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48 화 – 학살자.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48 화 – 학살자.
류안은
작은 빛들을 피해 도망 다니는 신들을
자신을 처단하겠다며 없애기 위해
공격하는 신들을
허공의 검은 의자에 앉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자신의 본래 권능을 발휘해
그냥 싹 다 갈아엎고 싶었으나
인내심을 끌어모아 참고 있었다.
찾아야 했기에.
리아인의 영혼을 끌어내고
어디인가로 보내버린 범인을 찾아야 했다.
류안이 신한테 붙잡힌 리아인을 구하기 위해
손을 뻗었을 때 개입한 묘한 기운.
당연히 자신의 힘이나 기운은 아니었고
리아인을 붙잡은 망할 신의 것도 아니었다.
제삼자의 기운이었다.
그래서 초반 신들을 상대할 때
본보기로 몇몇 신을 소멸시켰다.
감정을 흔들어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
묘한 기운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또한,
신들의 권능, 기운을 어둠에 잠식시켜 쓰지 못하게 봉인하고 있던 영역을 살짝 풀어 틈을 내주며 어느 정도는 기운과 능력을 쓸 수 있게 해주었고
그에 따라 의도한 대로
신들은 각자의 권능과 기운을 펼쳤다.
신들의 기운이나 힘이 자신을 해칠 것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기운이나 힘 역시
뒤틀거나 소멸, 상쇄시켜버리며 그만이었고
거기에 다가 이미 뒤틀림을 품었기에
신들의 권능, 기운의 주도권을 뺏어와 자신이 다루어도 되었으며
그러는 것이 오히려 더 쉬울 수도 있었다.
차라라라-락.
류안의 위로 쏟아지던
레이저 같은 빛줄기들이 뒤틀린 채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잘게 부서졌고 그로 인해
작은 수많은 알갱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검은 영역 안에 울려 퍼지면서
잘게 부서진 빛들은
햇살이 비친 수면 위에 빛처럼 반짝이다가 사라졌다.
“흐음···.”
류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빛줄기들을 뒤틀며 세밀히 살펴보았지만,
신들의 기운이나 힘에서는
그 묘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류안은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 까닥임에 작은 빛 하나가 움직이더니
그대로 신 한 명의 몸을 관통해 나갔다.
몸이 관통당한 신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순식간에 소멸이 되었고
그것을 본 신들의 감정들이 격해지면서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류안은 또다시 손가락을 까닥였고
그에 따라 작은 빛은
또 한 명의 신 몸을 관통하며 소멸시켰다.
그리고는 또 한 명.
그 뒤에 한 명 더.
그런 중,
도망가기 위해 움직이는 신 한 명이 눈에 띄어 그대로 작은 빛을 쏘아 소멸.
그 모습에 놀랐는지 경직된 채 움직이는 않는 아무 신이나 한 명을 소멸시켰다.
누가 보면 마치,
약하디약한 생명체를 하나하나 의미 없이 죽이는 ‘학살자’의 잔인한 행위처럼 보일 수 있으나
류안은 기운이나 힘에서는 그 묘한 기운이 찾기지 않아
신 자체를 작은 빛을 이용해 파헤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러면 또,
묘한 기운의 주인을 찾아도
소멸이 되어 버리면 아무 소용없는 것 아니냐, 라고 할 수 있지만
상관이 없었다.
묘한 기운의 주인을 찾는 순간,
그자의 권능을 갖고 와 버리면 그만이었기에
소멸이 되든 말든
전혀 신경 쓸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행동이 ‘학살자’로 인식되어도 괜찮았다.
자신의 본래 권능이
‘학살’, ‘신의 학살자’였기에.
권능에 따라 학살하기 귀찮아
부속적인 힘으로 바꾸고
지켜봄을 자신의 주된 권능으로 받아들인 것일 뿐,
권능을 바꾸는 것이 뒤틀어버리면 되어서
딱히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흰색 로브의 신들은
한 명 한 명 작은 빛에 몸이 뚫리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소멸이 되어 갔다.
“······이 중에는 정말 없나 보네.”
류안은 지금
리아인의 육체에 영혼이 없음을 인지했을 당시 느낀 알 수 없는 감정에
머릿속, 가슴속이 복잡미묘해져서는
풀리지 않고
묘한 기운의 주인이 찾기지 않는 와중에
한가지는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짜증.
그리고,
이 감정을 인지하자
류안 뒤 은하수 같은 작은 빛들이 반응하며
일제히 남아있는 흰색 로브의 신들한테로 쏟아져 갔다.
성난 유성처럼 쏟아져 갔다.
남아있는 십여 명의 신들은
성난 유성과도 같이 쏟아지면서도
춤을 추듯이 유려하게 움직이는 작은 빛들에
휩싸이며 비명 지를 겨를없이
사지가 뜯기듯 온몸이 갈기갈기 분해되듯
가루로 변하며 소멸하고 있었다.
그 광경은
소멸을 당하는 신들의 눈에는
심히 끔찍하고 잔인한 것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먼발치에서 보는 이들은
정말··· 사이코패스냐고 뭐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신들이 소멸이 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가루들이 작은 빛들에 동화되어 빛나며 주위로 퍼져 나가 사라지는 광경이···
류안을 공격했던 눈이 시리고 아리게 한
강한 빛과는 다르게
은은하게 빛나는 작은 빛들은 너무나···
정말이지 너무나 아름다웠다.
