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62 화 – 익숙해지고 있는 와중···.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62 화 – 익숙해지고 있는 와중···.
박민하는 먼발치에서 리아인과 류안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노록원이 생전 마지막 예지를 하고
자신한테 늘 하던 말을 생각했다.
이 세계에 나타난 괴수들을
검은 천사와 함께 처리하고 서로 손을 잡고 일으켜주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고 한 말.
그 말을 할 때 노록원의 얼굴에는
기쁨과 즐거움을 넘어 환희가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내 노록원의 얼굴에는 쓸쓸함이 드리워졌었다.
예지 속 그 모습은 자신이 아닌
‘빙의자’였고,
검은 천사는
자신은 만나고 싶어도 절대 만날 수 없는
예지 속··· 꿈같은 존재였기에···.
그렇게 노록원이 예지한 것과는 별개로
자신한테 얘기해줬던 그 모습을 보게 되었고
박민하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자리했다.
그때,
박민하한테 누군가가 말했다.
“엉뚱한 생각하지 마라.”
“‘신’을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는 검은 천사가 이곳에 있어 줘야 해.”
팀장 마태수가 박민하 옆으로 와서는
한쪽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귓속말을 했다.
“그러니 넌 노록원 안의 빙의자가 이곳에 적응해 계속 있고 싶게 옆에서 늘 해왔던 대로 하면 돼.”
“보아하니, 빙의자가 원래 노록원의 성격과 거의 비슷하던데 어려울 것 없잖아?”
팀장 마태수의 말에
박민하는 평소 좀 어리숙해 보이던 모습은 하나 없이 진지하게 말했다.
“···엉뚱한 생각 안 합니다.”
“노록원이 희생해서 만들어준, 찾아오게 해 준 희망을 저도 놓칠 생각 없습니다.”
“단지···.”
“단지? 뭐지?”
박민하는 팀장의 물음에도 뒷말은 더 이상은 하지 않은 채 입을 꾹 다물었다가,
이내 발을 움직이면서 다른 말을 했다.
“···상황 끝났으니, 전 먼저 복귀하겠습니다.”
“그래, 뒷정리는 이 구역 담당자와 관리자들이 할 테니, 먼저 들어가서 잡생각 정리 좀 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박민하는 무거운 발걸음을 계속 움직여
지하 근거지가 있는 곳으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향해갔다.
그의 머릿속은 한가지로 가득 차 있었다.
단지··· 이 뒤를 잇는 말.
천사와 같이 있는 저자가
빙의자가 아닌 노록원 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 생각은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
빙의자가 노록원으로서
검은 천사와 함께 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기를···.
* * *
리아인은 박민하를 째려보고 있었고
박민하는 그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다.
즐겁고 활기차게 하루 시작하게 해 줄
아침 식사 시간.
아침 식사하러 식당에 모인 팀원들의 시선이 모두 한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그들 딴에는 티 나지 않게 조심히 힐끗 본다고 시선을 움직였으나,
이내 시선이 고정되면서 한곳으로 모이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선의 중심에 있는 류안, 워스만.
워스만을 보는 이유는
끔찍한 지옥 훈련을 선사해준 사신 같은 존재라 원망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고
류안을 보는 시선은 다들 비슷하면서 미묘하게 각자 다른 시선이었지만,
그런 와중에 다들 하나같이
차만 마시고 있는 저 호리호리한 몸으로
괴수들을 하얀 창을 이용해 단숨에 처리하고 뒤틀림까지 진정시켜버린다는 것 때문에
신비롭고 경이롭게 류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아인은 이런 시선 집중을 막기 위해
괴수들 처리하러 갈 때 이외에는
류안을 방에 감금하다시피 잠을 자라고 하고는 외부에 노출 시키지 않게 최대한 노력하고 있었는데,
박민하가 대뜸 향이 좋은 차가 있다며
류안을 꼬드겨서는 식당으로 오게 한 것이었다.
“···에이, 왜이래?”
“방에 혼자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다 같이 식사하는 모습이 화목하면서 보기도 좋지 않아?”
“한동안 같이 지낼 텐데 굳이 어색하게 지낼 필요 없잖아.”
박민하는 할 말은 다 말하면서도
리아인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돌린 고개가 더 이상 돌아가지 않게 되자,
몸까지 틀어가면서 그 시선을 피했고
리아인은 더더욱 박민하를 째려보고 있었다.
이런 둘의 모습을 다른 팀원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를 것 없이
같은 모습이기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류안한테 고정된 시선은 풀리지 않고 있었다.
류안도 계속되는 시선 집중이 이상했는지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해가며
시선이 집중된 이유를 찾다가
다른 것들은 잘 몰라도 한가지는 찾았다.
긴 머리카락.
꽁지머리를 한 사람은 몇몇 보였어도
자신처럼 허리 이상으로 긴 머리카락을 가진 자는 없이
대부분 머리카락이 짧았다.
