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15 화 – 시간은 흘러가고···.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15 화 – 시간은 흘러가고···.
짙고 깊은 어둠의 색이
푸른색이 되고 점점 밝은색으로 변하면서
아침이 되었다.
오두막 2층의 테라스 창문으로 햇볕이 들어오며 길게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리아인은 그 빛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런 후,
잠을 깨기 위해 기지개를 쭈-욱 피고는
습관적으로 맞은 편에 있는 침대를 봤다.
사용한 흔적 없이 잘 정돈된 침대.
리아인은 잠시 가만히 그 침대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가서 씻고 나왔고
외출용 옷을 입었다.
전형적인 모험가 스타일의 옷.
그리고는 무슨 미련인지
빈 침대를 다시 한번 보고는 방을 나와
1층으로 내려왔다.
1층 주방에서 아침 식사 준비 중이던
쇼트가 내려온 리아인을 보고는 맞이했다.
“잘 잤어?”
“식사는 어떻게 할래?”
“어-, 간단하게 부탁할게.”
“그래, 앉아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응.”
리아인은 식탁 의자에 앉았고
잠시 후,
고기를 곁들인 채소 스튜와 빵으로 구성된
부담 없이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쇼트가 가져다주었다.
그리고는
쇼트도 식탁 의자에 앉아 같이 식사를 했고
살쾡이 모습의 키사도 함께 식사했다.
달그락. 달그락.
식기 부딪히는 소리만 들릴 뿐,
조용한 가운데 쇼트가 입을 움직여 말했다.
“오늘 출발하는 거지?”
“응.”
“용케 붙잡히지 않고 허락을 구해냈네.”
“허락 자체가 필요 없는 거였는데 그 가문에서 물고 늘어진 거지.”
리아인은 미간을 살짝 구기며 뒷말을 이었다.
“아무리 후원해주고 있다고 해도 말이야.”
“성인인 나를 언제까지 과잉보호하려고 하는 것인지··· 참나.”
툴툴거리며 짜증 내는 리아인의 모습에
쇼트는 작게 웃음을 보였다.
헨즈 공작 가문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리아인을 양자로 들이고 싶어서 안달이었고
리아인은 계속 거절하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 덕에 진작부터 계획해 두었던 여행을
오늘에서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식사를 마친 리아인은
잘 먹었다는 인사를 하고 의자에서 일어났고
속도를 맞혀 식사를 끝낸 쇼트와 키사도
리아인을 배웅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나온 오두막 밖
앞마당에는 여행용으로 개량된 마차가 자리해 있었다.
깔끔하고 흠집은 없었지만,
새것이 아닌 오래전?
한 2, 3년 전에 만든 사용감이 남아있는 여행용 마차였다.
뭐, 중고를 좋아해서 그럴 수 있는 거지만
굳이 특이한 점을 찾는다면
여행은 리아인 혼자 떠는 것이었는데
마차 안에는 2층 침대가 있는 2인용이었다.
중간에 누군가와 합석할 것도 아니기에
2인용을 사용할 이유는 없었지만,
침대가 2층으로 2인용인 것 외에는
사용하는데 불편한 것 없이 잘 개량되어있고
새것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리아인은 새로 맞출 필요가 없다 여기며
그냥 사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리아인은 그토록 바라던 여행을 떠나기 위해
마차에 올라타려고 하다가
배웅나와 있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을 비롯해
루카테르, 벨드라엔과 쌍둥이,
헨즈 공작 가문의 차기 후계자인 헬리와 그의 친구 마법사.
이들이 배웅나온 것은 그렇다고 치지만,
타국의 수호신은 왜 온 것인지···.
듀아 왕국의 수호신이자
전쟁의 신 워스만이 와 있었다.
리아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워스만을 보며 말했다.
“뭐하러 온 거야?”
“너 보러 온 것 아니니까, 신경 꺼.”
“뭐-? 그럼, 누구 보러 온 건데?”
리아인은 어이가 없어 되물었고
워스만은 그 물음에 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워스만은 리아인을 배웅한다는 핑계로
다미엔이 붙잡는 손을 뿌리치며 이곳에 왔고
분명 누군가를 보기 위해 온 것이긴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보러 온 그 누군가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결코, 리아인을 보러 온 것은 아니었다.
