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 완전 정복
순도 100% 픽션입니다
탕탕탕.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병사들은 이괄을 즉각 체포했다.
다행히 이괄이 곧장 총을 버렸기에 불상사는 없었다.
“저놈이 김류다. 제국 1급 수배자.”
이괄은 병사들에게 팔이 잡힌 상태로 당당히 말했다.
“허억.”
“최대한 빠르게 광해님께 소식을 전해라. 한성에 저 시체 보내라. 나를 같이 보내면 더 좋을 테고.”
“너... 복역수 주제에 건방진 거 아니냐?”
“난 김류를 잡았다. 이제 신원복원된다. 그리고 저 총이 뭔지 아느냐? 서칸왕 모현성 전하가 맡긴 신형 총기다.”
윗쪽에 빽이 있다고!
“허억.”
“내말대로 해라.”
“따르겠습니다.”
“어서!”
“예.”
이괄과 시체들을 실은 기차는 사흘 후 한성에 도착했다.
“잘했네.”
이 새끼 참 질기게도 살아남네.
한마디 툭 던져주니 이괄이 몸을 던져 엎드리며 꼬리를 친다.
“감사합니다. 대칸의 은덕이옵니다.”
“됐고. 적을 준비 해라.”
창백하게 식은 김류의 시체 앞에서 소망을 관찰했다.
김류에 대한 원한은 빼고, 은혜를 봤다.
“요령 서군장 마첨의. 강원도지사 류인궐. 구모. 유상상. ...... 이상이 김류와 은혜로 얽힌 인물이다. 다만 죄 같은 건 모르겠다. 조사하되 고문은 불허하며 김류에게 도움을 줬는지 확인 되지 않으면 벌주지 않는다. 최종 판결은 내가 할 테니 조사가 끝나면 다 데려와라.”
“예. 대칸.”
소망을 보니 현 정부의 고위직에 꽤나 많이 파고들어 있었다.
살짝 놀랄 정도로 고위직이 많았다.
그래도 이번에 대부분 일소될 것이다.
똥 하나 치웠네.
김류의 시체는 태우라 하고, 이괄의 보고를 들었다.
“은행에서 돈을 찾으라 했습니다. 그것만으로 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다 했습니다. 은행에 저장된 주화가 얼마 없기에 정당한 자신의 돈을 신뢰가 무너지면 다시 세울 수 없다 했습니다.”
“...... 뱅크런. 알았다. 넌 우선 나가봐라.”
모현성이 이괄을 내보내고 말했다.
“역시. 시대가 옛날이라 해도 똑똑한 사람은 우리보다 똑똑한 것 같아.”
“당연한 소리를.”
“유통량을 계산할 수가 있다니. 허 참.”
“김류 생각대로 일제히 돈을 찾으면 망하냐?”
“내 돈을 맡긴 증서가 있는데 은행에 돈이 없으니 기다리래. 이러면 신뢰가 사라지고, 칸제국에 돈을 맡기는 일이 줄어들거나 없어지겠지. 지금 칸국이 쭉쭉 뻗어나갈 수 있는 건 해외 귀족들이 맡기는 돈 덕분이거든. 이게 사라지면... 뭐 느리게 발전하는 거지.”
“해결방법은?”
“화폐개혁. 형 마정석 남아돌지?”
“...... 충전하러 세계 돌아다니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 아냐?”
“그래도 마법으로 만들어야 해. 종이돈이 위조로 풀리면 나라경제가 아예 붕괴돼.”
“꼭 종이로 만들어야 해?”
“광석 동전은 편할 뿐 의미 없어. 광석의 가격이 동전 가치보다 비싸면 사람들이 동전을 녹여 광석으로 팔아먹고, 광석이 싸면, 다들 위조하지. 텅스텐처럼 가공이 어려운 게 아니면 의미 없는데 텅스텐 만드는 데도 마정석 들어가잖아. 이렇게 된 이상 지폐로 바로 가자. 언젠가 텅스텐 가공기술이 퍼질 테니 미리 대비한다 치지 뭐.”
“그러든가. 급할 건 없잖아.”
“그렇지. 5년 안에 하자고.”
이괄은 면천되었고, 죄와 상관없이 전재산을 쏟아 부은 북칸개발의 지분을 인정받았다.
