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일정
4월 2일.
- 에버턴 1:1 스토크시티. 도라익 행운의 기습 슛으로 팀을 구하다.
- 성장한 도라익, 자력으로 팀을 구출하다.
4월 5일.
- 선덜랜드 2:1 스토크시티. 오창범 프리미어리그 2경기 연속 출장.
4월 8일.
- 스토크시티 1:0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 벤치로 돌아간 오창범. 지친 도라익.
4월 11일.
- 스토크시티 0:1 포츠머스. 오창범과 제임스의 환장의 실책 쇼 콜라보.
- 얇은 스쿼드의 한계. 벤치마저 지친 스토크시티.
4월 15일.
-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2:1 스토크시티. 원정 다득점으로 스토크시티 4강 진출.
- 시베리아의 추위를 이겨낸 한국 사나이 오창범, 첫 도움 기록.
- 유로파리그 첫 득점 기록한 맥자넷 인터뷰에서 특별히 도라익 언급. 훌륭한 주장이고 선수이며 사람이다.
4월 18일.
- 원정에서 0:1로 패배한 스토크시티. 그러나 여전히 10위.
- 잘나가는 리그의 비애. 유럽 전선에선 팡파레 펑펑. 프리미어리그는 혼돈의 도가니.
4월 23일.
- 2:1로 승리했지만, 강등팀 상대로 고전.
- 이것이 프리미어리그의 클래스. 강등 확정한 더비 카운티 원정에서 스토크시티 상대로 호투.
4월 26일.
- 스토크시티 안타까운 2:2 무승부. 마지막 3분에 2실점.
- 1골 기록한 도라익 경기 55분에 교체.
- 프리미어리그 감독들 선수 혹사에 대한 불만 표출.
- 리그 사무국. 현재 일정이 아주 합리적이라고 해명.
4월 29일.
- 빈집털이. 스토크시티 5:1 비야레알.
-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도라익. 그러나 전문가들 입 모아 수훈 인정.
- 5명의 주전이 결장한 비야레알. 홈에서 뺏긴 점수 앗아오겠다.
- 비야레알 감독, 라리가의 빡빡한 일정에 불만 토로.
- 유로파리그 4강전 멀티 골. 아이처럼 우는 토미 매클린.
5월 3일.
- 스토크시티 행운의 1:4 패배. 고작 4실점으로 끝낸 경기.
- 해비급과 라이트급의 대결. 일방적인 구타로 끝난 경기.
- 맨유 감독. 오늘 공격수들 컨디션이 별로였다.
- 세대교체 중인 양 팀, 그러나 스쿼드 두께는 천양지차.
5월 6일.
- 스토크시티 창단 170년 만에 유로파리그 결승 진출 쾌거 이뤄내.
- 3:0으로 승리한 비야레알. 그러나 한 골 부족했다.
- 스토크시티 유로파리그 결승 기념 머플러, 첫날 2만 장 판매량 기록.
5월 11일.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의 10경기가 동시에 열렸다. 홈에서 아스톤 빌라를 만난 경기에서 도라익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
2:2 무승부로 경기를 끝낸 스토크시티는 49점으로 31-32 시즌 프리미어리그 10위에 랭크되었다.
도라익은 시즌 13도움으로 도움 3위를 기록했고 11골로 득점 12위에 랭크됐다. 16골의 찰리는 5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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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익아. 맨시티에서 너한테 연락 안 와?"
유로파리그 결승은 19일에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상대는 맨시티를 3:0과 4:2로 꺾고 결승에 진출한 네덜란드의 강호 아인트호벤이다.
스토크시티 구단은 지친 선수들에게 15일까지 푹 쉬라고 훈련을 취소했다. 도라익과 오창범은 따뜻한 봄 햇살을 즐기며 근육에 휴식을 줬다.
"아니. 갑자기 왜?"
"넌 뉴스도 안 봐?"
"여기 때문에 평소에 축구 생각을 최소화해야 하거든요."
도라익이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
"진화몬. 아직도 진행 중이야?"
"무슨 뜻이야?"
"너 뇌가 진화한다며. 아직도 안 끝났어?"
그제야 오창범의 말을 알아들은 도라익이 피식 웃었다.
"형. 그거 진짜 믿어?"
"안 믿는 사람이 없는데?"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아니잖아."
집안 영향으로 부처님께 가끔 기도를 올리곤 하지만, 도라익은 과학을 훨씬 신봉했다.
"그건 그렇고. 맨시티에서 아무 연락도 없대?"
"경호 형한테 들은 얘기 없는데."
"맨시티가 마지막 경기에 1:8로 졌잖아. 구단주가 사무실을 박살 냈대."
아인트호벤에 변명의 여지도 없이 털린 맨시티는 멘탈이 나갔다.
미처 마음가짐을 바로잡지 못한 채 38라운드 경기에 임했고, 고작 13분 만에 2명의 수비수가 레드카드로 퇴장했다.
웬 떡이냐 싶은 토트넘이 전력으로 공격했고 8:1이라는 맨시티 입장에서 치욕스러운 스코어가 나왔다.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
"너랑 베르딩요 중에서 무조건 한 명 영입하라고 지시가 떨어졌대. 그런데 맨유가 돈 없는 구단도 아니고 경쟁자에게 핵심 선수를 팔 리가 없잖아. 그럼 너밖에 없지."
"형. 내가 형한테 몇 개 신문사는 거르라고 했잖아. 무슨 기자들이 간첩이야? 내부 소식을 당사자보다 더 잘 알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어?"
