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 이건 그냥 영국처럼 되지 말자고 하는 말이야
순도 100% 픽션입니다
11년 8월. 이괄을 북칸개척단 단장으로 임명한 후 예서와 함께 첫발 마을로 복귀했다.
매너를 지키기 위해 황후의 얼굴 한번 보고 돌아서니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캘리포니아 평야를 중심으로 칸국의 영역은 계속 확장하고 있고, 개척단의 숫자는 사만 명을 넘어섰다.
인디언 중엔 칸국에 저항해 전투를 선택하거나 멀리 떠난 부족이 십여 개고, 협조하는 부족은 이십여 개 삼만 여명으로 늘었다.
그 많은 부족이 전염병에 시름하고 있었다.
“아놔 이 개복치들.”
“예? 물고기 이름입니까?”
예서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칸반도에선 모기에 물려 가볍게 긁고 말 일이 여기선 무시무시한 전염병으로 발전한다.
칸반도에서 천연두급 공포를 안겨줄만한 전염병이 여기엔 셀 수 없이 많다.
유라시아 모든 병에 면역이 없다는 것은 모든 병이 다 치명적이라는 뜻.
두발마을로 환자가 수송되는데 광해가 자리를 비운 사이 꽤 많이 죽었고, 치료를 기다리는 이가 수천 명이다.
“으으으.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칸.”
“크흑. 어머니가...”
치료해주면 고마워한다.
광해소망교에서 부족한 언어전달력으로 소망을 계속 설파했다.
치료받길 강하게 소망하면 치료받는다.
동칸 원주민은 사람이기에 말뜻을 이해했고 소망할 줄 안다.
치료에 드는 마력보다 치료하고 얻는 마력이 더 크다.
그래도 너무 잦은 거 아니니 너희들.
-그렇지? 힘들지?
“야. 딴 일을 못하겠다.”
-철도 만드는 거 하루 일하고 보름 논다며? 그냥 일해.
마력 500만을 유지하며 설렁설렁 일하고 있다.
마력이 쌓이면 하루 일하며 다 쓰고 다시 마력을 모으느라 한참 쉰다.
“그 쉬어야 할 타이밍에 환자 치료만 하고 있다. 내가 황제인지 의사인지 모르겠다 이제.”
-귀찮으면 죽게 냅두든가. 링컨처럼 부대를 이끌고 다니며 인디언 사냥하고 다니지만 않으면 양심은 덜 찔리겠지.
그렇게 말하면 치료하지 않을 수 없잖아.
“됐고. 면역은 언제쯤 생길까? 이렇게 바로바로 치료하면 면역이 생기지 않으니 영원히 반복하는 거 아니야?”
-음. 면역이라는 게 애매하긴 한데...... 일단 천연두로 90%가 죽었다는 건 와습* 새끼들의 개소리야. 영국 계 학자들이 세계를 주도하게 되면서 지들이 인디언 학살한 걸 최대한 숨기려고 균으로 과장한 거지. 그나마 볼만한 통계가 아즈텍이야. 스페인이 멕시코와 접촉하고 백년 후 원주민 인구가 1/4이 되었어.
“병으로 3/4가 죽었다고?”
-아니지. 백년 간 1/4지. 인구 탄력이 있잖아.
“인구는 식량한계까지 그거?”
-어. 우수수 죽으면 슬퍼도 일단 농경지가 남아도니 아이들이 여럿 자라고, 또 우수수 죽으면 슬픔 속에 여럿 자라고 이걸 반복하면서도 1/4이 된 거지. 물론 병만이 문제가 아니야. 스페인의 가혹한 노예노동으로 제대로 못 먹고 고생한 것도 있지. 대략 전 인구의 절반 죽고 약간 회복하고 또 절반 죽고 늘고 이걸 반복했겠지.
“북미 쪽도 그렇게 되겠네. 여기 인구가 몇이지?”
-학자마다 다른데 최소 500만. 평균 1000만.
“그거밖에 안 돼?”
-그런데 이건 영국계 역사학자님들 말씀이셔. 이 새끼들도 졸라 불쌍한 게 지들 조상의 학살을 어떻게든 포장하는 게 일이거든. 얘들 직업은 역사를 기록하는 게 아니라 역사를 조작, 왜곡, 변조하는 게 일이야. 형 생각을 해봐. 멕시코 전체도 아니고 멕시코 중부 황무지를 지배하던 아즈텍의 인구가 500만이었어. 그런데 북미 풍요로운 땅에 살던 인디언 전체가 오백만이라고? 미친새끼들. 역사는 절대 그냥 읽으면 안 돼. 읽고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한 후 왜곡점을 찾아 진짜 역사를 스스로 찾아야 해.