재산을 챙긴 이괄은 남칸 개척단에 합류해 첫째아들 산남태자의 곁에 붙었다.
역시나 출세욕이 대단한 놈이다.
5년의 세월동안 각종 기술은 무섭게 발전하였다.
유리 기술과 화학의 발전으로 의료 쪽에 마정석 소모가 확 줄었다.
우두균 배양과 접종을 마법의 힘없이 기술로 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마력은 화폐 찍어내는데 쓰인다.
윤전기가 돈을 찍어내고 마지막에 마법코팅이 이어진다.
복잡한 마법진을 새기기엔 마력이 부족해 매우 단순한 위조확인 마법만 만들었다.
지폐 한쪽에 확인용으로 살짝 찢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손으로 찢어보면 잠시 밝은 빛이 난다.
이걸로 끝.
위조가 의심되면 찢어보면 된다.
빛이 나면 본인의 이름을 적어 위조가 아님을 보증한다.
전부 찢으면 은행에서 교환하고.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누구든 피땀 흘려 노력하면 외형이 똑같은 지폐를 만들 수 있다.
신고포상제만이 답이다.
위조지폐를 만든 자를 신고해 잡아내면 9족의 전재산을 몰수하고 신고자에게 재산 전부를 준다.
버는 게 없는데 돈을 펑펑 쓴다면 탈세 혹은 위조지폐 발행을 의심하고 관찰하라.
상호감사가 아니면 위조지폐를 없앨 수 없다.
21년 1월 1일. 칸국은행이 문을 열었다.
모든 예금증서는 지폐로 받을 수 있고, 모든 텅스텐 주화는 회수해 지폐와 바꾼다.
모든 관공서 임금은 지폐로 지불된다.
단위가 1원에서 10원, 10000원으로 다양해 교환이 편리하다.
지폐는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순식간에 세계로 퍼져나갔다.
칸국과 교류하지 않는 국가에서조차 칸국의 지폐로 교역이 이루어진다.
“완성이야.”
“어?”
“세계정복의 완성.”
“이게?”
“세금을 마음대로 걷을 수 있게 되었잖아. 자유롭게 무한히.”
광해는 모현성을 한심하게 봤다.
“넌 왜 이렇게 욕심이 많냐? 돈은 넘쳐나는데.”
“초격차를 만들자고. 그 담에 조금씩 풀어주자.”
“에휴... 됐다. 그런데 세금이라니?”
“국가에서 100억원을 발행하면 그 돈의 가치는 누가 먹지?”
“국가.”
“없던 가치 100억을 국가가 획득했어. 도자기를 사든 단체회식을 하든 만든 돈으로 국가에서 써먹어. 그럼 그 가치는 누가 지불하지?”
“......”
“화폐량이 늘어나면 전체 화폐가 그 가치를 나눠 갖게 돼. 쉽게 말해 내가 장롱에 1억 원을 갖고 있는다? 그런데 국가에서 100억을 추가 발행했어. 100억만큼 화폐가 늘었는데 사회의 제품량은 그대로야. 이러면 물가가 오른다고 표현하지만, 이건 잘못된 표현이고 정확히는 화폐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이야.”
“....... 비슷한 얘기를 전에 했던 거 같은데. 기억 안난다.”
“몰라. 나도 기억 안나. 어쨌든 말이야. 국가가 발행한 화폐만큼의 가치를 모든 국민이 나눠 지불해. 내 월급의 가치가 낮아지거나, 내가가진 은행예금 가치가 낮아지는 식으로 말이야. 즉, 이건 전국민이 재산비율에 따라 지불하는 세금이며, 국회의 동의를 얻지 않고 마음껏 거둬들이는 세금인거지.”
“... 세금이라.”
“...... 화폐세라고 하자. 그럼 이걸 누가 가장 많이 먹을까?”
“칸국?”
“아니. 현대 지구 말이야.”
“미국이네.”
“어. 특히나 내가 살던 마지막엔 양적완화의 시대라 해서 미친 듯이 화폐를 찍어냈지. 당시 미국 주가가 어땠는지 알아?”
“몰라.”
“졸라 치솟았어. 양적완화를 빌미로 돈은 계속 늘었는데, 회사의 주식가치는 그대로야. 이러니 돈의 가치가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주식의 가치는 늘어나서 돈이 주식에 몰리게 되지.”
