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 지브롤터 방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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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페르난도는 8살부터 아버지의 배를 탔고, 열아홉 살부터, 황열병으로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 상단을 지휘했다.
이후 이십년간 포르투갈과 아시아 전역을 떠돌며 장사했다.
그 다양한 경험 덕에 화약무기에 대해서도 잘 알았고 이는 신무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개방방주가 기관차를 쓰러뜨렸을 때 함께 기관차를 살펴봤으며 광해이포의 원리를 알아내 곧장 카피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증기기관차를 복제하지는 못했지만, 반나절 살펴봄으로써 증기기관의 원리를 어렴풋이 이해했고, 탄피의 압도적 장점을 눈치챘다.
성리학밖에 모르는 이귀는 요서에 남겨 외교적 카드로 써먹으려다 잃어버렸지만, 루이스는 주요 기술자로 분류돼 개방의 보호를 받았다.
개방에선 여러 기술자와 루이스를 모아 탄피를 이용한 총기를 만들려 노력했지만, 팀장격인 루이스는 8개월 만에 포기선언을 했다.
“탄피를 외부에서 때려 내부에 점화하는 화약물질을 못 찾겠소. 적어도 중원엔 없소. 조선의 기술자를 납치해 고문하거나 서양에서 비슷한 물질을 찾아야 하오.”
루이스의 말에 개방 방주 우치호는 결단을 내렸다.
“개방에선 조선의 기술자를 빼오는데 총력을 기울이겠소. 당신은 서양에 가서 탄피 내부를 터트릴 물질을 찾아보시오.”
그에 루이스는 긴 방랑을 끝내고 귀향길에 올랐다.
바닷길은 칸국 때문에 막혀 있으니 육로로 가야 했다.
루이스는 감숙에서 아랍상단에 거액을 줘 합류하게 되었고, 개방에서 호위병 백 명도 붙여주었다.
아랍 상인을 따라 비단길을 지나고 이란 고원에서 신분세탁을 해 오스만제국을 통과했고, 신성로마제국을 지나 스페인에 도달한 것은 명나라를 떠난 지 2년만이다.
수없이 죽을 위기를 겪고 병까지 얻어가면서 끝내 도착했고, 지나는 길에 모든 종류의 화약을 구해 탄피 내부에서 발화하는 물질, 뇌홍을 찾아보려 노력했다.
스페인에 도착한 루이스 페르난도는 포르투갈 겸 스페인 황제에게 자신의 대모험을 알렸다.
시기는 칸국 해군이 지브롤터를 점령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흐음. 그러니까 동서 동맹을 맺자는 말인가?”
“예. 동방의 명국은 조선... 아니 칸국 때문에 고통 받고 있으며 저의 고국 또한 칸국 해군에게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온 명국 사절과 동맹을 맺고 힘을 합쳐 물리쳐야 합니다.”
루이스를 호위해온 개방 거지들이 명나라 외교사절로 포장되었다.
칸국에게 미대륙 모든 함대를 잃고, 북아프리카 모르코와 지브롤터를 빼앗긴 스페인은 현재 대 위기에 빠져있다.
해외 식민지를 전부 잃었고, 보유한 해군 전력도 1/3밖에 안 남았다.
스페인으로선 절대 거부할 수 없다.
멀리 있는 명나라와 손을 잡는다 해서 손해 볼 것도 없고.
“동맹은 맺는다 치고, 그들의 무기를 구해왔다고?”
“예. 명나라에서 노획한 무기를 가져왔습니다. 허가해 주신다면 시연해보겠습니다.”
스페인 왕 겸 포르투갈 왕 겸 나폴리 왕 겸 시칠리아 왕 겸 밀라노 공작인 펠리페 3세는 칸국의 신무기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무기 시연은 즉각 허가되었고, 이틀간의 준비기간 동안 마드리드 인근의 귀족들과 기사들이 모였다.
그들 앞에서 개방 호위들에 의한 광해이포 무기 시연이 펼쳐졌다.
콰쾅.
재장전.
콰쾅.
재장전.
콰쾅.
50보 이내에 세워둔 모든 플레이트 갑옷이 벌집처럼 구멍이 났다.
70보를 넘어가면 플레이트 갑옷에 흔적도 남지 않지만, 근거리에선 확실히 모든 것을 말살한다.
엄청난 화력은 둘째 치고 재장전 속도가 경악스럽다.
루이스는 황제에게 설명을 했다.
