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13 화 – ···의 준비.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13 화 – ···의 준비.
요 며칠 류안의 행동이 묘했다.
리아인은 류안이 자신 몰래
뭔가 혼자서 하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결코, 좋지 않은···
불안한 감정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이번에는 류안이 며칠째 잠든 채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리아인은 당연히 걱정에 난리가 났고
벨드라엔과 워스만도 심상치 않은 느낌에
돌봄의 신 ‘에니’를 강제로 끌고 올 정도였다.
끌려온 에니도 놀라
류안의 잠든 상태를 살펴보고는···.
“자고 있어.”
“뭐?”
알고 있는 상황을 말하는 에니의 말에
리아인, 벨드라엔과 워스만은
에니를 쏘아보듯 바라봤다.
“하─아···.”
그 눈빛에 에니는 한숨을 쉬며 뒷말을 이었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야.”
“말 그대로 그냥 잠자고 있는 것뿐이야.”
“정말로?”
“그래.”
에니의 말에 다들 안도하기는 했으나,
검은 옷 조직과 조력하는 신들과의 일이 끝난 후,
류안이 보이는 묘한 행동에
단순한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과 신들이
이렇게 걱정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류안은 심연을 닮은
몇 번 와본 적 있는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으나 보이고
들리지 않으나 들리고
느껴지지 않으나 느껴지고 있는
그것과 마주하고 있었다.
류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것을 바라봤고
그것은 보이지 않으나,
삐질삐질 거리며 류안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없애.”
움찔.
류안의 말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것이 동요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허락한 적 없어.”
“그러니까, 꼼수 부리지 말고 제대로 폐기해.”
움찔. 움찔···.
“그리고, 제대로 책임져.”
움찔······?
“네 ‘세계’에 정식으로 받아들인 그 아이 제대로 책임지라고.”
······삐질.
보이지는 않으나 보이는 그것의 반응에
류안은 더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봤다.
“왜? 그 아이 기록서도 만들었으면서.”
“이제 와서 뒷말하려고?”
움찔···.
“내가 할 의무도 책임도 없는데, 왜 그 일을 했을 거라고 생각을 해?”
그것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넘어
못하고 있었다.
“난 충분히 대가를 지불[支拂]했어.”
“그러니까, 그 대가에 맞게 그쪽도 행동해줘야 하지 않아?”
여전히 반응 없는 그것.
“그런 식으로 그 아이를 빌미로 자꾸 날 이곳 세계에 엮으려고 하면.”
“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내 ‘세계’를 만들어 이곳 ‘세계’를 뒤엎어버릴 수 있어.”
“그래도 괜찮겠어?”
!!!!!!!!!!
류안의 협박성 말에 그것은 크게 움찔하면서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흔드는 것을 보이지 않으나 보였다.
“그럼, 그 아이 잘 책임질 거지?”
그것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어.”
“나도 미후라가 본 미래 중, 그 미래의 사태를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까.”
미래를 보는 신 ‘미후라’가
두려워하고 막으려고 애썼던 미래.
자꾸 자신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것들에
빡친 류안이 벗어나기 위해 한 방법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버렸고,
류안과 연[緣]이 있는 이들.
리아인을 필두로
레이쉴, 다미엔, 뮤리나, 쿠우카.
그 외에도
루카테르, 벨드라엔과 쌍둥이, 워스만
그리고
세이지, 쇼트, 키사, 도프, 헬리와 헨즈 가문 외에도 여러 존재가 류안을 선택하며 그 ‘세계’에 속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 세계 ‘가쉬’와 충돌하면서,
류안의 세계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이
타의[他意]가 아닌 자의[自意]로 자신들이 속한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세계 ‘가쉬’를 멸망하게 만드는 미래.
류안이 그런 미래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그 아이가 앞으로 지낼 세계인 것과 별개로
세계 ‘가쉬’를 멸망시키는 것이 싫다기보다는
귀찮아서였다.
한 세계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
너무너무 귀찮았다.
