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 끝났다
리그가 끝난다고 팀이 바로 휴식기에 드는 건 아니다. 5월 말까지 모든 선수는 매일 훈련장에 모여 훈련해야 한다.
높은 강도의 훈련은 없지만, 대충대충 하지도 않는다.
시즌을 치르느라 몸이 피로한 상태기에 주로 회복 훈련과 유연성 훈련 그리고 균형과 반응을 키워주는 재밌는 훈련이 많았다.
구단이 규정한 훈련은 오전이면 끝난다. 가정을 이룬 선수 대부분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젊은 선수들은 각자 알아서 취미 생활을 하거나 개인 훈련을 한다.
개인 훈련은 잘못된 습관을 고치거나 프리킥이나 크로스 그리고 슈팅을 훈련하는 게 보통이다. 대부분 젊은 선수는 출전 기회가 적어 피로가 심하지 않고, 다음 시즌 주전 경쟁을 이기려면 코치진에 뭔가 나아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도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없진 않아 강도 높은 훈련은 자제하는 편이다.
"도우. 넌 사이코가 분명해."
제임스가 혀를 찼다. 최근 도라익의 훈련 클럽에 가입한 제임스는 강도 높은 육체 훈련을 하는 도라익한테 완전히 질렸다.
"뭔 소리야. 전문가 코치대로 하는 건데."
아직 육체 전성기가 오지 않은 도라익은 경기 중 체력 회복이 성인 선수들보다 느리다. 그러나 하루 단위로 보면 도라익이 낫다.
출중한 회복력 덕분에 코어를 키우는 고강도 훈련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할 수 있었다.
"훈련 말고. 아이스 워터 얘기야."
도라익이 고용한 파트타임 코치는 훈련이 끝나자 바로 떠났다. 찾는 사람이 많은 인기 코치인데, 도라익의 불가사의한 육체 능력에 흥미를 느끼고 훈련을 돕고 있다.
도라익은 마른 수건으로 땀투성이가 된 몸을 꼼꼼히 닦았다. 적당히 휴식하며 땀구멍이 어느 정도 닫히자 얼음 반 물 반의 욕조에 몸을 던졌다.
"으아."
마찬가지로 근육 운동을 하던 쇠렌센 등이 괴이한 비명을 질렀다. 스토크시티 선수치고 얼음물에 몸 담그는 걸 도전 안 한 사람이 없기에 입수했을 때 어떤 고통이 몰려오는지 똑똑히 알았다.
도라익은 이를 꽉 악물고 얼음물에서 10분 버틴 후 밖으로 나와 수건으로 몸을 세게 문질렀다.
떨리는 몸이 조금 진정되자 도라익은 좀비처럼 뻣뻣한 걸음으로 샤워실로 갔다. 따뜻한 물로 몸을 푼 도라익은 팬티만 입은 채 다시 얼음물에 몸을 담갔다.
"아는 의사한테 물어봤는데 저거 심정지가 올지도 모르는 위험한 짓이라고 하더라."
"억지로 버티면 그런 거지."
"팀닥터 말로는 저놈 심장이 다른 사람보다 50% 정도 크대."
도라익이 5분을 채우고 얼음물에서 나오자 다른 선수들도 근육 운동을 마치고 간단히 샤워했다. 샤워를 마친 이들은 훈련용 운동화를 신고 운동장으로 갔다.
제임스는 쇠렌센하고 타이먼과 함께 패스 훈련을 했다.
쇠렌센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전을 노리려면 패스 능력을 높여야 한다. 키가 178인 타이먼은 속도가 느려 결국 센터백으로 뛰어야 하는데, 스리백에서 자주 공격에 가담하는 패스 잘하는 센터백이 목표다.
스리백 전술을 사용하는 팀이 점점 느는 추세여서 스토크시티가 아니더라도 타이먼이 축구 선수로 삼아 남을 수 있는 길이다.
제임스는 기본기가 부족하여 체력이 떨어지거나 컨디션이 나쁘면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슈팅은 평소에 엉망이어도 경기만 되면 꽤 잘 때리는데 패스는 평소나 경기에서나 똑같다.
다음 시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면 패스 능력의 향상이 필수다. 구단주가 6천만 파운드나 투입하여 전력을 보강하기로 했기에 제임스도 주전 자리를 확신하기 어려웠다.
새로 온 두 풀백 페어린던과 맥자넷은 크로스 훈련을 주로 했다. 윌슨은 풀백의 공격 가담을 좋아하는 감독이다. 수비 능력도 괜찮고 속도도 괜찮은 둘은 가장 부족한 크로스 능력을 키워야 한다.
도라익은 둘의 크로스를 받아 슈팅하며 페데리치의 키퍼 훈련을 도왔다. 페데리치는 오전에 기본기 훈련을 하고 오후엔 이런 식으로 경험을 쌓고 감각을 키웠다.
제임스는 전반기부터 팀 주전이었다. 남은 선수들은 비록 주전이 아니지만, 주전 경쟁 때문에 훈련에서 열심히 뛰었다.
약 1시간 정도 훈련하니 다들 지쳐서 물을 마시며 휴식했다.
"저놈 저거 미스터리야."
다른 사람들이 쉬자 도라익은 공 30개 정도를 모아 놓고 프리킥을 훈련했다. 훈련 기구로 수비벽을 세운 후 골대의 두 야신존에 묶은 손수건을 맞히는 훈련이었다.
공을 다 차고 나면 혼자서 뛰어다니며 공을 줍고, 그렇게 모은 공을 다 차면 또 공 주우러 뛰어다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검사도 한대. 그러니까 탈이 날까 봐 걱정 안 해도 돼."
"나도 저 나이에는 잘 지치지 않았어."
