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 세련된 식민지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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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이 늘었네?”
“봤지? 나오에 그놈이 핵심을 잘 잡았더라고.”
창덕궁에는 보고서가 쌓여있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황제에게 보낼 길이 없어서 창덕궁에 쌓아둔 것이다.
보고서를 하나씩 보는데 일본 쪽 동황이 신기하다.
세율을 올렸는데 민란은 줄었고, 제압비용도 줄었다.
모두가 적이었는데 이제 영주파가 생겨나 서로 싸운다.
사업별로 일꾼을 뽑아 급료를 주고 대신 농민의 수탈이 강해지니 전보다 전체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줄었는데 핵심 사업의 안정성은 올라갔다.
“이게 링컨이 노예를 해방한 진짜 이유지.”
“링컨이?”
“자본주의는 귀족주의보다 귀족에게 유리하니까. 노예는 억지로 일을 시켜야 해. 그리고 모든 노예를 똑같이 먹여야 하니 모든 노예의 불만이 주인에게 가. 노예주는 거처와 식량을 제공해야 하고 병을 치료해줄 책무가 있었어. 그런데 자본주의는 ‘하려면 해라, 말려면 말고’ 이런 식이잖아.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니 불만이 적어져.
시장 경쟁으로 급료가 책정되니 한꺼번에 해방된 노동자가 받는 급료는 굶어죽지 않을 만큼으로 정해지고 집값과 약값 등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니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되었어. 게다가 급료에도 차등을 주지. 쓸모없는 일엔 조금 주고 중요한 일엔 좀 더 주잖아. 이렇게 되면 관리비용이 줄어드는데도 귀족의 편이 생겨나. 이걸 이해하게 되면서 매우 자연스럽게 귀족주의가 자본주의로 대체되는 거야. 남북전쟁은 이런 개념을 세계에 이해시킨 상징적 사건이5고.”
“사람이 그렇게 바보일까? 조삼모사잖아.”
“조삼모사가 아니야. 노예가 받는 금액은 줄었지만, 자유를 얻었잖아. 노예 중에 똑똑한 이는 신분을 뚫고 부자가 되었지. 이 자유와 흔치 않은 사례가 희망을 주니 더 심한 약탈에도 버티게 되고. 자본주의의 착취가 노예제도의 착취가 심하기 때문에 참지 못해 등장한 게 바로 공산주의고.”
“돌고 돌아 빨갱이 이론이냐.”
“어쩔 수 없지. 사실인 걸 어떡해.”
“그런데 우에스기군은 왜 투입시킨 거냐? 고향 구경 하게 하려고?”
“그거야말로 핵심이지. 잔인하게 징벌해 본보기를 보여주되 영주가 직접 처리하면 민중의 분노가 영주에게 갈 수도 있어서 안정성이 흔들려. 그래서 외부 용병이 처리하게 만들고 살아남은 이의 분노가 어디 사는 누군지 모를 이에게 가게 하는 거야. 이러면 영주가 무너졌을 때 다시 체계 갖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전에 말한 프랑스... 그거냐?”
“올~ 기억하네.”
“그런데 프랑스랑 대체 무슨 상관인거냐?”
“역시. 하나를 말하면 반밖에...”
쿵.
꼭 매를 번다.
“어디서 주서들은 걸로 잘난 척하지 말고.”
“예. 예예 잘못했습니다요. 에...... 왜 프랑스냐면. 형 이런저런 소설이나 현대판타지 소설 같은데서 PMC가 등장하면 어째서인지 대부분 프랑스 용병단으로 그려지잖아. 왜 프랑스일까?”
“모르지.”
“그래. 사실은 미국이 제일 크고 영국 프랑스 등등 순인데 어쨌든 그들이 하는 게 저거거든.”
“이번에 우에스기 군이 한 거?”
“어. 식민지 수탈을 보조하기 위해 출동하는 거야.”
“식민지? 현대는 식민지 시대가 아니잖아.”
“......”
모현성은 크게 한숨을 쉬고 광해를 딱한 눈으로 본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쿵.
모현성은 깝치다 또 맞았다.
“아고고고. 전에...... 형이 처음 나 소환했을 때 했던 말 기억나?”
“어......”
그때 비누나 만들라고 했던가.
현재도 강철 생산 가격과 같은 비싸디 비싼 비누.
“황제 별거 아니라고. 칭기즈칸이 지구 절반을 점령해도 실제로 가볼 일은 없다고.”
“맞아. 기억난다.”
