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최고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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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도 나라가 굴러가나? IMF 지원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IMF 없잖아. 크큭.”
“그런데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 세금 더 걷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안 돼! 세금은 순수익의 30퍼센트. 그 이상 올리면 절대 안 돼. 예전엔 9할 뜯겼지만, 이제 3할만 걷으며 앞으로도 변동치 아니한다. 이야말로 애국심 관리의 핵심이야. 간단히 알아듣고 이해하기 쉽잖아. 주변국과 비교해도 얼마 안 되고. 어영부영 세금 올리면 현대 한국처럼 세율 50퍼 이상이 될 거야. 완벽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사법연수원도 포기했는데 여기서 오점을 남길 수 없어.”
세금보다 다섯 배 많은 지출.
분식회계도 아니고 대놓고 적자를 보는데 나라가 안 망하는 게 신기하다.
아니 아무 문제없이 굴러가는 게 신기하다.
“왜 이렇게 많이 쓰지?”
“항목별로 봐봐. 큰 숫자만 있으니까 이해하기 편할 거야.”
곰섬(홋카이도).
200만 인구가 농업과 어업, 임업을 한다.
걷히는 세금은 전부 섬 내에서 쓰인다.
규슈와 구름표범섬(대만).
약간의 순이익이 남아 중국 공작비용으로 투입된다.
동칸.
여전히 활발한 개척이 진행중이며 개척마을과 철로건설에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
여진과 몽골.
적자덩어리.
군대 40만 명.
돈 잡아먹는 괴물.
“이렇게 보니 칸반도 말고 들어오는 수익이 없네.”
“칸반도의 자금만 해도 여진에 투입되면 남는 게 없지.”
“돈이 왜 이렇게 많이 나가는데?”
“일단 행정비용이 비싸지.”
행정비용.
현대적 행정시스템을 갖추진 못했다.
사진도, 주민등록증도 없으니 김류조차 못 잡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무지막지하게 들어가고 있다.
“유럽의 관리비용을 보면 비교가 될 거야.”
유럽의 영주는 기사에게 시골마을을 통째로 준다.
기사는 마을의 세금을 마음대로 걷되 무력을 제공한다.
유럽 르네상스가 미화해서 그렇지 기사란 직업 자체가 고려시대의 촌장과 거의 동급이다.
도시의 경우엔 라부아지에 같은 세금징수업자에게 세금 걷을 권리를 돈 주고 판다.
세금징수업자가 1년간 세금 걷을 권리를 영주에게 산 후 도시민에게 능력껏 걷는 방식이다.
이들 세리가 악착같이 걷는 세금은 프랑스 혁명의 원인 중 하나로 뽑힌다.
영주입장에서 보면 행정비용은 제로다.
귀족은 기사와 징수업자에게 돈을 받는 걸로 놀고먹으며 밑에 것들이 알아서 세금을 뜯어먹는 하청구조다.
거기에 비교한다면 칸국에서 인구 하나하나를 관리하는 행정비용은 유럽의 100배가 넘는다.
“고려가 동북6진 개척하는 데에도 엄청 고생했잖아. 그런데 우린 그 백배되는 영역을 한 번에 개척하고 있어. 당장 돈 나갈 일만 있지.”
동칸, 여진, 몽골, 카자흐 북칸 등 여전히 개척중인 땅이 대부분이다.
거기다 소규모 섬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동남아의 소규모 섬들과 괌과 하와이, 실론과 몰디브 등 서양 세력을 몰아낸 곳에 이주민을 보내 개척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이게 돈 잡아먹는 괴물이다.
단순히 사람만 보내서 되는 게 아니다.
소규모 군대가 함께 가야하고, 정기적으로 배를 띄워 식량을 보내줘야 하며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건축자재를 실어 날라야 한다.
익숙지 않은 땅으로 이주하는 것이기에 전염병도 자주 돌고 의약품도 많이 필요하다.
조그마한 관청도 딸려 보내야 하고 항구와 관청 등 인프라도 건설해야 한다.
섬 하나 안정시키는데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군대.
지브롤터에 자리 잡은 해군은 오스만에게 보급을 받고 있고, 그 값을 칸반도에서 바다를 통해 수송한 상품으로 내고 있다.
