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오사카해전3
순도 100% 픽션입니다
100척 판옥선에서 800발의 포탄이 쏟아진다.
명중률은 열에 두 셋.
왜선에서도 응사가 나왔지만, 많지 않고 산발적이다.
퉁. 퉁.
서른 척 정도가 화포를 쏘지만, 작고, 약하고, 표적도 흩어져 있다.
임란 이후 선상 화포의 위력을 배운 왜군은 주력선인 관선에 화포를 실었지만, 선체가 약해 많이 싣지 못했고, 큰 화포는 꿈도 꾸지 못한다.
명중률이 낮은 건 피차일반.
반면 조선의 판옥선은 제자리에서 뱅글 돌며 반대편으로 포격을 할 수 있다.
포를 쏘면 포 내부를 청소하고 화약을 채우고 포탄을 넣는 사이에 반대편에서 쏘는 것이다.
일본 선박보다 연사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르다.
질 수 가 없다.
물론 이건 장군의 시점일 뿐이다.
2층 포탄실에 있는 장약병은 30보 앞에 보이는 적선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저 시커먼 화포가 당장이라도 불을 뿜을 것 같았다.
“젠장. 너무 붙었어. 이럴거면 조란탄을 쓰지. 너무 가까워.”
슈슈슝. 탕. 탕.
화살이 난무하고 조총소리가 공포를 키운다.
왜군은 화포가 부족한 대신 갑판에 궁수와 조총병을 잔뜩 실었다.
“시끄러. 빨리 장약해. 크으윽.”
“예. 허억.”
화약을 넣고 돌아보니 포탄을 들고 있던 사수가 화살에 맞아 죽어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포탄을 서둘러 주웠다.
“젠장. 왜 이렇게 가까이 붙어서. 커억.”
콰아앙. 텅. 깡. 깡.
재수 없게도 왜선의 포탄이 제대로 날아왔다.
장약병을 후려갈긴 쇳덩이리가 이리저리 퉁퉁 튀기다가 점화를 위해 붙여둔 화로를 쓰러뜨렸다.
쓰러진 화로에서 숯이 구르다가 꺼내놓은 화약에 불을 붙였다.
화르륵.
꺼내놓은 화약은 폭발하지 않는다.
맹렬히 탈 뿐이다.
“크헉. 콜록. 콜록.”
“뭐야? 꺼야해! 콜록.”
“불 꺼! 아아. 안되잖아.”
화약에서 발생한 화재가 순식간에 포병실 전체를 검은 연기로 가득 채웠고 삽시간에 위 아래층으로 번졌다.
얼마 후 배 전체가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적선 9척 침묵. 응전 31척. 서른 척 가량은 도주 중. 아군 세척 침묵. 두 척은 화재로 전소.”
정찰병이 소리치자 모현성이 이를 꽉 깨물었다.
3:1의 교환비. 훌륭하다.
하지만 배의 성능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게 못 싸우는 거다.
40척 대 100척.
화포의 수와 연사력까지 생각한다면 200 대 2000 정도.
화력이 열 배 강하면 교환비가 1:10이 되는 게 아니다.
전투력은 보통 숫자의 제곱으로 계산한다.
1:100이 되는 것이다.
백 배 강한데도 저런 교환비라니.
입부 이순신이 욕심내서 너무 붙어 버렸다.
멀리서 차분히 쏘기만 하면 한척도 안 잃을 전투에서 너무 바싹 붙어버려서 맞을 필요 없는 포탄을 맞고 있다.
“죽은 병사들은 무슨 죄가 있다고. 시발.”
멍청한 지휘관은 결코 혼자 죽지 않는다.
“전열 끝났습니다.”
이운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유사격 하라고 해. 포위해서 끝장낸다.”
응사하는 왜선의 서편에 전열을 했다.
이제 왜선은 남쪽과 서쪽에서 집중 포화를 받아야 한다.
열배 차이 나는 적을 상대로 십자화망을 얻어맞는다.
전투는 끝났다.
콰콰콰쾅.
함대 간 포격전은 서로 옆면을 마주보고 일자로 늘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야 최대 화력을 낼 수 있으니.
왜군도 화살과 조총을 날리려면 옆면을 늘어뜨려야 한다.
뒤늦게 준비한 왜군이 이순신의 부대를 향해 일자진을 갖췄는데, 그 서편을 이운룡의 부대가 덮쳤다.
자리 잡고 열을 세운다.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가까운 함선부터 일점사하게 된다.
일부는 동진을 이어가 적의 북쪽으로 전열해 포위하고 있다.
콰콰콰쾅.
서쪽에 있는 함선부터 하나씩 무력화된다.