“그게 구세대의 정복이지. 적을 무찔러 땅을 차지하는 것. 그렇게 넓은 땅을 차지하고 오고타이칸국, 차카타이칸국 등을 만들었지만 결국 백년도 안 되어 티무르에게 다 무너졌지. 스페인도 같은 방식이었어. 땅을 점령해 총독과 병사들을 파견해 다스렸지만, 반란이 일어나는 등 온갖 문제가 발생해. 외부인이 침입해 타민족을 다스리는 건 힘든 일이야.”
“우리도 엄청 정복하고 영토 늘리고 있잖아.”
“그래서 인구가 적은 곳으로 가잖아. 홋카이도 대만은 거의 빈땅이었고, 만주와 몽골, 동칸도 인구가 적으니 우리 문화에 동화시키면 되겠지만 인구가 많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는 아예 다스릴 생각도 못하고 있잖아. 진입할 수야 있겠지만, 상대의 인구가 많으니 우리 문화에 동화시키기 이전에 반란을 감당할 수 없어.”
“어.”
“이게 구세대의 정복이었어. 유럽도 수많은 시도를 거쳐서 빈땅을 안정적으로 먹었고, 인구가 많은 곳을 어떻게든 다스리겠다고 대학살을 일으켰지. 그런데 식민지 경영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나라가 있으니 바로 미국이야?”
“미국? 미국은 식민 지배를 하지 않잖아.”
모현성은 광해를 한심하게 바라본 후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1898년. 내부확장을 끝낸 미국은 메인호 사건을 일으켜 스페인을 공격하면서 드디어 열강의 한축이 돼. 스페인을 공격해 쿠바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등을 빼앗지. 다 죽어가던 스페인의 남은 식민지를 모두 빼앗은 거야. 이렇게 뺏은 식민지들을 미국은 모두 해방해줘. 아 필리핀 빼고. 왜? 왜 그랬을까? 미국에 위협이 되지도 않는 스페인 따위를 굳이 공격해 땅을 빼앗고는 왜 굳이 해방시켰지? 미친놈들인가?”
“어? 글쎄......”
“역사를 보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왜’를 고민해야 해. 역사책은 읽는 이가 정답을 찾지 못하길 바라기 때문에 있었던 사실조차 축소해서 기록하니까. 왜? 대체 왜?”
“어쩌라고. 뭔데 왠데?”
“영국과 프랑스는 2차대전의 승전국이야. 패자에게 모든 걸 빼앗을 수 있는 위치. 그런데 승리한 영국과 프랑스가 식민지를 전부 잃었어. 그들이 학살하며 힘겹게 약탈하던 모든 식민지를 하나씩 독립시켜줬지. 왜? 갑자기 양심을 찾았나? 왜? 현대를 살던 우리는 왜를 왜 생각하지 않지? 왜?”
쿵.
일단 때렸다.
“왜냐고. 그냥 말하라고.”
“어. 넹. 그러니까 미국의 쿠바통치를 보자. 굳이 스페인을 공격해 쿠바를 뺏고는 독립시켜줬지. 그렇다고 제대로 된 독립도 아니야. 군사독재자가 창칼로 같은 민족을 위협하며 다스렸지. 미군은 쿠바에서 철수했고, 대신 기업이 침투했어. 쿠바의 경우는 설탕기업들이었지. 군사독재자는 미국 기업에 넓은 땅을 무료로 임대해 줬고, 대신 뒷돈을 받아 그걸로 자기 군대를 먹여 살렸어. 설탕 기업은 쿠바에 엄청난 사탕수수농장을 만들어 한때 세계 제1의 설탕 생산국이 됐어.”
“...... 그 작은 섬에서.”
“어.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지. 식량은 필수품이야. 식량이 모자라면 가격이 한도 없이 올라가지. 식량을 생산할 땅에 사탕수수만 기르니까 쿠바의 식량이 부족해져. 부족하면 수입해야지. 옆 나라 미국엔 식량이 남아돌거든. 자비로운 미국은 식량을 팔아주는데 가격은 시장가격이야. 쿠바는 사탕수수를 길러 벌어들인 돈을 미국의 식량을 사는데 다 써. 결국 스페인의 통치 때만큼 힘든 생활을 하게 되지.”
“잔인하네.”
“그런데! 열강 입장에선 이득이야. 먹을 게 없는 가난한 쿠바인들의 분노는 군사독재자에게 향할 뿐 미국에 화내지 않아. 미국기업 사탕수수농장의 노동자들은? 그들은 그나마 급료라도 받으니 달러조차 구하지 못하는 다른 이들보다 잘 사는 축에 들어. 최소한 굶지는 않지. 설탕농장의 간부들은 미국의 중산층만큼 잘 살아. 이러니 그들은 미국에 충성하는 이상한 일이 발생해. 결국 미국은 관리비용이 공짜인데 쿠바의 노동력은 쏙쏙 뽑고, 쿠바가 생산한 부가가치를 공짜로 차지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어.”
