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일본침몰
순도 100% 픽션입니다
6년 여름, 윤성준은 병사 이만을 동원해 곰섬을 수색했다.
지난 2년간 곰섬의 원주민 이만이천명이 시험을 통과해 조선인이 되었고, 조선 팔도 각지로 분산되었다.
곰섬에 뭉쳐있으면 기술을 얻어 힘을 기른 후 독립하려 할 수도 있기에 조선에 분산시켜 문화와 풍습까지 조선에 동화시키는 것이다.
조선인 구만명이 이주한 성준부는 조선 전체를 따져도 손꼽히는 대도시로 발전했고, 전원 온돌집과 3결의 토지를 얻어 풍요로웠다.
이제 남은 건 끝끝내 조선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주민.
곰섬 남부에 집중된 조선의 영역을 피해 숲과 산 속에 숨은 그들을 내버려둬선 안 된다.
일본을 약탈하던 병력 이만명이 넓은 포위망을 형성해 북쪽으로 올라가며 수색했고, 곳곳에 합류한 아이누 출신 조선인이 원주민 언어로 소리쳤다.
“죽이려는 게 아니다. 조선을 거부한다면 너희의 원래 고향으로 보내주려는 것이다. 저항하지 말고 나와라. 절대 죽이지 않는다. 조선을 공격하면 너희 모두를 죽일 수밖에 없다. 안전을 보장하며 너희의 진짜 고향으로 보내 줄테니 나와라.”
현재로썬 이들이 조선에 해를 끼칠 수 없다.
하지만 남겨둔다면 결국 분열 된다.
조선에 섞이지 않겠다면 치워야 한다.
끝끝내 조선을 믿지 못한 이백여명이 싸우다 죽었고, 천여 명이 잡혔다.
부대는 그들 전체를 꽁꽁 묶어 배에 실었다.
윤성준은 포로를 이끌고 남쪽으로 항해했다.
목적지는 일본 본토 센다이 북쪽.
상륙 지점에 무장한 병력 이만여 명이 모여 있었다.
포로를 전부 내린 후 통역이 윤성준의 말을 전했다.
“인사해라. 이쪽은 야마토에 살던 아이누족 지도자. 이쪽은 북쪽 섬에 살다가 이번에 이주하게 된 아이누족이다.”
조선의 말은 진짜였다.
끝까지 저항하다가 아들들을 잃은 저항군 부족장이 눈물을 흘렸다.
“이쪽은 니브흐족, 이쪽은 월타족, 이쪽은 오르치족이다. 모두 야마토인에게 학살당하고 쫓겨난 이들이지.”
조선도 홋카이도를 빼앗았지만, 일본이 소수민족을 학살하던 것보단 온건하다.
야마토는 교토인근에서 번성했고, 에도와 센다이에 큰 세력을 형성한건 채 이백년이 되지 않았다.
일본 동부에 살던 여러 소수민족은 서쪽에서 다가오는 야마토족에게 땅을 뺏기고 목숨을 뺏기며 쫓겨나 북쪽으로, 북쪽으로 밀려났고, 종국에는 거의 멸절된다.
일본이 감추고 싶어 하는 인종청소의 역사.
“너희 민족들에겐 민족자결권이 있으며 조선은 너희를 지지한다. 지도상으로 센다이와 그 북쪽을 너희의 땅으로 인정한다. 너희가 함께 하든 혹은 각자 영역을 정해 흩어지든 스스로 선택할 것이며 조선은 동맹으로써 너희를 돕겠다.”
예전부터 말한 것을 최종적으로 선포했고 문서도 남겨 주었다.
“진군하라.”
가볍게 무장한 원주민 이만명과 조선군 이만, 조선에 협조하는 일본군 이만. 총 6만명이 센다이 성을 향해 진군했다.
다테 마사무네는 울고 싶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조선이 센다이만 약탈하는 건 아니지만, 빈도가 다르다.
진짜 지겹게 쳐들어온다.
타지역의 백성들은 잡히면 맨몸으로 쫓겨나는데 센다이 지역의 백성은 잡히면 죽는다.
해안 지역은 아예 비었고, 내륙조차도 언제 조선군이 약탈할지 몰라 나가지 못한다.
추수도 안 된다. 가을이 되면 아예 조선군이 진을 치고 산다.
이러니 백성이 떠나가고 세수가 걷히지 않으니 병사가 줄고, 병사가 줄어드니 조선의 약탈은 더 심해지고.
이제는 거의 완전히 몰락했다.
센다이 성에 남은 병사는 삼천. 민간인을 다 합쳐도 삼만 명이 다다.
그 넓은 센다이 영지의 오십만 백성이 다 도망쳐서 삼만 명밖에 안 남았다.
“왜 나냐고? 내가 뭘 했다고.”
임진왜란 때 조선에 쳐들어가 싸우다 패하고 죽고 도주한 기억밖에 없는데 왜 센다이만 괴롭혀.
눈물 흘리는 다테 마사무네는 센다이가 단순히 북쪽 끝이라서 원주민 용 땅으로 정해졌다는 걸 몰랐다.
6년 12월.