“...... 그래. 인구는 식량한계까지 증가하니까.”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땅에 사는 인구가 천만 일 리 없지. 난 대략 5000만으로 생각하고 있어.
“졸라 많네.”
-그래도 최대한 살려보자.
“...... 어떻게.”
-당장은 페니실린밖에 없지 뭐. 수많은 병을 막으려면 잘 먹여서 버티게 만드는 게 최우선이고. 그래서 콘벨트 먼저 장악해야 하지.
인디언들이 면역력을 갖추기까지 칸국도 고생해야 한다.
잘 먹여야 체력으로 병을 버틸 텐데 오천만을 잘 먹여야 하다니.
-그래도 조금만 버티면 그 인구가 전부 칸국의 노동력이 돼. 중앙아시아와 북미 전체를 경작할 인구가 되는 거지.
“그래. 두 세대만 버텨내면 고스란히 내 백성이 되겠지. 후우. 영국은 왜 다 죽였을까?”
-그거야말로 자본주의의 단점이야.
이 새끼 또 개소리 시동 거네.
“어 끊어.”
-아 잠깐. 잠깐. 궁금하지 않아?
“안 궁금해.”
-궁금해서 잠 못 잘걸? 새벽에 나 깨워서 물어보고 싶을걸!
“거기는 지금이 새벽 아니냐?.”
-크크큭. 어쨌든 끊지 말고 잘 들어봐. 스페인은 중남미에 진출했어. 멕시코와 페루 위주로 점령했고, 원주민을 교육하고 계급을 만들어서 협력하는 원주민을 앞세워 통치했지. 그를 통해 엄청난 부를 이룩했어. 영국도 똑같이 할 수 있었어. 원주민을 종족별로 분열시켜 계급을 만들어 하층 원주민을 노예로 만들어 경작할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안 그랬을까?
“니가 말했잖아. 자본주의 때문이라고.”
-어? 어어. 그랬지. 쳇. 어쨌든 영국은 왜 그랬을까? 남미 쪽 보면 라틴과 인디언의 혼혈이 최다인종이 되었는데 북미는 혼혈종족이 아예 없어. 영국애들은 너무도 순결하고 성스러워서 인디언과 섹스하거나 강간하지 않은 걸까?
“그것도 자본주의 때문이냐?”
“아니면 영국애들은 진정 살육에 미친 피에 절은 악마의 종족일까? 굳이 인디언을 죽이고, 서아프리카에서 흑인을 잡아다가 아메리카까지 수송해서 노예로 삼아야 했을까? 왜 그랬지? 인디언이라도 묶어놓고 패면 시키는 대로 말 들어. 그들도 사람이니까. 그런데 왜 굳이 인디언을 죽이고 굳이 흑인을 가져왔을까? 비용을 생각하면 누가봐도 분명 손핸데.
“어...... 스페인 점령지처럼 인디언의 숫자가 많아서 주도권을 뺏길까봐?”
-걔들이 그렇게 길게 생각할 거 같아? 당장 코앞의 살인만 보지.
“그럼 뭔데?”
-스페인은 절대왕정이었어. 그 어느 때보다 국왕의 힘이 강할 때였지. 그 국왕이 명령했어. 가서 정복하고 황금 캐 와라. 왕의 입장에서 원주민이 죽든 말든 상관없었어. 그저 금만 벌어오면 칭찬하고 상 주는 구조였지.
“영국도 엘리자베스 여왕 때 아니야? 졸라 쎈 여왕.”
-일단 영국을 알려면 걔들의 역사조작부터 벗겨내야 해. 일단 영국은 졸라 약소국이었어. 아시아로 치면 대만과 비슷해. 유럽의 일부지만 섬으로 떨어져 있었고, 위도는 파리보다도 높아. 영국 북부의 위도는 알래스카 남부의 위도와 같아. 이러니 일조량은 더 적고 작물 생산량도 더 적지. 즉, 더럽게 못사는 북극 근처 땅이고 농사가 힘든 쓸모없는 섬이었어. 그래서 백년 전쟁 전까지 병사 1만도 동원하기 힘든 그냥 미개한 도시국가들이 있는 땅이었어.
