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울트라익
12월 22일.
리버사이드 스타디움.
유로파리그 때문에 2경기를 덜 뛴 상황에 리그 11위를 차지한 스토크시티가 2점 차이로 리그 14위에 랭크된 미들즈브러와 대결을 펼쳤다.
- 도라익 선수 공을 뒤로 뺍니다.
- 공을 잡은 제임스가 산체스한테 패스합니다.
- 산체스 선수 페어린던한테 찔러줍니다.
- 크로스!
- 도라익 점프!
- 골! 골입니다. 리그 3호 골이 끝내 터졌습니다.
키퍼가 찰리를 더 염두에 두며 가까운 포스트 쪽으로 위치를 잡은 덕분에 도라익의 헤딩이 쉽게 들어갔다.
- 도라익 선수 새 세리머니를 선보입니다.
- 저건 타자가 타격하는 동작 같은데요?
- 도라익 선수 아버지가 야구선수입니다.
- 아버지께 바치는 세리머니인가요?
도라익의 복귀는 지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스토크시티는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자신들이 홈팀이라도 된 것처럼 주도권을 꽉 잡고 공격을 거듭했고 이른 시간에 골을 취득했다.
"라인 적당히 내리고 안정적으로 간다."
이제부터 박싱 데이가 시작이다. 26일, 29일, 1월 1일, 1월 5일에 경기가 있다. 그리고 유로파리그로 미룬 2경기 중 하나를 1월 8일에 치러야 한다.
다행히 리그컵에 탈락했기에 홈 어웨이로 벌이는 4강전은 피해 2경기 덜 뛰게 되었다.
도라익은 미드필더로 내려가 팀의 수비를 도왔다. 여전히 족보가 명확하지 않은 수비지만, 하이에나 제임스와 팀을 이뤄 꽤 위협적이었다.
거기에 루이스와 산체스의 안정적인 서포트까지 있어 미들즈브러 선수들은 자주 공을 뒤로 돌려야 했다.
- 패스 미스.
- 찰리 선수가 드물게 패스를 차단했습니다.
뒤로 돌린 공이 실수로 방향이 엇나갔고 찰리가 먼저 잡았다. 도라익이 방아쇠가 당겨진 총의 총탄처럼 발사되었다.
- 도라익 선수 양발에 모터를 단 것 같습니다.
- 바람처럼 달리는 도라익 선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립니다.
- 즐거운 겁니다. 도라익 선수의 플레이를 보는 우리가 즐거운 것처럼, 도라익 선수도 축구가 즐거운 겁니다.
- 새삼스러운 얘기입니다만, 축구는 원래 즐겁습니다.
찰리의 공을 받은 산체스가 앞으로 깊숙이 찔렀다. 확실한 기회만 노리며 안정을 추구하는 산체스답지 않았다.
지난 시즌 윙으로 뛸 때도 수비수가 붙기 전에 패스하거나 크로스를 올리던 산체스다. 확실하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선수인데 이번엔 달랐다.
- 도라익 선수 공을 잡았습니다.
- 키퍼가 막아섭니다.
- 라 크로케타!
- 팬텀 드리블이라고도 하죠. 키퍼가 감쪽같이 속았습니다.
페널티 박스 라인 근처까지 나온 키퍼를 팬텀 드리블로 속여 돌파한 도라익은 오른발 인사이드로 공을 밀어 골대 안으로 보냈다.
- 야구 시리즈네요.
- 이번엔 투수입니다.
- 제가 야알못이라서 감히 판단할 주제는 못 됩니다만, 매우 프로페셔널한 느낌입니다.
- 제가 야구 자주 보는데요. 당장 프로로 데뷔해도 좋은 투구폼입니다.
- 자세한 평가 부탁드립니다.
- 그러니까 되게 프로다운 폼이었습니다.
-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분석에 감사드립니다.
- 어, 미들즈브러 감독이 선수 교체를 요청했습니다.
- 전반전이 채 반도 안 갔는데요.
- 수미를 교체합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수미를 교체하여 출전한 선수는 도라익을 단독 마킹했다. 도라익이 수비하러 위치를 내려도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제임스. 어떻게 대처해야 해?"
