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채유진 사건3
순도 100% 픽션입니다
매춘부의 탈세.
강제 성매매에 끌려간 이민족 여자들.
두개의 상반된 사건이지만 연결점이 보인다.
채유진의 사망.
사건이 한 방향으로 흐른다.
그리고 밀주의 실종.
모든 죄는 밀주가 지었고, 그 죄를 덮으려 채유진마저 암살한 듯 하다.
밀주 정도의 힘이라면 채유진 암살사건도 이해가 된다.
이초란의 수사가 시작되자 밀주는 어디론가 도주한 것 같고.
“너무 대놓고 가리키는데. 밀주는 북쪽 안정시키느라 남쪽에 신경 쓰지 못 했을 텐데.”
“저는 정황과 증거만 봅니다. 매춘 수익이 밀주에게 흘러갔고, 직접 창녕까지 내려간 밀주가 증거들을 제거하고 사라졌습니다. 밀주가 범인 같습니다.”
모현성의 말에 이초란이 확언했다.
“밀주를 못 잡으면?”
“이건 반드시 척결해야 할 반인륜적인 범죄입니다. 주변인물을 고문해 어디로 도주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허가해 주십시오.”
고문은 금지되었다.
하지만 심각한 범죄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국왕의 허가가 있을 때만.
이초란은 스스로 싫어하는 고문수사까지 입에 올리며 밀주를 잡고 싶었다.
그녀가 꼭 잡고 싶은 범죄자였으니까.
하지만 모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밀주는 아니야. 같이 여진족 정리하는 걸 봤어. 형도 봤고. 여진의 왕 하라는 거 거절하고 칸국 백성을 선택한 게 밀주야. 그는 부족민 배불리 먹이는 게 목표야. 이런 멍청한 짓을 할 리가 없지. 누군가 누명을 씌운거야.”
“누명이든 아니든 밀주부터 찾아야 수사가 이어집니다.”
“형 불러올게.”
“대칸께서는 힘든 일을 하고 계십니다. 저희가 돕지 못할망정 아무 쓸모없이 방해나 할 수 없습니다.”
“괜찮아. 초란아. 넌 최선을 다했어. 상대가 함정을 제대로 팠을 뿐이야.”
모현성이 이초란을 안아 등을 두드려 주었다.
씩씩대는 이초란이 서서히 숨을 가라앉혔다.
통신을 받은 광해는 며칠간 마력을 모은 후 모현성이 있는 상주로 이동했다.
이동에 쓴 마력 30만을 제외하고 보유한 마력이 삼백만.
사건 보고를 받은 광해가 고개를 갸웃했다.
“증거가 없네. 내가 잡을 수 있겠냐?”
“일단 형이 간다! 가서 소망을 본다. 잡는다.”
“너 이새끼. 황제 알기를 개똥으로 아는구나. 나보고 눈깔 빠지게 관찰이나 하라고?”
사람을 보고 신경을 써서 집중하면 소망이 보인다.
딱히 힘들진 않지만, 일일이 신경 써서 보는 건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주요인물 위주로 관찰하는 거고.
“그치만 형이 안 하면 우리 초란이가 고생하는 걸... 어쩔 수 없자녀...”
쿵.
일단 한 대 때리고.
“니가 생각하기에 범인의 목적은 뭐냐?”
“단순하지 뭐. 돈 벌려고 지랄하다가 꼬리 밟힐 것 같으니까 숨었겠지.”
“꼬리는 뭐고?”
“지르한의 여동생이지. 놈들은 생각 없이 납치한 여자가 변호사의 동생이자 도지사 채유진의 시동생이었던 거야. 분노한 채유진이 강력히 수사하자 놀라서 죽였겠지.”
“에휴. 진짜 사람 목숨이란......”
채유진이 그렇게 죽을 인생이 아닌데.
아비 잘못 만나서 지옥에서 살다가 백관이 된 후에는 죽어라 공부했고, 소문을 막지 못해 백관임에도 결혼을 못하고 일만 죽어라 해서 백관 중에도 빠르게 승진해 도지사가 되었고 진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행복해질 찰나... 죽었다.
인생......
삶은 동화가 아니다.
