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겸 반성문
순도 100% 픽션입니다
원래 글을 구상할 때가 가장 신나요.
이거 재밌겠는데? 이거 어떨까? 이거 이렇게? 오홋.
막 이래요
광해를 구상해봅시다. 처음 구상은 10년 전 쯤에 했다가... 잊었다가 5년 전쯤 했다가 잊었다가 막 이러다가 재작년 쯤 우다다다 구상 했어요
우선 넣고 싶은 걸 뽑아봤어요
1 사상을 넣자
귀족주의의 장단점.
절대왕권의 장단점.
자본주의의 장단점.
귀족주의가 자본주의로 교체된 이유*중요
종교.
공산주의 자본주의 개인주의 선거의회주의 장단점과 차이 등등등
이걸 쓰고 싶었죠.
이걸 과연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그냥 주장문으로 쓰면 아무도 안 읽을 테니 소설인척 속여서 손님을 끌고 싶은데...
그래 역사소설로 가자.
그래서 대체역사소설로 정해집니다
언제가 좋을까?
음.... 선조말. 일본전국시대의 네임드가 있고, 명청교체기의 네임드들도 있고, 아직 유럽 약하고 30년전쟁으로 유명한 부대와 인물도 많고 달타냥과 삼총사도 요때고 딱 좋네.
그래서 광해의 시대로 정해집니다
이러니 넣을게 추가되었습니다
2 내 생각에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싶다
중세 조선과 중세 유럽의 동등한 비교.
역사적 과장을 싹 뺀 날 것 그대로의 생활상
아놔 비누 시발 먹을 것도 부족한데 어떻게 만들어.
기술 발전 순서.
전쟁기술, 무기의 스펙과 한계
과대포장 지우기
등등등 넣고 싶은 걸 마구 뽑았어요
3 인물평가도 하자
임경업은 초딩같은데 왜 위대한 장군이라 불리지?
최영은 시발놈인데... 이괄도 병신아닌가... 왜 사람들이 좋아하지?
링컨은 그냥 쓰레기잖아.
원균의 제사에 현대 평택시의 세금을 지원한다고? 미쳤어?
최명길 정도면 훌륭한 거 같은데 왜 아무도 모르지?
허균 졸라 골 때리는 놈이네. 웃긴 캐릭터야
이런 저의 평가를 소설에 녹여 넣고 싶었습니다.
너무 많은 거 같은데?
어... 일단 구상이니까 구상만 해보자.
원래 글은 구상할때가 제일 재밌거든요
제 폴더에도 그냥 어?하고 생각나서 제목만 쓴게 스무개가 넘거든요
그러니까 구상만 해봅시다.
이초란-사법연수원
산남대군-귀족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 feat,링컨
이런식으로 짜봤어요
짜고 나서 보니까.
어휴. 한숨만 나와요
일본을 식민자본주의로 잡아먹는 것만 다뤄도 300화 잡아 먹는데 저 모든 걸 넣으려니 900화 넘겠어요
일단 제가 900화를 쓸 자신이 없고
900화 가기 전에 1명도 안 봐줄 거 같고...
그럼. 뭘 빼지?
......여기가 갈림길이었습니다.
사실가장 무난한게 일본정벌만 다루는 거에요
조선을 장악하고 일본을 공격해 식민자본주의의 개념을 전하면서 완벽한 노예국가로 만드는 스토리.
사람들도 좋아하고 호쾌하고 어우 좀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수탈하는 이야기.
소설로써 마무리 되려면 그렇게 했어야 해요
그런데 제 개인적인 사정을 섞었습니다.
옛날옛날에 똥얘기 난무하는 이야기를 출간한 후로 완결이 없었고, 오랜만에 글을 쓰다가도 연중하기가 일쑤였어요
욕먹고 혼나고 글을 접으면서 항상 반성하던 게 제가 욕심이 많다는 거에요.
이야기가 재밌어야 하는데 자꾸 개인적인 헛소리를 소설에 섞으려 하니까 글이 재미없어지는 거죠
그래서 욕심을 빼기 위해 아예 모든 욕심을 여기에 다 쏟아버리기로 했습니다.
위에 말한 것 몽땅.
내가 말하고 싶은 과거역사와 현재한국과 미래예측까지 몽땅 넣기로 했어요
그를 바탕으로 설정을 짜 봅니다.
일단 글이 너무 방대하니 분량을 줄여보자
뭘 줄일까? 글의 위기와 긴장을 줄이자.
광해에게 댑따 센 힘을 줘서 편하게 정복하자.
그래서 광해가 마왕의 권능을 얻었습니다.
어? 그런데 광해가 진취적이면 개연성에 문제가 생긴다.
이러니 광해를 게으르게 만들자.
이리하여 게으른 광해가 탄생합니다.
쉽게 발전하려면 현대지식이 필요하구나
모현성을 데려와 현대 지식을 넘겨주자
이리하여 모현성이 나왔습니다.
분량을 줄이기 위해 캐릭터도 단순화하자
덕분에 광해와 모현성의 심리 외에 나머지 인물은 평면적으로 고정됩니다.
그러고도 인물이 너무 많아요 할 말이 많다보니 해미댁 페르난디트 등 너무 많은 인물이 필요해요
그래서 하나씩 죽이기로 설정을 잡아요
모현성은 현대지식 전수하고 죽기.
