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좀비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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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지팡이를 녹여 만든 주철철근을 공중으로 띄운다.
“우오오오오.”
염동력으로 조종해 바닷속 시멘트 둑에 꽂는다.
“쿠오오오오.”
새로 가져온 석회석을 공중에서 가루내고 인근에서 퍼온 모래와 섞고 맹물을 섞어 반죽한다.
“그어어어어.”
반죽을 공기로 감싸 바닷속에 넣어 철근사이를 채운다.
“그오오오오옷.”
아놔 신경 쓰여.
적당한 열기를 가해 굳히고 마력을 회수한다.
지브롤터 둑이 한걸음 전진했다.
“와아아아~”
“바다가 갈라졌다!”
“주님이시어~”
좀비떼가 소리 지른다.
저건 아무리 봐도 좀비떼다.
성지순례를 시켰지만, 거지가 되어 올 줄 몰랐다.
비쩍 마르고 퀭해서 시체 같은 좀비떼가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울고 뒹군다.
어디선가 첼로와 바이올린이 재즈리스트마냥 즉흥곡을 연주한다.
저 바이올린에 피가 묻은 거 같은데?
“음...... 졸라 무섭네.”
모현성의 중얼거림에 광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싸우면 이기겠지만 이건 싸워서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섬뜩하다.
지하철역에서 침 흘리며 바지 속에 손을 넣고 긁는 취객이 헤헤헤 하며 쳐다볼 때 느끼는 공포다.
다행히 지브롤터 인근에선 소요사태가 없다.
-이곳에서 난리치면 지옥에 감-
친절한 안내문이 포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으로 적혀 곳곳에 꽂혀 있다.
대부분이 문맹임을 감안해 안내문마다 사람이 붙어 계속 소리치고 있다.
천국에 가기위해 여기까지 온 이들은 얌전히 감동만 하고 돌아간다.
가는 길에도 약탈을 하며 지나치겠지.
“형. 펠리페 3세한테 서신이 왔는데......”
모현성이 실실 웃으며 손을 뻗었다.
그 손엔 빵 하나와 포도주 한 병이 올려져 있다.
“뭐냐? 진상품? 고작 이딴 걸? 선전포고인가.”
“아니. 기적을 보여 달래. 빵 하나로 수천 명을 먹이고 포도주 한 병으로 수천 명을 취하게 해 달래.”
붉은 좀비떼의 습격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스페인 왕실이 기적을 요청해왔다.
“조까라고 전해.”
“어. 그 능력은 로마 교황에게 있을 거라고 할게.”
굶어죽으면 교황 탓.
모현성의 지시에 독일어 통역이 빵을 들고 좀비떼에게 갔다.
“너흴 배불리 먹일 능력은 로마 교황이 갖고 있다! 그에게 평생 먹을 걸 받아라.”
빵과 포도주를 받아들은 좀비대표가 그오오오오 소리 지른다.
저들이 갈 길은 정해졌다.
바오르 5세가 죽은 후 교회군 수천명을 집결해 로마에 웅크린 마지막 교황세력.
붉은 좀비떼가 덮치기까지 한 달 남았다.
“오늘 할일 끝.”
좀비떼가 가져온 시멘트와 철을 다 썼다.
이제 좀비떼는 로마로 가고 광해는 퇴근한다.
“가자.”
“예. 전하.”
둑 옆에 묶어둔 배에 탑승했다. 배를 타고 집으로 복귀하면 된다.“
이천톤급 배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좀비 떼를 보고 있으면 우울해지는데.
“조용하군.”
“아. 경업이가 없어서인듯 합니다.”
듬직한 호위무사 간삼이 조용히 대답했다.
그런 뜻으로 한말 아니었는데.
뭐 상관없나.
동쪽으로 이십큰보 이동하면 지브롤터 만의 정착지가 나온다.
포와 철조망으로 철저히 방비되는 핵심 주거지.
예서와 소유키가 항구로 나와 반긴다.
평화롭다.
“저녁은 오랜만에 배 위에서 먹을까?”
“좋습니다. 광해님.”
후궁들과 궁녀들이 밥을 차린다.
항구의 잔잔한 파도가 기분 좋게 너울거린다.
“저... 전하.”
보급관리를 맡은 백관 주용현이 모현성에게 속삭였다.
“왜?”
“8000톤급 수송선 두 척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도착시기가 세 달이나 지났습니다.”