“범죄자는 사람의 과거를 보지 않지. 강간범은 그 미녀가 얼마나 노력하며 살았는지 고민하지 않고 살인자는 피해자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지 않아.”
“그래......”
채유진을 생각하면 꼭 잡고 싶다.
모현성과 얘기를 마치고 방을 나섰다.
이초란이 그간 모은 용의자를 죽 세워두고 있었다.
관찰할 시간이다.
조창한.
경상우도 창녕현에서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양아치의 삶을 살아왔다.
양아치의 삶이란 간단하다.
괴롭히고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며 사는 것이다.
“술 한상 줘. 시러?”
야밤에 멀리서 돌을 던져 항아리를 깬다.
잡을 수도 없고 증거도 없이 송사해봤자 아무 보상도 못 받는다.
“나 왜 신고했어?”
야심한 새벽에 불붙은 장작을 초가집 지붕에 던진다.
집이 사라진다.
괴롭혀 삥 뜯는 다는 게 이런 거다.
밥 한끼 술 한상 얻어먹고 그 댓가로 괴롭히지 않는 거다.
이건 법을 아무리 정비해도 전국에 cctv 수천만 개를 설치하지 않는 한 막을 수 없다.
그랬기에 광해도 검계의 존재를 필요악으로 인정했다.
그들을 잡아도 전부 사형시키기 애매하고, 그들이 사라지면 누군가 늑대가 되어 같은 수법으로 괴롭힌다.
창한이는 삥 뜯는 선의 조절을 잘했다.
농민이나 주막주인이 미쳐 날뛰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만 뜯었고, 다른 패가 삥 뜯으려 다가오면 타고난 힘으로 쫓아냈다.
덕분에 넓은 지역을 차지해 검계에서도 중진급 정도 되었다.
그러다 세상이 바뀌었다.
광해가 세상을 바꿨고 밀주가 전국을 통일했다.
그리고 강력 범죄자들이 죽거나 군대에 끌려갔다.
양반세력이 사라지고, 검계의 무서운 형님들이 군대 갔다.
창한이의 위치는 창녕에서 고위급으로 올라갔다.
그 후 사찰의 탈세.
창한이는 가장 먼저 신고했고, 채유진의 묘한 반응에 이거 먹힌다는 걸 느꼈다.
그 즉시 경상도 모든 사찰을 탈세로 신고했다.
보상은 확실했다.
사찰이 가진 엄청난 재물을 빼앗았고, 그 중 절반을 최초 신고자 창한이가 받았다.
창한이는 순식간에 조선에서 손꼽히는 거부가 되었다.
그래도 삶이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검계 양아치의 삶을 살았고, 넘쳐나는 돈을 뿌려 검계에서 세력을 키웠다.
5년 전 밀주가 북방으로 떠났다.
삽시간에 조선의 영토가 두 배로 늘어나면서 밀주의 심복들이 북으로 올라갔고, 안보군도 올라가면서 공백이 생겼다.
창한이는 검계의 주인이 될 꿈을 꾸었다.
3년 이상 북방에 잡혀있을 테니 그 안에 장악한다.
검계 집단이란 강한 충성과 위계질서가 있는 곳이 아니다.
보호해주거나 돈 주는 놈 따르는 게 검계다.
돈을 뿌려 수하를 거뒀고, 창한이의 세력권은 삼남지방 전체로 커졌다.
더 늘려야 하는데 돈이 없다.
상납금은 밀주에게 가는데 사찰로 대박친 이후론 대박수익이 없었다.
창한이는 광해가 금지한 강력 범죄에 손을 댔다.
납치, 폭행, 강간, 성매매.
납치범죄는 보통 가족의 신고로 잡힌다.
그렇기에 가족이 없으면 납치해도 신고가 들어가지 않는다.
조사하지 않으면 납치는 완전범죄가 된다.
창한이와 부하들은 주로 혼자 사는 여자를 노렸고, 신고하지 못할 멍청이를 노렸다.
그들 대부분이 유구나 구름표범섬 등에서 이주한 이민자들이다.
각 마을의 검계는 마을 공동체에서 왕따 당하는 이민자를 눈여겨봤고, 십대 중반 여자들 위주로 납치했다.
