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토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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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발호는 이덕형과 이항복이 관리했다.
꾸준히 공산주의 삐라를 뿌려 사람들을 자극하고, 민중봉기로 혼란을 유도했다.
그러다가 너무 커지면 주변 군벌이 토벌하도록 정보를 넘기고 홀로 토벌하지 못하면 여러 군벌의 합동 작전을 유도했다.
그 와중에 각각 민족이 다르다고 교육하고 민족 간 학살로 포장해 민족분쟁을 심어준다.
복잡한 일이고 쉽지 않은 일인데도 잘 해내고 있었다.
그러다 1년 쯤 전 섬서에서 커다란 봉기가 일어났다.
본래부터 산적두령이었던 왕가윤이 산적과 농민을 모아 봉기했고, 의도치 않게 신처럼 추앙받게 되었다.
공산주의 형성 조건에 딱 들어맞게 된 것이다.
위대하신 지도자동무가 된 왕가윤은 거침없이 세를 늘렸고, 섬서와 하남, 산서로 순식간에 번졌다.
이덕형 이항복이 주변 군벌에 화약을 지원하며 토벌하게 만들었는데 오히려 일반 병사들이 변절해 군벌이 박살나는 일이 반복되었다.
특히 산서성의 기세가 무서웠다.
선비족이 칸국에 신종하여 몽골로 넘어갔고, 그 빈자리를 칸국의 통치를 거부하는 몽골족에게 내줬는데 갑자기 지도자의 위치에 선 산서성 몽골족은 지역을 통제하기도 전에 발호한 공산주의를 막지 못해 한방에 무너졌다.
이항복이 이쪽을 정신없이 막는 사이 산서성에 남았던 선비족과 몽골로 넘어간 선비족, 김류 등이 힘을 모아 몽골에 공산주의를 퍼트린 것이다.
홀로 남쪽으로 내려간 광해는 굳이 숨지 않았다.
편갑을 입은 구름표범 위에 앉아 느릿하게 남하했다.
이항복이 전해준 지도를 보며 중국 공산당, 북위라 이름 붙은 나라의 주요도시를 순서대로 방문했다.
“누...... 누구냐?”
굳이 연설하지 않는다.
소망을 보고 어깨에 짓눌려 있는 원한을 읽는다.
최초 시작은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봉기했더라도...
죽이다 보면 악마가 되고 뺏다보면 귀족이 된다.
콰직.
죽일수록 마력을 얻는다.
방어마법을 발동해 적의 공격을 막고, 지도층을 죽인다.
죽이라 명령하는 이가 사라지면 억지로 공격하던 징집병은 흩어진다.
산서성을 쓸며 북위 지도자를 보이는 대로 죽였다.
“대칸이시어.”
산서성 중심도시 태원을 쓸어버리자 연락병이 접촉해왔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온 이항복의 라인이 가동된 것이다.
“변동사항은?”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맞서 싸우려는 듯 서안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김류는?”
“죄송합니다. 못 찾았습니다.”
일일이 소망을 확인하며 죽이는데 김류와 관련된 소망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 숨었을 거라 생각하는 건 너무 단순했나.
“알겠다. 일단 섬서로 가마.”
“예. 주변 군벌이 태원을 치기로 했으니 산서성의 북위는 무너질 것입니다.”
“그래.”
광해는 마법진을 그려 서안으로 이동했다.
섬서성 서안.
진나라 시대에 50만 인구가 살았던 고대 거대도시엔 언뜻 보이는 병사들만 30만이 넘었다.
모두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먹는 공산주의.
초기엔 똑같이 싸우고 똑같이 나누는 방식으로 확장한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몰려다니며 죽이고 보는 것이다.
그 숫자에 기가 질린 광해는 처음으로 은신했다.
정면돌파도 정도가 있지.
싸워서 지는 문제가 아니라 싸우다가 적 지휘부를 놓칠까봐 숨은 거다.
“산속에서 놀고 있어라.”
컁~
갑옷을 벗겨주자 구름이가 좋아한다.
뾰족한 거 무서워하는 겁 많은 녀석인데 요새 못 볼꼴 많이 보여줬지.
서안 근처 산속에 구름이를 풀어주고 홀로 성 안으로 갔다.
은신한 채로 한참을 돌아다녔는데 적의 지도자동무 왕가윤이 안 보인다.
20여명이 모인 최고위 회의에 들어가 한참 기다렸지만 지도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흙벽.”
더 기다리기 싫어진 광해는 사방에 벽을 세워 막았다.
“뭐냐?”
“누구냐?”
“적습이다. 문을 열어라!”
소란통에 등장한 광해는 장갑을 끼고 아다만티움 철사를 조종했다.
표표푯.