보통일이 아니군.
모현성이 잠시 생각하다가 되물었다.
“선장은? 선장 성향은?”
“당연히 소망교 신자입니다. 다만...... 함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이 첫 항해입니다.”
“광해님께 관리 받던 이들이야?”
“아닙니다. 시험을 봐서 새로 뽑았습니다.”
“배신할 가능성이 있겠군.”
칸국의 8000톤급 철선. 그걸 끌고 타국에 간다면?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귀족 작위쯤은 쉽게 받겠지.
광해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걸까?”
“사고 났을 확률이 70퍼. 태풍을 만나 두 척 다 가라앉았거나 두 척 다 암초에 박혀 가라앉았거나 고장 났거나. 그런데 두 척이 동시에 그럴 확률은 낮은데..... 50퍼로 잡자. 배신했을 확률 30퍼...... 길 잃어 남아프리카에 가서 헤매고 있을 확률이 20퍼......”
“바람이나 해류 문제로 아직 못 올 확률은?”
“내연기관이잖아. 그런 거 무시할 수 있어.”
“만약 배신했다면 피해는?”
“내연기관은...... 아직 강철도 못 만드니 당장 만드는 건 꿈도 꾸지 못하지. 액체연료도 없고. 그래도 뜯어보고 내연기관의 장점을 이해할 순 있어. 30년 정도 고생하면 내연기관 비슷하게 만들겠지. 증기기관보다 열효율이 수백 배 좋으니까 엄청난 발전을 이뤄낼 거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발전기야. 그건 당장 카피할 수 있어. 전기를 마음대로 쓰기 시작하면 파급효과를 상상할 수 없어. 자칫하면 10년 안에 영화를 찍을지도 몰라.”
“전기라......”
“형 찾을 수 있겠어?”
“항로가 어떻게 되지?”
“예. 청진을 출발해 동칸 남쪽을 통과해 지브롤터로 오는 항로입니다. 5개월 항로인데 8개월 전에 출발했습니다.”
눈치보고 있던 주용현이 대답했다.
“하늘을 염동력으로 걷는다? 음. 몸에 플라이 마법진을 새기고 날면...... 거의 한달 이상 날아야겠군.”
“날면서 땅속에 가라앉은 배를 찾을 수 있어?”
“수천 미터 바닥을? 무리야.”
“에이씨. 하지 마. 그보다 감시를 늘릴게. 내연기관 연구할 만한 나라는 몇 안 돼. 남월이나 아유타야, 무굴 정도나 가능하겠지. 안보군에 말해서 철선을 찾고 수상한 동향이 있는지 확인하게 할게.”
“그래라. 그 큰 철선을 숨길 순 없겠지.”
결론을 내고 모현성이 안보군에 전할 말을 적었다.
광해는 쪽지를 받은 후 한성으로 통신을 넣었다.
“안되는군.”
“아 맞다. 통신 끊었지. 모든 마정석을 페니실린과 우두배양에 넣으라고 시켰어. 그러면 세 달마다 방문해도 되니까. 어쩌지? 한성 갔다 올래?”
점령지 대부분이 안정되었으니 급한 통신은 없다.
세달마다 방문해 일처리하면 되니 통신에 들어갈 마력석을 뺏다.
“뺏겼으면 이미 뺏긴거지. 두 달 후 귀환해서 전달하자.”
“그래.”
광해는 배의 연락이 끊긴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후로 매일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석회석 수송양을 보면 보름에 하루만 일해도 충분하지만, 문제는 거지떼다.
쫄쫄 굶은 거지떼를 냅두면 폭동이 일어난다.
그들에게 식량을 주면 눌러앉을 가능성이 있으니 식량을 줄 수도 없다.
기적을 보여주고 빨리 귀환시켜야 한다.
“그오오오.”
아놔 신경쓰여.
좀비에 물리면 좀비가 된다.
모현성도 생각지 못한 추가 효과.
붉은 좀비에 물려 평등해진 프랑스 인들이 붉은 좀비가 되었다.
모든 식량을 빼앗긴 농민들은 성으로 몰려들었다.
침략자가 아닌 인근 마을의 농민들인지라 성에선 문을 열어주었다.
“그오오오.”
“쿠어어?”
“크오오오오.”
부자를 죽여 재산을 나눠가져라.
