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67 화 – 돌아왔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67 화 – 돌아왔다.
세계 ‘가쉬’에 있는 레쉬아 왕국.
왕궁의 구석진 곳에 자리한 정원의 오두막.
그곳에서 국왕 레이쉴, 벨드라엔과 쌍둥이, 쇼트와 살쾡이 모습의 키사 그리고 루카테르가
두 명의 신과 한 사람의 영혼을 맞이하고 있었다.
두 명의 신 중 한 명.
류안은 졸린 눈을 비비며
오두막 현관 앞에 나와 있는 이들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서는 곧장 2층으로 향해 계단을 올라갔다.
그 뒤를 따라 워스만이 올라가려던 그때.
“!!!!!”
벨드라엔이 헤드록을 걸듯
워스만의 뒤에서 목에 팔을 감으며 움직임을 막았다.
“뭐 하는 거지?”
“뭐하긴 네가 저 두 사람 일에 쓸데없이 끼지 않게 막는 거다.”
“쓸데없다니, 영혼이 제대로 자리했는지 옆에서 지켜봐야 할 것 아닌가?”
“그렇다 한들 그건 류안이 알아서 할 일이고, 네가 나설 일 아니야.”
“넌 이제 신경 끊어!”
벨드라엔과 워스만이 신경전 벌이는 사이.
쇼트가 두 사람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워스만은 한 손을 움직여
벨드라엔의 머리를 슬쩍 잡더니
냅다 엎어치기를 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바닥에 큰 소리가 나지 않게 살포시 내려놓았다.
행여나 소리 때문에
류안이 리아인의 영혼을 돌려놓는 과정에서
방해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엎어치기 당한 벨드라엔은
즉각 대응하려고 했으나,
예상외로 얌전히 바닥에 내려지면서
오히려 대응하지 못하고 동그래진 눈을 한 채 가만히 있었다.
그런 벨드라엔 머리를
워스만은 손으로 가볍게 툭 치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벨드라엔은 곧 일어나 뒤따라 올라갔고
레이쉴과 루카테르도 뭔 일 생기는 것 아닌가 싶어 뒤따라 올라갔다.
쌍둥이 제우와 네우,
놀라 꼬리가 부푼 살쾡이 수인 키사는 거실에 남아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간 이들은
멍하니 방문 앞에 서 있는 쇼트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류안과 리아인이 있는 방안을 본 이들 역시
방안에서 일어나는 광경에 멍하니 보고 있게 되었다.
방안 전체에는 영역이 펼쳐진 듯,
어둠이 내려와 있었고
작은 빛들이 영혼의 길잡이가 되어
류안과 리아인의 주변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류안이 리아인의 가슴 쪽에 댄 손끝에서
돌봄의 기운과 융화의 기운이 스며 나와서
리아인의 몸 전체를 감싸 안고 있었다.
밤하늘 같은 어둠 속
어둠과 하나인 듯 흩날리는 검고 긴 머리카락 사이사이 빛나는 작은 빛들.
여러 권능의 기운이 한데 어우러져
영혼을 육체에 인도하는 광경은
경이롭기만 했다.
그리 길지 않은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후우-.”
류안은 지친 한숨을 내쉬며
리아인의 몸에 대고 있던 손을 조심히 치웠다.
그리고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리아인의 영혼이 육체로 잘 돌아가 제대로 자리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다들 여전히 멍하니 있는 가운데,
“졸리네···.”
류안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쇼트가 황급히 움직였다.
류안은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제자리에 주저앉고 있었고
쇼트가 늦지 않게 부축해서는 옆 침대에 조심히 앉혔다.
워스만도 움직여서
류안의 상태를 살피려 했지만,
벨드라엔이 또 막아섰다.
“적당히 좀 해.”
벨드라엔은 평소 인상 좋은 얼굴은 버리고
험악함을 드러냈고
워스만도 미간을 구기며
벨드라엔을 차갑게 보고 있었다.
“도와준 것은 고맙지만.”
“이 이상은 선을 넘는 거니 자중해라.”
“경고하는 거다.”
“허─.”
벨드라엔과 워스만의 신경전이 다시 가중되려던 중.
쇼트가 움직여 방 밖으로 나와
문을 조용히 조심히 닫았다.
탁-!
그리고
언쟁 중이던 두 명의 신을 쏘아봤다.
신들한테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쇼트였지만,
류안과 리아인이 관련된 일에 한에서는
예외였다.
“류안 잠들었으니.”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내려가시죠.”
쇼트의 말에 벨드라엔, 워스만은 조용히 1층으로 내려갔다.
그 뒤로 레이쉴과 루카테르
마지막으로 쇼트가 따라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는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이 와 있었다.
벨드라엔이 류안과 함께 워스만이 왔을 당시
다미엔한테 연락한 것이었고
다미엔은 다른 일들 다 제쳐두고 오두막으로 바로 왔다.
벨드라엔은 다미엔이 워스만을 데려가라고 부른 것이었나
예상과는 다르게
다미엔도 오두막에 남아 류안과 리아인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모인 것
그동안의 상황을 서로 얘기하기로 했다.
“호오- 타지헤 왕국은 현재 고립상태라고?”
“예, 자신들도 속아서 그런 것이라는 변명만 할 뿐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있기에 정신 좀 차리라고 모든 무역 거래를 끊었고.”
