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고난의 행군2
순도 100% 픽션입니다
다이샨은 만주족 용사 사천 명과 산 속을 헤맸다.
식량도 보조무기도 전부 말에 매어놨기에 부대는 금세 거지꼴이 되어 쫄쫄 굶었다.
“북쪽으로 쭉 가면 길이 나온다. 그 길만 만나면 창춘까지 금방이다. 조금만 참아라.”
엿새에 걸쳐 산을 넘었다.
다행히 여름이라 풀과 산짐승이 풍족해서 다행이지 겨울이었으면 전부 굶어죽을 뻔했다.
산에서 개구리나 가재 등 먹을 수 있는 것을 죄 주워 먹으며 고난의 행군을 한 끝에 저 멀리 길이 보였다.
“내려가자...... 잠깐.”
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나며 백여기의 기마가 길을 지나 서쪽으로 달렸다.
잠시 후 더 큰 소리가 나며 말 오천여기가 나타났다.
일행의 선두엔 붉은 용포를 입은 광해가 보였다.
벌써 세 번이나 마주친 다이샨은 조선의 왕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기마병 오천 명은 아니고, 기마병 한 명당 다섯 마리 씩 말을 묶어 달리고 있다.
“조선군......”
저 말은 우리 말이겠지.
지난 전투에서 버리고 도망친 우리의 동반자여.
“크흑.”
“구사. 어떡하지? 창춘이 위험해.”
“따라가야지. 창춘에 일만 명 넘게 있으니 싸우고 있을 때 뒤를 치면 쉽게 이길 거야. 최대한 빨리 가야해.”
달리는 말을 사람이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광해는 무산의 기병 중 천기만 합류시켰다.
보병 없이 오직 기병만으로 이루어진 부대.
각자 예비마 다섯 기에 식량과 화살, 건초 등을 싣고 달렸다.
연변까지 하루, 지린까지 이틀.
지린성 주위 마을은 싹 비어져 있고, 허술한 성엔 여자와 아이만 보였다.
인구가 부족한 여진족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광해는 지린을 무시하고 창춘으로 달렸다.
그곳에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주상전하. 어인일로 이곳까지 오셨사옵니까?”
연락도 없이 온 광해 때문에 정충신이 화들짝 놀라 달려왔다.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소신이 미욱하여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옵니다.”
아아. 이 올곧은 충성.
“됐고. 상황은 어때?”
“조선의 입장을 밝혔으나 적들은 결사항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 내에 적 기병이 최소 만오천 기 이상 있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전원 궁기병인 초원기사단으로 성을 점령하기는 어렵다.
기동력에 올인했기에 치중도 따로 없고, 대포를 끌고 오지도 않았다.
성을 돌며 활을 쏘며 빈틈을 찾는데 창춘은 단단한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기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
급하게 한 기습에 실패했으니 초원기사단을 실패할 수도 있었다.
광해가 오지 않았다면.
성의 상황을 둘러본 광해는 작전을 세우고 다음날 새벽 나섰다.
창춘성 200보 앞.
광해는 밀주와 나란히 서서 마법진부터 그렸다.
“나는 조선의 국왕 광해다.”
마이크에 대고 말한 것처럼 광해의 목소리가 평원 전체에 울렸다.
“만주족의 수장 누르하치는 감히 조선을 공격했다. 이에 조선은 만주족에 피의 복수를 할 것이다. 모든 만주족은 죽는다.”
웅성웅성.
광해가 건주여진어로 말했기에 성내의 여진족은 말을 알아듣고 소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아국의 뿌리가 여진족임도 부정할 수 없다. 쥬센시절 우린 한민족이었으며 고려시절과 발해시절도 우린 하나였다. 금나라를 건국한 완안아골타 또한 같은 민족이다. 그렇기에 조선의 복수는 만주족에만 국한된다.”
웅성웅성.
“뭔 소리지?”
“다 죽이겠다는 소리잖아.”
“만주족만 죽이겠다는데?”
“우리가 만주족 아니야?”
다들 광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혼란에 빠졌다.
