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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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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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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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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도라익은 찬밥

DUMMY

6월 29일.


김상현은 따뜻한 커피를 음미하며 자신이 쓴 칼럼을 점검했다. 며칠 전에 준비를 끝낸 내용으로 발표 시기만 가늠하고 있었다.


인터넷에 유출된 계약서 내용이 진짜임을 확인받았고 곧 기사로 나갈 거라는 친한 기자의 문자를 받고 정성 들여 준비한 칼럼을 기고할 생각이다.


[2031년, 대한민국엔 도라익 열풍이 불었다. 그 어떤 정치인이나 연예인 그리고 스포츠인도 도라익처럼 주목받지 못했고 도라익만큼 화제를 일으키진 못했다.


도라익은 대중의 관심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시안컵에서 2경기 5골 1도움의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두며 한국팀의 우승에 이바지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선 13경기 11골 10도움의 성적표를 내밀었으며 리그컵 2경기에선 비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으나 팀의 우승에 작지 않은 공헌을 했다.


훌륭한 스피드와 준수한 몸싸움. 수준급 왼발 슈팅과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먹히는 드리블.

16세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모든 면에서 더 나아질 여지가 크다고 수많은 전문가가 입 모아 말했다.


그러나 필자가 알아본 바로 지금까지 도라익의 이적에 관해 스토크시티에 문의한 구단은 하나도 없다. 13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21개나 올린 16세 선수에 관한 관심은 전무하다.


이는 왜일까? 필자는 이런 궁금을 안고 도라익 선수에 관해 조사했다. 그 과정에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제부터 전문가 입장에서 도라익 선수를 낱낱이 해부하겠다.


약점 1 - 전술 이해.

이는 차 감독이나 스토크시티의 윌슨 감독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가 인정한 사실이다. 도라익 선수는 오프 더 볼 무브가 유스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공이 없을 때 위치 선정과 이동이 몹시 아쉽다는 말이다.

맨시티의 리차즈를 비롯해 피지컬이 훌륭하여 어린 나이에 팀 주전을 꿰찼으나 선수 생활을 채 10년도 이어가지 못한 수많은 선수를 생각할 때, 이는 아주 치명적인 결함이다.


약점 2 - 왼발 의존도.

프리미어리그에서 도라익의 공 터치는 83%가 왼발로 이뤄졌고 슈팅은 전부 왼발이다. 마찬가지로 왼발 선수인 샘 앨런은 포지션이 왼쪽 윙임에도 왼발 터치가 67%에 불과하다.

도라익이 우측에서 공을 잡은 상황에서도 왼발 슈팅을 고집한 경우를 2개 확인할 수 있으며, 오른발 슈팅이 더 편함에도 왼발 아웃사이드 슈팅을 고집한 골이 2개 있다.

비교 대상인 샘 앨런은 도움 대부분이 왼발이지만, 골만 보면 오른발 슈팅이 왼발보다 하나 많다.


약점 3 - 체력.

도라익처럼 스피드에 의존하는 선수는 대부분 체력이 부족하다. 스피드에 필요한 속근과 체력에 필요한 지근이 서로 다른 성질의 근육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속도가 빠른 선수들은 풀타임을 뛰기 위해 많은 활동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 축구에선 그게 어렵다.

특히 첫 약점으로 꼽힌 전술 이해와 맞물려 불필요한 체력 소모가 많기에 이 약점이 한껏 두드러진다.


약점 4 - 패스.

도라익의 패스 성공률은 고작 76%다. 이는 장거리 패스를 주로 하는 골키퍼 버틀랜드보다도 낮은 수치다.

그리고 공을 잡고 안전하게 백패스를 하는 경우가 많기에 76%도 사실 부풀려진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약점 5 - 멘탈.

필자는 차라리 도라익 선수가 16살 다운 순수하고 서투른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

도라익 선수는 맨유 상대로 해트트릭하는 명예를 저버리고 300만 파운드의 돈을 선택했다. 16세 선수여서 최고 세액이 20%로 한정되기에, 도라익은 페널티킥을 양보하는 거로 240만 파운드의 거금을 얻었다.

