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에 취약한 스토크시티
2031년 4월 9일.
7일 런던에서 경기를 치르고 돌아온 스토크시티는 9일 홈에서 런던의 부자 구단 첼시를 맞이했다. 아스널과 펼친 경기에서 체력을 다 쏟은 도라익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육체도 지칠 대로 지쳤지만, 찰리 아담 대신 포워드 자리로 가면서 경기와 훈련에서 느끼는 정신적인 피로감이 너무 컸다.
"박싱데이에는 이런 상황이 2주 지속한다고 보면 돼."
도라익은 고작 하루만 쉬고 또 경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오늘 경기를 위해 아스널 경기 이후 저녁 훈련도 쉬었으나 다리는 여전히 납덩이를 매단 것처럼 무거웠다.
"한 경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야. 그간 누적한 피로가 폭발한 거지."
아스널 경기와 마찬가지로 벤치에서 시작하는 캠벨이 조언했다. 캠벨이 38세의 고령에도 몸싸움이 리그 평균을 웃돈다곤 하지만, 상대는 리그 2위의 첼시다.
맨유가 기술과 속도의 결합이라면 첼시는 기술과 파워의 결합이다. 평균 신장은 스토크시티 다음으로 리그 2위이고 공격 시 일대일 경합 성공률은 아스널과 리버풀 다음으로 리그 3위다.
그리고 수비 상황의 일대일 경합 성공률은 무려 리그 1위다.
이러한 격차는 경기가 5분 정도 진행되고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스토크시티가 특별히 준비한 전술이 없음을 확인한 첼시는 그때부터 상대를 페널티 박스 안에 가둬 넣고 무자비하게 두들겼다.
아스널의 공격이 점잖게 초인종을 누르고 상대가 문을 열게 하는 방식이라면, 첼시는 도끼나 망치로 문을 부수는 스타일이었다.
아스널을 상대할 때처럼 좌와 우로 빠르게 패스되는 공을 따라 혀 빼물고 뛸 필욘 없지만, 첼시는 곳곳에서 일대일 혹은 이대이 상황을 만들어 스토크시티를 압도했다.
상대 수비수와 키퍼의 사인 미스로 앨런이 한 골 집어넣긴 했으나 홈에서 1:4로 참패했다. 윌슨은 아예 후반 65분에 샘 앨런과 제임스 그리고 산체스를 내렸다.
도라익은 당연히 출전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17위인 찰턴이 32점이어서 여전히 한 경기면 강등권을 탈출할 수 있다.
4월 14일. 브라몰 레인.
팀 훈련도 이틀 쉬면서 체력을 회복한 도라익은 31점으로 리그 18위를 차지한 셰필드와의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 도라익 선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닙니다.
- 어린 선수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빨리 교체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체력은 회복했으나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전반적으로 근육 피로가 풀리긴 했으나 일부 근육은 더 회복하고 일부 근육은 덜 회복했다. 그래서 몸의 밸런스가 살짝 깨졌다.
게다가 그간 전술 공부를 매일 하며 받은 스트레스가 육체가 약해진 틈을 타 도라익을 괴롭혔다.
그러나 스토크시티도 별수 없다. 찰리 아담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캠벨은 컨디션이 도라익보다 훨씬 엉망이었다.
- 도라익 선수 또 트래핑 미스가 났습니다.
- 몸에 피로가 쌓여 작은 몸살 기운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경험도 적은 선수여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죠?
다행히 전반전은 스토크시티가 전반적으로 밀리는 상황에 0:0 점수를 지켜냈다.
"도우. 컨디션이 안 좋은 걸 알아."
대기실에서 윌슨이 말했다.
"네 컨디션이 안 좋다는 걸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움직여. 평소 잘할 때랑 똑같이 할 생각은 하지 말고."
윌슨은 어차피 대안도 없는 이 기회에 도라익한테 소중한 경험을 쌓아주려고 했다. 그러나 윌슨의 마음을 이해하기엔 도라익은 너무 어렸고, 상황마저 여의치 않았다.
17위의 찰턴은 원정에서 6위인 에버턴과 경기한다. 찰턴의 패배가 거의 확실시되기에 셰필드를 이기면 바로 17위로 가며 강등권을 탈출한다. 강등권 탈출이 보이는데 욕심을 버리고 차분히 경기에 임하는 건 베테랑한테도 어려운 일이다.
승리가 절실하다.
토트넘에 패배하며 리그 꼴찌가 되어 사망 판정을 받았던 팀이 3연승으로 다시 숨통이 트였고, 이젠 수면으로 올라가 시원한 숨을 쉬고 싶은 마음이다.
- 안타깝습니다. 셰필드의 반격에 두 번째 실점을 합니다.
첼시와 대결할 때도 세트피스 2실점에 반격에 2실점 당했다. 찰턴에 0:4로 질 때는 4골 모두 반격으로 먹었다.
- 2월부터 보면 반격으로 인한 실점이 대부분입니다. 스토크시티는 반격에 취약한 팀일까요?
- 그건 2월 경기부터 스토크시티의 팀 전술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찰리와 도라익을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팀 전술은 반격 위주의 전반기 전술보다 좀 더 공격적입니다.
- 수비수들이 새 전술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했겠군요.
- 그렇습니다. 아직 수비 라인의 위치라든가 상대가 반격할 때 물러나는 노선이라든가 문제점이 조금씩 보입니다. 리그컵 결승과 토트넘 경기에서 반격에 잘 대처했는데요. 찰리 선수의 부상으로 도라익 선수가 포워드 자리로 가면서 다시 반격에 취약해졌습니다.