6만 대군이 센다이 성을 향해 천천히 진군했고, 끝끝내 남아있던 백성들마저 도망갔다.
그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야 할 병사들마저 도망가고 끝내는 다테의 가족과 가신 사백여 명만 남았다.
“에도로 가자.”
다테는 피눈물을 흘리며 센다이를 떠났고 빈자리를 차지한 건 오노 하루나가.
“드디어 차지했다. 이제 내가 센다이의 영주다. 커컥!”
무려 6만 대군의 총사령관으로 자신의 새로운 영지에 입성한 오노 하루나가의 목에 창이 꽂혔다.
주위의 호위병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시체는 치우고 왜군과 조선군은 에도 공략에 합류하라. 센다이와 이북은 협정대로 소수민족들이 다스려라.”
윤성준이 정리하는데 병사들이 다가왔다.
“저... 목사님. 이 여자는 어떻게? 허하신다면 저희가 보호를......”
병사들이 끌고 온 건 올해 열여섯 살이 된 도쿠가와 센.
센히메를 히데요리에게 바치는 공을 얻고자 왜군 장군들이 눈독 들였다.
주위의 장군들을 둘러본 윤성준이 센히메를 봤다.
“어떻게 해줄까? 에도로 보내줄까? 오사카로 보내줄까?”
에도에는 센의 아버지이자 쇼군인 도쿠가와 히데타다가 있고, 오사카에는 약혼자인 도요토미 히데요리가 있다.
일본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센히메는 포로로써 가치가 높지만 윤성준은 굳이 써먹고 싶지 않았다.
센히메 없어도 정리는 거의 끝났고, 불쌍한 여자를 이용하는 건 광해의 명성에 누가 되리라 여겼다.
지금까지는 히데요리를 자극하기 위해 오노가 끌고 다니는 걸 용인했지만, 이제 다 끝났다.
“그냥 풀어주십시오. 소녀 알아서 떠나겠습니다.”
“알겠다. 센에겐 말 한 마리를 주어 풀어주고, 누구도 잡지 마라. 아예 신경 쓰지 마라. 내 말을 어긴다면 큰 벌이 있을 것이다. 자. 다들 움직여라.”
센다이를 점령한 육만 병력이 부산히 움직였고 센히메는 말을 타고 남쪽으로 달렸다.
드디어 도착한 에도.
백만 백성이 살던 에도 평야엔 이백만 백성이 모여 있었고, 그들은 반으로 나뉘어 전쟁 중이었다.
극소수의 에도 번 병사들이 성에 박혀 있고, 규슈에서 넘어온 사쓰마 번 병사들이 에도를 공격 중이었다.
깃발을 보고 도쿠가와 군을 찾아간 센히메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나고야에서 오사카 군에 의한 쇼군의 사망.
도쿠가와의 영지는 에도만 남았고, 나머지 전부 도요토미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센히메는 자살하고 싶었지만, 가문을 생각해야 했다.
이대로는 도쿠가와 가문이 사라진다.
열 살이 되기 이전부터 약혼자로써 함께 살고 서로 의지했던 도요토미 히데요리를 설득해 가문의 명맥만이라도 남겨 달라 해야겠다.
센히메는 힘겹게 말을 달려 서쪽으로 갔다.
얼마안가 서군에게 붙잡혔지만, 히데요리의 약혼녀라는 게 밝혀지면서 호위를 받으며 오사카로 이동했다.
폐허. 폐허. 폐허.
에도에서 나고야까지 전역이 불에 타고 집이 무너져 있다.
지난 3년간 전쟁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증명해주고 있었다.
“센히메를 구하려고 태백께서 이토록 노력했습니다.”
센히메를 구하고자 눈이 뒤집혀져서 병사를 투입했다.
도요토미에게 충성을 맹세한 영주들은 끝없이 병사를 뽑아 바쳐야했고.
“나 하나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눈물이 나오지만 참아야 했다.
어서 돌아가 히데요리를 말려야 한다.
이 모든 게 조선의 수작이었음을 알려야 한다.
폐허를 넘고 넘어 열흘 만에 오사카에 도착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일으킨 전쟁의 상처가 아직 남아있는 오사카성을 슬픈 눈으로 보며 입성했다.
해자를 지나 외성에 들어가고 해자를 지나 내성에 들어가 천수각을 눈앞에 뒀을 때.
“암습이다!”
“의원! 의원을 불러!”
“주군!”
“태백께서!”
도요토미 히데요리가 죽었다.
센히메는 끝내 기절했다.
나오에 카네츠구는 항상 궁금했었다.
야마토 은행이 약속한 돈.
그 돈을 줄 수 없다.
적금도, 연금도, 보물선도.
모든 은광을 독점하지 못하면 그 돈을 줄 수 없는데 이미 혼슈의 모든 은광은 조선이 가져가고 있다.
조선이 가져가는 은을 야마토 은행으로 가져와 백성들에게 지급하려나?
왜 굳이?
조선이 악착같이 식량을 모은 정황은 보이는데... 왜?
백성들을 굶어죽게 하려고?