일단 납치해 가둬놓고 굶기며 폭행하고 성폭행하면 결국은 말을 듣는다.
그들을 가둬놓고 성매매 시켜 돈을 번다.
사회에 여유가 생기며 성매매사업이 활성화되고 거액이 들어왔다.
그 돈으로 경기지역까지 세력을 확장하던 어느 날.
“큰일 났습니다!”
“왜?”
“집에 혼자 사는 여진족 여자를 납치했는데 그게 우도지사의 시동생이랍니다.”
“도지사 채유진?”
“예.”
“시벌. 누가 납치했어?”
납치한 당사자와 그 계통을 전부 타지로 보내 숨겼고, 나소 엔탄도 죽여 묻었다.
하지만 늦은 게 이미 채유진의 분노가 경상도를 흔들고 있었다.
수사망은 좁혀오고 검계 몇이 불려가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러다 광해가 나서면 다 죽는다.
벌벌 떨고 있는 창한이에게 변호사가 다가왔다.
스스로를 변호사 김류식이라 소개한 그는 해결책을 주었다.
“채유진은 내 눈여겨보고 있었소. 이리하면 수사가 끊길 것이오.”
채유진을 죽이고 그 남편에게 죄를 씌운다.
그들이 과거 주고받았던 쪽지도 확보해 몰래 전달했고, 나소 지르한의 화살을 독바른 화살로 바꿔치기 했으며 그 화살 중 하나로 잠든 채유진을 찔러 죽였다.
변호사의 말대로 했고, 수사는 1년 가까이 멈췄다.
이대로 덮이면 되는데, 사건이 확대돼 밀주까지 죽이게 되었다.
“검계의 주인이 되고 싶다 하지 않았소? 장악하시오.”
“아니! 지금 나서면 광해 앞에 끌려갈 텐데 그럼 다 들키지!”
“직접 나설 필요 없지. 아무것도 모를 수하를 앞세우고 뒤에서 조종하시오. 지도 무서운 거 알면 말 듣겠지.”
“그보다 당장이 문제야! 밀주가 죽었으니 수사를 멈출 리 없잖아!”
“불은 더 큰 불로 막으면 되오. 이리 하시오.”
김류식의 조언을 받은 조창한은 수하들을 부려 더 큰 불을 질렀다.
“들었수? 이민족 여자들이 매춘하던걸.”
“허허. 선비의 나라에서 이 무슨.”
“동방예의지국에서 이런 더러운 일을 하다니.”
“그딴 것들을 광해소망교에 받아들이는 건 아니되오.”
“우리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게 막아야 하지 않겠나?”
땅이 없어서 새장가 가는 아들들이 해외로 이주한다.
정든 이웃이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단체로 이주한다.
그 빈자리를 해외에서 온 이민자가 차지한다.
조선의 법과 말을 알지만 말이 어눌하고 생활습관이 다른 이들.
그들을 싫어하는 이는 많았다.
“저놈 저놈! 노려보는 거 보세!”
“꺼져라 되놈들아!”
돌을 던지고 이민족 출신 칸민이 도망간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더럽히지 마라!”
욕하고.
“네놈들이 우리 백의민족을 더럽히고 있다. 꺼져라!”
발로 차고.
검계가 앞장서서 돌을 던지자 거센 불이 되어 타올랐다.
한편 변호사 장우영이란 자는 특이한 단체를 만들었다.
이민족권리보호협회.
“우린 광해님의 말씀을 믿고 이 나라로 이주했소. 평등을 믿었으며 차별금지법을 믿었소. 그렇기에 우린 고향을 떠났고, 그나마도 뿔뿔이 흩어져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 살고 있소. 억지로 외로운 삶을 사니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오.
그런데 이게 뭐요? 우린 돌을 맞고 차별당하고 침을 맞고, 종교집회에도 구석에 박혀 있어야 하오. 거기다 우리의 딸이 납치되고 강간당하고 구타당해 억지로 성매매당하다 죽었소. 이에 나라에서 해준 게 뭡니까? 평등한 세상? 대체 누구에게 평등한 세상이란 말이오?”
이쪽 불도 강력히 붙었다.
