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17 화 외전. 멸[滅]의 신 벨드라엔.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17 화 외전. 멸[滅]의 신 벨드라엔.
멸[滅]의 신 벨드라엔.
쌍둥이 제우와 네우를 만나기 전
도망자 신이 되어 떠돌게 되기 그 오래전.
어느 외딴 작은 마을에 영역을 두고
토착신[土着神]으로 오랜 세월 지내왔었다.
벨드라엔은
욕심부리지 않고 자연과 잘 공존하면서
외부와 단절된 듯 자리한 이 마을에서
자신의 권능 ‘멸[滅]’을 이용해
마을을 해하려 하는 외부위험을 멸해왔고,
마을 주민들도 제단을 만들어
벨드라엔을 토착신[土着神]으로 섬기면서
잘 지내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벨드라엔은 한 명의 신이 자신의 영역.
마을로 들어온 것을 인지했다.
그저 지나가는 길이라면
구태여 영역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소란을 일으켜 마을에 혼란을 줄 필요가 없었기에
예의주시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신은 영역 안, 마을에 머무르기 시작했고
마을 주민들도 낯선 신의 존재를 인지했다.
마을 주민들은 첨 있는 상황에
웅성거리며 당혹감으로 인해 혼란이 왔다.
벨드라엔은 토착신[土着神]으로서
그 신과 직접 대면했다.
벨드라엔과 대면한 신은
적의 따위는 전혀 없었으며
‘자유의 신’이라고 정중히 자신을 밝혔다.
벨드라엔은 눈앞에 있는
밝게 미소짓고 있는 ‘자유의 신’한테
이기심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신답지 않게
예의를 갖춰 이곳에 온 연유를 물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물었다.
드물지만,
신들끼리도 공존하면서 공동영역을 두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유의 신’은 딱히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닌,
자유로이 돌아다니다가 그냥 눈에 띄어서 오게 된 것이라 했고
이 마을에 온 것은 자신의 자유인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되물었다.
비꼬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자유의 신’이기에 한 말이었고
남의 영역에 들어온 것이니
행여나 문제가 생길까봐 한 물음이었다.
자유의 신이 자유롭게 마을로 들어온 것.
이것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단, 자유의 신 물음대로
이곳 마을이 벨드라엔의 영역이란 것이 문제라면 문제.
그래서
벨드라엔은 자유의 신한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곳에 영역 싸움하러 온 것인지.
자유의 신과 공존하고
공동영역까지 생각해둔 벨드라엔이지만,
확실히 확인할 필요는 있었기에 한 물음이었다.
그러자,
자유의 신은 강하게 손사래를 치며
자신은 싸움을 싫어한다고 말했고
그저 여행 다니다 조금 지친 몸을 쉴 겸 이곳에 있는 것이라 말했다.
이 마을에 영역을 둘 생각은 전혀 없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벨드라엔이 보기에도
자유의 신는 어디 한 장소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을 성격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벨드라엔은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상관없었기에
이 마을 안에 머무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그 말에 자유의 신은 감사의 인사를 했다.
벨드라엔도 드문 사례였지만,
자유의 신도 참 이기심 없이 예의가 발랐다.
그렇게 한시적으로
‘멸[滅]의 신’과 ‘자유의 신’이 한마을에 있게 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잠깐이지만,
자신들과 마을을 지켜줄 신이 한 분 더 늘어난 것에 기뻐하면서
자유의 신을 반가이 받아들였다.
문제는 없었다.
멸[滅]의 신과 자유의 신은
서로 충돌을 일으킬 정도로 상반[相反]되는 권능도 아니었을뿐더러
상대방의 권능에 간섭하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잘 지내왔다.
그 후로
자유의 신이 예상보다 마을에 오래 머물기는 했으나,
이 또한, 자유의 신 ‘자유’였으며
벨드라엔이 영역에 머무는 것을 허락했고
마을 주민들도 받아들인 상태이기에
굳이 문제 삼을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잘 지낼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충돌이 일어났다.
두 신의 권능으로 인한 충돌이 아닌,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의견 충돌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벨드라엔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외부위험을 멸[滅]하는 동안,
마을 자체에서도 규율을 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서 질서와 안정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그러했는데,
자유의 신이 머무른 이후부터
당연하게도 ‘자유’의 영향력이 생겨나면서
마을의 규율이 깨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좋게 작용했었다.
마을 질서와 안정을 위한 규율이라고 해도
너무 억압되고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잡힌 규율은 바꿀 필요와 함께 변화가 있어야 했고
그런 변화를 위한 의견을 자유로이 표현하며
규율을 이보다 좋게 다듬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적정수준[適正水準]에 다다르자
‘자유’라는 이름 아래에 규율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마을의 주민 중 일부가
마을 운영에 필요한 정해진 노동을 거부하고
자신들이 알아서 자유로이 한다고 했다.