"하프타임에 얘기하자. 다 듣고 있잖아."
도라익은 세 걸음 거리에서 귀를 쫑긋 세운 미들즈브러 선수를 고깝게 흘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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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더 스카이 스타디움.
스토크시티는 1점 차이로 12위에 랭크된 레딩을 홈에서 맞이했다. 5라운드에 원정에서 3:0 승리를 거둔 좋은 기억이 있는 상대다.
- 레딩이 미들즈브러와 같은 대책을 들고나왔습니다.
- 도라익 선수한테 전담 마킹을 붙였네요.
도라익은 미들즈브러와 벌인 경기에서 전담 마킹을 당하고부터 초반처럼 활약하지 못했다. 후반 60분에 도라익이 교체되자 도라익을 마킹하던 선수도 함께 교체되었다. 결국 2:1로 이기긴 했지만, 도라익으로선 당혹스러우면서 불쾌한 기억이었다.
- 도라익 선수가 인정받은 겁니다. 상대 선수한테 전담 마크를 붙이는 건 솔직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거든요.
- 도라익 선수는 전담 마크를 붙여도 납득이 갈 만한 선수가 된 거네요.
- 그럼요. 유로파리그 5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아무나 합니까?
레딩의 선수는 속도가 도라익보다 느렸다. 그러나 도라익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없어 상대를 완전히 떨구는 건 불가능하다.
- 스토크시티가 최근 전체적으로 느려졌습니다. 그래서 마킹 전술이 효과를 보는 겁니다.
- 더 큰 문제는 도라익 선수가 묶이면서 스토크시티의 공격 전술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 산체스와 제임스가 좀 더 활발히 뛰어줘야 하는데, 두 선수 모두 꽤 지쳤거든요.
0:0으로 전반전을 종료한 스토크시티는 토미로 지친 제임스를 교체했다.
- 도라익 선수 수비선까지 내려가서 공을 요구합니다.
미켈이 골킥을 하는 상황에 도라익이 수비진까지 깊숙이 내려갔다.
- 미켈이 공을 줍니다.
- 도라익 선수가 공을 레체르트한테 패스한 다음 앞으로 달립니다.
- 마크 선수를 떨궜습니다.
도라익을 따라 스토크시티 수비진까지 내려왔던 레딩 수비수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도라익을 놓치고 말았다.
- 산체스가 찰리한테 패스합니다.
- 찰리가 공을 잡고 있다가 토미한테 패스합니다.
- 공이 맥자넷에게 넘어갑니다.
- 맥자넷이 다시 토미한테 줍니다.
- 루이스가 토미의 공을 받아 산체스한테 줍니다.
- 산체스 선수 앞으로 찌릅니다.
- 페어린던이 원터치로 크로스를 올립니다.
- 골! 도라익 선수 골입니다.
- 체력이 참 대단한 선숩니다.
- 점프 보세요. 장딴지 안에 스프링을 숨긴 게 아닌지 의심됩니다.
골을 넣은 도라익은 쭈그리고 앉아 손가락을 폈다 접으며 세리머니를 했다.
- 오늘은 포수인가요?
- 2경기 쉬는 동안에 뭘 하고 다녔을까요?
- 12월이면 메이저리그도 쉬는 기간인데요.
- 어쨌든. 전담 마크가 붙은 상황에도 도라익 선수 2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합니다.
- 2경기 3골. 지난 시즌 거칠 게 없는 그 도라익이 돌아온 것 같습니다.
이날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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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
스토크시티는 홈에서 맨유를 만났다. 선수들은 각자 경기를 앞두고 음악을 듣거나 대화를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때 전화기로 뉴스를 확인하던 제임스가 벌떡 일어섰다.
"제길, 이게 뭐야. 도우 너 골든..."
그때 닌자처럼 나타난 타이먼과 쇠렌센이 제임스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하하. 남은 경기 열심히 골 넣으면 도우가 골든 슈즈 탈지도 모르지."
"아하하. 그래도 아직 골든 슈즈 언급할 단계는 아닌 거 같아. 그치?"
'쟤네는 또 왜 저래?'
제임스야 원래 이상한 놈이지만, 타이먼과 쇠렌센은 아니었다.