“재장전 속도를 감안한다면 저 무기 하나가 아국 화승총 이백정과 같은 화력을 냅니다. 병사 수는 고작 세 명이면 되니 더욱 무섭죠. 칸국의 육상군은 저 무기를 수천 개 씩 들고 다니며 싸웁니다. 방패병이 막는 사이 저 무기가 접근하는 육상병을 휩씁니다. 병사들은 달려가다가 쓰러질 뿐입니다. 저 악마의 무기를 막기 위해선 우리도 똑같은 무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얗게 질린 펠리페 3세는 루이스의 설명을 듣자 소리쳤다.
“중지. 전투를 중지시켜라.”
“예? 전투라니요?”
루이스가 얼빠진 대답을 했지만, 펠리페의 명령은 다른 이를 향한 거였다.
“당장 지브롤터로 파발을 보내겠습니다.”
루이스가 광해이포를 시연할 때 스페인의 지브롤터 수복작전이 시작되었다.
“교섭은 결렬인가.”
정문부의 말에 원숭환이 고개를 저었다.
“예. 애초에 적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죠.”
지브롤터에서 물러나라는 스페인 사절에 대한 칸국의 답변은 스페인의 모든 함선을 칸국에 바치고 바다로 나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애초에 싸우자는 소리밖에 안 된다.
싸움을 걸었고 결국 싸우게 되었지만, 정문부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지브롤터 북쪽에 뭉친 스페인의 육상병력이 30000명.
바다엔 크고 작은 함선 130척이 떠 있다.
그를 상대하는 칸국 육상 병력은 7000명뿐이고, 해군은 이천톤급 다섯 척과 천톤 급 열 척만 존재한다.
칸국 대부분의 함선이 개떡이의 지휘 하에 나폴리와 베니스를 치러간 사이 이를 지켜보고 있던 적이 몰려온 것이다.
적의 앞마당에 알박기를 했으니 정보 유출은 감당해야 할 일이지만, 당장 근심에 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막을 수 있나?”
“최선을 다 했습니다.”
정문부의 물음에 원숭환이 원론적인 답만 내놓았다.
지브롤터가 적의 공격을 받을 건 예상할 수 있었지만, 방어 책임자로 원숭환이 되는 건 이해못 할 결정이었다.
나이도 적고, 전장경험도 적고, 공적도 없는 원숭환이 기라성 같은 장수들을 제치고 책임자가 되다니.
예전에 광해와 함께 온 모현성이 방어는 원숭환, 이라 선언하며 방어에 관한 모든 걸 일임해 버린 탓이다.
장수들은 원숭환의 능력을 미심쩍어 하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원숭환의 설계에 따라 지브롤터 바위산 곳곳에 광해일포 삼백문을 방열했고, 바위산 아래쪽에 기관총 백 정과 광해이포 천문, 참호와 철조망이 설치되었다.
“일단 서칸왕 전하와 대칸의 지시가 있으니 명령에 따르겠네. 다만 병사들의 피해가 커지면 대칸을 거역하더라도 지휘권을 빼앗겠네.”
“그래주십시오.”
오히려 원숭환이 부탁하고 싶은 말이었다.
원숭환은 왜 자신에게 방어 총 책임을 맡겼는지 오히려 묻고 싶었다.
그런 근심에도 불구하고 책임자는 원숭환이었고, 전투는 시작되었다.
스페인 함선이 남쪽과 동쪽으로 다가오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에 칸국 함선은 전부 서쪽 육지 근처에 붙어 숨어버렸다.
“동향, 남향포만 방포하라. 탐측병은 각 포의 결과를 확인해 포각을 조종하라.”
콰콰콰쾅.
바위산 위에 고정해놓은 광해포는 평소보다 사거리가 길었고, 바닥이 단단해 포각이 흩어지지도 않았다.
각 포는 자신의 포가 떨어질 위치를 미리 인지하고 있었고, 그 지점에 적선이 들어온 순간에만 포를 쐈다.
적선과 이천보 거리에서 포격이 시작되었고, 스페인 함선은 얻어맞으면서도 전열을 유지한 채 서서히 접근했다.
동시에 북쪽에서 유럽최강으로 불리는 스페인 육군이 전진을 시작했다.
영화에서처럼 우와아아아아 하며 돌격하면 고맙겠지만, 실전에서 그런 지시를 내리는 나라는 프랑스 말곤 없다.