이 역시 처음에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원하는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만큼 노동하며
능률이 오르고 효율적으로 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점점 자유를 원하는 욕망이 커지면서
자유를 부르짖는 개인주의가 생겨났다.
그런 개인주의로 인해
공동으로 해야 할 일을 점점 뒤로 미루더니
완전히 뒷전이 되었다.
생계유지를 위해 적정량만 섭취하던 이들이
먹고 싶을 때 맘껏 먹겠다며
식탐과 함께 과소비 및 물자 낭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태계를 위해 사냥과 채집도 시기를 정해
필요한 때와 양만큼만 적절히 해왔으나,
이 역시 자신들 맘대로 하겠다며
‘욕망의 자유’를 억압, 핍박하지 말라면서
안하무인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또한,
자연과도 공존하며 살던 이들이
동식물의 영역에 무단으로 침범해서는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기까지 했다.
그로 인해
그나마 규율을 준수하고 잘 지키는 이들과 충돌하게 되면서
마을 질서가 무너지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서로 해[害]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그런 상황과 충돌이 계속 이어지자,
자신의 맘에 안 드는
자유를 방해하는 존재를 멸해 달라고
마을 규율을 지키지 않고
질서와 안정을 어지럽힌 자들을 멸해 달라는
벨드라엔한테 무리한 부탁을 하는 이들까지 생겨나 버렸다.
벨드라엔은 못할 것은 없었으나,
말도 안 되는 부탁이었기에 당연히 거절했다.
분명 벨드라엔이 행할 수 있는 합당한 거절이었다.
하지만, 거절이 계속 쌓이자
욕망의 자유를 원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마을 질서를 지키고 싶었던 이들 역시도
이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토착신[土着神] 벨드라엔을 더 이상 섬기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자신들을 지키지 않는 악의 존재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러한 와중에도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벨드라엔이
자신의 영역인 만큼 이 문제를 막아보려고 해결해보려고 애써보았으나
이미 욕망의 자유에 취한 이들은···
오랜 세월 자신을 지켜주었던
토착신[土着神] 벨드라엔을 거부한 이들은
벨드라엔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벨드라엔은 자유의 신한테 조심히 부탁했고
자유의 신도 어느 정도 책임을 통감하며
권능의 힘을 자제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중,
마을을 위해 규율을 무시하고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던 주민이
욕망의 자유를 우선으로 중시하던 이들에 의해 살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는 사이
이 작은 마을은 더 이상 벨드라엔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벨드라엔은 자유의 신과 영역 싸움을 해서
강제로 영역인 마을을 되찾을까 했으나,
자유의 신은 영역을 침범할 의도 없이
권능에 따라서 힘이 발휘되었을 뿐이었고
오히려 책임과 부탁을 받아들여 자신의 권능을 자제해 주기까지 했다.
자유를 오남용한 것은
마을 주민들임을 인지한 벨드라엔은 결단을 내렸다.
마을을 떠나기로.
자신이 계속 이 마을에 있으면
언젠가 자유가 멸[滅]하게 될 것을 두려워한 주민들이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고
자신은 그로 인해
자기방어 차원에서 이 마을 자체를 멸하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었다.
일반 무기로는 신을 죽이기는커녕
상처를 낼 수도 없는데
무기를 몰래 모으고 있는 것을 보았고
신을 위한 제단을 부수는 모습까지 보았다.
이젠 자신의 영역도 아니게 된 마을이지만
영역을 버리면 ‘도망자 신’ 취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벨드라엔은 마을을 떠났다.
그리고,
지키기 위해 떠난 마을에 관심과 신경을 일절 끊어버렸다.
영역이 아닌 마을에 자신이 관여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에.
그 후,
벨드라엔도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마을의 상황을
구태여 설명하자면.
토착신[土着神]이 떠난 마을의 최후는 뻔했다.
토착신[土着神] 벨드라엔이 떠난 걸 인지한
마을 주민들은 자유의 신한테
마을의 수호신이 되어달라 간청했다.
그러나,
그 간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잠시 머물렀을 뿐인 자유의 신은
자신의 영역으로 둘 생각도 없었으며
마을 주민들의 행동에 학을 떼면서 마을을 떠나버렸고.
마을은 고삐 풀린 욕망의 자유를 잡아줄 존재도 규율도 없어진 상태에서
위험을 멸해 막아주던 신도 없으니
그대로 외부위험에 노출되면서 마을은 괴멸되었다.
어찌 보면
자유를 위해 맞서 싸울 수도 있었으나,
이미 자유를 탐닉만 하며 서로 해하는 지경에 이르러 자멸하고 있었기에
될 턱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우습게도
본인들이 자초하여 망한 것이면서
자신들의 마을 버리고 떠난 두 신을 원망하는 비뚤어진 마음이 한이 되어
마을이 있던 곳을 뒤틀어버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뒤틀린 기운이 가득 차 버린 곳은
그 어떤 존재도 살 수 없는···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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