백만 이민족 출신 중 의지가 있고 똑똑한 이들은 관리와 변호사 등으로 많이 진출했다.
그들이 모여 연설하자 각 지에 흩어진 이민족이 모였다.
“우리의 권리를 지키자!”
“우리의 평등을 보장받자!”
“우리의 행복을 쟁취하자!”
두개의 거센 불이 삼남지방을 휩쓸었다.
광해는 자신이 상주까지 내려왔는데도 이리 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축하해 형. 민주주의를 열었네.”
“민주주의?”
“어. 형이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이거잖아.”
“뭐? 아니지 임마. 사람이 주인인 나라. 그게 민주주의잖아.”
“형 생각에 미국이 민주주의야? 아니면 한국이 민주주의야?”
“어......”
“민주주의는 말이야. 엘도라도, 유토피아랑 같은 단어야. 세뇌당한 꿈이지.”
“뭔 소리냐?”
“북한인민민주주의공화국. 북한은 민주적 선거로 뽑힌 영도자의 지도하에 완벽한 민주적 사회를 이룬다.... 고 선전해. 이럼 북한은 민주주의국가야?”
“아니지. 시발. 공산주의가 세뇌하는 거잖아.”
“소말리아도 이란도 영국도 각자 자기네 체계가 최고고 가장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반복해서 교육하고 세뇌해. 모든 나라가 그래. 과거 소련도 그랬고, 옛날 독립초기 미국이 그랬고, 봉건주의 프랑스도 그랬고, 아즈텍 문명도 그랬고, 암흑시대 신성로마제국이 그랬어. 현재 국가가 최고고 이보다 좋은 나라는 없다고 반복 교육 세뇌해. 자애로운 국왕님이 다스리는 완벽한 세계. 모든 나라가 그래왔고 현대 한국도 똑같이 그래.”
“민주주의란 말이 세뇌된 거라고?”
“대표를 직접 뽑아 모든 걸 우리 뜻대로 하는 완벽한 정치체계. 우린 이렇게 배워. 그럼 민주주의의 단점이나 문제점은 배운 적 있어?”
“어? ...... 글쎄.”
“교육은 반쪽짜리고 대가리의 뜻에 따라 입맛대로 짜집기 되지. 만약 진짜 민주주의가 말 뜻 그대로라면 우린 민주주의의 단점과 문제점도 배워야 해. 그래야 이러면 불합리한 것, 이래선 안 되는 것도 배워서 고쳐나가지. 그걸 못 배우는 데 이게 어떻게 민주주의야. 세뇌된 이상(理想)이지. 형은 민주주의의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해?”
“어? ...... 생각해본 적 없는데.”
“그치. 초중고12년에 대학4년까지 교육받았는데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지?”
“어.”
“그게 세뇌야. 이상하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게 교육받고 세뇌된 거야.”
“그래서 그 얘기 하는 이유가 뭔데?”
모현성은 말을 멈추고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 이초란을 봤다.
“사법연수원을 없앤 게 문제야. 사법권력을 민중에게 나눠줬지? 너무 빨랐어. 아직 성숙하지 않았는데 벌써 힘을 분배했어. 옳은 방향으로 가면 좋겠지만, 사회는 반드시 그렇게 바뀌지 않아. 각자 이득을 찾아 물이 옆길을 뚫듯 권력을 찾아가는 사이비들이 튀어나오는 거야.”
“그게 지금 이 사태라고?”
“어. 민주주의의 문제점. 사회가 분열된다.”
- 작가의말
필수 교육과정에 '현재' 라는 과목을 넣어야 합니다
현재 세상의 장단점을 배워야 우린 좀더 잘 살수 있겠죠
민주주의, 선거의회주의의 장단점을 배워야 고쳐나갈 수 있을테고
하지만 누구도 민주주의의 단점을 배우지 못하죠.
대신 앞으로 번역기, 통역기의 발전으로 가치가 없어질 영어 따위에 1만시간을 허비합니다
법안 개정은 기술발전보다 느리기에 외국어가 필수과목에서 없어지려면 수십년이 걸리겠죠
그 시간동안 무의미한 외우기에 고통받을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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