“백년전쟁 들어봤다. 영국 프랑스 전쟁이지?”
-어. 그런데 그건 영국이 주장하는 역사왜곡이고, 정확히는 노르망디 공작의 프랑스 왕 계승다툼이 맞아. 노르망디 공작이 결혼 답례와 상속 등으로 한 때 프랑스 국토의 80퍼를 차지하면서 프랑스왕이 될 욕심을 갖게 되었거든. 그런데 노르망디 공작 가문은 300년 넘게 대대로 영국의 국왕도 겸하고 있었어. 실제 영지의 가치는 영국보다 노르망디 지역이 더 부유했고.
“즉 영국은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다?”
-어. 그냥 좃병신. 프랑스 일개 영주가 겸사겸사 갖고 있던 식민지. 즉 백년 전쟁은 영프 전쟁이 아니라 프랑스의 강한 영주가 프랑스 왕이 되려한 내전. 여기서 영국은 곁다리로 붙은 식민지였지. 실제 영국의 지배층은 프랑스에 살았고 영어도 몰랐지.
“너 그냥 영국을 욕하고 싶은 거 아니야?”
-그런 것도 있지. 어쨌든 백년전쟁을 통해 프랑스 쪽 영지를 뺏긴 노르망디 일가는 이제야 영국에 살게 돼. 백 년 동안 전쟁에 승리해보려고 영국 쪽 식민지에서 병사와 식량을 뺏어왔는데 프랑스 영지를 잃으면서 나 이제 영국에 집중할게~ 이렇게 된 거지. 이게 15세기 중반. 조선시대가 시작하고 백년 후인데 이제야 영국이란 나라가 시작된 거지. 그전까진 한반도 삼국시대 초기 수준의 개허접 등신국가였고. 어쨌든 이렇게 시작되었는데 영국 국왕은 시작부터 백년 전쟁을 통해 많은 빚을 졌어.
“누구한테?”
-영국에. 프랑스 영주로써 싸웠는데 영국에서 병사를 뽑아냈잖아. 그때마다 영국출신 귀족들은 하나씩 왕권을 요구했고, 결국 백년전쟁 후의 영국은 국왕이 신하보다 약한 이상한 나라가 되었어.
“그거 특이하네.”
-그치. 다른 지역 같으면 이성계 같은 놈이 나타나 허수아비 죽이고 직접 왕을 할 텐데 유럽은 핏줄과 귀족의 급이라는 것 때문에 마음대로 죽이지도 못해. 프랑스 왕 모가지가 잘린 순간 프랑스 내전이 나폴레옹 대전으로 변한 것처럼 주변국이 끼어들거든. 덕분에 신하들이 모여서 의회를 만들어 회의해서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고 국왕은 거수기 역할만 하는 이상한 나라로 전락하지.
“그게 혹시 선거의회주의냐?”
-그치. 영국은 이걸 최초의 민주주의라 포장하고.
“아니지. 그리스가 최초잖아.”
-아놔 형. 사람이 아무리 순진해도 바보는 되지 말자. 초기 신라도 경주지역 평등한 6가문이 모여서 평등하게 의사를 결정하고 왕도 가문마다 돌아가면서 배출했어. 이게 민주주의야? 그리스의 아테네도 다른 여러 도시국가를 정복하면서 아테네의 결정을 정복당한 노예도시가 따라야 했어. 신라와 똑같이. 시발 이게 민주주의라고? 역사 왜곡도 정도껏 해야지.
“어. 음. 그래.”
-아무튼 왕권이 약한 영국에 자본주의가 들어와. 그러면서 돈 많이 버는 이가 귀족이 되는 세상이 되지. 해적도 귀족이 되고. 그런 영국이 미국으로 건너갔어. 여왕 엘리자베스의 명령으로 건너간 게 아니라 스스로 돈 벌러 간 거야. 여기서 스페인과 영국의 차이가 나타나.
“통치와 학살의 차이?”
-어. 스페인은 왕의 명령을 받고 임시로 부임한 총독들이 월급 받는 스페인병사를 부려 식민지를 다스렸지. 그들은 국가 명령에 따라 최대한 돈을 뽑아내기 위해 원주민을 노예로 부렸고. 한편 영국인은 건너오긴 했는데 뭘 해야 할지 몰라. 국가가 파견한 게 아니라 각자 살기 위해 도망쳐 왔으니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없었지. 그래서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
“민주주의네.”