포위망을 뒤늦게 본 왜선은 혼란에 빠졌다.
명령체계가 뒤죽박죽이다 보니 이운룡의 부대를 향하는 함선, 가까운 이순신의 부대에 닥치고 쏘는 함선, 돌격해 백병전을 하려는 등 화력이 집중되지 않는다.
날아가는 화포가 한두 발 뿐이니 운 좋게 갑판을 휩쓸거나 포구에 넣지 않는 한 피해를 줄 수 없다.
겁에 질린 적의 일부는 후퇴를 결정했다.
평저선인 조선의 함선과 달리 일본군의 침저선은 선회하려면 물의 저항을 세배 이상 받는다.
바닥이 깊어 선회할 때 더 많은 물살을 갈라야 한다.
노병이 죽어라 저어도 전환이 쉽지 않다.
바람의 도움을 받는다 쳐도 돛을 고쳐 매 바람을 받아야 하고 선회 할 때마다 돛을 다시 조종해야 한다.
특히 이런 해전에서는 방해물이 너무 많다.
아무리 빨리 선회한다 해도 한식경은 걸린다.
그사이 자유롭게 포를 쏜다.
전투는 끝났다.
이대로 쏘면 아무 피해 없이 적을 섬멸할 수 있다.
“이대로 쭉...... 아 시발. 저 새끼 또 뭔데? 정찰병! 깃발 신호 뭐야?”
“예! 동진. 포격 입니다.”
“하 시발 미치겠네.”
입부 이순신은 승기를 잡자 마무리하는 대신 후퇴한 적을 추격하기로 했다.
이젠 말릴 수도 없다. 전투 중에 막을 방도가 없다.
눈앞의 서른 척을 침묵시키는 사이 이순신의 부대는 항구에 전열했다.
콰콰쾅!
항구에는 후퇴한 대형선 서른 척과 소선 백여 척. 그리고 육상에 보병 삼만 명과 화포 백여 문이 있었다.
“응사하라. 절대 물러서지 마라! 충무공의 뜻을 기억하라! 단 한명의 왜구도 살려두지 마라!”
“옛. 장군!”
콰쾅.
육상의 화포는 배위의 화포보다 강하다.
매순간 흔들리는 배의 화포와 달리 안정적으로 조준 사격과 수정 사격이 가능하다.
또 배가 침묵하면 수십 개의 화포가 동시에 침묵하는 것과 달리 육지의 화포는 정확히 맞추지 않는 한 고장 나지 않는다.
정확히 맞추더라도 쇳덩어리인 포대가 고장 나는 일은 드물다.
죽은 병사만 교체해주면 재차 쏠 수 있다.
콰콰쾅!
쾅! 쾅!
“화재로 멈춘 선박이 일곱 척 입니다. 구조대를 보내야 합니다.”
“육상 화포의 저항이 너무 거셉니다. 침수 되서 가라앉고 있다는 신호가 여섯 척입니다.”
“시끄럽다. 적이 더 많이 죽었다. 침수되는 배는 포기하지 말고 해안까지 돌격하라고 해라! 해안에 접안해서 끝까지 방포하라 해라.”
입부는 어지러운 피해보고를 무시했다.
“전진하며 포격하라! 점차 거리를 좁혀라!”
콰콰콰쾅!
이운룡의 부대가 바다 위를 정리하고 접근했을 때 오사카항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이번에도 바싹 붙인 이순신의 함대는 항구의 모든 함선을 침묵시켰고, 육지에 수만 발의 포탄을 퍼부은 상태였다.
곳곳에 사람과 말의 시체가 즐비하고 쪽배를 타고 돌격하던 전투병의 시체가 항구 얕은 바다위에 가득했다.
육상의 포는 한두 대만 남아 겨우 포격하고 있지만, 그나마도 곧 침묵할 분위기다.
대신 엄청난 개싸움을 치른 이순신의 부대도 너덜너덜해졌다.
서른 척 가까이가 침묵되었는지 바다위에 가만히 떠 있고, 몇 척의 배 위에선 칼 찬 사무라이들과 육박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운룡은 판옥선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중형 전투선들을 보내 수습하게 했다.
이제 전투를 마무리할 단계다.
거기서 이순신은 한발 더 나갔다.
“배를 육지에 붙여라. 최대한 붙여서 사거리 내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
“예. 장군!”
승리의 아드레날린에 상기된 병사들이 소리쳤다.
배가 산으로, 아니 육지로 간다.
해안선에 바싹 붙은 배가 사거리 내 모든 가옥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
“못 봐주겠군. 끔찍해.”
광해가 일어섰다.
끝까지 지켜보려 했다.
