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상륙작전
순도 100% 픽션입니다
오사카 앞바다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아와지섬.
조선의 일본 원정군은 대마도에 1차 거점을 마련했고, 아와지섬에 2차 거점을 꾸렸다.
섬의 항구에는 삼족오기를 단 판옥선이 꾸준히 드나들고, 화약과 포탄, 식량 등이 산더미같이 쌓였다.
각 섬의 점령을 위한 부대가 편성되고 출항한다.
포로를 가득 태우고 돌아왔다가 에도로 출항해 내려준다.
빈 섬에 남겨진 식량과 가축 등을 싣고 돌아온다.
작전이 종료되면 돌아와 보급하고 잠시 쉰다.
수군통제사 이운룡과 병마절도사 이시언, 총군사 개떡이와 백관 윤성준 등 지휘부가 모두 아와지섬에 주둔하며 전황을 관리했다.
“적습입니다. 상륙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섬 북부 진지에서 파발이 달려와 소리쳤다.
얼마 후 남쪽에서도 파발이 달려왔다.
“상륙작전입니다!”
섬 양쪽에서 동시에 상륙작전이 시도되었다.
이운룡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모든 함선을 잃었는데 어찌 상륙을.”
파발이 소리쳤다.
“널빤지입니다. 나무판자 하나씩 안고 무작정 헤엄쳐 넘어오고 있습니다. 대충 보이는 숫자만 삼만 이상입니다. 바다가 새까맣습니다.”
“그런... 무모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개떡이였다.
“섬의 수비병력은 총합 삼천. 항구에 정박한 함선이 열 척이니 총 사천 병력이 있군요.”
부대가 모였다 흩어지길 반복했는데 하필 거의 모든 부대가 작전을 나갔다.
적도 이 모습을 보고 작전을 시작했겠지.
“모든 부대를 북쪽에 모읍니다. 판옥선도 북안으로 출동합니다.”
“남쪽은?”
“지금 시간이...... 물돌이 시간입니다. 곧 동쪽으로 물이 흐를 테니 무시해도 됩니다.”
개떡이는 빠르게 판단을 끝내고 이시언을 봤다.
육군 지휘관 이시언은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믿고 따르겠네.”
이시언이 달려 나가자 이운룡도 판옥선을 지휘하기 위해 지휘부를 나섰다.
일본군은 진지하게 준비했다.
아와지 섬은 일본의 중심부에 위치했으며 세토내해를 남북으로 가로막은 목구멍의 가시 같은 위치다.
아와지를 중심으로 일본 주요지역 대부분에 일주일 안에 갈 수 있으니 껄끄럽기 짝이 없다.
또한 아와지를 일본이 차지하면 화포를 잔뜩 설치해 조선군이 누비고 다니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아와지섬 북안과 본토 아카시의 거리는 3km.
널빤지에 의지해 헤엄치면 넘어갈 수 있는 거리다.
여기에 강으로 피해 뺏기지 않은 조각배 300척도 모았다.
2~10명 탈수 있는 작은 배를 육지로 들어 옮겨 해안가 수풀에 숨겨두었다.
작전 시간이 되었다.
“전군 돌격하라.”
와아아아아~
5만명의 병력이 일제히 돌격했다.
조각배를 단체로 머리에 이고 달렸고 두꺼운 널빤지를 배와 등에 붙인 병사들이 달렸다.
첨벙. 첨벙.
물에 들어가다가 나무의 부력에 몸이 뜨면 헤엄치기 시작한다.
조각배를 탄 병사들은 죽어라 노를 저었다.
“저 섬에 병사는 얼마 없다. 상륙하기만 하면 승리한다.”
우와아아아.
이길 수 있다.
상륙하기만 하면.
같은 시각 아와지섬 남쪽 나루토에서도 상륙작전이 전개되었다.
3만 명의 병사가 해안가로 달려와 물에 입수했다.
거리는 고작 2km.
“어쩌지.”
남쪽 진지의 병사는 고작 200명.
개미떼처럼 새까맣게 몰려오는 적을 보면 무섭기보다 헛웃음이 나온다.
지휘부로 갔던 파발마가 돌아왔다.
“해안에 넓게 퍼져 상륙하는 놈만 죽이랍니다.”
“그게 끝이야?”
수호군 출신 우진춘이 되물었다.
