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시작한 시즌
2031년 7월 30일.
한국 시간 새벽 3시 15분.
- 축구 팬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해설 강철민 인사드립니다.
강철민이 시작을 활기차게 열었다.
- 박만호도 인사드립니다.
박만호 역시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 31-32시즌 유로파리그 예선전 3라운드 경기 중계를 시작합니다.
- 한때는 본선 진출 팀을 32개로 줄였거든요. 대신 컨퍼런스 리그를 만들었습니다. 하위 리그의 팀들이 좀 더 경기를 뛸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만, 관심이 너무 적어 결국엔 다시 원래 방식으로 복귀했죠.
두 해설은 유로파리그의 역사 그리고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활약한 한국 선수들 이야기로 5분 정도 분량을 때웠다.
- 이어서 오늘 경기를 치르는 양 팀을 소개하겠습니다. 우선은 원정팀인 뱅고어 시티 FC부터 소개 올리겠습니다.
- 웨일스 리그의 강팀이죠. 1876년에 창단되었고요. 영국 리그에 참가하는 스완지시티나 카디프시티 등도 웨일스 소속 구단입니다.
- 웨일스 리그는 2002년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영국 리그를 뛰는 팀이 네 개나 되죠. 웨일스 컵대회 우승팀은 2002년 전까지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받았습니다. 2002년에 정식 리그가 만들어지고부터 자격이 취소됐지요.
- 뱅고어 시티의 소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 스토크시티는 새로 영입한 선수들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버틀랜드가 뇌진탕으로 은퇴를 갑작스럽게 결심하면서 골키퍼 영입이 큰 문제가 되었죠. 전문가들이 3천만에서 4천만 파운드까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스토크시티는 1800만 파운드의 이적료로 독일의 톰 미켈 선수를 영입했습니다.
- 선수의 나이가 21세밖에 안 되고 분데스리가 경험도 열 경기 미만입니다. 키 199에 몸무게는 97킬로그램이죠. 팔이 길고 활동량이 좋은 키퍼로 알려졌습니다.
- 오늘 경기는 벤치에서 시작할 예정입니다. 주전으론 아담 페데리치 선수가 낙점되었습니다.
- 스토크시티는 2300만 파운드를 주고 아약스로부터 티모 레체르트를 영입했습니다. 포지션은 센터백입니다. 네덜란드 리그에서 3시즌 뛰었고, 지난 시즌은 주전이었습니다.
- 역시 22세로 어린 선수입니다. 위치 선정과 헤딩뿐이 아니라 패스도 아주 정확한 선수죠.
- 다음으론 2100만 파운드로 영입한 루이스 샤우브 선수입니다. 오스트리아 국적으로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유스 출신입니다. 23세로 이번 시즌 영입 중 최연장자입니다.
- 위치는 미드필더인데요. 은퇴한 샘 클루카스를 대신할 자원으로 여겨집니다.
- 마지막 영입은 1200만 파운드로 프랑스 2부리그에서 데려온 우디르 자타 선수입니다. 감비아 출신으로 19세죠.
- 감비아는 스피드가 빠른 선수가 많습니다. 우디르 선수 역시 스피드가 장기인 공격수입니다. 왼발 선수기도 하니 샘 앨런의 빈자리를 채울 거로 보이네요.
- 동시에 이적으로 팀을 떠난 선수들이 있습니다. 한 명은 익히 알려진 샘 앨런입니다. 구체적인 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만, 12만 파운드던 주급이 이적하면서 5만6천 파운드로 줄었죠.
- 유소년 시절부터 정을 들인 리즈 유나이티드로 돌아가서 선수 겸 코치 역할을 맡는다고 합니다. 몇 년 뒤에는 리즈 유나이티드의 감독이 되어있을 거로 전망됩니다.
- 또 한 명은 브루스입니다. 지난 시즌 박싱데이에 입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었는데요. 스토크시티는 브루스 대신 박창식 선수를 영입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박창식 선수 역시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고 도라익 선수를 영입했죠.
- 계약이 1년 남은 상황에 천만 파운드로 라리가에 이적했습니다. 겨울에 라리가로 이적한 톰 인스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인 덕분에 레알 베티스에서 브루스의 영입을 결심하게 되었죠.
- 브루스 선수가 골은 잘 넣지 못했지만, 톰 인스 선수와 케미가 무척 좋았습니다.
- 그리고 예의 주시해야 할 선수 한 명 있습니다. 토미 매클린이라고 7번 유니폼을 받았고 오늘 경기도 선발로 출전합니다. 스토크시티 유스 출신으로 20세인데 윌슨 감독이 리저브 팀에서 유일하게 발탁한 선수입니다.
현지 날씨 등을 소개하고 도라익의 지난 시즌 활약상을 영상으로 틀면서 경기 시작 전에 최대한 분위기를 띄웠다.
"도우, 고마워."
잭이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말했다. 야한 생각을 많이 했는지 반년도 안 된 사이에 로커를 해도 될 정도로 머리가 길어졌다.
"리그컵 우승한 거 다 네 덕분이야. 그러니 이건 당연한 일이야."
곧 170년 되는 스토크시티 역사상 유로파리그 네 번째 출전이다. 세 번째가 11-12시즌으로 잭이 태어나기도 전이다.
그런 의미 깊은 경기에 플레이어 에스코트를 맡은 잭은 매우 흥분했다.
"이번 시즌도 우승할 거지?"
도라익은 못 들은 척 딴청을 부렸다. 단 반 시즌이지만,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다.