계급이 낮아보이는 놈들부터 죽이고 원한이 많은 놈들 다섯을 남겼다.
“헉. 서칸왕?”
“아니 대칸인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철사로 팔다리를 찌르고 마법진을 그렸다.
“이름.”
“고영상.”
“왕가윤의 위치는?”
“고향에 숨었소.”
“고향이 어디지?”
“섬서 부곡이오.”
“정확히.”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오.”
“김류를 아나?”
“모르오.”
다른 다섯 명을 전부 고문했지만 김류에 대해선 알아내지 못했다.
왕가윤이 숨은 마을을 대략적으로 알아냈을 뿐이다.
자백마법의 후유증으로 뇌가 녹아 백치가 된 자들.
죽일까 하다가 그냥 놔두기로 했다.
죽이는 것보다 놔두는 게 공포를 극대화시킬 것이며 사람을 죽이는 것도 싫다.
시체 틈에 사색이 되어 있는 생명체가 있다.
“몇 살이냐?”
앳된 얼굴의 소년이기에 일부러 죽이지 않았다.
달려있는 원한도 강하지 않다.
“열다섯 살입니다.”
“이런데서 놀지 말고 집에 가서 농사지어라. 니 부모가 걱정한다.”
너그러운 광해는 자비를 베풀기로 했다.
연락병이나 할 놈이니 굳이 줄일 필요는 없겠지.
돌아서서 나가려는 데 소년이 떨며 물었다.
“이분들은...... 안 죽이십니까?”
“안 죽인다.”
광해가 떠나고 난 후.
잠시 눈치를 보던 소년 ‘이자성’이 소리쳤다.
“적습이다! 내가 적을 무찔렀다.”
하필 타이밍 좋게 광해가 만든 흙벽 마법이 끝났고 밖에서 흙벽을 두드리던 병사들이 뛰어 들어왔다.
열다섯 소년 이자성은 순식간에 자객을 물리친 영웅이 되었고, 섬서 공산당의 중심이 되었다.
부곡이란 지역에 가서 또 한참을 찾아다녔다.
왕가윤이 홀로 숨었으면 모르되 공포에 질려 호위병을 잔뜩 두르고 있었다.
그러니 오히려 찾기가 쉬웠다.
한 달 만에 왕가윤을 찾아내서 고문해 정보를 뽑고 죽였다.
북위의 주요인사와 편제, 위치 등을 알아냈지만, 김류에 대한 정보는 찾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정보망에도 걸리는 것이 없습니다.”
개봉에서 만난 이덕형과 이항복이 고개 숙여 사죄했다.
“어디로 갔을까? 북칸 개척지일까?”
“알 수 없습니다. 한성으로 숨어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 북위는 이걸로 정리가 될까?”
“주변 군벌에게 점령하라 했으니 금방 잠잠해질 것으로 사료됩니다. 어차피 불씨를 남겨야 다시 혼란이 일겠지요.”
“...... 그래.”
섬서성 서안은 공산주의자에게 남겨주기로 했다.
끝없이 문제를 일으키도록.
대신 칸국에 침투하지 못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광해는 뒷일을 이항복에게 맡기고 한성으로 복귀했다.
“형!”
“어.”
“동칸가자. 가서 전염병 한번 잡고, 통신 살리고 오자.”
“어.”
“그리고 지브롤터에서 지난달에 연락이 왔는데 몇 번의 폭동이 일어났대.”
“폭동?”
“순례객들이 석회석을 쌓았는데 형이 기적을 안보여주니까 버티고 뭉쳐있대. 버티는 데 먹을 게 없으니 주변을 약탈한 거지. 일부는 우리 점령지로 왔다가 다 죽었고.”
“피해는?”
“예서가 놀랐대.”
“...... 큰 피해를 입었군.”
또다시 세계여행.
마력을 많이 썼기에 모현성을 남겨두고 혼자 떠났다.
동칸에 가서 통신을 살리고 전염병을 잡고, 마정석을 충전해줬다.
지브롤터에 가서 둑을 만들며 좀비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번 여행은 그리 즐겁지 않았다.
쌓인 일을 해치우는 출장이기도 했고, 몽골에서 느낀 배신감을 아직 떨치지 못했다.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니 창덕궁에 죄인들이 묶여 있었다.
이괄.
이택훈
그리고 모현성.
“쇼하냐? 지랄하지 마라.”
“제가 지시했습니다.”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초란이다.
올바른 사람은 막대하기 어렵다.
이초란이 그런 경우다.
그래도 왕이자 남편을 묶는 건 너무하지 않냐?
“판결은?”
“여기 있습니다.”
이초란은 사법부의 판결을 가져왔다.