그래서
류안은 식사 시간이 끝나고 얼마 있지 않아
괴수들의 출현으로 같이 출동을 했을 때,
머리카락을 짧게 바꾸고 갔다.
그러나,
시선 집중이 줄어들기는커녕
다른 의미로 시선이 더 집중되었다.
류안이 검고 긴 머리카락일 때는
‘검은 천사’로서의 이미지가 강해 시선이 집중되었다면.
짧은 머리카락은 한 류안은
어린 소년으로서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채
괴수들을 처리하는 광경이
성인인 그들한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며
애잔함과 미안함, 보호 본능을 일으키며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런 시선에
류안의 표정이 뚱해졌다.
류안의 표정을 본 리아인, 워스만이 다가와
몸으로 다른 이들의 시선을 가렸고
리아인이 말했다.
“류안, 불편한 것 없으면 그냥 원래의 머리하고 있는 것이 어때?”
시선 집중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어린 소년’보다는 ‘검은 천사’로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그나마 나을 것 같았다.
류안은 그 말에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투명한 돌 괴수를 처리하기 위해
선명한 검은 날개를 활짝 펼치는 동시에
검고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유려하게 움직였다.
그 뒤로 리아인이 보조하기 위해
백금빛 전류 줄기들을 펼쳐
다른 일반 괴수들의 움직임을 막고 처리했다.
* * *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늘 봐서인지
류안을 향한 시선 집중도 어느 정도 줄었고
워스만의 훈련도 익숙해졌는지
원망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줄어있었다.
그리고,
리아인이 이곳 세계에 적응한 것이 보였다.
노록원이라는 자와 성격이 거의 같다고 해도
‘빙의자’라는 것이 제동장치가 되어 어느 정도 선을 긋고 행동해 오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노록원이자 리아인으로서 아무 거리낌 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그런 흐름 중심에
박민하가 조율하고 있다는 것을 류안, 워스만은 인지했다.
평소처럼 리아인과 박민하가
별 것 아닌 것으로 투닥거리는 모습을 본
워스만이 류안한테 조용히 말했다.
“저거 괜찮은 건가?”
“·········.”
류안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리아인이 이곳에 있기를 원한다면
자신도 이곳에 남아 도와줄 생각이었지만,
저 자연스러운 평소같은 모습이
이상하게 부자연스러웠다.
박민하가 리아인과 팀원들 사이에서 잘 어우러지게 행동하는 것과는 별개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리아인의 행동에 간섭하는 것 같았다.
“···영혼이 육체에 묶인 것과 관련이 있나?”
류안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최후의 방법으로 미뤄두었던
그 방법으로 리아인의 영혼을 분리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강제로라도 끌고 가는 것이 낫지 않겠어?”
워스만의 말에
류안은 리아인을 보던 시선을 돌려
워스만을 봤다.
“네가 영혼 분리할 방법 있다는 것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
“그리고 그 방법이 저들한테 보여주기 껄끄러운 방법이라 다른 방법 찾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고.”
“·········.”
워스만의 말에
류안은 또다시 말없이 있었다.
“리아인을 때문에 고민하는 것 같아 몇 마디 하겠는데.”
“애초에 리아인의 영혼이 이곳 세계로 와 저 노록원이라는 자의 육체에 빙의하게 된 것은 엄연히 누군가가 강제로 리아인의 영혼을 강탈했기 때문이야.”
“결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지.”
“·········.”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넌 이곳의 신이 아니야.”
“이 세계가 뒤틀려 죽든 말든 상관할 필요도 하지 않아도 돼.”
류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아인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뭐, 결정은 네가 하는 것이니 더 이상은 오지랖이 되겠지만,”
“선배 신으로 조언하는 거다.”
그러면서
워스만은 류안의 머리를 커다란 손으로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때,
꽉-!
워스만의 손을 거칠게 잡는 손이 있었다.
좀 전만 해도 박민하와 투닥거리더니
언제 왔는지 리아인이 워스만의 손을 세게 잡으며 류안의 머리에서 치우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리아인은 이를 꽉 물은 채
복화술을 하듯 조용히 짜증과 화를 표출하며 말하고 있었다.
“뭐하긴.”
“누구 때문에 고생하는 아이의 머리 쓰다듬어주면서 달랬을 뿐이다.”
워스만의 말에
리아인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급 고개를 돌려 류안을 바라봤다.
류안은 리아인의 시선에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갸웃거리고 있었다.
리아인은 류안의 그 모습에
오히려 아차 했다.
리아인은 이곳 세계의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류안이 이곳에 온 이유가 자신의 영혼을 찾아온 것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었다.
‘가쉬’에 강제로 차원 이동 당하고
류안이 찾아온 것과는 다른 상황이었고
그때에는 굳이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없었으나,
지금은 원래의 육체로 돌아가야 했다.
이 노록원이라는 자의 육체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왜 이런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을 잊은 건지
왜 이제야 생각난 것인지
자책이 밀려왔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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