누가 들어도 허풍이었다.
"제임스는 저 나이가 꽤 오래전이어서 기억이 왜곡됐겠지만, 우린 몇 년 전에 도라익 나이였어. 저 정도로 체력이 뛰어난 건 분명히 비결이 있어."
도라익의 프리킥 훈련은 반 시간 지속했다.
"다들 돌아가서 푹 쉬고. 저녁에 집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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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아담을 꼭 잡아야 합니다."
윌슨 감독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버틀랜드는 뇌진탕으로 은퇴, 클루카스 역시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게다가 새 시즌엔 주전으로 뛸 센터백 한 명 데려와야 합니다. 찰리를 놓치면 어렵습니다."
6천만 파운드에 찰리를 판 돈까지 합치면 꽤 거액이다. 그러나 찰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포워드를 구하는 건 너무 어렵다.
게다가 21살이어서 주급이 실력보다 낮은 찰리다. 새로 데려온 선수는 최소 찰리의 2배 주급을 줘야 한다.
버틀랜드는 그날 충돌로 뇌진탕 판정을 받았다. 회복에 석 달 정도 걸리고 회복 이후에 원래 기량을 찾으려면 또 최소 반년은 필요하다.
충돌로 일부 기억이 사라진 버틀랜드는 과감히 은퇴를 결심했다. 가족과 쌓은 소중한 추억이 더 사라지는 걸 견딜 수 없었다.
클루카스는 리그가 끝나고 일주일 뒤에 은퇴를 결심했다. 몸에 쌓인 피로가 느리게 사라지는 걸 보고 다음 시즌에 주전으로 뛰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
"샘 앨런의 이적 결심도 확고하다고 들었습니다."
주전 둘이 은퇴를 결심했고 샘 앨런의 이적 결심도 확고하다. 돈 때문이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샘 앨런은 챔피언십에서 뛰는 자신의 친정팀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자신의 운동 수명이 기껏해야 2년 남았다는 생각에 챔피언십 중위권에 머문 리즈 유나이티드로 감봉을 감수하면서 이적을 추진했다.
2년 정도 선수로 뛰면서 코치 수업을 받고 이후 리즈 유나이티드의 코치 그리고 감독이 되는 게 앨런의 목표다.
프리미어리그 주전을 뛸 수 있는 키퍼를 데려오는 것만으로 3천만 파운드에서 4천만 파운드 예상된다. 샘 앨런은 대신할 선수를 구하기 어렵다. 괜찮은 선수는 이적료가 비싸고, 이적료가 싼 선수조차 웬만한 실력만 돼도 모셔가려는 팀이 많다.
윙과 풀백의 천국으로 불리는 스페인 라리가에서도 왼쪽 윙은 귀한 편이다.
"도라익을 왼쪽 윙으로 키우는 건 어떻습니까?"
"수비 능력이 부족하고 체력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몸싸움과 헤딩 다 되는 자원을 윙 자리로 보내는 건 낭비입니다."
더구나 찰리까지 이적하면 포워드 자리는 도라익밖에 없다.
"유로파리그가 없다면 괜찮습니다. 리그만 뛸 선수단을 구성하는 건 어렵지 않죠. 그러나 유로파리그 토너먼트까지 가려면 찰리의 이탈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리그는 38경기다. 리그컵과 FA컵을 합치면 최소 10경기 정도는 뛰어야 한다. 거기에 유로파리그 예선전을 2라운드 뛰면 4경기, 조별 경기 6경기.
다음 시즌 뛰어야 할 경기는 최소 58경기다.
박싱데이 부상까지 고려하면 찰리의 이탈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리고 도라익 선수 재계약 건도 있습니다. 18세 미만 선수는 최장 계약 기간이 3년이기에 시즌이 끝날 때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합니다."
"데이비스는 어렵습니까?"
버틀랜드가 최소 3년은 더 뛰어줄 수 있기에 스토크시티는 골키퍼 자료를 수집하는 걸 등한시했다. 급히 대체자를 구하다가 '사기'당할 수도 있으니 내부에서 발탁하는 걸 고민했다.
"차라리 페데리치가 낫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비슷한데 심리적인 부분에서 데이비스가 많이 부족합니다."
"잠시만요."
그저 듣기만 하던 구단주가 불쑥 끼어들었다.
"3주장인 톰 인스는 1월에 팔았고, 2주장 샘 클루카스와 1주장 잭 버틀랜드가 은퇴한다고요? 그럼 팀의 주장 3명이 한꺼번에 사라진 겁니까?"
그제야 새로운 팀을 구상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윌슨도 주장이 모두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샘 클루카스가 아직 팀에 있기에 주장의 부재를 미처 느끼지 못했다.
"주장을 맡을 만한 선수를 영입하는 건 어렵겠죠?"
"팀에서 주장을 맡을 정도면 충성심이 뛰어나고 영향력이 크든지 실력이 뛰어나든지 둘 중 하납니다. 첫 경우엔 데려오는 자체가 어렵고, 두 번째 경우는 돈이 너무 듭니다. 그게 키퍼든 센터백이든 미드필더든 말이죠."
"우선 주장 자리를 약속하며 찰리의 재계약을 추진합시다. 그게 아니어도 이적을 다음 시즌으로 미루도록 설득합시다."
"그간 요해한 바로는 찰리 선수가 주장직에 흥미를 느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타인과 거리를 두는 성격입니다."
- 작가의말
기자 : 시즌이 끝난 요즘 젊은 선수들이 취미 생활이나 개인 훈련을 하는데, 도라익 선수는 어떻게 보내시나요?
도라익 : 저는 둘 다 합니다. 훈련이 취미 생활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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