“예. 군사님이 말하길 200명이면 충분히 전멸 시킬 거라 하더군요.”
“개떡이......”
한때 함께 훈련받았던 개떡이가 똑똑한 건 알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우진춘은 고뇌에 빠졌다.
죽음으로 사수하라는 건가.
북쪽엔 더 많이 상륙해서 전황이 어려운가.
어쩔 수 없이 목숨 바쳐 수행해야 할 것 같다.
“열 명씩 나눠 해안에 퍼진다. 저 거리를 헤엄쳐오면 지쳐서 움직이지도 못 할 것이다.”
“예.”
하루 두 번 조수가 바뀌면서 멈추는 순간이 있다.
일본군은 그 시간을 정확히 노려 작전을 감행했다.
다만 그 시간은 매우 짧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조수가 빠른 아와지다.
조수를 버티며 억지로 헤엄치던 징집병이 해협 중간에 다다랐을 때.
그오오오오.
“으아아. 빨려간다.”
“살려줘. 물속에서 잡아당긴다.”
멈췄던 조수가 바뀌면서 나루토의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그오오오.
소용돌이가 우는 소리를 낸다.
좁은 해협에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개미지옥 같은 소용돌이 수십 개가 생겨났다.
자연의 경의였던 장관이 지금은 죽음의 함정이 되었다.
“오오오. 이순신 장군의 가호가......”
우진춘 옆에 있던 나이 지긋한 노병이 눈물을 흘렸다.
이순신과 명랑대첩을 경험했던 노병은 울돌목에서 느꼈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있었다.
우진춘은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깨달았다.
“충무공 이순신께서 우릴 지켜주신다. 우린 그저 녹초가 되어 떠밀려온 적을 수거하면 된다.”
우오!
충무공의 가호를 받은 병사들의 사기가 올랐다.
삼만 명이라는 숫자가 두렵지 않았다.
북쪽해안을 공격해온 일본군은 바다에 들어가자마자 서쪽으로 거침없이 떠밀렸다.
그러길 한참 후 조수가 멈추자 남쪽으로 다시 헤엄쳤다.
잠시 후 조수가 동쪽으로 강하게 흘렀다.
팔과 다리는 헤엄치지만 몸은 동쪽으로 흐른다.
이건 사람이 저항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그나마 노를 저은 조각배가 한척 두 척씩 해안가에 붙었다.
“불화살을 당겨라.”
“명.”
멀리서 보다가 조각배가 다가오는 쪽으로 몰려가 불화살을 당기면 된다.
조수의 속도 때문에 조각배는 회피할 생각도 못한 채 그저 해안에 붙을 수밖에 없었다.
“왜 불화살이지?”
“몰라. 군사의 지시잖아.”
“우리 궁시 훈련 거의 못했잖아.”
병사들은 의아해 하면서도 명령이니 일단 화살을 쐈다.
슈슈슉.
수백발의 화살이 날고, 그 중 십여발만 조각배에 꽂혔다.
콰아아앙!
백보 밖의 조선군이 쓰러질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말을 달려와 지휘하던 이시언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헤엄치는 병사들은 화약을 가질 수 없으니, 조각배에 화약을 잔뜩 실었구나.”
자신은 폭발한 후에야 눈치 챘는데, 군사는 보고받자마자 알아채고 명령했다.
앉은 자리에서 천리를 보는 능력.
19살 어린 군사를 내심 무시하고 있던 이시언은 진심으로 감동했다.
“불화살이다. 화약을 실은 배를 노려라!”
“옙!”
콰앙.
콰아앙.
조수 때문에 일제히 상륙할 수 없었던 일본 조각배는 도착하는 순서대로 폭발했다.
허나 점차 많아지고, 상륙 지점도 흩어지기에 조선 병사들도 흩어질 수 밖에 없었다.
북쪽 해안이 남쪽보다 조수가 약하기에 상륙하는 병사가 많았다.
점차 적을 처리하는 숫자보다 상륙하는 숫자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해안에 닿은 적병은 최소 만 명.
언덕 위에서 전장 전체를 바라보던 개떡이는 말을 달려 이시언에게 달려갔다.
“장군. 절도사님.”
“예. 군사.”
병사들을 백 명씩 쪼개 정신없이 상륙병을 죽이던 이시언이 돌아봤다.