평범한 사람은 평생 만져보지 못할 거액이긴 하지만, 길게 보면 명예를 택하는 편이 금전적인 면에서도 훨씬 나았을 거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제발 아니길 바랐던 인터넷에 유출된 계약서의 특별 조항이 사실로 밝혀진 이때, 도라익 선수의 근시안적인 판단이 더욱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모든 국민의 자랑이 될 수 있었고 청소년들의 모범이 될 수 있었던 스타가 작은 실수로 빛을 잃어가는 걸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 역시 미어터진다.


이쯤에서 독자들도 왜 이적 시장이 곧 열리는 현재 시점에 도라익 선수의 이적설이 전혀 대두되지 않았는지 이해했을 것이다.


장점이 뚜렷한 만큼 단점도 확실한 도라익 선수다. 리그 평균을 상회하는 훌륭한 피지컬은 부정할 수 없는 커다란 장점이다. 그러나 축구는 팀 스포츠로서 아무리 개인 능력이 출중해도 단합에 해악을 끼치는 선수는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유럽 구단은 입단 테스트에 심리 테스트를 필수 항목으로 넣는다. 20개가 넘은 구단과 접촉하여 테스트를 받은 도라익 선수가 계약에 실패한 원인이 단지 출전 보장을 고집했기 때문이었을까?


섣부른 추측은 삼가야 하지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유출된 계약서가 진실이라는 부분을 추가한 김상현은 축협 지인들한테 문자를 보냈다.


- 도라익은 왜 찬밥 신세가 되었을까?

- 한국에서만 핫한 도라익, 그 이유는?

- 명문 구단들이 도라익을 원하지 않는 이유.


제목을 골라달라고 했더니 순식간에 답장이 왔다. 1번이 압도적이었다. 김상현은 제목에 걸맞게 내용을 좀 더 공격적으로 바꾼 후 등록 버튼을 눌렀다.

칼럼을 올리자마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친한 기자들이 곧 인용해갔다. 스포츠 전문 언론들은 아마 이 기사를 메인에 띄울 것이다.


김상현은 커피를 마저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시원하게 배출하고 돌아오니 어느새 댓글이 백 개 이상 달렸다.


└ 쓰레기 기사.

└ 신문이면 불쏘시개라도 하지. 이건 뭐.

└ 팬클럽 또 출동했구나. 구구절절 맞는 말만 했구만.

└ 이거 허위 기사로 신고할까?

└ 허위 기사라는 근거는 뭔데?

└ 프리미어리그는 16세부터 프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시즌의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는 7월 1일 전에 18세가 되지 못한 선수는 이적하더라도 첫 프로 계약 주급의 4배가 최대치이며 계약 기간은 3년으로 고정되고 바이아웃은 설정되지 않는다. 이를 일컬어 보호 계약이라고 한다.

└ 그래서 뭐 어쩌라고?

└ 도라익 선수는 현재 16세. 시즌이 바뀌었기에 주급을 8천 파운드까지 받을 수 있다. 어떤 팀에 가도 주급은 8천 파운드 고정이며 모든 수당은 주급의 5배인 4만 파운드 이상을 받지 못한다. 어디로 가도 받는 돈은 같으니까 출전을 보장하는 스토크시티가 도라익한테 맨유이고 레알이며 바르사다 이 말씀.

└ 팩트냐?

└ 검색하면 다 나와.

└ 보호 계약이 사실이면 누구도 스토크시티에서 도라익을 뺏어갈 방법이 없는 거네?

└ 이적료 두둑하게 주면 또 모르지.

└ 그러니까 도라익이 많은 이적료 주고 데려가긴 부담된다 이 말이잖아. 그런 면에서 보면 본문 내용도 허위 기사는 아닌데?

└ 왜곡 기사 정도 되겠네. 악의가 넘치는 교묘한 기사야.

└ 라리가는 17세부터 프로 계약 가능. 도라익이 아무리 잘해도 레알과 바르사가 데려갈 방법이 없음.


"시발. 요즘 것들은 왜 이리 똑똑해?"


부푼 꿈을 안고 기자가 되었다. 그런데 가짜뉴스 처벌법이 나오며 꿈이 스러졌다. 자극적인 기사로 조회 수를 올려 돈만 벌면 끝이던 좋은 시절은 갔다.