“다른 왕국들도 이에 동참한 상태입니다.”
“하긴, 패전국에 편들 왕국은 극히 드물지.”
“게다가 레쉬아 왕국뿐 아니라, 듀아 왕국과 스체스 왕국도 등을 돌렸으니, 다른 왕국들도 동참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을 테지.”
“예, 대륙의 중심에 있다고 자랑하던 타지헤 왕국은 그 지리적 요건이 오히려 독이 되어 더 고립되어 졌지요.”
“그럼, 타지헤 왕국은 어쩔 수 없이 한동안은 조용히 있겠군.”
“그렇죠.”
“하지만, 검은 옷 조직은 그럴 생각 없는 것 같습니다.”
“흐음, 류안과 내가 리아인의 영혼을 찾으러 간 사이 노리러 왔나 보군.”
“예, 벨드라엔 님과 다미엔 왕자께서 도와주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군.”
“그래, 이곳 상황은 그렇게 흘러갔는데.”
“너와 류안은 어떠했지?”
벨드라엔이 리아인의 영혼을 찾아 다른 세계로 간 둘의 상황을 물었다.
“흠, 리아인의 영혼을 잘 찾아온 것과 별개로 좋지는 않았어.”
워스만은 의자 등받이 기대며
류안과 마찰의 신이 나눈 대화를 찬찬히 생각했다.
“절대자가 되기 위한 뒤틀림을 얻기 위해 아주 한 세계를 뒤틀어 죽이기까지 했지.”
“그런데도 부족한듯해 보이더군.”
“하-, 부족하다고?”
벨드라엔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 어이가 없어.”
“한 세계를 뒤틀어 얻은 뒤틀림으로도 절대자가 될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서 그 난리를 계속 치고 있으니 말이야.”
“그럼, 이제는 이 세계를 노리는 건가?”
“흠, 그건 확실치 않아.”
“확실하지 않다고?”
“그래, 처음에는 그랬을 수 있지만.”
“지금은 이 세계를 노린다기보다는 류안이나 리아인을 노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맞겠지.”
“류안은 검은 천사로 착각해 그놈의 선택 때문에 그렇다고 하지만.”
“한 세계의 뒤틀림으로 부족한데 굳이 뒤틀린 아이 한 명을 노려야 할 이유가 있나?”
“정확하게는 몰라도 애초에 제물로서 뒤틀려진 것이고 그 뒤틀림이 한 세계의 뒤틀림보다도 큰 것인지 노리고 있더군.”
“뭐? 그게 말이 돼?”
벨드라엔에 이어 쌍둥이, 레이쉴, 다미엔, 쇼트까지 놀라고 있었다.
“한 세계의 뒤틀림보다 더 큰 뒤틀림을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거냐?”
“나야 모르지.”
워스만은 정말 알 수 없는 부분이기에
어깨를 으쓱여 보이며 천장을 무심히 바라봤다.
제물로서 뒤틀어진 아이와
그런 아이를 가려주고 있는 뒤틀린 신.
이제는
재미있다고 할 수 없는 둘의 관계.
워스만은 표정에 얼핏 씁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 * *
리아인은 어둠 속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흐읍-!!!”
그리고, 숨을 들이켰다.
오랜만에 동양 공포영화의 한 장면으로
류안이 고양이 눈을 닮은 눈동자를 하고는
검고 긴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채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놀라고 순간 공포감을 느낀 지금 상황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일어났어?”
“응.”
“몸에 이상은 없고?”
류안의 말에
리아인은 몸을 일으켜 침대맡에 앉아서는
몸 상태를 살펴봤다.
“어, 괜찮아, 아주 멀쩡해.”
“그럼, 슬슬 준비해야겠네.”
“준비?”
리아인은 무슨 말인가 싶어
류안을 빤히 바라봤다.
“조만간, 이곳 세계로 모두 모일 것 같거든.”
“모두 모이다니···.”
“널 뒤튼 신들.”
“널 노리고 모두 이곳으로 모일 거야.”
“그럼······.”
“음, 이제는 돌려줘야지?”
“너도 원하고 있었던 거니까.”
리아인은 돌려준다는 말에
잠시 말없이 있었다.
“원하던 것 아냐?”
“어? 아냐, 원하던 것 맞아.”
리아인은 자신한테 원치 않은 손길을 내밀어 뒤틀리게 신들한테 고스란히 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신들과의 악연을 끊고 싶었다.
단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영혼이 분리되고 여러 세계에 돌아다니며 빙의되어 보게 된
세계가 뒤틀려 망가지는 것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자신과 망할 신들의 여파에 휩쓸려 뒤틀리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뒤틀림 걱정이라면 걱정 안 해도 돼.”
“어?”
“그 정도는 내가 얼마든지 다루어 줄 수 있으니까.”
류안은 미소를 보였다.
평온한 미소였다.
“그러니까, 넌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 돼.”
“·········.”
“뒤틀림에서 신들한테서 자유로워지고 싶잖아?”
“그야···.”
리아인은 뭔가 이상했다.
류안은 분명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결코,
원치 않은···
좋지 않은··· 다른 의미가···.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 작가의말
날이 추워지면서
자꾸 동면하려고 하네요...
다들 감기 조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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