 해도 갑자기 땅이 파이며 발을 잡는다.
그렇게 시간을 끄는 사이.
“충! 대칸을 뵙습니다.”
“적이나 잡아라. 기마부터!”
“예. 전원 돌격! 근접전을 펼쳐라.”
가벼운 무장에 주로 활을 날리며 싸우는 초원기사단.
준비되지 않은 적을 상대로 무적의 성과를 보여주지만, 윙드 후사르 같은 정예 중갑기병엔 피해를 줄 수 없다.
활을 놓고 창을 잡은 기병은 빠른 속도로 뒤에서 따라붙었다.
적 기마가 경갑옷 초원기사단보다 느려서 가능한 일이다.
5만에 달하는 초원기사단은 날파리떼처럼 붙었다 떨어지며 말 엉덩이를 찌르는 식으로 하나씩 낙오시켰고, 말에서 떨어진 쇳덩이는 물밖에 나온 붕어처럼 버르적거리다 죽었다.
본격적인 화약의 시대가 열린지 200년.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마지막 기사단이 자기 무게에 짓눌려 죽었다.
집요한 추격 끝에 지친 말의 발이 멈추는 순간 그 유명한 윙드 후사르가 전멸했다.
“적 본진을 추격하라! 단 한명의 적도 살려두지 마라.”
보병 4만, 기병 2만이 뭉친 폴리 연합군.
보병 만 명이 칸제국 참호진에 갈렸고, 후방을 친 기병은 초원기사단에 전멸 당했다.
나머지는 허겁지겁 도망가고 있지만,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정충신의 경기병 5만이다.
칼가강 전투 이후 200큰보를 추격해 끝끝내 적을 전멸시킨 몽골군.
초원기사단은 그런 몽골군을 그대로 따라 만들었다.
활을 쏘고.
뭉쳐서 싸워보려 하면 무시하고 지나쳐 불을 지르고.
우크라이나의 체르노젬 평야에 기병의 발을 묶을 산성은 없다.
도주하다 죽고.
저항하다 흩어져 죽고.
최후방에 있던 일부 귀족만 말을 타고 도주했을 뿐 6만여 연합군은 거의 전멸했다.
전장을 정리하는 동안 광해는 크림칸국의 수도로 이동했다.
그곳에 신성로마제국과 오스만 제국, 크림칸국의 대표가 모여들었다.
백관 주용현이 쓸데없는 외교수사를 늘어놓은 후 지도를 펼쳤다.
흑해 북부와 카스피해 북부를 선으로 쭉 긋는다.
그 선을 동쪽으로 연장하면 아랄해 북부와 발하슈 호 북부가 연결된다.
마치 그린 것처럼 같은 위도에 바다와 호수 북부가 나열되어 있다.
“칸 제국은 고비사막을 넘어 발하슈 호까지 왔소. 이 선을 기준으로 보급로를 연장하고 있소. 아국은 이 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생각이오.”
이 선은 철로가 연결될 선이다.
철로 주변 200큰보 가량 영역을 그리자 그게 칸제국의 영토가 된다.
물론 아직 점령하지 않은 땅이다.
“그리고 우랄산맥의 동쪽에서 러시아를 몰아낼 생각이오. 이를 위해 모스크바를 점령할 것이고.”
아랄해에서 북쪽으로 선을 쭉 그으면 우랄산맥이 나온다.
칸국의 영토기준은 우랄산맥 동쪽이 된다.
현재 러시아는 시비르 칸국 등 우랄산맥 동쪽 일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데 거기 사는 러시아인은 10만 이하다.
러시아에게 할양받고 몰아내면 된다.
그러면 러시아에게 수탈당하던 시비르 칸국 원주민, 시베리아인들은 자동으로 충성할 것이다.
“칸 제국은 키예프 주변 평야와 볼가강 하류 평야를 얻는 것으로 만족할 셈이오. 나머지는 알아서 분할 하시오.”
주용현의 말이 끝나자 오스만과 로마제국의 대표는 서로를 쏘아봤다.
지금이야 동맹이지만 칸제국의 위엄에 의한 일시적 동맹이다.
예전부터 발칸반도를 두고 치열하게 싸워온 두 나라는 절대적 원수다.
“우크라이나 서쪽과 벨로루시를 얻겠다.”
“가만. 그러면 우리가 진출할 땅이 없는데? 우리에게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주시오.”
“시끄럽다. 북해에 발을 들일 셈이냐?”
“우크라이나 서쪽을 댁이 차지하면 우린 어디로 가란 말이오? 헝가리를 차지하고 빈으로 갈까?”
광해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봤다.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지.
신성로마제국과 오스만제국의 사이가 좋으면 훗날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슬람교와 가톨릭교의 지배를 받는 종교제국 둘이 박 터지게 싸워야 칸제국의 안전이 보장된다.
둘의 싸움에 오스만 제국의 속국 크림 칸국은 끼어들지 못했다.
주용현은 그를 보고 넌지시 말했다.
미리 약속된 수순이다.
“이건 강요가 아닌 제안인데, 아국의 영역과 겹치는 부분이 있지 않소?”
주용현이 짚은 땅은 드네프르 강 하류지역이다.
세계적 곡창지대이며 자그마한 크림 칸국이 50여 년 전 모스크바를 불태울 수 있었던 원동력.
“이 땅을 우리에게 할양하고 여길 얻는 건 어떻소?”