또한, 그 중심에 있는
밤하늘과도 같은 검은 영역 안
별빛처럼 빛나는 수많은 작은 빛을 다루며
검은 의자에 도도하게 앉아있는
검고 긴 머리카락을 가진 류안의 모습이
흠잡을 곳 없이 너무 잘 어울렸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검은 영역 안에 있는 모두와
전쟁의 신 워스만뿐만 아니라,
흰색 로브의 신들 역시
동료라고 하기에는 모호하지만,
같이 전장에 온 신들이 눈앞에서 처참하게 소멸이 되는데도 모순되었다 할 수 있는 감정에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작은 빛에 소멸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마약에 취한 듯
끔찍하면서 아름다운 광경이 끝나고
춤을 추듯이 움직이던 작은 빛들도 멈추며
밤하늘 별빛처럼 잔잔히 빛나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하게.
류안은 의자에서 일어나
유려하면서도 가볍게 땅으로 내려와
발을 디뎠다.
그리고는
모두 소멸이 되고 남은
세 명의 신 앞으로 가서 발을 멈췄고
그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일렁임의 신, 무게의 신.
그리고
리아인을 붙잡고 있었던 ‘작음의 신’
류안은
일렁임의 신과 작음의 신을 한 번씩 보고는
무게의 신을 지그시 봤다.
류안과 시선을 마주한 무게의 신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공포와 두려움에 떨면서도 생각을 했다.
절대자가 되기 위한 마지막 제물.
‘뒤틀린 아이’를 회수하기 위해
또한,
선택하지 않는 검은 천사를 처단하기 위해.
그러면서
이런 사실을 감추기 위해
뒤틀린 아이와 검은 천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타지헤 왕국을 회유해 전쟁을 일으키게 했고
잘 진행되는 듯했다.
중간에 어떻게 눈치챈 것인지
레쉬아 왕국 깊숙이 들어가기도 전에
계획보다 빨리 전쟁을 하게 되었지만,
상관이 없었다.
레쉬아 왕국을 점령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타지헤 왕국이 원한 것이기에
‘신’인 자신들한테는 부속적인 것도 아닌
실패해도 그만이었다.
뒤틀린 아이와 검은 천사가 목적이었으니까.
무게의 신은 생각에 잠겨있으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검은 천사.
류안과 시선을 마주했다.
분명,
뒤틀린 아이는 회수하고
검은 천사를 처단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아마,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전쟁에 참여한 신중 대다수가
선택이나 처단과는 별개로
눈앞의 검은 천사를 가지러 왔을 것이었다.
너무나도 욕심나는 존재였기에.
처단하기 전,
신의 권한으로 먼저 강제로 계약하면
다른 신들은 건드릴 수 없었다.
이것 역시 거부해 실패해도
처단당한 직후,
흩어지고 망가지기 전에
검은 천사가 가진 힘과 육체를 챙기기만 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 깨달았다.
눈앞의 존재는 단순히 절대자를 선택하는 동시에 선물인 검은 천사가 아니라는 것을···
함부로 욕심내면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그래서 묻고 싶었다.
‘넌 누구냐?’라고···.
무게의 신이 이 질문을 하기 위해 입을 움직이려던 그때.
류안이 먼저 입을 움직였다.
“흐음, 그쪽은 리아인하고 관련이 없네.”
관련이 없다.
이 말이 무게의 신은
끔찍한 상황이 벌어진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왠지 희망처럼 느껴졌고,
그리고
이 희망에 호응해주는 것인지
검은 천사는 시선을 움직여 일렁임의 신과 신을 보고 있었다.
자신을 보던 것과는 다른 서늘한 눈빛으로.
무게의 신은 경직된 다리에 힘을 주었고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발을 힘겹게 움직였다.
그렇게 희망을 품은 채
류안의 옆을 지나, 뒤로 가면서
‘살았다’라는 안도감과 마주하려던 그 순간.
퓩-!
작은 빛 하나가
무게의 신 등 쪽에서부터 관통해 지나갔고
무게의 신은 희망이 부서지듯
몸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소멸이 되었다.
무게의 신이 희망으로 여긴
‘리아인과 관련이 없네.’
이 말은 결코, 희망이 아니었다.
류안은 오히려 리아인과 관련이 없기에
굳이 살려주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였고
그 의미대로 행동을 취했다.
또한,
리아인과 관련이 있기에
당장 학살, 소멸시켜 버리고 싶어도
리아인이 본인의 손으로 직접 해야 하기에···
참아야 하는···.
리아인한테 손길을 내밀어 뒤튼 신들.
류안과 시선을 마주한 일렁임의 신은
난감함을 보였다.
소멸이 될까 두려운 기세는 전혀 없었고
단지.
‘아··· 이런, 미움받기 싫은데···.’
‘이럴까 봐, 내가 참여하기 싫다고 했는데···.’
‘아우-, 그 망할 XX 같은 신 녀석···.’
일렁임의 신은 어색하면서 각오한 듯
미소를 보이며 천연덕스럽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 모습에
류안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두 눈을 깜박이며 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려 ‘작음의 신’을 봤다.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해야 하나.
작음의 신은 류안을 향해
적개심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고
그 아래 깔린 공포를 감추느라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류안 역시 인내심을 끌어모으며 참고 있었다.
류안은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
“너희 둘은 리아인의 몫이야.”
“그러니까, 돌아가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마치,
자신들이 뒤틀린 아이의 제물이라는 듯이 말하는 류안의 말에
작음의 신이 참지 못하고 움직이려던
그 순간.
깊고 깊은 심연의 어둠이
일렁임의 신과 작음의 신을 감싸더니
그대로 어둠 속에 묻히듯 조용히 사라졌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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