“불화살은 내려놓으시오. 무시하고 저기 세 곳을 타격해야 합니다. 조각배로 수송한 조총을 나눠들고 나면 헤엄친 병사들도 충분히 위협적으로 됩니다.”
화려한 갑옷의 사무라이들이 곳곳에 뭉치며 병사를 모으고 있었다.
낮은 현장에서 지휘하던 이시언이 놓친 부분.
“천 명씩 나눠서 치면 됩니까?”
“예. 최대한 빠르게 타격해야 합니다.”
이시언은 병사들을 빠르게 모았다.
2500명가량밖에 안 되었다.
급한 대로 셋으로 나눠 각각 출진시켰다.
적의 무장이 빈약하고 바다를 건너며 체력을 많이 잃었지만, 전투경험이 많은 일본군이다.
게다가 조선군도 급하게 달려와 싸우다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개떡이는 자신의 호위병 50여명을 보았다.
“우리도 합류한다.”
“안됩니다. 이곳의 전 병력이 죽더라도 군사만은 살리라는 주상전하의 명이 있었습니다. 차라리 함선에 오르시지요.”
호위병의 만류에도 개떡이는 말에 오르며 소리쳤다.
“지금 물리치지 않으면 압도적인 숫자에 전멸한다. 지금 싸워야 이길 수 있다. 나 또한 광해님께 직접 무술을 사사했다.”
개떡이가 달리는 곳은 이미 조선군과 일본군이 엉켜 싸우고 있었다.
타다당.
뒤쪽에서 조총을 재고 이리저리 보던 병사들은 말을 탄 개떡이를 향해 쐈다.
형편없는 사거리와 너클볼처럼 제멋대로 꺾이는 무회전 탄환 덕에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표적이 된 개떡이는 창하나만 비껴들고 말에서 뛰어내렸다.
“하아아압!”
“으하하핫.”
챙. 챙.
처음 겪는 백병전.
눈앞에서 보는 전투는 매우 느렸다.
왜 이렇게 싸우는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느렸다.
온 힘을 다해 창을 내려치는데 적은 세 걸음 뒤에 있다.
상대 방패가 머리 위를 막고 있는데 그 위로 온힘을 다해 내리찍는다.
그러면서도 임경업마냥 소리만 고래고래 지른다.
적을 죽이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
죽기 싫어 지르는 발악이다.
긴장.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공포.
병사들은 긴장에 휩싸여 간격 밖에서 소리만 지르며 오지마! 오지마! 하며 무기를 휘두른다.
‘이런 병사들을 지휘해야 하는 거구나.’
이런 점까지 감안하고 작전을 짜야 한다.
이렇게 싸우면 패한다.
헤엄치느라 탈진한 적병이 힘을 찾으면 아군이 전멸한다.
최대한 빨리 적을 죽여야 한다.
그렇다고 싸우라고 소리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와라!”
개떡이는 과감하게 간격 안으로 들어갔다.
으아아아아!
허억!
찌르기가 적 병사 얼굴 옆을 스쳤다.
표정이 굳었다가 안도감이 퍼진다.
그 표정 하나까지 다 보며 창날을 적의 목 옆에 붙였다.
대고 누르며 긋는다.
창날이 적병의 목을 한치 만큼 베며 돌아왔다.
푸슈슈슈슛.
피분수가 솟구친다.
그 옆의 병사가 피를 뒤집어쓰고는 놀라 몸이 굳는다.
창날을 목에 대고, 누르면서 당긴다.
“으아아아. 오지마.”
삽시간에 둘이 쓰러지자 적병이 물러난다.
개떡이는 과감하게 돌입했다.
대고, 긋는다. 찌르고 뽑는다.
찌르면 근육이 조이기 때문에 뽑을 때 많은 힘이 필요하다.
대고 긋는 게 더 낫다.
대고 긋는다.
긴장과 공포로 몸이 굳은 적병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주상께선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1:8 대결을 가볍게 승리하던 광해님의 기분이 이해가 된다.
허수아비를 상대하는 기분이다.
열 몇 명을 해치우자 주위가 싹 비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근처의 적들이 살기 위해 도망간다.
“봤느냐? 적은 힘이 없다. 검 휘두를 힘도 없다. 돌입해서 찔러라!”
한마디 던지고 다시 돌진했다.
이번엔 호위병들이 앞장섰다.