제보를 받아도 발 아프게 뛰며 진위를 가려야 하고, 벌점 안 받으려고 언론협회에 로비하다 들키면 감옥살이다.


결국 2년을 못 버티고 그만뒀고 칼럼을 올리며 밥벌이했다. 외국의 유명한 축구 칼럼 몇 개를 짜깁기하여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양념을 쳐 올리면 어느 정도 조회 수는 보장되었다.


그러다 축협의 간택을 받아 용돈도 받고 TV에 출연하면서 유명인이 되었다. 인지도가 높아지고 수입도 늘었지만, 대신 위험을 무릅쓰고 축협의 입맛에 맞는 칼럼을 써야 한다.


그래도 글 꾸미는 재주가 없진 않아 아슬아슬하게 허위 기사로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잘 버텼다.


└ 역시 바른 소리 하는 건 김상현밖에 없다.

└ 다들 도라익에 껌뻑 죽는 이때 이런 사람도 있어야지.

└ 어린 선수라고 감싸기만 하다간 평생 보자기에 싸여 똥오줌 못 가린다.

└ 가짜뉴스를 처벌한다면서 양심 있는 언론인을 죽이는 무능한 정부 때문에 요즘 이런 바른 기자가 드물지.

└ 위에 알바들 뭐야. 오늘 키워드는 바른인가?


도라익 안티들도 뒤늦게 몰려와 김상현을 옹호했다. 거기에 6월 초에 인터넷에 유출된 계약 내용이 사실이라는 기사가 뜨면서 댓글 창이 점점 뜨거워졌다.


그리고 기사가 올라가고 약 15분이 되자 도라익 팬들이 단체로 몰려왔다. 카페에 링크를 올리면 순식간에 수천 명이 몰려와 댓글창을 점령한다.


한때는 연검정화가 유행인 적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연관검색어 중 긍정적인 걸 자주 검색하여 부정적인 연관검색어를 사라지게 하는 방식이다.

인물 연관검색어를 취소한 지금은 댓글고지전으로 바뀌었다. 짧은 댓글로 댓글난을 도배한 후 입맛에 맞는 댓글에 찬성을 많이 찍어 위로 올리고 그렇지 않은 댓글은 반대를 찍어 밑으로 내리는 방식이다.


"정신 건강을 위해 이제부턴 댓글 보지 말아야지."

김상현은 기사를 꺼버린 다음 공공 배달 앱을 켜 치맥을 주문했다. 오늘따라 기분이 무척 좋았다.


작가의말

기레기가 꿈이었던 김상현. 냉혹한 현실 앞에서 좌절한 김상현. 그러나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결국엔 꿈에 다가선 김상현.