“이택훈은 전 재산 몰수 후 사형. 뒷돈을 받기위해 국가전복음모죄인 김류와 손을 잡았으며, 국가에 피해가 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엉터리 계약을 작성해 돈을 착복했습니다. 형량은 320년이나 50년을 넘겼기 때문에 사형에 쳐합니다.”
“그래. 인정하나?”
이택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항소하겠습니다.”
“그래라.”
무죄를 받기 위한 항소는 아닐 것이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숨을 쉬려고 항소하는 느낌이다.
“다음은 이택훈과 손을 잡은 기업인들입니다. 계약대로라면 국가에 피해가 가는 사업인데도 자기 이득을 위해 애써 외면하고 진행했으며 불우이웃돕기라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핑계로 법망을 피하려 했습니다. 죄를 본 순간 국가에 알렸다면 피해가 이리 커지지 않았을 진데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에 짧게는 노역 3년 형, 길게는 10년형에 처합니다. 또한 국가가 입은 피해액의 절반을 징수합니다.”
“그래. 그대로 해.”
그들 중 대다수가 일이 틀어진 걸 깨닫고 북위 공산당으로 도망쳤는데.
스스로 벌을 받고 있다 봐야 하나.
“다음은 이괄. 개인 욕심에 무리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이택훈을 꼬득여 뒷돈을 받도록 지시했으며 이택훈이 죄를 짓는 걸 알면서도 비리로 조성한 돈을 투자금으로 받았으며 국가에서 바로잡을 기회를 줬는데도 무리해서 진행했습니다. 김류와 접촉하고도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감형의 여지가 있습니다. 애초의 사업계획서가 무리한 계획이었다는 것, 이에 국가와 책임을 나눕니다. 또한 김류의 존재를 알게 된 시점은 국가에서 바로잡을 서신을 보낸 이전이기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것도 인정됩니다. 그리고 불법으로 모은 자금이지만 전액 북칸개척에 사용한 점도 감형의 이유가 됩니다.
이에 사법부는 이괄을 노역 20년형에 쳐하며 북칸개척에 들어간 자본을 지분으로 나눠주며 이가상단의 지분 중 절반을 몽골지역에 끼친 피해 배상으로 몰수합니다.“
안 죽여?
당연히 죽일 줄 알았는데 안 죽이네.
법이란 참 어렵다.
법리적 해석이란 참 어렵고 애매하며 중립적이기 힘들다.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누구나 만족할 판결은 없을 것이다.
법대로 판결해도 피해자는 무조건 형량이 가볍다 느끼고, 가해자는 무조건 형량이 무겁다 느낄 것이다.
판사가 이초란이니 최대한 중립적 판단을 내렸을 텐데도 광해가 듣기엔 상식 밖의 판결 같다.
이게 현대에도 똑같이 느끼는 거겠지.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봐주기 판결도 있지만, 대부분의 판결은 돈의 힘이 들어가지 않은 채 공무원의 일처리가 될 테지만 그럼에도 불신하고 욕하겠지.
법이란 건 어렵다.
“이괄.”
“대칸이시어. 제가 구석에 몰려 머리가 마비되었습니다. 부디 용서를......”
출세욕에 머리가 마비된 이괄.
그럼에도 죽을 죄를 짓지 않았다.
벌주기도 용서하기도 어려운 녀석이다.
“항소해봐라. 법이 감형하라 하면 감형되겠지.”
골치아픈놈.
이초란에게 떠넘기자.
“그리고 모현성은......”
이초란이 말을 끌다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남편이자 국왕을 판결하려니 힘들겠지.
“서... 섬...이 아니었어.”
섬을 향해 노를 저어가던 임경업과 갑사들은 가까워지는 덩어리를 보며 좌절했다.
섬이라 생각했던 것은 거대한 철선이었다.
“사내대장부는 좌절하지 않는다! 철선에 줄을 묶고 가면 편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
“아아. 그렇구나.”
“맞네. 가세. 노를 저으세.”
갑사들이 어기여 디여라 하며 노를 저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철선.
확실히 칸국의 배다.
“어이~ 이봐~”
“살려주시오~ 어이~~”
갑사들이 애절하게 외치자 저쪽에서도 반응이 왔다.
뿌우우웅~
뱃고동 소리가 들리고 선원들이 갑판에 고개를 내밀고 뭐라뭐라 소리쳤다.
“확실히 우리편이다~ 이제 살았어~”
그렇게 다가가자 저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선의 판옥선이다~”
“살았다~ 우린 살았어~”
“어이~ 살려줘~”
??????
갑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고향에 가고 싶었을 뿐인데.
- 작가의말
판사가 무조건 중립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앞에 적었지만...
실현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괄과 모현성, 기타등등의 판결을 읽으면서 과연 중립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신가요?
(라는생각으로 불편한 에피소드를 구성했읍죠. 죄송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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