판옥선 이백척이라면 발로 지휘해도 승리가 보장되어 있으니 구경만 하려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못 참겠다.
“이운룡. 통제에 실패했군.”
“송구하옵니다.”
“실망이다. 이운룡과 곽재우는 배를 옮겨 중군만 지휘하라. 후나이 해전처럼 근접해 최대한 빨리 끝내라.”
“예. 전하.”
이운룡이 참담히 입술을 씹으며 쪽배로 옮겨 탔다.
“함영석. 사각 돛을 전부 펴라.”
“예. 전하.”
함영석의 손짓에 사각 돛 두개가 펼쳐졌고, 광해는 마법진을 그렸다.
강한 바람이 뒤에서 불어온다.
바람을 받은 사각 돛이 둥글게 배를 내밀었다.
“좌현. 노를 저어라. 함영석. 키를 우측으로.”
“아악. 안됩니다. 적선이. 적선이.”
“키를 돌려라. 좌로 한바퀴. 우현만 노를 저어라.”
광해의 지시 속에 혼자 바람을 받은 대장선이 동쪽으로 내달린다.
교전하는 함선 사이로 지나고, 반파된 돌격선을 밀고 나아간다.
“으아악. 아군과 부딪칩니다.”
“부딪칠 거다. 최대속도로. 전원 충돌에 대비하라.”
열심히 포격중인 좌군의 앞을 대장선이 스쳐지나갔다.
하나둘 제친 후 입부의 지휘선을 향해 돌진했다.
“꽉 잡아! 모현성. 지휘해라.”
콰아앙.
바람 마법을 받아 최고 속도로 돌진한 광해의 함이 입부의 배 옆구리를 들이박았다.
병사 일부가 충격에 날아갔다.
돛대 위에 있던 관측병은 아예 새처럼 하늘을 날았다.
광해는 충돌의 순간에 뛰어올랐다.
붉은 곤룡포를 입은 사내가 긴 소매를 펄럭이며 하늘을 날았다.
“크으윽. 뭐냐?”
육지를 보며 지휘하다가 충격에 나동그라진 입부 이순신.
탁.
그 앞에 광해가 내려섰다.
충돌의 충격에 나뒹굴고 있는 병사들과 목이 베어 죽어있는 군관.
광해가 놀라서 왕을 바라보는 입부 이순신에게 말했다.
“너. 해고다.”
“예?”
우지끈.
다음 말을 하려는데 밑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가라앉습니다. 옆구리가 완전 박살났습니다.”
“버틸 수 없습니다.”
“...... 전원 대장선으로 옮겨 타라.”
뒤에서 대장선 선장 이준형의 비명소리도 들렸다.
“전하! 선두가 완전히 박살났습니다. 침수를 막을 수 없습니다.”
“오바했군. 구조기를 올려라.”
흥분한 광해가 비싸디 비싼 판옥선 두 척을 날려먹었다.
근처의 배로 옮겨탄 후 모현성이 좌군을 지휘했다.
“전열을 갖춰라. 육지에서 떨어져라. 갑판은 방어만 치중하라.”
우지끈.
“와아! 이겼다!”
“조선이 승리했다! 천세! 천세!”
“우와아아아.”
콰직.
환호성 속에 배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밀물에서 썰물로 바뀌면서 접안한 배가 바닥의 바위와 닿는다.
통 소나무로 바닥을 만들었어도, 수백 톤 무게의 배를 뾰족한 바위 위에 올려놓았으니 버틸 리 만무하다.
접안한 선박 중 10여척이 침수되었다.
2년 4월 27일.
오사카만 해전
조선군 판옥선 200척.
침몰 17척. 사망 1904명.
일본군 안택선 6척. 관선 100척. 중형돌격선 900척.
안택선 4척, 관선 52척, 중형선 317척 나포. 100여척 퇴각, 그 외 침몰. 사망 2만여 명. 포로 7,932명
대승이다.
교환비 1:30의 대단한 전투.
하지만 병사들은 기쁨을 표시하지 못했다.
대장선이 좌군 지휘선으로 돌격해 두 척이 함께 침몰한 것은 여기저기서 봤다.
지휘부의 문제.
군관들부터가 쉬쉬하며 눈치 보니 병사들도 눈치 보게 된다.
조용히 시키는 대로 전장을 정리하고 나포한 배를 수리할 따름이다.
새로운 대장선에 각군 장수 급이 전부 모였다.
그 중심엔 입부 이순신이 묶여 있었다.
적당히 만든 용상에 앉은 광해는 입부를 보며 고민했다.
톡. 톡. 톡.
모여든 장수들은 숨도 못 쉬며 광해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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