-자본주의에 가까워. 각자 최대한 돈 벌기 위한 소릴 한 거지. 일단 전염병이 돌아. 원주민도 우수수 죽지만 영국인들도 새로운 질병 때문에 우수수 죽었어. 이 시대의 의사는 목사님이거든. 영국애들이 달려가 왜 죽냐고 묻는데 목사님이 뭘 아나? 그냥 문제 생길 때마다 유태인만 죽이던 놈인데.
“인디언 탓을 했겠군.”
-어. 인디언이 병균을 퍼트렸다. 다 죽여라. 사실 소 뒷걸음질 치다 맞춘 거긴 하지만, 신의 뜻이니 인디언을 죽이라고 소리쳐. 원주민에게 가톨릭을 전파해 어떻게든 하나님의 백성으로 만들려던 스페인과 달랐지. 그리고 무기업자들. 무기 많이 팔아먹으려면?
“죽여라.”
-흑인 노예상도 돈을 많이 벌고 싶어. 꾸준히 팔아먹으려면?
“죽여라.”
-동맹을 맺고 프랑스와 함께 싸운 부족이지만 그들의 풍요로운 대지가 탐스러워. 그 땅을 갖고 싶어.
“죽여라.”
-살인하고 싶어. 강간하고 싶어.
“......”
-새 영토기에 영지를 가진 귀족이 없어. 그 결과 선거로 대표를 뽑는 선거의회주의가 넘어왔어. 후보 1은 백인 인디언 모두 평등한 주님의 백성이예요. 후보 2는 인디언 모두 죽이고 재산을 나눠주겠습니다. 누가 뽑히겠어?
“시발.”
-이게 계속 이어지니 관성처럼 굴러가. 살인의 충격을 받은 일반인들은 ‘난 신의 뜻에 따른 거다.’ 라고 위안하니 목사님의 권위가 올라가고 무기업자는 돈을 벌고, 노예상인도 돈을 벌고 새 땅으로 건너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려는 정치가들은 ‘적이 주변에 있으니 뭉쳐라.’라며 돈을 벌었지. 나중에는 이게 진리로 되어 인디언 머리가죽에 현상금이 붙고 이건 미국 독립 후에도 이어져 인디언을 죽이던 링컨 같은 후보가 당선되길 반복하지.
“고작 그런 이유로 북미 인디언이 전멸했다고?”
-각자 최대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게 사회 전체에 최선이 되진 않아. 국왕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하나의 행동을 할 때 자본주의는 만개의 목소리가 나오고 만 가지 행동이 나와. 그중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 승리하고 대개 적극적인 행동은.
“잔인해지는군.”
-그렇지. 예를 들어 똑같은 기술을 갖고 있는 비누 만드는 기업들이 가격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노동자를 어떻게 대우해야 할까?
“가장 잔인하게 조인 기업이 살아남겠지.”
-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임금을 조져야 싼 비누를 만들 수 있지. 이게 자본주의의 장점이자 단점이야. 자본주의는 진취적이지만 그 안엔 노예제도보다 잔인한 혹사가 숨어 있어.
“음...... 시발 이제 모르겠다. 어떤 나라를 만들어야 할지.”
-최소한 영국처럼은 되지 말자고 한 말이야. 우린 과정과 결과를 알잖아.
“그래. 영국처럼은 되지 말자. 야. 그럼 이집트 농장은?”
뚜뚜뚜.
이 건방진 새끼.
먼저 끊다니!
- 작가의말
*와습 : 백인, 앵글로, 색슨, 개신교의 머릿글자로 백인사회 주류층을 뜻합니다
이번화는 영국을 욕하는 게 아니라 옹호하는 글입니다.
그들이 미친 살인자가 아니라 그런 일이 벌어진 과정을 나름 논리적으로 '추측' 한 상상입니다
부디 이 글로 인해 대한외국인분들이 화내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모현성이 말한 인디언 오천만은 추측입니다
인디언의 숫자에 대한 다양한 추정치 중 가장 많은 숫자를 가져왔습니다
실제 인디언이 몇명이나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영국 미국이 자기 조상이 몇명이나 죽였는지 필사적으로 지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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