수송비용만 생각해도 엄청난 가격이다.
곽재우의 철로원정대 또한 돈 잡아먹는 괴물이고.
“이렇게 하는데 어떻게 나라가 돌아 가냐?”
“짜잔. 바로 그게 마술이지. 현대인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마술. 금융의 연금술. 적자 경영의 승리! 사실 세입을 갖고 흑자를 내면서 개척하려 하면 고작 마닐라 하나 안정시키는데 다 쓰일 거야. 그런 속도로는 아무것도 못하지. 적자 경영을 해야 확장을 빨리빨리 할 수 있어.”
“적자 경영?”
“어. 일단 광해산업에서 남는 돈 대부분이 국가에 대출로 잡혀. 광해산업에서 보호하는 기술자들에게 뿌리고 연구비용으로 잔뜩 빼도 너무 많이 남거든. 써도 써도 남는 돈을 나라에 공짜로 빌려주고 있지. 이 비용이 국가 세입과 맞먹어.”
“다섯 중 하나가 세입이고 하나는 광해산업이네. 나머지 셋은?”
“백칠해적단과 이집트 농장, 최씨상단 등에서 걷은 돈. 이건 범죄니까 기록할 수 없어.”
백칠해적단은 중동과 인도, 동남아 해역을 쓸고 다니고 있다.
뭉쳐다니며 적함을 불태우거나 뺏으니 남방 해역은 칸국의 함선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이집트 농장에서 생산된 아편은 유럽에서 황금과 바뀌어 오스만의 보급품과 바뀐다.
반쯤 어용상단인 최씨상단은 폰지은행 등 각종 사기로 침투국가의 부를 뽑아내고 대신 거액의 특허료를 바친다.
“이 돈은 해외 모험 중에 운 좋게 발견했다는 핑계로 국가에 바치고 있지.”
“해외 모험 시발. 대해적시대냐?”
“크크큭. 이게 좋은 게 뭐냐면 자기도 모험왕이 될 거라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어. 황금섬을 찾겠다는 꿈에 부푼 발룬티어들에게 해외에서 주의할 것을 철저하게 교육하고 새로 개척하는 섬으로 보내고 있어. 얘들이 아니면 인도양 한가운데 외로운 몰디브 같은데 자원해서 갈 사람이 없지.”
“사기잖아!”
“혹시 모르지. 엄청난 금이 묻혀 있을지도.”
“이 사기꾼 새끼.”
“그래봐야 백칠해적단이 버는 돈은 얼마 안 돼. 가장 큰 돈을 버는 건 광해은행이야. 나머지 모두를 합친 것만큼 벌고 있지.”
“광해은행이? 너 뭐 고금리대출하냐?”
“아니. 초저금리 대출이야. 광해은행의 수익은 신금에서 나와.”
모현성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광해신금을 들어올렸다.
“화폐의 마술이지.”
“크헬헬. 내가 해적왕이다!”
“웃기지 마! 내가 가라앉힌 적선만 해도.”
“후훗. 사천왕 최약체 주제에 건방진 소리를.”
선장들이 기싸움을 하며 술을 마신다.
그 밑의 선원들도 미친놈처럼 술을 마신다.
이들은 남방해역에 악명 높은 백칠해적단.
시간이 지날수록 숫자가 더 늘어 무려 천여 척을 보유한 해적단으로 성장했다.
말레이반도 남쪽 끝, 훗날 싱가포르가 생기는 곳에 칸국 동남권역의 주요거점 입구도시가 건설되었다.
정규군 만 명이 주둔한 대도시에 백칠해적단 전원이 모였다.
“모여봐라 이것들아.”
백칠이 외쳤다.
“아. 왜? 거기서 말해.”
안 모인다.
심지어 소리친 이는 해군 사령관 이완이다.
해적놈들과 다니다보니 동화되었다.
해먹에 누워 맥주를 마시고 있는 이완을 슬쩍 본 백칠은 많은 할 말을 참았다.
“대칸께서 해적질을 금하라 하셨다.”
악마가 되지 말라는 광해의 말에 모현성은 백칠해적단의 활동을 멈춰 세웠다.
이 명령이 전해지기까지 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 안 돼!”