그는 과연 진정한 기레기가 되어 꿀을 빨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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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다양한 경험 NEW +1 8시간 전 316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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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각성하라 스토크시티 +4 21.05.15 895 38 11쪽
76 윌슨 감독 +1 21.05.14 995 34 10쪽
75 미세한 균열 +4 21.05.13 1,084 31 11쪽
74 아리스 FC +6 21.05.12 1,199 38 10쪽
73 거기서 왜 형이 나와 21.05.11 1,343 41 10쪽
72 붉은 파도 +6 21.05.10 1,479 46 10쪽
71 철벽의 라익 +11 21.05.09 1,633 46 10쪽
70 어른들의 세계 +10 21.05.08 1,669 47 11쪽
69 그게 뭔데요? +8 21.05.07 1,641 53 10쪽
68 겨울 이적시장 +4 21.05.06 1,653 47 11쪽
67 불굴의 라익 +5 21.05.05 1,572 50 10쪽
66 슈퍼울트라익 21.05.04 1,661 44 10쪽
65 담금질 +9 21.05.03 1,669 48 10쪽
64 진화의 라익 +6 21.05.02 1,726 47 10쪽
63 집중력 훈련 +11 21.05.01 1,735 48 10쪽
62 큰 승리 21.04.30 1,746 42 10쪽
61 가정방문 +3 21.04.29 1,832 51 13쪽
60 비급 해독 +6 21.04.28 1,835 54 10쪽
59 절대 비급 21.04.27 1,906 44 10쪽
58 프리킥 +10 21.04.26 1,820 53 11쪽
57 순정의 라익 +1 21.04.25 1,840 48 10쪽
56 신상 세리머니 +6 21.04.24 1,861 45 10쪽
55 컨디션 +4 21.04.23 1,944 39 10쪽
54 질풍의 라익 +8 21.04.22 2,004 47 10쪽
53 유로파리그 원정 경기 +4 21.04.21 2,055 43 10쪽
52 +4 21.04.20 2,089 48 10쪽
51 공격의 키 +7 21.04.19 2,134 46 10쪽
50 조금씩 나아지는 +2 21.04.18 2,218 44 10쪽
49 축구는 공만 차는 놀이가 아니다 +2 21.04.17 2,207 44 10쪽
48 강팀 +6 21.04.16 2,348 44 10쪽
47 완장의 무게 +7 21.04.15 2,413 46 10쪽
46 일찍 시작한 시즌 +2 21.04.14 2,499 43 10쪽
45 인터뷰 +7 21.04.13 2,521 50 10쪽
44 실력보단 인성 +4 21.04.12 2,472 46 10쪽
» 도라익은 찬밥 +6 21.04.11 2,536 39 10쪽
42 침묵의 시간 +6 21.04.10 2,553 44 10쪽
41 계약 옵션 +7 21.04.09 2,561 42 10쪽
40 저요저요 +3 21.04.08 2,593 41 10쪽
39 경기만 끝났다 +2 21.04.07 2,672 49 10쪽
38 스또라이커 +4 21.04.06 2,620 51 10쪽
37 페널티킥 +7 21.04.05 2,587 50 10쪽
36 버틀랜드 +3 21.04.04 2,598 43 10쪽
35 제임스 체스터 +4 21.04.03 2,655 45 10쪽
34 운명의 분계선 +3 21.04.02 2,685 45 10쪽
33 논란 +7 21.04.01 2,699 49 10쪽
32 다툼 +3 21.03.31 2,740 44 10쪽
31 밸런스 회복 +4 21.03.30 2,827 46 10쪽
30 반격에 취약한 스토크시티 +2 21.03.29 2,872 48 10쪽
29 유암화명 +6 21.03.28 3,013 53 10쪽
28 찰리 아담 +5 21.03.27 3,156 52 10쪽
27 기부 +6 21.03.26 3,189 54 10쪽
26 팀처럼 움직이라 +6 21.03.25 3,203 55 10쪽
25 변화하는 과정 +5 21.03.24 3,254 52 12쪽
24 새 동료 새 전술 새 역할 +7 21.03.23 3,460 58 10쪽
23 One stone two birds +8 21.03.22 3,399 61 10쪽
22 새 전술 +7 21.03.21 3,473 56 10쪽
21 인상적인 데뷔전 +8 21.03.20 3,595 68 11쪽
20 윌슨의 모험 +4 21.03.19 3,594 62 10쪽
19 믿을 건 스피드뿐 +6 21.03.18 3,644 64 10쪽
18 리그 데뷔전 +7 21.03.17 3,688 66 10쪽
17 훈련 도우미 +4 21.03.16 3,750 61 11쪽
16 입단 +5 21.03.15 3,845 61 11쪽
15 기자회견 +11 21.03.14 3,891 68 10쪽
14 어느 구단의 사정 +6 21.03.13 4,034 68 12쪽
13 라익이는 무결점임 +5 21.03.12 4,074 68 10쪽
12 기습전 +3 21.03.11 4,117 64 10쪽
11 결승전 +7 21.03.10 4,253 63 10쪽
10 도운설과 도천설 +10 21.03.09 4,389 7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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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시안 컵 +13 21.03.04 4,877 67 10쪽
4 실전 테스트 +16 21.03.03 5,116 75 10쪽
3 입단 테스트 +5 21.03.02 5,428 79 10쪽
2 유럽으로 +7 21.03.01 6,584 81 10쪽
1 프롤로그 - 탄생 신화 +13 21.03.01 7,409 8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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