병사들은 진형을 갖춘 채 군가를 부르며 발 맞춰 걸어 내려왔고 끌고 온 포가 방열하는 동안 열을 맞춰 대기했다.
스페인의 포가 방열했고, 칸국의 참호를 향해 포격이 시작되었다.
“왜 쏘지 않느냐? 포격해라. 우리의 포도 쏴야한다!”
“아닙니다. 닿지 않습니다. 기다려야 합니다.”
정문부가 소리치지만 원숭환은 버티라는 명만 내렸다.
스페인 육군의 컬버린 50문이 3000보 거리를 날아 칸국 진형을 타격했다.
칸국의 어떤 포도 저만큼의 사거리를 갖지 못한다.
만들 수는 있으나 포신을 굉장히 두껍게 만들어야 하고, 해군이 쓸 수 없고, 명중률도 형편없고, 너무 무거워서 옮기기 힘드니 아예 제식에서 뺀 것이다.
사거리 밖에서 쏘는 컬버린은 비록 조준포격이 어렵지만, 쏘다보니 조금씩 피해가 생기게 된다.
운 없이 기관총에 직격해 귀한 기관총이 박살나고, 모래마대 세 겹을 겹쳐 쌓은 참호를 뚫고 깨진 바위조각에 병사들이 다치기도 한다.
그렇게 두 시간 넘게 컬버린의 포격이 이어졌다.
원숭환은 이 악물고 버티라는 지시만 내렸다.
대신 해군에 집중했다.
광해포 200문의 해군포격은 성공적이다.
육지에서 미리 각 잡아놓고 쏘는 포는 거의 두 발당 하나씩 명중했고, 10kg 무게의 쇠구슬은 돛대와 갑판, 갑판 하부까지 박살내며 한척씩 무력화 시켰다.
배에 구멍이 뚫려 서서히 가라앉거나 돛을 잃어 멈춰선 배를 뒤에 남겨두고 운 좋은 함선이 오백보 안까지 접근했다.
접근하고 보니 적이 안 보인다.
높은 지브롤터 바위산은 동쪽이 깎아지는 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칸국군은 바위산 위 서쪽 경사면에 방열했으니 밑에서 올려다봐도 날아오는 쇠구슬밖에 보이지 않는다.
해군 함포를 쏴봤자 바위산 위로 날릴 힘이 없다.
“조각배를 내려 상륙시킨다.”
애초에 접근한 해군의 목적은 육상병력을 상륙시키는 것이었다.
뒤에 멈춰선 배를 포함해 모든 배에서 조각배가 내려져 병사들을 상륙시키기 시작했다.
“해군의 깃발신호입니다. 자신들도 싸우게 해 달라 합니다.”
지브롤터 서쪽에 바싹 붙어있는 해군의 지휘관은 입부 이순신.
격한 전투를 지켜보기만 하는 입부는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깃발로 사령관을 압박했다.
“기다리라고 전해라. 아직 아니다.”
지브롤터 동쪽과 남쪽에 병사들이 상륙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북쪽의 주력이 남진했다.
컬버린 포격에 의한 칸국의 피해는 사상자 100명 이하.
참호에 숨은 보병은 생각보다 질기고 쉽게 죽지 않는다.
멀리서 지켜보는 스페인 지휘부도 이를 알 수 있다.
비싸디 비싼 화약과 포탄을 물 쓰듯 쓰다가 적을 전멸시키기 전에 화약이 바닥날 것을 깨닫고 해군이 상륙함과 동시에 남진하는 것이다.
“사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기다리라 전해라.”
“적 대부분이 사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기다려.”
“적의 사거리입니다. 적이 화승총을 쏠 준비를 합니다!”
곁에서 재촉하던 부관이 비명을 지르듯 보고했다.
원숭환은 그제야 명령을 내렸다.
“전 기관총 소대는 사격하라. 광해이포는 대기하다가 철조망에 적이 붙고 나면 사격하라. 해군은 만 북쪽 끝에 상륙해 적의 퇴로를 막아라. 기병대는 돌격을 준비하라.”
100보 거리까지 온 스페인 군을 기관총이 청소하고 억지로 버티며 전진하는 적은 광해이포가 마무리한다.
적이 저항을 포기하면 기병대가 돌격하고 적의 퇴로에서 상륙한 수군이 전멸시킨다.
이걸로 전투가 끝났다.
- 작가의말
포를 이용한 방어는 원숭환
공격은 그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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