“푸순 동쪽에 있던 자그마한 부족, 아이신기오로(쇠 부족)가 만주족이며 그들이 나의 동족인 여진족을 강제로 병합하고 죽이고 수탈했다. 이에 나는 누르하치의 근원인 쇠 부족만 죽이고 조선의 동족인 여진족은 아무 차별 없이 받아들이겠다. 40년 전 쇠 부족이었던 이는 모두 죽이고 그 이후 그들에게 정복당한 여진족은 나의 백성이 된다. 너희도 알겠지만, 너희보다 먼저 복속한 동쪽의 여진족은 아무 차별 없이 배불리 먹으며 처자식을 살리고 있다.”
누르하치의 정복은 40년 전에 시작되었다.
광해의 말을 기준으로 하면 수백 명만 쇠 부족이고 나머지는 모두 조선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
만주족 지도층은 이제야 광해의 의도를 파악했다.
언제나 그랬듯 광해는 선동과 분열, 배신으로 전쟁을 이끌려 하고 있다.
“성문을 열어라. 공격. 적을 죽여라.”
아직 만주족의 공포가 남아있기에 명령은 즉각 이행되었다.
성문이 열리고 기마병이 쏟아져 나오려 할 때.
“파이어필드.”
성문 앞에 불바다가 일어났다.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불의 벽.
다른 성문이 열리기 전에 광해는 빠르게 말했다.
“이쪽은 게다족의 족장 우디치다. 앞으로 3년간 너희를 도와 식량을 나눠 줘 누구도 굶지 않게 해줄 것이며, 조선의 법을 가르칠 것이다. 그 후 너희가 조선을 거부한다면 너희 스스로 살게 놔둘 것이며 조선의 동맹으로써 너희는 자유롭게 살 게 된다. 그러니 조선과 손을 잡자. 너희 주위의 만주족을 죽여라.”
선동의 끝은 배신이지.
하지만 누구도 선뜻 손을 들지 않았다.
만주족은 구사, 잘란 등 고위층을 독차지 하고 있고 그들의 친위대는 무섭다.
광해는 그들의 선택을 도왔다.
“에너지 파.”
광해의 손에서 에네르기파가 생성되어 날아갔다.
콰아아앙!
불타고 있는 성문이 박살나 무너졌다.
이제 20000기의 조선 궁기병을 막을 성벽이 없다.
“내 손을 잡아라. 조선과 동맹이 되어라.”
적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지만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성의 동문과 서문 등 다른 방향의 문이 열리고 기마가 튀어나왔다.
만주족은 빠르게 조선의 국왕을 죽여 입을 막아야 했다.
광해의 앞으로 친위대가 달려 나왔다.
백 명의 친위 위사는 말에서 내려 자리를 잡고 기관총을 설치했다.
세 정의 기관총이 삼각형태로 설치되었고, 광해는 빠르게 마법진을 그렸다.
따그닥, 따그닥.
두두두.
투다다다.
“에너지 볼트.”
달려오는 기마를 기관총이 휩쓰는 동안 광해는 지휘관만 저격했다.
화려한 갑옷을 입은 장수들이 마법에 머리가 터져 하나 둘 낙마했다.
“좋다! 만주족은 다 죽였다. 너흰 이제 나의 동맹이다.”
다가올 수록 커지는 광해의 목소리.
선두의 기마가 총에 맞아 죽고 자신들의 전면이 개방되는 와중에 광해가 생존의 길을 열어주었다.
기마는 서서히 말의 속도를 줄였고, 점점 좁혀지던 거리가 멈춰 섰다.
광해가 손을 들자 기관총의 사격도 멈췄다.
“빛을 손으로 잡아라. 너희 처자식은 앞으로 절대 굶지 않는다.”
“안 돼. 죽여! 죽!”
펑!
하나 둘 남은 지휘관이 마지막 발악을 하다가 머리가 터졌다.
다가왔던 기마 사천 중 40년 전부터 만주족이었던 이는 없었다.
“동맹이다. 너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는 동맹. 내 말을 믿어라.”
“미.. 믿겠습니다.”
“믿습니다.”
“가족만 배불리 먹일 수 있다면.”
광해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창춘을 바라봤다.
아직 기병 만 명 이상이 남아있다.
“사천명의 여진족 형제가 광명을 찾았다. 너희도 광명을 찾아라. 너희를 약탈하고 죽이던 만주족을 죽이고 조선의 형제가 되어라. 진군.”
광해는 천천히 걸어갔다.
그 뒤를 친위대가 기관총을 둘러매고 따랐고, 이만 기병이 천천히 따랐다.