간격 안에 들어가서 슥.
지금껏 쉬던 호위병 50명은 몸이 가볍고, 창술도 훌륭하다.
애초에 잘 싸우니까 호위병이 된 거지.
보통 사람은 도망가고 용감한 자만 남아서 맞서다가 동시에 날아오는 무기 여럿을 막지 못해 죽는다.
백병전시 일반 병사들의 시야는 두 걸음이다.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무기에 시선을 지배당해 주위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한걸음 옆의 동료가 도망치면 전투 전체가 끝난 걸로 보인다.
“으아악. 살려줘!”
한명이 도망치면 함께 도망치게 된다.
“죽여라! 등을 찔러라! 간단하다! 등을 찔러야 살 수 있다!”
등을 보인 적은 무섭지 않다.
드디어 일반 병사가 적의 간격 안으로 들어갔다.
곳곳에서 진형이 와해되며 등을 찔리는 적병이 속출했다.
“따라와라!”
개떡이는 십여 명의 사무라이들이 모여 있는 해안가까지 돌진했다.
조총을 나눠주고 화약을 장전하던 사무라이들은 조총을 내리고 검을 뽑아들었다.
“죽어라!”
방어구라곤 배에 댄 판자가 전부인 일반병사와 달리 이들은 조각배를 타고 왔기에 갑주도 제대로 차려 입었다.
아슬아슬한 간격에 들어가 창을 찔러보니 딱 간격만큼 피하고 다음을 노렸다.
몸놀림이 가볍다.
1:1로 싸운다면 죽을 수도 있다.
단 한번 찔리면 죽는 거다.
“셋씩 찔러라! 숫자를 사용해라!”
개떡이의 호위병들이 평소 함께하는 조별로 적을 상대했다.
2:1로 싸우면 네 배 강해지고, 3:1로 싸우면 아홉 배 강해진다.
사무라이 열 명은 한명도 죽이지 못하고 쓰러졌다.
“...... 비겁한...”
“대결이면 비겁하겠지만, 전쟁에선 훌륭한 일이지... 항복해라! 무기를 버리고 엎드리면 살려준다. 너희 장수들은 모두 죽었다!”
개떡이는 야마토어로 소리쳤다.
병사들의 시야는 좁다.
여전히 일본군이 훨씬 많고, 바다에선 이제야 도착한 일본군이 새끼거북이 떼처럼 기어 오고 있지만 조선군과 마주한 일본군은 구원의 말씀을 들은 것처럼 엎드렸다.
조선군은 그들을 지나쳐 뒤쪽으로 향했고, 이제사 육지에 도착해 헐떡이고 있는 일본군은 도미노처럼 엎드렸다.
“각자 옆의 동료를 묶어라. 서로 서로 묶어라. 시간 끄는 자는 찔러라!”
두개의 언어로 소리치던 개떡이가 전장을 둘러보았다.
개떡이 역시 백병전을 하며 잠시 시야가 좁아졌었다.
저편에서 두 덩어리의 적이 하나로 뭉쳤다.
대략 숫자는 육천 이상.
조선군 천오백명으로 이기기엔 부담스러운 숫자다.
뒤편에 탈진해있는 일반병이 일어서면 이길 수 없다.
“저들이 일어나기 전에 끝내야 한다.”
개떡이는 서로 묶은 일본군을 확인하고 그리로 달려갔다.
“이길 수 있습니까?”
피를 뒤집어쓴 호위병 백칠이 물어봤다.
“글쎄. 지금이라면 반반. 시간을 끌면 진다. 우린 적 장수를 향해 최대한 돌격한다. 탈진한 적이 일어서기 전에 전투를 끝낸다.”
개떡이는 도박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전원 돌...”
콰콰쾅!
- 작가의말
총알 5만발당 1명 살상
죽이기 위해 쏘는 게 아니라 내가 죽지 않기 위해 쏘는 거죠
저도 전쟁터 끌려가면 그렇게 될듯
벌써 백화네요 그동안 한게 조선장악, 일본 수군소탕 밖에 없네요
시간상 2년밖에 안 지났으니 한계가 있구만요
최대한 압축하고 스토리상 아갈파이트할 부분이나 캐릭터 알콩달콩 부분 싹 다 삭제해 ‘광해가 지시했다’로 끝내면서 왔는데도 벌써 100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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