“해적이 해적질을 하지 않으면 뭘 하라고?!”
다른 배를 추격하고 뺏고, 가라앉히는 데 재미 들린 놈들이다.
그들에게 해적질은 삶 그 자체다.
“몇 가지 선택지를 주셨다. 동칸으로 가서 해상운송을 하든가, 일반 백성이 되든가.”
해적질을 한 남방권역에서 활동할 순 없다.
얼굴이 알려졌으니 칸국인임은 숨기는 게 좋다.
“우리가 그리 얌전히 있을 수 있겠어?”
“내 몸속의 열정은 그런 간단한 일로 잠재울 수 없다!”
“아니면 서역으로 가서 해적질을 이어가던가.”
“가자! 지브롤터로!”
“우오오오!”
“피가 끓어오르는구나!”
모든 해적이 서쪽으로 가길 원했다.
북해와 영국 등 해안선이 복잡한 지역.
다 돌아보려면 몇 년이 걸리니 큰 항구만 박살냈다.
나머진 백칠해적단을 끼얹는다.
해적단이 동남아 거점 곳곳을 정리하고 현지에서 꾸린 가족을 챙겨 서역으로 이주를 준비할 때 칸국 동남권역장인 백관 구진우가 다가왔다.
“어찌 하기로 했습니까?”
“전원 서역으로 간답니다.”
백칠이 공손히 대답했다.
해적단을 십년이나 이끌었음에도 그는 자기 본성을 잃지 않았다.
그랬기에 여전히 해적단을 이끄는 것이지만.
“허허. 해역이 비겠군요.”
“배라는 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바로 해적이 발생하지는 않을 겁니다.”
거대한 메기 백칠해적단은 중동부터 인도, 동남아까지 넓은 해역을 순찰했다.
하는 짓이 해적질이긴 하지만, 덕분에 다른 해적의 발호를 막았고, 이는 칸국 상선이 자유로이 오갈 수 있게 도와주웠다.
백칠 해적단이 빠진다면 이제 새로운 해적단이 자연발생하게 된다.
칸국 상선의 무장을 강화해야 한다.
“단장님도 가십니까?”
“가야죠. 저놈들이 규율을 잘 지키긴 하지만, 가끔 미치기 때문에.”
재산만 뺏고 목숨을 살려줘라. 가까운 섬에 내려줘라. 강간 납치는 금지. 섬의 동식물을 다른 섬으로 옮기지 마라 등 수많은 규율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규율을 지키지 않으면 광해소망교에서 쫓아내는데도 가끔 정신 나간 짓을 하는 놈이 생겨나기에 항상 지켜봐야 한다.
해적단장임과 동시에 해군제독의 직위를 받은 백칠은 대칸이 자신에게 바라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건투를 빕니다.”
“동남권역의 번창을 빕니다.”
백칠해적단을 서양 해역에 끼얹었다.
해적단이 떠난 후 눈치보고 있던 지역 귀족들이 몰려왔다.
백관 구진우는 본업에 집중했다.
“금이 오백근이군요. 신금으로 바꿔달라고요?”
“그렇다. 맡기진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아유타야 왕국의 유력자가 황금 오백근을 가져왔다.
신금 하나의 가치는 황금 3000g. 다섯근의 무게와 같다.
황금 오백근은 신금 백개와 교환되었다.
황금 300kg은 숨기기 힘들고 땅을 파서 묻으려 해도 일꾼이 필요하다.
그에 반해 신금 백개는 품에 넣어놔도 티가 나지 않고, 땅에 묻는 것도 혼자 할 수 있다.
칸국의 힘이 강성해지고, 한성을 방문한 외국 사절이 많아질수록 신금의 신뢰도는 계속 올랐다.
아라비아 상인과 귀족, 왕족들이 앞 다투어 금과 은을 신금으로 바꿔 보유했다.
또는 칸국에 맡기고 증서만 챙기기도 했다.
엄청난 양의 황금이 칸국으로 흘러온다.
귀족들을 보낸 후 구진우는 간단한 서류작업을 했다.
황금 오백근 입금. 국가에 대출.
“이 금을 가져가서 인도 초석 구매비용으로 써라.”
귀족이 가져온 금으로 초석과 고무수액 등을 구매한다.