워스만은 본인도 이해되지 않는 행동에
답답함과 함께 아련함이 밀려왔다.
곁에 두고 싶은···
곁에 있고 싶은 감정이 잔재처럼 남아 맴돌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은 워스만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들 내색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검은 옷 조직과 조력하는 신들과의 전쟁이 끝나고
수고한 이들과 모여 오두막 앞마당에서
조촐? 하게 만찬을 즐긴 그다음 날로부터 약 1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만찬에 함께 있었던 이들 모두
다음 날 그때 깨어나 느끼게 된 그 감정을
이해되지 않고 알 수 없는 그 감정을 지금도 가슴 속에 맺혀 잊지 못하고 있었다.
* * *
오두막 앞마당에서 만찬을 즐긴 후,
딱히 피곤할 것도 없었는데
아늑하고 깊은 잠이 들었다가 일어난 다음 날.
여느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같았지만,
뭔가가 달랐다.
리아인은 이상함에 방을 살펴보았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러다,
깔끔하게 정돈된 침대를 보았고
쓰지 않는 침대이니
당연한 거라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너무 낯설었다.
그리고, 왜인지···.
정말 어째서인지
화가 나고 짜증이 나면서···
가슴 한편에 허전함이 밀려왔다.
리아인은 이 알 수 없는 감정들에 마냥 휘둘리고 있을 수 없어
일단 1층으로 내려왔다.
그러한데,
1층 분위기도 심상치가 않았다.
쇼트, 살쾡이 수인 키사, 까마귀 수인 쿠우카
그리고 소파에 앉아있는 다미엔까지
다들 표정이 어리둥절했다.
뭔가···
중요한 뭔가가 생각나지 않는
하지만,
그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는
혼란함에 당혹해하고 있었다.
“하아─···.”
다미엔은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면서
한숨을 쉬다가
2층 계단에서 내려오는 리아인을 봤다.
왠지 리아인 이라면
이 이상한 알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해 줄 것 같았다.
“·········.”
“······.”
그러나, 안타깝게도
리아인도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고
오히려 누군가 속 시원히 설명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때,
콰─앙!!!
워스만이 화를 참지 못한 듯
탁자를 주먹 쥔 손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그로 인해 탁자는 산산이 부서져 버렸고
워스만의 얼굴은 화가 나 있으면서도
슬픔, 몰이해, 아련한 그리움이 있었다.
전쟁의 신이기는 하지만,
감정을 이렇게 표출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다들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심정이 이해되었다.
다들 이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는 것을 넘어 화가 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감정에 휘둘리고 있는 이들이 추가로 오두막에 왔다.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
벨드라엔과 쌍둥이 그리고 뮤리나.
이들 역시도 표정이 썩 좋지 않은 상태로
오두막 거실로 들어왔다.
이들도 이곳 오두막에 오면
이 알 수 없는 감정의 원인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오두막 안에는 무거운 적막만이 내려와 앉았다.
아무도 쉽사리 말을 못 꺼내고 있던 와중에
워스만이 소파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가
거실 현관문을 열었다.
“···가시는 겁니까?”
레이쉴이 워스만을 보며 물어보았고,
“그래,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는데.”
“더 있어서 뭘 하겠어.”
워스만은 화가 나고
알 수 없는 복잡하고 혼란한 감정들 속에서
한가지는 확실히 알 수? 느낄 수 있었다.
이 오두막에 오게 했던 그 무언가가
이제는 없어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
워스만은 오두막 밖으로 나와
앞마당에 자신의 전용 이동통로를 열었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하다가
잠시 멈춰서서 오두막 2층 쪽을 바라보다
다시 발을 움직여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다미엔도 서둘러 흐트러진 옷과 까치집이 된 머리카락을 정돈하고는
레이쉴과 벨드라엔한테 고개 인사를 한 후,
워스만이 열은 통로 안으로 들어갔고
통로는 닫혔다.
그 후, 시간이 흘러가고
이 이상하면서 허전하고 아련함은 여전히 가슴 한쪽에 남아있었지만
평소와 별 다름없는 일상이 이어져갔다.