“지금 일본에서 하는 것 같은데?”
“맞아! 그래서 전에 나오에가 제안했을 때 깜짝 놀란 거지.”
“그래서 쿠바 미국하고 적대관계 된 거냐?”
“어. 미국이 하도 해먹었거든. 쿠바 민중이 굶다가 봉기해. 군사독재자가 학살해. 또 봉기해 또 학살해. 이걸 반복하니 잘 먹던 병사들마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반기를 들어. 군사독재자가 쫓겨나.”
“그 결과가 지금의 쿠바야?”
“아니. 일단 처음에는 미국이 참전했어. 쿠바의 미국기업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군대가 들어가 민중반란을 잠재우고 새로운 친미 지도자를 내세웠어. 니들의 새로운 지도자가 생겼으니 이만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라. 민중은 알았다고 하며 해산했는데 미국이 내세운 새로운 지도자는 똑같은 짓을 해. 사탕수수 잔뜩 생산해 헐값에 넘기고 모자란 식량은 미국기업에 거액을 주고 사오고. 이걸 여러 차례 반복하니까 원숭이도 알게 되는 거지. 배후에 미국이 있구나.”
“그래서 공산국가가 됐구나.”
“외부의 도움 없이 반란과 학살을 반복하던 쿠바에 소련이 손을 뻗치지. 마침 동서냉전이 시작되면서 공산주의를 퍼트리려던 소련에게 쿠바는 더없이 훌륭한 동지였거든.”
“너 공산주의 좋아하는 거 같다.”
“쿠바가 공산화되면서 미국의 설탕식민지 때보다도 열배 못살게 되었지. 공산주의는 베이스, 바닥. 지하실 밑의 기반층.”
“어...... 그런데 왜 프랑스야?”
“미국이 쿠바를 빨아먹는 건 세계 많은 나라들에게 영감을 주었지. 그리고 실패하는 모델까지 확인했지. 그렇다면 좀 더 발전해야겠지?”
“그게 프랑스라고?”
“어. 일단 국가는 무시하고 개인의 삶으로 보자. 스페인이 식민지를 만들면 식민지의 자원을 누가 갖지?”
“스페인.”
“아니. 쫌. 개인의 삶 말이야.”
“...... 스페인 국왕.”
“그렇지. 그런데 미국이 쿠바를 식민지배하면 쿠바의 자원은 누가 먹지?”
“미국... 미국 국민 모두?”
“올. 드디어 한걸음 발전......”
쿵.
“아쿠. 어쨌든 알다시피 미국은 선거로 대표가 뽑히는 선거의회주의 국가였어. 선거로 뽑힌 기간제 계약직 의원 입장에서 보자. 의회의 결의로 스페인을 공격해서 쿠바를 차지했어. 쿠바를 미국의 식민지로 만들면 그 산물을 미국인 전부가 나눠가져. 그런데 쿠바를 해방시켜주면 미국의 설탕기업과 식량기업이 엄청난 이득을 보게 돼. 그렇다면 정치인은 어떤 선택을 할까?”
“기업에게 뒷돈?”
“맞아. 미국인이 모은 세금으로 전쟁을 해서 스페인을 이겼지만, 그 열매를 굳이 미국인에게 나눠줄 필요는 없는 거지. 즉, 미국의 세련된 쿠바통치는 철저한 계산 하에 이뤄진 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자기 임기동안 기업에게 뒷돈을 받으려다가 만들어진 거야.”
“허...... 거참 우숩네.”
“이게 영프에도 영향을 끼쳤어. 2차 대전 이후 선거의회제도가 완전히 확립되었고, 기간제 계약직인 의원님들은 자기 임기 내에 큰 돈을 벌고 싶었지. 돈은 벌되 욕은 먹고 싶지 않고 다음 선거에서도 이기고 싶어. 그러니 알아서 포장하지. 민족자결과 평화와 사랑 박애를 위해 식민지 지배를 끝내고 민주주의를 심어주겠다. 그렇게 영프가 철수한 식민지엔 평화와 사랑, 박애가 가득한 군사독재국가가 생겨나지. 군사독재자는 뜬금없이 왕이 되니 영프에 사랑과 평화를 주고, 해당국의 자원을 세계의 기업들이 차지하고.”
“결국 미국의 쿠바 지배랑 똑같아진 거네.”
“영프는 한 걸음 더 세련되게 나아갔지.”
“뭐가?”
- 작가의말
역사적 사실이 아닌 저 혼자만의 개똥상상입니다
영프미는 훌륭한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이니 이 글을 믿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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