"누가 굴뚝 안에서 담배 피나 보지 뭐."
전반적인 축구 지식은 오창범이 더 많지만, 알짜배기는 도라익이 훨씬 많이 안다. 아직 빼먹어야 할 게 많은 오창범은 도라익의 이적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근데 넌 왜 이렇게 태평이야?"
"우리가 우승할 거야."
"어떻게?"
"열심히 하면 돼. 객관적으로 우리가 더 강해."
"상대는 맨시티 상대로 7골을 넣었어."
"맨시티 센터백이 키가 작잖아. 형보다 더 작아."
맨시티의 멕시코 센터백은 키가 176밖에 안 된다. 그러나 타이먼처럼 짱돌 같은 몸을 지녔고 타이먼에게 없는 스피드가 있다.
그리고 위치 선정이 기가 막힌데, 속도가 느려 위치를 제때 잡지 못하는 타이먼과 달리 맨시티의 3번은 필요한 위치에 늘 적시에 도착한다.
"7골 먹었는데 3골이 크로스고 2골이 코너킥이고 1골이 간접 프리킥이야. 다 헤딩으로 넣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아인트호벤은 평균 신장이 작은 맨시티의 약점을 제대로 물고 늘어졌던 거야."
키 하면 스토크시티, 스토크시티 하면 키다.
지금은 예전보다 덜하지만, 199의 톰 미켈, 198의 찰리 아담, 비록 벤치지만 196에 점프력이 찰리보다 뛰어난 줄리엔이 있다.
대니 밧스와 리엄 린드세이도 191과 193의 신장을 자랑하고 레체르트는 195에 날렵하기까지 하다.
185에 점프력이 대단한 도라익도 있고 점프는 평범하지만 각각 185와 186의 쇠렌센과 맥자넷도 있다. 루이스는 183에 점프력이 괜찮고 토미와 제임스는 180으로 작은 키는 아니다.
"난 결승전에 출전 못 하겠지?"
"에드워즈가 적임이야. 키만 컸으면 맨유나 리버풀 같은 강팀에서 센터백 뛰었을 거야."
"확실히 수비 하나는 진짜 잘해. 키도 작은 양반이 말이야."
오창범은 배움이 빠른데 깊이 파고드는 건 조금 느리다. 빠른 습득력 덕분에 프리미어리그에 몇 경기 출전해 합격은 되는 점수를 받았으나 초반의 쾌속 성장 이후 발전이 느려서 마음은 여전히 조급했다.
"형은 이번 여름에 영국에 남아 훈련하는 건 어때? 타이먼이랑 쇠렌센 그리고 맥자넷도 에드워즈한테 배우기로 했거든."
"넌?"
"난 한국 다녀와야지. 뇌가 정상이 되기 전엔 너무 열심히 훈련하면 안 된대."
도라익은 훈련도 경기도 최대한 즐겁게 뛰려고 노력했다.
매주 한 번씩 하는 검사에서 뇌의 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존재감을 자랑했다. 건강과 정신에 아무 해도 되지 않음을 알지만, 축구 때문에 자신의 뇌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자신이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듯하여 은근히 짜증 났다.
그래서 빨리 뇌 문제를 해결하려고 강도 높은 훈련은 당분간 기피하기로 했다.
"이런 문제는 해결하기 쉬워. 여자친구 사귀면 당분간 딴생각 안 들 거야."
"나 여친 있어."
"응? 진짜?"
도라익은 전화기를 꺼내 엘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이쁘지?"
"시발."
벌떡 일어난 오창범이 훈련복으로 갈아입고 기본기 훈련을 시작했다.
"형, 갑자기 왜 그래?"
"나도 이쁜 여자친구 만나야지. 믿기지 않겠지만, 형 모태솔로야."
"완전 믿음이 가는데?"
도라익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오창범은 전형적으로 남자한테 인기 많고 여자한테 인기 없는 스타일이다.
축구부 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남자의 세계에 푹 빠져 여태껏 헤어나오지 못한 탓이다.
"도움왕 되면 이쁜 여친 생기겠지?"
오창범이 큰소리로 외치며 자꾸 쉬고 싶은 자신을 채찍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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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마지막 날. 도라익은 선수들을 소집했다.
내일 훈련을 재개하기 전에 정신 무장을 해둘 필요가 있다. 휴식으로 풀어진 나사를 꽉 틀지 않으면 훈련 경기에서 부상이 발생해 결원이 생길지도 모른다.
대부분 선수도 알고 조심하는 사항이긴 하지만, 그래도 주장이 나서서 한 번 환기해줄 필요가 있었다.
"주장, 무슨 일인데?"
소집 이유를 대강 짐작하고 가만히 있는 선수들과 달리, 왜 소집했는지 전혀 모르는 우디르나 제임스 같은 선수도 있었다.
토미 역시 눈알을 열심히 굴리는 걸 보니 소집 이유를 명확히 아는 눈치가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선수 한 명 있어. 일부러 안 불렀거든."
그제야 선수들은 두리번거리며 누가 없는지 확인했다.
"줄리엔?"
비록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우월한 피지컬과 사람 좋은 미소 때문에 존재감이 강력한 줄리엔이다.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할게."
도라익은 줄리엔의 아들 미라클에 관한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간략히 들려줬다.
"아이는 세상 모든 어른을 두려워하고 있어. 나쁜 어른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 모두 책임이 있다고 난 생각해."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여 도라익의 말에 동의했다.
"미라클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해야겠어."
- 작가의말
결승전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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