맨유처럼 강한 팀도 마지막 라운드 경기를 지는 바람에 아쉽게 2등을 했다. 이번 시즌 겨우 네 명 영입한 거로 우승을 노리기엔 스토크시티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 스토크시티의 출전 선수를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 골키퍼는 32번 유니폼을 입은 아담 페데리치입니다. 크로아티아 출신으로 현재는 영국 국적이죠.
- 수비수는 총 다섯 명입니다. 오른쪽 윙백으론 겨울에 이적한 23번 벨기에 출신 티보 페어린던이고 왼쪽 윙백은 39번 아일랜드 출신 카메론 맥자넷입니다.
- 중앙수비수로는 지난 시즌 붙박이 주전이던 5번 리엄 린드세이와 6번 대니 밧스 그리고 이번 시즌 이적한 4번 티모 레체르트입니다.
- 미드필더는 3명으로 7번 유니폼을 입은 토미 매클린과 12번 제임스 체스터. 그리고 오늘 은퇴식을 치르는 13번 샘 클루카스입니다.
- 공격진에는 9번 찰리 아담과 18번 도라익 선수입니다.
- 윙이 없는 5-3-2 포메이션인데요. 공격 상황엔 두 윙백이 오버래핑해서 윙 역할까지 하는 공격적인 포메이션입니다.
-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데, 스리백이 윙백까지 합치면 수비수가 다섯 명이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포백보다 훨씬 공격적인 포메이션입니다.
- 원정팀인 뱅고어 시티 선수들 엄청 위축된 모습입니다.
- 더 스카이 스타디움의 정원은 2만8천 명 정도거든요. 그런데 소리만 들으면 28만 명이 외치는 것 같습니다.
뱅고어 시티는 극단적인 6-3-1 포메이션을 들고나왔다. 센터백이 4명이나 되는데 2명은 도라익과 찰리 아담을 전담 마크했다.
- 토미 매클린이 드리블로 연속 두 선수 제치고 패스합니다.
- 예상과 달리 두 윙백을 통한 높은 크로스가 아니라 중앙을 공략하는 모습이죠?
- 도라익 선수가 받은 공을 제임스한테 돌려줍니다.
도라익의 공을 받은 제임스는 오른쪽으로 드리블했다. 뱅고어 시티의 미드필더가 바로 붙었다. 스피드나 드리블 둘 다 평범한 축에 속하는 제임스는 공을 안전하게 뒤로 넘겼다.
공을 받은 티모 레체르트가 샘 클루카스한테 패스했다. 클루카스는 공을 오른쪽 윙백인 티보 페어린던한테 원터치로 보냈다.
페어린던은 어느새 가까이 온 제임스와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뱅고어의 풀백을 벗겨냈다. 곧 센터백 중 하나가 달려와 페어린던이 더 드리블하지 못하게 방해했다.
페어린던은 공을 뒤로 보낸 후 왼발로 크로스를 올렸다.
- 찰리 아담 선수 헤딩 슛!
- 골입니다.
- 어려운 공이 아닌데 키퍼가 반응이 느렸습니다.
- 페어린던 선수의 크로스는 빠르고 평평합니다. 찰리 아담 선수가 가까운 포스트에 있고 도라익 선수가 먼 포스트로 달렸습니다.
- 키퍼는 도라익 선수가 헤딩할 거로 지레짐작한 것 같군요.
스토크시티 선수들이 찰리 아담을 얼싸안고 득점을 축하했다. 양 팀의 실력 차이가 현저하지만, 오히려 이런 경기에 골이 잘 안 난다.
- 티보 페어린던 선수가 풀백을 돌파한 후 빠르게 크로스를 올립니다.
아까의 경험으로 교훈을 얻은 페어린던은 풀백을 돌파한 후 미처 센터백이 다가오기 전에 크로스를 올렸다. 오른발로 잘 올린 크로스는 찰리 아담이 가까운 포스트에서 헤더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 골키퍼가 이번에도 느렸습니다.
- 이건 골키퍼 잘못이라기보다는 찰리 선수가 잘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 빠르고 평평한 크로스여서 헤딩하기 어려운 공이죠.
스토크시티는 공을 중앙에서 돌리며 상대의 진영을 압축한 후 라인으로 돌려 두 윙백이 크로스를 올리는 전술로 뱅고어를 괴롭혔다. 키도 힘도 헤딩 기술도 압도적인 찰리가 있고, 도라익 역시 미숙한 면이 있으나 뱅고어 센터백들을 압도했다.
단, 도라익의 헤딩은 뻔한 구석이 있어 키퍼가 곧잘 수비해냈다.
- 페널티킥입니다.
전반전 39분. 토미 매클린의 슈팅이 수비수 손에 맞아 페널티킥이 되었다. 찰리 아담이 공을 들고 샘 클루카스한테 다가갔다.
"주인공이 차."
"실축하면 은퇴 번복할 거야."
샘 클루카스가 농담했다.
"실축했으면 좋겠어."
안타깝게도 도라익의 악담에도 불구하고 페널티킥은 골이 되었다. 클루카스가 골을 넣자 스토크시티의 홈팬들이 기립박수를 쳤다.
골이 들어가고 10번 산체스가 등장을 준비했다. 샘 클루카스가 퇴장할 시간이다.
클루카스는 왼팔에 감은 주장 완장을 벗어 도라익과 찰리 아담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 작가의말
- 샘 클루카스 : 도우, 이거 찰리한테 줘.도라익 : 와, 내가 주장이라니.이 이야기는 모 프리미어구단 성명 불상의 모 한국 선수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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