- 찰리 아담의 부상으로 팀 전술이 또 변하며 겨우 적응을 마친 수비수들이 다시 혼란에 빠진 거네요.
- 찰리 선수가 다음 경기에 복귀한다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토크시티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기이고 도라익도 거듭 실수하며 활약을 전혀 못 했다. 두 해설은 진행 중인 경기와 무관한 얘기로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애썼다.
결국엔 0:3으로 패배한 스토크시티는 17위로 간 셰필드와 5점의 차이를 보이며 19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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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더 스카이 스타디움.
"오늘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윌슨이 굳은 얼굴로 연설했다. 오늘은 17위의 셰필드와 18위의 찰턴이 경기하는 날이다. 이기고 싶으나 지는 게 두려운 둘이기에 무승부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리고 셰필드와 같은 35점으로 16위를 차지한 위건이 오늘 원정에서 리버풀과 경기한다.
반 시즌의 진통을 겪으면서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했고, 바뀐 포메이션과 전술이 박싱데이 이후로 빛을 발하며 연승을 달리고 있다.
"오늘 승리하면 우린 32점이 된다. 찰턴과 셰필드의 승부와 상관없이 강등권 탈출이 보인다."
선수들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겠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도라익의 눈이 이글이글 불탔다. 셰필드에 0:3으로 패배한 경기에서 도라익은 끝까지 원래 방식대로 뛰려 했다.
그러나 일주일 동안 머리가 식고 여러 조언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기로 했다.
"에버턴은 유로파 리그를 노리고 있다. 올 시즌 투자 3위의 팀으로서 유로파 리그도 못 나가면 체면이 말이 아니지. 그 점을 이용해 우린 선 수비 후 반격의 전략을 취한다."
경기가 시작됐다. 양 팀은 바로 중원에서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 도라익은 에버턴의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자기 몸을 점검했다.
경기 초반인데도 일부 근육이 힘들다고 투정했다. 강한 힘에 비해 키나 체중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도라익이기에 컨디션이 나빠지며 몸싸움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마사지 자주 받으라고 그랬지.'
팀은 마사지 전문가 한 명을 고용했다. 개인이 직접 고용하는 상위권 팀 선수들과 달리 스토크시티는 최고 주급이 겨우 샘 앨런의 12만 파운드다.
축구 선수의 주급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높다고 하지만, 그만큼 직업 수명도 짧다. 대부분 하위 리그 구단은 팀 차원에서 마사지사를 고용하는 게 관례다.
리그 5위부터 9위까지 겨우 4점 차이가 나기에 에버턴도 전력을 다했다. 에버턴은 도라익과 샘 앨런의 속도를 경계하여 수비 라인을 함부로 올리지 못했고, 스토크시티도 최근 반격으로 실점한 게 많아서 수비 라인을 적당히 뒤로 물렸다.
그라운드에 넓게 퍼진 상황에서 공은 주로 중앙선 근처만 굴러다녔고, 양 팀의 미드필더들이 빠르게 지쳐갔다. 그래서 스토크시티와 에버턴 가리지 않고 연속 패스 미스가 나왔다. 채 5초도 안 되는 사이에 공 소유권이 세 번 바뀌었다.
"도우!"
공을 잡은 클루카스가 길게 패스했다. 그러나 급하게 찬 공의 경로는 그다지 이상적이지 않았다.
에버턴 수비수는 천천히 달렸다. 도라익이 공을 잡더라도 골대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터치 라인과 가까운 곳이다.
'간단하고 직접적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 공을 잡은 도라익은 바로 크로스를 올렸다. 달리는 내내 그리고 공을 잡은 후에도 도라익은 골대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래서 방심했던 수비수는 도라익이 크로스를 올리는 데 아무 방해도 하지 못했다.
도라익이 공을 잡기 직전, 찰리 아담은 손으로 자신을 마킹하는 선터백 허리를 힘껏 밀었다. 주심의 주의력은 공에 가 있고 부심은 찰리의 몸에 가려 볼 수 없다.
VAR이 개입하여 반칙을 선언할 수도 있기에 찰리는 그것까지 고려해 은밀하게 반칙했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센터백은 속절없이 앞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도라익의 크로스가 날아오자 찰리는 미리 약속한 위치로 가서 왼팔을 옆으로 뻗은 채 공을 기다렸다.
센터백이 황급히 뒷걸음질 쳤지만, 찰리의 왼팔에 막혔다. 센터백을 한 번 제지한 찰리는 급히 왼손을 거두며 점프했다.
골키퍼가 황급히 달려왔지만, 찰리의 헤딩을 방해하지 못했고 공이 골대로 들어가는 것도 막지 못했다.
전반 19분.
도움을 기록한 도라익은 리 그레고리로 교체되었다. 리 그레고리는 왼쪽 미드필더 자리로 가서 수비에 전념했고, 샘 앨런이 도라익 대신 반격의 키가 되었다.
출전 보장 조항이 있기도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발로 내보냈는데 컨디션이 여전히 기대에 못 미쳤다. 선수가 운 좋게 도움 하나 기록한 상황이기에 자신감에 타격을 주지 않을 거란 판단에 윌슨은 이른 교체를 강행했다.
- 작가의말
몸이 아무리 튼튼해도 경험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곁에 있는 에이전트는 요리와 운전에만 스탯을 찍었으니 도움도 안 되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 주인공을 도울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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