다음으로 짚은 곳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땅으로 캅카스 산맥이 있는 지역이다.
체첸, 아제르바이젠,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이 있는 현대의 화약고.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땅으로 민족과 종교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훗날엔 석유 때문에 주변국의 간섭도 심해 영원히 고통 받는 분쟁지역이다.
떫은 감이라 먹기 싫다.
“하오나. 여긴 러시아와 페르시아 제국의 영역인데.”
“돕겠소. 군대를 지원해 주겠소이다. 일단 차지하고 그 후에 영토를 교체하는 건 어떻겠소? 10년 후에. 페르시아 제국이 반격한다면 향후 50년간 무한 지원을 약속하고.”
선불이란다.
지금보다 세배 이상 넓어지는 영토.
흑토평야를 지키기 어려우나 크림반도와 캅카스 산맥을 중심으로 한 방어는 꽤 편하다.
크림 칸국의 칸은 반색하면서도 오스만 제국 대표의 눈치를 봤다.
현재 오스만 제국의 번국이기에 자기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제 마음대로 정할 수 없습니다.”
“당장 정하라는 게 아니오. 가서 술탄과 상의해보시오. 우리는 그저 제의했을 뿐이오.”
이후로 오스만과 신성로마제국이 치열하게 침 튀기는 말싸움을 했지만, 영토분할은 마음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테이블에서 제멋대로 선을 긋는 것과 상관없이 군대는 점령을 시작했다.
징집병을 최소화하고 직업군인과 용병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유럽군은 같은 숫자의 동양군보다 강하다.
동등한 숫자라면 1.5배 이상 강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정예병이 사라진 후엔 형편없이 약해진다.
새로 병사를 뽑아 훈련시키는데 최소 1년 이상 걸린다.
민란을 두려워해 무기 비슷한 걸 뺏고, 농기구조차 몰수하는 세상이니 부랴부랴 징집병을 모아봤자 비쩍 마른 농노들은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진짜 걷지도 못한다.
제발 도망만 가지 말고 차라리 겁에 질려 발이 굳어서 자리만 지켜도 다행이다.
그렇게 끌어들인 농노로 칸제국군을 막을 수 없다.
5만의 초원기사단이 우크라이나에 흩어졌다.
애초에 붉은 바람이 불어 기사와 귀족들이 죽은 땅이다.
이 땅에 자발적인 바람이 분 이유는 북방에서 내려온 타국 귀족들의 가혹한 수탈 탓이었고.
억지로 징집당한 병사들은 칸제국군을 환영했고, 따로 보급대를 운용해 약탈을 하지 않는 초원기사단은 구원자가 되었다.
수도 바르샤바에서 활동하다가 부랴부랴 달려온 지역귀족들은 농노들에게 배신당해 죽고, 초원기사단의 줄기찬 화살세례에 쓰러졌다.
체르노젬 대회전 이후 3개월 만에 키예프가 무너졌고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했다.
광해는 따로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해방한 지역별로 농노들을 모으면 가서 종교 활동을 해준다.
난리통에 굶은 이들에게 식량을 나눠주고, 다친 이들을 치료해주고 때마침 돌고 있는 전염병을 치료해준다.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가톨릭과 이슬람 대신 광해소망교는 진짜로 기적을 보여준다.
내 백성이 될 이들이니 확실히 은혜를 심어줘야지.
저념병을 고치시능
과해닝께 소마하세여~
먹을거를 주는
과해닝께 소마하세여~
어설픈 한국어 찬송가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울려 퍼진다.
“오늘은 어디냐?”
“지브롤터 가는 날이야.”
종교활동을 하면 마력이 늘어난다.
수탈당하던 우크라이나 농노들도 은혜를 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지브롤터에 쌓인 석회석과 철근으로 댐을 연장하고 가족들과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동칸 가자. 전염병이 크게 번졌대.”
로키산맥을 통과한 동칸은 거침없이 영역을 확대했다.
미국 중부 평야의 수많은 민족과 협상하고 물건을 뿌리는 동시에 철로를 바둑판에 선 긋듯 가로 세로로 촘촘하게 연장하고 있다.
철로가 연장되는 대로 자재가 실려와 목장과 농장을 조성한다.
원주민을 모아 전염병을 고치고 신의 기적을 보여주고 광해소망교를 퍼트린다.
“오늘은 어디냐?”
“키예프. 종교활동하재.”
“내가 시발 황제인지. 아바타인지 모르겠다.”
“아잉. 세계 최고의 황제십니다. 딱히 힘들 건 없잖아. 사람들이 고마워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그렇긴 하지만 조종당하는 기분이라 좆같은걸?”
“그럼 형이 통신하면서 직접 일정 짤래?”
“그럴까? 아무 일정도 안 짜면 되나? 좋군.”
“죄송합니다. 일정은 이 모비서가 짜겠습니다.”
군인은 영토를 확장하고 윤선도는 목장과 농장을 짓고 광해는 소망교를 확장시킨다.
그리고 남아있던 갑사들이 금의환향했다.
- 작가의말
기사의 몰락을 너무 극단적으로 쓴 것 같은데요..
중갑기병은 이후로도 쭉 활약합니다
완벽한 진형과 무기를 갖춘 적이 아니라면 여전히 중갑기병은 강합니다
기마대는 1차대전 철조망과 기관총에 녹으면서 사라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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