쇼트와 살쾡이 수인 키사는
레쉬아 왕궁의 구석 정원에 자리한 오두막 관리를 하고 있었고,
드래곤 루카테르는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마수의 숲’ 관리자로 제 임무에 충실했으며,
까마귀 수인 쿠우카는
검은 옷 조직에서 검은 천사를 만든다는 만행으로 상처 입은 검은 날개 수인들을 돕고 있었다.
그리고,
스체스 왕국의 수호자 뮤리나는
‘아미스’ 백작과 함께 타지헤 왕국에서 구호 활동에 힘썼다.
또한,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과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은
정기적으로 패국[敗局]인 타지헤 왕국을 관리하러 갔다.
그 덕에
벨드라엔은 재상들한테 붙들려서는
국왕 대신 국정 업무를 보느라 바쁘게 보냈고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그 옆에서 보좌했다.
검은 옷 조직의 일원이었던
헬리와 그 친구 마법사는
검은 옷 조직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킨 공을 인정받아 죄를 선처하여 집행유예 1년으로
헨즈 공작 가문 자택에서 근신 중이었다.
리아인은 헨즈 공작 가문의 양자 권유에
계속 시달리며 거절하고 있는 와중에
뭔가가 빠진 것 같으면서도
늘 바라던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모든 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고대하던 여행을 출발하는 당일.
굳이 해줄 필요 없는데도
오두막 앞마당에 모인 모두의 배웅을 받으며
리아인은 마차를 움직였고
루카테르와 쌍둥이 네우의 도움으로
텔레포트 해 왕궁 밖으로 나갔다.
* * *
다그닥. 다그닥.
리아인은 2인용 여행 마차를 혼자 탄 채,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
얼핏 보면 목적 없이 다니는 여행 같았으나
목적이 있었다.
기시감이 드는 장소를 돌아다니며
가슴 한쪽에 멍울진 듯 있는
이 감정의 정체와 원인을 알아내고자 했다.
그렇게
레쉬아 수도 바로 옆 도시 ‘헤스라’를 거쳐
마을 ‘두만’을 들리고
황야와도 같은 허허벌판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돌산 협곡 안에 흔적만 겨우 남은 ‘버려진 신전’이 있던 곳도 가보았으며
어느 초원 한가운데 뒤틀린 기운을 먹는 고목 나무가 있는 곳도 가보았다.
또한,
숲속에 있는 석회 동굴도 찾아가 보았다.
그 후로도
이곳저곳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꽃 축제 중인 마을 ‘피스링’에서 구경 좀 하고
마을 ‘데무스’를 잠시 스치고 지난 후,
마을 ‘뉘스’를 지나
레쉬아 왕국 국경 근처 마을 ‘페우’에 도착했다.
어떤 망할 놈이 강제 차원 이동을 시켜
이곳 세계 ‘가쉬’의 ‘마수의 숲’에 떨궈진 후
첫 번째로 오게 된 마을 ‘페우’.
이곳에서 임시 신분보증패를 꼼수로 발급받고
여행의 첫걸음을 뗀 곳.
리아인은 마차를 전용 주차장에 정착시킨 후,
망설임 없이 한곳으로 향해갔다.
마을 외곽에 자리하고 있는 숲.
리아인은 뭔가에 홀린 듯이
그 숲 안으로 들어갔고
보통걸음으로 움직이던 리아인이 어느 순간 갑자기 빨리 걸음을 옮기더니
어느 한 나무에 도달했다.
왠지 알 수 없는 기시감이 강하게 들면서
그 나무에 손을 짚은 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나무 자체에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툭─···.
얼굴을 타고 따뜻한 물 한줄기가 턱 아래로 떨어졌다.
리아인은 그것의 정체를 알기 위해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려고 하던 순간.
툭─. 투둑. 툭. 툭.
양 손바닥 위로 물방울들이 떨어졌다.
눈물이었다.
리아인의 두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쉴새 없이 흘러 내려서는
양 손바닥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슴 속 멍울이 터지더니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이렇게 눈물이 흐르는데도
빌어먹게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젠장─···.”
리아인은 참을 수 없는 욕을 내뱉은 후
한참 동안을 움직이지 않고···
아니, 못한 채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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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입술을 여러 번 달싹이다가
힘껏 외쳤다.
“이 나쁜 자식아─!!”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 작가의말
변명밖에 안 되겠지만,
어무니 김장하는 것 도와드리느라...
좀?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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