‘신의 학살자’ 권능도
뒤틀린 것을 기회 삼아 뒤틀어 버리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지켜봄’ 권능으로 바꿀 정도였으니···
뭔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보이지는 않으나 오들오들 떨고 있는
그것을 바라보면서 류안은 말했다.
“난 곧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갈 거야.”
“그 아이와의 부탁도 다 마무리해서 이곳에 더 있을 이유가 없거든.”
그 말에
보이지 않은 그것은 미련과 아련함을 보였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나에 대한 기록 제대로 폐기해.”
그것의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본 류안은
별 반응 보이지 않고 할 말 끝냈기에 발을 움직였다.
그러던 그때.
들리지 않았으나 들렸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이 세계에서 태어났을 나의 아이여.”
아련한 여인의 목소리에
류안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그곳에는 중년의 여성 모습을 한 그것이 서 있었다.
“온전한 모습으로 때가 될 때까지 지켜봐 주지 못해···.”
“그런 힘든 모습으로··· 있게 해 미ㅇ···.”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무슨 신파극 연출하는 거야?”
류안은 미간을 구기면서
중년 여성의 모습인 그것을 바라봤다.
“꼼수 부리지 말라고 했어.”
류안의 차가운 말에 그것은 크게 움찔했다.
“내가 네 바람과 염원으로 ‘신의 학살자’로서 이곳 세계에 태어날 신이었다고 해도.”
“태어나기 직전 뒤틀려 일찍 눈을 뜬 것은 단순한 우연.”
“그리고 그 뒤틀림을 받아들인 것은 내 선택이야.”
그 선택으로 인해
영원히 미완성 상태로 온전해질 수 없었고
그러한 상태였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뒤틀어진 신들이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모든 신의 권능을 아우를 수 있는
받아들일 수 있는 절대자의 권능이 되었고
그렇게 받아들인 권능들의 힘으로 인해
자신만의 세계도 만들 수 있게 된 어린 신.
“내 몸에 일어난 일은 전부 내 선택에 의한 것이야.”
“네가 미안해하고 책임질 이유도 없거니와.”
“그 책임을 빙자해 나와 엮이려 하지 마.”
류안은 싸늘한 표정으로
투명할 정도로 옅은 청회색 눈동자를 한 채
그것을 바라보며 뒷말을 이었다.
“이건, 경고야.”
이 말에
중년의 여성 모습이던 그것은
다시 보이지 않는··· 하지만, 보이는 상태로 돌아갔다.
* * *
심연처럼 어둡고 고요한 곳.
류안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였고
그러는 와중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 ···할 준비하는 건가?
류안의 ‘방’에 더부살이 중인 심판자의 사념체 목소리였다.
“응, 맞아.”
-그런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힘없이 축 늘어지는 목소리.
하지만,
류안은 별 신경 쓰지 않았고
목소리가 들린 덕에 생각난 것을 말했다.
“아, 지금이라도 말하는 건데.”
“그쪽 둘 내 ‘방’에 묶여있는 것 아니니까.”
“언제든 원하면 자유롭게 떠날 수 있어.”
-어? 무슨 말인가?
의문을 드러내는 심판자 사념체의 말에
류안은 의아함을 드러냈다.
“무슨 말은.”
“이제 미련에서 벗어났으니, 사념체에서 해방되는 것 아냐?”
사념체에서의 해방.
원한이나 미련에 의해 사념체가 된 존재가
그 원한이나 미련이 해결, 벗어던지고
승천[昇天]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미련이 없어졌을 두 사념체가
아직 그대로 있기에,
있는 것 자체는 별문제 되지 않았지만
혹여나 자신의 ‘방’에 묶여있다고 착각해
지박령[地縛霊]인 것처럼 못 떠나고 있나 싶어서 얘기해 주는 것이었다.
그런 류안의 말에
두 사념체.
심판자의 사념체와 사념체 테즈는 이상함이 밀려왔다.
분명, 사념체가 될 정도의 미련.
흩어진 다섯 개 처형자의 하얀 창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소유주를 맞이하는 것.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물려준 권능의 일부를 가진 아이 둘이 저지르는 만행을 막고 그 일부를 회수하는 것.