금을 받은 지역 귀족은 그 금을 다시 칸국의 은행에 맡긴다.
은행에선 그 금으로 지역민에게 일을 시켜 노임을 주거나 섬을 사서 남방 칸국의 영토를 넓힌다.
실제 투입하는 돈이 없는데 칸국은 엄청난 돈을 써서 쭉쭉 발전한다.
“이거 사기 아니냐?”
“왜? 칸국에 대출해줬고, 그 돈을 투자해 쓰는 건데.”
“아니. 맡긴 돈을 다들 빼가면 어쩌려고.”
대칸 은행이 보유한 황금의 백배 가량이 신금으로 바뀌었거나 대출되었다.
이 자금이야말로 칸국의 거침없는 확장의 원동력이다.
대충 봐도 문제가 보인다.
만약, 신금을 금으로 교환하려 하거나 은행에 돈을 맡긴이의 백분의 일 이상이 돈을 찾으려 하면 은행의 황금이 바닥난다.
“그게 뱅크런이지. 고객이 일제히 돈을 찾으려 하면 은행이 망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되면 어쩌려고 그래?”
“망하면 뭐 망하는 거지. 현대에도 은행은 매일 망하고 돈 맡긴 이는 자기 돈을 못 찾잖아. 내가 광해은행을 왜 사기업으로 만들었는데.”
유한책임회사.
회사지분만큼만 책임진다.
나머지 돈은 공중분해.
펑!
“그리고 안 망해. 텅스텐 주화를 복제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백 년 동안은 안전해.”
“그 이후엔?”
“회수하고 지폐를 찍어내야지. 이젠 종이 만드는 값도 내렸으니 형의 마법진으로 복제방지지폐를 뿌리면 계속 확장할 수 있어. 이것이야말로 화폐의 마술이야.”
화폐의 마술.
맡긴 돈으로 국가를 발전시키고, 그렇게 쓴 돈을 다시 받아 또 발전시킨다.
칸국에선 종이에 몇 글자 적는 것 만으로 칸국 다섯배 인구를 조종해 칸국의 발전에 이용한다.
“기준화폐 달러.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는 만큼 그 가치를 미국이 획득했어. 이게 기준화폐의 특권이야. 덕분에 미국은 양적완화라는 말장난으로 달러를 마구 찍어냈지. 지금은 우리가 갖고 있고.”
모두가 인정하고 신뢰하는 화폐 광해신금.
그 가치는 지금껏 칸국이 직접 행한 모든 사업보다 크다.
“지금껏 했던 모든 사업이 화폐의 신뢰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봐도 돼.”
광해신금을 받기 위해 일하고 받은 광해신금을 다시 은행에 맡긴다.
직할 영토가 아닌 모든 타 국가가 칸국의 발전을 위해 일한다.
“이렇게 백년간 모든 국가의 도움을 받으며 발전시키면. 그러면 모든 걸 완전정복 할 수 있어.”
화폐의 마술.
적자경영의 승리.
“무너지면? 뱅크런이 일어나면?”
“이건 김류 따위가 테러해도 소용없어. 적당한 때에 광해소망교에서 금을 악마의 살이라 욕하며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지폐사회로 넘어가게 되면 끝이야. 칸국의 화폐체계를 받아들인 모든 주변국은 무조건 칸국에 예속될 수밖에 없어.”
“그게... 되냐?”
“돼. 100개국을 전투로 점령할 순 없지만, 화폐로 예속시키는 건 간단해.”
은행과 화폐에 그렇게나 공들이더니.
“화폐야말로 최고의 마술이야.”
화폐를 단순히 물건 교환이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도구라 생각하던 광해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 작가의말
몽골 공산당부터 여기까지 크게 한 챕터였는데요...
너무 힘들었어요...
너무 스킵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내용이 전달도 잘 안 되고...
설명만 가득해서 쓰면서도 내가 소설을 쓰는지 지식인 쓰는지 구분도 안가서 화나고...
그러다보니 비축분이 팍 줄었어요
크흑. 내 유일한 목표인 완결까지 1일1연재가 흔들려요...
허접하지만 어떻게든 매일 올려볼게요
다만 앞으론 중간에 수정이 많아질듯.... 후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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