잘난 척 듣기 싫다.
20년 째 듣는데 여전히 지겹다.
딴지 걸고 싶다.
“아닌데. 세일가스 때문인데.”
“...... 헐. 형이 그걸 어떻게 기억해?”
“필사적으로 반박하려고 하니 떠오르더라.”
“쳇. 나 반박해서 뭐하려고. 어쨌든 복합적인 이유로 올랐지. 암튼 말이야. 화폐발행은 열라게 편하고 이율 좋은 사업이라는 거지.”
“솔직히 이해가지 않는다.”
“단순히 보자. 지금 인도에서 우리 화폐 구하려고 기를 쓰고 있지?”
“어. 편하니까.”
“우린 종이로 푹푹 찍어낸 지폐를 주고 인도인들에게 물건을 구매해. 인도에서 만든 산더미 같은 제품을 사오는 대가로 종이로 만든 지폐를 주고 끝이야. 졸라 교환비율 짱이잖아.”
“그게 왜? 결국 우리가 갚아야......”
“왜 갚아? 그냥 자기들끼리 교환수단으로 쓰는 건데. 우린 영원히 지폐를 만들 거고, 영원히 공짜로 물건을 사오는 거야. 졸라 땅 집고 헤엄치기장사잖아. 석유보다 이율이 높아.”
“...... 모르겠다. 전하고 차이가 뭔지. 에라이. 술이나 마시자.”
“텅스텐 주화엔 의무가 있었어.”
“...... 교환의무?”
“어. 광해은행으로 가져오면 반드시 사주겠다. 그런데 지폐엔?”
“이번엔 그 말이 없네.”
“그게 핵심이야. 옛날 달러엔 금 교환 의무가 있었어. 달러를 가져오면 금과 바꿔주겠다. 그래서 달러를 마음대로 못 찍었어. 국가가 금을 추가로 가져온 후에만 그에 맞춰서 달러를 찍었지.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의무를 삭제했어. 그때부터 돈을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게 되었지.”
“금이라......”
“신만이 만들 수 있는 금속. 연금술의 최종 목표이자 끝내 실패한 금속. 그 위대한 금속을 달러가 대체하게 된 거야. 신만이 만들 수 있기에 화폐였는데 미국정부는 신 대신 화폐를 만들 권리를 획득했어. 미국 정부가 신이 된 거지. 현재는 칸국이 그렇고. 우리는 지폐를 만들어서 그 지폐로 해외의 물건을 사오고 귀족의 재산을 받아와. 그만큼 우리 제국이 풍요로워지지.”
“꼭 그렇게까지 악착같이 해야겠냐?”
“......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으니까. 어차피 당하는 쪽도 여기까지 못 봐. 알더라도 별 영향 없고. 지폐의 편의성이 약간의 재산손해를 감수하지.”
“모르겠다. 어쨌든 완성이라고?”
“어. 지폐제도가 정착된 이상 누구도 우릴 이길 수 없으셈. 영토는 인구가 적은 곳 위주로 확장하지만, 전 세계가 경제 지배를 받게 되었어. 이젠 누구도 막을 수 없으셈.”
“...... 에휴 욕심쟁이.”
“형. 현대로 돌아가고 싶다며. 그 전에 정착시켜야지. 3~40년 시스템 굴려보고 오류 수정하고 그 사이 기술발전으로 마력 없는 지폐 만들 수 있게 해 둬야지.”
“그래. 날 위한 거구나. 고오맙다. 예서야. 집에 가자.”
“예. 광해님.”
예서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계를 정복했다고! 창칼 정복보다 백배 단단하고 크게 삼켰어!”
뒤에서 모현성이 신나서 소리 질렀다.
20년 넘게 진행한 모현성의 마지막 작전이 끝났다.
- 작가의말
이건 비밀인데요... 전 이거 쓴 줄 알았드래요 ㅋㅋㅋ
최초 구상때부터 세계정복의 마지막화로 준비한 파튼데...
이괄이 김류 죽이고 화폐개혁으로 넘어가야 했는데 다시 읽으니 안썼드만요. ㄷㄷㄷ
막판에 비축없이 당일연재로 가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겼네요. ㅈㅅ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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