이 미련들이
‘방’의 주인 어린 신 덕분에 해결되었다.
그런데 왜······.
정석대로라면 미련이 해결된 그 날,
사념체에서 벗어나 승천을 하던, 뭘 하던 해서
사라졌어야 했다.
그런데
두 사념체는 여전히 ‘방’에 더부살이 중이었다.
두 사념체는 의아했지만,
그 의문은 곧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미련이 남아
이 ‘방’에 남게 된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심판자의 사념체는 새로운 미련으로 남게 된
어린 신을 지켜보기 위해 말을 했다.
-음···, 아무래도 장기 투숙해야 할 것 같은데.
-이 ‘방’ 관리자로 우릴 고용할 생각은 없는가?
“응?”
심판자의 사념체가 한 뜻밖의 말에
류안은 걸음을 멈췄다.
-그··· 혹시, 우리가 자네한테 방해가 되는 건가?
조심스러운 심판자 사념체의 말.
“응? 아니, 방해되지 않아.”
류안은 깔끔하게 답해 주었다.
말 그대로 두 사념체가 더부살이 중인 ‘방’은
류안한테 있어 창고와도 비슷한 방이었기에
방 자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난리 굿바가지 하지 않는 이상
방해될 것이 없었고,
관리자라는 제안은 나름대로 류안한테 좋게 작용했다.
-그럼, ‘방’ 관리자로 계속 더부살이해도 되겠는가?
심판자의 사념체는 기대감에 두근거렸고
옆에 말없이 있는 사념체 테즈도
조용히 류안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맘대로 해.”
원하던 류안의 대답에
‘방’의 분위기가 엄청나게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류안은 이번에는 손등을 두들기는 감촉에
시선을 옮겼고
손등 위로 몸을 반쯤 드러낸 기생 마수를 볼 수 있었다.
“아, 새로운 숙주 찾아줘야겠지?”
류안은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마지막의 그 일로 끝내고 나면
원래 있던 자리로 가서 잠을 잘 예정이었기에
그러면 기생 마수와 귀속된 그림자 정령도
덩달아 수면에 들어야 했다.
그래서 류안은
새로운 숙주와 엘프 혹은 정령사를 찾아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미 후보로 점찍어 둔 이들이 있어서
어려울 것은 없었다.
그러한데
류안의 말을 들은 기생 마수는
인상을 팍 구기더니,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면서
손등 위에 납작 엎드려서는
짤따랗고 작은 앞발로 류안의 손등을 꽉 잡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그림자 정령도 류안의 다리에 휘감겨서는
꽉 매달려 있었다.
“???”
“계속 나와 있으면 평생 잠만 자야 할 텐데.”
“그래도 괜찮은 거야?”
기생 마수와 그림자 정령은
상관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생 마수는 류안을 만나지 못했다면
고양이들의 장난감 신세로 전전하다가
그대로 쇠약해져 목숨을 잃을 처지였기에
한번 숙주는 영원한 숙주라는 일념으로
류안한테서 떨어질 생각이 없었다.
그림자 정령 역시 류안 덕에
검은 옷 조직원의 우두머리 중 한 명한테 붙잡힌 채, 남을 해치고 상처 입히는 죄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그림자를 보듬어주는 밤하늘의 어둠을 가진 류안한테 계속 귀속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류안이야, 이 두 존재가 어떻든
마음만 먹으면 그냥 떨쳐낼 수 있었으나,
둘의 선택이 그렇다고 하니
맘대로 하라면서 그냥 두었다.
둘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기보다는
떨쳐내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귀찮아서였던 것이 더 큰 이유였다.
자신한테 귀속된 두 존재가
흡족해하면서 제자리로 돌아간 것을 본
류안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걱정하는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리아인과 다른 이들을 볼 수 있었다.
놀란 것은 아니었으나,
왜 다들 모여 자신을 보고 있는지 의아한
류안은 두 눈을 깜박거리며
리아인과 주변에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 작가의말
시작도 힘들지만,
마무리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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