이초란은 사법연수원 말한 후 죽기.
밀주는 인종갈등에 휘말려 허무하게 암살당하고
캬. 졸라멋져. 완전 삼국지 같애. 돌에 깔려 죽은 손견만큼 허무해.
이런식으로 글 속의 캐릭터를 적절히 죽이려다가...... 모현성 죽였을 때 오지게 혼나고 리메이크 했읍죠. 크흑
어쨌든 글의 구성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눕니다.
광해가 위화도 전투로 명나라에 승리할 때까지가 과거. 이후는 현대 한국까지 오는 과정. 그리 결말 부분에 짧게 미래예측.
이렇게 얼개를 짜 보니 대략 350화 완결이 가능하겠더라고요.
써 봅시다.
모현성 죽였다가 너무 혼나서 멘탈이 가루가 된 후 모현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글을 써봅니다.
역시나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소설이 탄생했습니다.
워낙 후반부에 사상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주인공을 최대한 가볍고 게으르게 만들고 스토리를 최소한으로 줄였더니 초반부 매력이 없어요
묘사도 최대한 줄이고 사건에 대한 스토리도 최대한 단순히 했더니 제가 다시 읽어도 흡입력이 부족해요
그래도 목표는 완결.
이번글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몽땅 쏟아내야 다음부터 오직 재미만을 위한 소설을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즉 여기까지 와주신 여러분은 제 욕심버리기의 희생양인거죠
내용상 유료화 했다간 고소미 맞을거 같으니 포기하고 개연성만 적당히 신경쓰며 진행했어요
그러다가 사법연수원 편. 현대비판이 시작되는 곳으로 160화즈음이겠네요
연재 100화 쯤에 160화를 썼는데 거기서 현자타임이 왔어요
사법연수원... 이거 용납될까? 돌 맞아 죽는거 아니야? 음... 그보다 이걸 받아들인 독자라면 더한 것도 받아주겠지? 아고 힘들다..... 이런 현타가 왔죠
거기부터 분량을 줄이기 시작했어요
사법연수원에서 소설로 보던 사람들은 분노해서 다 떠날거같다
만약 사법연수원편을 용납해주는 사람이라면 좀 더 강한 주장도 받아줄 거 같다
어차피 왠만하면 참아주고 따라 와줄 분들이라면... 곁다리로 붙은 스토리들을 줄이자.
현타가 와서 빨리 완결짓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도요토미 히데요리와 도쿠가와 센히메의 슬픈 사랑이나 채유진의 가슴아픈 사랑 같은 건 죄다 스킵.
전투도 무기의 차이와 실제 전투에서의 새로움이 없으면 스킵.
스토리를 계속 스킵스킵 하니까 뒷부분에 와선 이게 소설인지 모현성 연설문인지 모르게 되었어요
특히 유럽편은 너무 많이 스킵 했네요
마지막 전투가 되어야 할 체르노젬 전투는 원래 세계대전급으로 구상했었는데 스키입...
죄송합니다.
반성합니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훗날 고소 안 당할 강도로 유료화 하게 된다면 재밌게 쓰겠습니다.
마지막 부분엔 모현성의 연설로 가득 찬 소설인척 하는 자기주장문이 되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완결을 봐서 기쁘네요
이제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어요
앞으로 글 쓸때 욕심 쫙 빼고 개연성 버리고 클리셰 쫙쫙 넣어서 읽는 자체로 즐겁고 시간가는 줄 모르는 글을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솔직히 이번글은 결말부터 촘촘히 짜고 시작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특히 모현성놈이 하는 말 정리할때가 힘들었죠
벌써 다음에 쓰고 싶은 글을 막 구상하고 있어요. 원래 구상할 때가 가장 즐겁거든요
주제는 미래화폐세계의 예측... 이지만 그냥 생각없이 돈지랄하면서 놀러다니는 재밌는 얘기를 구상중입니다
언제 시작할 지는 모르고 선호작 쪽지는 절대 안 보냅니다~
작은 책으로 12권 분량. 읽는데 대략 20시간의 시간.
제가 여러분의 인생에서 소중한 이틀의 시간을 빼앗앗군요
재미없고 지루하셨고 본인의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자꾸 들으면서 짜증나셨을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던진 수십가지 주제 중 동의하는 게 있으셔도 말도 안된다고 화내실 부분도 많았을텐데 글을 읽으며 화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글의 초반에 후원 금지를 적은 건 초반에 마음에 들더라도 후반에 분노할 메세지가 나올 테니 기다리시란 뜻이었습니다
실제로 초반에 좋은 댓글 주시다가 어느 순간 화내고 떠나신 분이 많았죠
그래도 다행인 게 첫화 대비 선작수가 10:1이나 되서 기뻐요
개인적으로 첫화 보신 분 100명 중 한명만 남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이다
이거면 첫화를 10만명이 보면 선작 1만명이란 말이잖아요! 엄청나요!
항상 말없이 추천을 눌러주셔서 아직 더 질러도 되는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셔서 정말 고마웠고 그동안 응원해주신 댓글 덕에 완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어.... 그리고 여기까지 읽었으면 이제 글이 마음에 들었던 만큼만 후원 눌러도 됩니다
집사줭. 섬사줭. 나라사줭.
아. 제가 댓글패티쉬가 있으니 댓글 하나라도 달아주신 분은 후원 누르지 마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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