백성은 벌레를 먹든 풀뿌리를 먹든 어떻게든 먹고 산다.
누군가는 굶어죽었지만, 대부분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악착같이 버틴다.
그럼 왜?
이 금액을 어떻게 지불하려는 거지?
고민하던 나오에는 며칠 전부터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했다.
은행의 재산이 밤에 항구로 이동해 배에 실리고 사람이 하나 둘 탄다.
눈에 띄지 않게 은행의 재산이 줄어들고 사람이 줄어든다.
그리고 오늘.
“도요토미 히데요리가 죽었다!”
암살당했다고 한다.
그 순간 알았다.
은행이 영원할 필요는 없구나.
그래서 3년 후 준다고 했구나.
이제 일본에 금과 은이 없다.
광산에서 생산되는 귀금속은 조약에 의해 조선이 다 가져가고 일부 부유층이 갖고 있던 귀금속도 은행에 맡겼다.
일부 부농이 쌀을 팔아 번 은도 은행에 맡겨져 있고 이자로 받은 은도 현명한 재투자에 의해 은행에 맡겨졌다.
그 모든 게 사라졌다.
“저놈이다!”
“은행 어떻게 된 거야!”
“내 돈 내놔라! 내 돈!”
“아차차.”
나쁜 건 조선놈들인데.
억울했지만 말해 뭐해.
나오에는 일단 도망쳐야 했다.
나오에는 몰랐지만, 이날 일본열도에 퍼진 모든 야마토은행이 동시에 문을 닫았다.
지급보증을 약속한 도요토미 히데요리는 죽었고, 사람들의 원성은 교토에 있는 천황에게 향했다.
가토 기요마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심복으로 임란 당시 일본의 선봉장이었다.
숙적 고니시의 1군이 신립의 부대와 싸울 때 무시하고 지나쳤고, 한성에서 경복궁을 불태웠으며 철령을 넘어 함흥, 회령까지 진출해 조선의 왕자들을 잡았고, 두만강을 건너 여진족과도 싸웠다.
이후 정문부의 기습과 유격전으로 인해 굶어죽을 뻔 했다.
정유재란 때는 곽재우에 패해 울산성에 고립되었고 이번엔 진짜 굶어죽을 뻔했다.
벌레 풀뿌리 사람고기 따위를 먹으며 겨우겨우 살아 빠져나왔다.
이후 규슈 중서부 구마모토 영지를 발전시키고, 마카오-나가사키 항로가 열리면서 부를 축적했고 에도 막부 이후에는 규슈 제 1의 대다이묘가 되었다.
수군이 전멸하고 바닷길이 끊긴 이후 끔찍한 소식을 들었다.
다테와 가토의 영지는 한명도 살려두지 않겠다는 소식.
“아니 왜!”
다테는 친 도쿠가와 영주지만 자신은 친 도요토미 영주다.
친 도요토미 영주는 동맹으로 받겠다더니 그 선두에 선 자신을 왜 죽이겠다는 건데.
억울한데 하소연 할 데도 없다.
이후 이어진 조선군의 약탈.
다른 영지는 백성을 쫓아내고 재산만 뺏는다.
그런데 구마모토 영지는 잡히면 다 죽인다.
미리 도주하는 것만이 살 길이다.
구마모토 영지의 백성들이 숙숙 줄어들었다.
그 와중에 사쓰마 번은 공격받지 않았고, 규슈의 백성들은 사쓰마로 도주했다.
시마즈 가문은 백성들을 받아들여 재편성해 에도로 꾸준히 보냈다.
이백만 규슈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조선의 앞잡이를 죽입시다.”
영주들을 모아 사쓰마번을 쳤는데.
졌다.
사쓰마번은 몰려든 백성 중 젊은이들을 모아 군세를 늘렸고, 그들의 식량과 무기를 조선이 지원해줬다.
화약을 물 쓰듯 펑펑 쏴재끼는데 이길 도리가 없었다.
이후 규슈의 몰락이 가속화되었다.
사쓰마번은 규슈를 돌며 약탈했고, 복속한 백성들을 재조직해 에도로 밀어 넣었다.
에도에서 도쿠가와와 싸우며 동시에 규슈를 정리하는 것이다.
이제 규슈에 남은 인원이 없다.
가토 기요마사는 몰락한 구마모토성의 다다미를 뜯어먹으며 소리쳤다.
“그러니까 대체 왜. 나야말로 히데요리의 후원잔데!”
굶어죽을 뻔 한 이후로 성내 모든 풀을 식용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바닥에 까는 다다미마저 먹을 수 있는 토란으로 만들었는데.
누가 쳐들어오든 10년도 버틸 수 있는데.
백성이 없다.
“태백이! 사망하셨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리가 죽었다한다.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
성에 남은 마지막 백성 만여 명이 웅성대다가 떠났고, 멀리서 조선군이 밀려왔다.
- 작가의말
가토 기요마사는 주연급 분량과 전투씬이 있었는데요... 편집!!!
센과 히데요리의 가슴절절하고 슬픈 로맨스도 있었는데요... 편지입!!
사법연수원을 꺼낸 이상 이제 미쳐 돌진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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