신교를 죽여 재산을 나눠가져라.
성이 불타고 영주성이 무너진다.
부자와 귀족과 가짜 성직자와 신교도, 위그노가 죽었다.
재산이 분배되었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소작농이 붉은 좀비가 되었다.
죄를 지었으나 고해성사를 받아줄 성직자가 안 보인다.
이대로는 지옥에 간다.
천국에 가기 위해선.
순례여행을 떠나야 한다.
새로 태어난 좀비가 쇠지팡이를 짚고 집을 나섰다.
신성로마제국에서 오는 좀비, 로마로 가는 좀비, 새로 태어난 좀비.
온갖 좀비가 여기저기로 흩어지고 뭉친다.
프랑스의 거성들이 붉은 좀비떼의 발호에 하나둘 평등해지고 있다.
막스와 앵겔스가 공산주의 이론을 발표한 후 유럽 곳곳에서 소규모 혁명이 일어났다.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먹자.
사람들은 복잡한 이론 전체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단순한 슬로건만 소개받고 쉽게 빠져들었다.
산업혁명 하에서 노예보다 못한 생활을 하던 공장노동자들은 자본가와 공장주를 죽여 재산을 나눠가졌다.
그리고 멈춰 섰다.
소박한 한끼를 원하던 소시민들은 소규모 혁명으로 마을을 평등하게 만들었으니 이제 가족을 돌보기 위해 흩어지는 것이다.
스탈린이 공산주의의 끔찍한 단점, 분배를 멈추면 끝장난다는 걸 깨닫고 공산주의 확산에 열을 올리기 전까지 공산주의는 소규모 폭동을 일으키고 잔혹하게 진압당하길 반복했다.
모현성이 유럽에 설계한 공산주의는 하나의 거대한 암흑제국이다.
유럽의 자본주의와 다양성이 두려우니 하나로 묶어 가톨릭 치하의 암흑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반면 중국에 퍼트린 공산주의는 혁명의 반복으로 분열을 촉구하는 것이다.
하나 된 중국이 무서우니 민족주의를 자극하기 위해 서로간의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공산주의란 이름으로 혁명이 일어나면 그 학살을 민족에 대한 학살로 포장하고 광고한다.
덕분에 중국내에선 수많은 민중의 봉기가 일어나고 군벌이 잔혹하게 토벌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거기에 안보군이 슬쩍 끼어들어 민족 간 학살로 포장하며 벌어진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하지만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섬서성에서 크게 일어난 공산화 바람이 하남성 북쪽과 산서성까지 번지며 큰 세력을 이루기 시작했다.
화약이 말라붙어 토벌 당하던 공산당이 어느 순간 자급자족을 이뤄냈고, 개방의 잔당, 백련교 일부세력과 연합해 거대한 바람을 일으켰다.
광해는 여느 때처럼 댐 건설을 하고 저녁시간에 거주지로 귀환했다.
바닷가 정자에 상을 차리고 먹으려는데 저 멀리 북쪽이 소란스러웠다.
유태인 거주지에 기마병 수백기가 달려오더니 백기를 흔들며 한참 떠든다.
유태인 거주지를 지난 기마병들이 칸국 주둔지까지 오더니 막 소리 지른다.
철조망이 열리고 참호 사이를 지나 달려온다.
수백기의 기마는 거지 그 자체였다.
말은 죽을 것같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고, 그 위에 실린 건 거지 그 자체였다.
“기병도 좀비가 되나?”
모현성이 의아해했다.
“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유럽 좀비라면 통과시키지 않았을 거야.”
이런 상황 판단은 모현성보다 광해가 낫다.
훗. 새끼.
광해의 한옥으로 향하던 기병들은 병사들의 손짓에 정자를 향해 달려왔다.
미친듯이 채찍을 휘두르던 기병은 광해 근처에서 간삼에게 제지당해 말에서 뛰어내렸다.
“고해니... 헉. 헉. 광해님을 뵙습니다.”
“그래. 왜?”
“급보이옵니다. 공산혁명이 일어났습니다.”
“그래. 어디?”
“몽골입니다. 몽골의 절반이 공산주의에 물들었습니다.”
모현성이 벌떡 일어났다.
- 작가의말
??:야 크크크 와봐. 저기 저 집 불났다 크크크
???: 이야 크크킄 어? 너희집에 옮겨붙는데?
??: 크크... 크......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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