눈치를 보던 여진족 사천명이 천천히 따라갔다.
“쏴라! 활을 쏴!”
성벽위에 있던 병사들에게 명령이 내려왔다.
등 뒤의 칼이 무서워 병사들이 억지로 활을 들지만.
펑. 펑!
소리치는 독전관의 머리가 하나씩 터져나간다.
“형제들아. 우린 한 민족이다.”
광해의 말에 뒤이어 항복한 기병도 소리쳤다.
“항복하자.”
“우린 동맹이다.”
“항복해서 광명 찾자!”
“만주족은 우릴 깨부쉈고, 죽였다. 약탈자에게 협조하지 말자.”
게다 우디치처럼 다른 여진족들도 만주족에게 패해 복속했다.
스스로 만주족 아래로 들어온 부족은 몇 없다.
다들 조금씩의 원한을 갖고 있었다.
만주족의 영토가 확장되었다 해도 삶이 배고프고 고달픈 건 똑같았다.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성벽 위 병사들이 돌아섰다.
그들의 화살이 성 내를 향했다.
성 내에서 출진을 준비 중인 오천기의 기마는 성벽 위의 화살비를 맞을 처지가 되었다.
광해는 불을 껐지만 아직 후끈한 땅을 지나 무너진 성문 앞에 도달했다.
“항복해라. 너희는 수백명이고 지휘관은 하나뿐이다. 만주족만 죽이면 된다. 죽여라.”
“무슨 헛소리! 죽여! 적을 죽 끄르륵.”
끝까지 소리치던 지휘관의 목에 창이 틀어박혔다.
“와아아! 죽여라!”
“만주족을 죽여라!”
조선이나 여진이나 유구국이나 똑같다.
이념, 종교, 왕조 상관없이 똑같다.
지도층은 잘살고 그들이 잘 사는 만큼 피라미드 바닥은 못 산다.
식량이 부족해도 지도층은 언제나 배불리 먹는다.
이러니 공산주의가 쉽게 퍼지지.
“만주족만 죽여라! 만주족만!”
대혼란이 벌어지고 지배층인 만주족이 학살당하기 시작했다.
광해가 나서서 말려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만주족 근거지 창춘은 위화도에서 후퇴한 기병을 포함해 만육천기의 기마를 갖고도 단 한명의 조선군도 죽이지 못한 채 함락되었다.
이틀간의 정비가 끝나고 광해는 게다와 이항복을 불렀다.
본래 만주족은 동맹으로 남겨둘 생각이었다.
그랬기에 이 지역 담당 백관은 없었다.
갑자기 정복이 진행되었기에 이항복을 임시 총독으로 불러왔다.
“어떤 식으로 해야 할 지 알지?”
“예. 전하.”
“남자는 전부 빼갈 거니까 마을 단위로 농사하던 거 시키고 조선의 법 알려줘. 연변 쪽에서 야인여진 출신 선교사가 올 테니까 광해소망교 퍼트리고.”
“염려 마십시오.”
“이항복. 자네를 믿겠네. 천명 단위 마을 이백오십 개야. 가능하지?”
“충분합니다. 반년 안에 안정시키겠습니다.”
게다와 이항복에게 만주족 영역을 맡겼다.
요동지역 산지와 지린성 등 한반도 크기에 달하는 넓은 지역이다.
이항복 정도 되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 우디치에게 초원기사단 오천을 맡겼다.
기마 오천이면 웬만한 변수쯤은 쉽게 물리칠 것이다.
막사를 나오니 기마가 도열해있다.
조선의 초원기사단 만육천과 항복한 여진족 기마 만오천.
여진족 사내 대부분이 포함되었고, 말을 싹싹 긁어모아 예비마 삼만 기를 만들었다.
기병 삼만에 예비마 삼만.
광해는 정충신을 보고 물었다.
“보병의 진군계획은 지금 어디쯤이지?”
“다렌입니다. 저희 기병대가 빠졌지만, 속도에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다렌은 요동반도 끝에 있는 대형성이다.
거기를 점령하고 북상해 요양성까지 오려면 두 달은 걸릴 것이다.
“식량도 부족한데 두 달 동안 놀고 있을 수도 없고. 싸우면서 손발을 맞춰보자. 가자! 서쪽으로.”
광해와 기마대는 창춘에서 서쪽으로 이동했다.
고난의 행군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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