- 오늘 원정팀은 리그 선두의 맨유입니다.
- 2위의 아스널과 1점 차이를 두고 경합하고 있어요.
- 지난 시즌 아픈 기억을 줬던 팀이죠.
오늘 경기에 페어린던과 타이먼이 벤치에 앉았다. 패스가 빠르고 개인 능력도 출중한 맨유 상대로 둘은 제방뚝에 난 구멍이 될 뿐이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맨유는 라인을 중앙선까지 올리고 스토크시티를 압박했다. 도라익의 속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퍼포먼스에 뿔난 홈팬들이 야유를 퍼부었다.
그러나 도라익은 반격만 바라고 중앙선 근처에서 대기할 수도 없는 처지다. 세트피스 상황을 빼면 도움이 안 되는 찰리가 있기에 도라익은 위치를 깊이 내려 수비에 공을 들여야 했다.
'그래도 지난 시즌보다는 나아.'
도라익도 발전했고 팀도 강해졌다. 지난 시즌 경기처럼 막막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제임스. 집중해."
맨유가 주는 스트레스가 심한지 제임스는 공을 쫓아 자신의 수비 구역을 자주 벗어났다.
"미안. 미칠 것 같아."
도라익은 경각심을 한층 키웠다. 제임스가 저렇게 짜증이 나 있다는 건 현재 상황이 스토크시티에 아주 불리하다는 뜻이다.
'찰리한테서 리듬에 관해 배운 것처럼 제임스의 저 해석할 수 없는 직감에서 배울 게 없을까?'
도라익은 불쑥 떠오른 생각을 빠르게 지웠다. 프리미어리그의 모든 상대가 그렇지만, 맨유는 특히 잡생각을 하며 상대할 레벨이 아니다.
'베르딩요. 벌써 15골이나 넣었지.'
11골을 넣을 때까지 찰리가 1위였다. 그런데 최근 4경기에 폭발적으로 7골을 넣으며 득점왕 레이스에서 앞서갔다.
- 그린우드가 크로스를 올립니다.
- 베르딩요 슛!
- 아.
- 골입니다.
그린우드가 페널티 박스 라인 근처에서 크로스를 올렸다. 의외의 전개에 모두 반응이 느렸고, 용케 크로스를 감지한 베르딩요가 가슴으로 친 공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빠른 슈팅으로 골인에 성공했다.
- 맨유의 포워드 베르딩요와 양쪽 윙 모두 속도가 빠른 선수입니다.
- 스토크시티는 라인을 올리나 마나 딱히 대책이 서지 않아요.
- 어, 설마 교체인가요?
전반전 13분. 윌슨이 토미로 찰리 아담을 교체했다.
"찰리, 괜찮지?"
도라익은 교체로 내려가는 찰리를 따라가며 위로했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공 줍는 일도 할 수 있어."
찰리가 단단한 얼굴로 대답했다. 숨길 수 없는 섭섭함이 엿보였지만, 그보다는 의젓하게 대처하려는 의지가 더 강했다.
"네 몫까지 내가 다 할게."
찰리를 교체한 토미가 도라익 대신 수비에 투입되었다. 찰리 대신 도라익이 공격 최전선에 서자 맨유의 공격도 한층 신중해졌다.
'제임스. 빨리 정신 차리고 그날처럼 하자.'
도라익은 속에 거세게 타오르는 투지를 애써 달래며 기회를 노렸다. 약 1년 전만 해도 순수함이 물씬 풍기던 두 눈엔 먹이를 노리는 맹수와 같은 집요함과 간절함이 가득 배였다.
- 레체르트 선수 공을 잡았습니다.
- 앞으로 길게 찹니다.
- 도라익 선수 달립니다.
- 안타깝습니다. 미리 나온 키퍼가 터치라인 밖으로 걷어냅니다.
- 작가의말
하프 타임.
도라익 : 제임스. 이젠 뭘 해야 하는지 말해줄 수 있지?제임스 : 아깐 다른 사람 있어서 창피해서 대답 못 했는데, 그런 귀한 거 당해본 적 없어서 나도 몰라. 그거 주인공이나 주인공 라이벌 아니면 못 받는 대접이거든. 난 그냥 조연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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