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64 화 – 씁쓸한 마무리.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64 화 – 씁쓸한 마무리.
괴수들과 뒤틀린 기운이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펼친 돔 형태의 막 바로 위에
‘마찰의 신’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유유히 내려와서는
막 표면에 발을 디디는 순간.
콰장창─!!!
박민하를 포함해 ‘막’ 전문 능력자들이 힘을 합쳐 두껍게 펼친 막이
얇은 유리막이 깨지듯 허무하게 부서져 버렸다.
그렇게 부서져 내리는 막 파편들을 뒤로하고
마찰의 신은 돔 안으로 들어왔다.
“흐음-.”
마찰의 신은 적당한 거리의 허공에 자리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 마리 남지 않고 모두 처리된 괴수들.
괴수들이야 한번 쓰고 버릴 것들이었기에
굳이 신경 쓸 것 없었지만,
이렇게 많은 괴수가 쓰러져 있음에도
이 주변이 전혀 뒤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이지?”
“어떻게 했길래 멀쩡한 거지?”
마찰의 신은 한 손으로
구겨지려는 미간을 잡았다.
“이거 다른 신들한테 비웃음당하게 생겼군.”
“다른 녀석들은 세계를 뒤틀어 만찬을 즐겼는데, 여긴 아직이니 말이야···.”
마찰의 신은 허망하다는 듯이
다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더니
한곳에서 시선을 멈췄다.
“네 놈 짓이냐?”
마찰의 신은
검붉은 갑옷의 워스만을 보며 말했으나,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군.”
“근데, 어째서 다른 세계의 신이 여기 있는 거지?”
“궁금한가?”
워스만이 도발하듯 도리어 물음을 던졌고
마찰의 신이 손으로 잡은 미간이 미세하게 구겨졌다.
“내가 전쟁의 신이라서 말이야.”
“이렇게 전쟁이 일어난 곳에 있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어?”
“하─.”
“그러는 그쪽도 이곳의 신이 아닌 것 같은데, 왜 이곳에 있는 거지?”
워스만의 말에
어이없는 웃음을 보이던 마찰의 신은 답했다.
“네 녀석이 알 것 없다.”
“그래? 그래 뭐, 답하기 싫으면 말고.”
워스만은 깐죽거리며 말했고
마찰의 신은 별 반응 없이 워스만을 봤다.
‘···뒤틀림이 없다.’
‘저 신이 뒤틀린 기운을 먹은 건 아냐.’
‘그렇다면······.’
마찰의 신은 시선을 돌리다가
리아인과 일순 시선을 마주했다.
리아인은 순간 움찔했지만,
자신이 빙의한 노록원의 육체에는 신의 손길에 의한 뒤틀린 기운이 없기에
정체를 들킬 염려가 없어
곧 안정을 되찾았다.
마찰의 신도 전류 계열의 능력을 써
잠시 관심을 가지고 봤으나,
뒤틀림이 느껴지지 않아 이내 관심을 끊었고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시선이 멈춘 곳.
검은 날개를 펼치고 하얀 창을 쥔 소년.
“검은 천사인가?”
마찰의 신 물음에
류안은 아무런 말 없이 있었다.
“흐음, 선택은 하지 않고 방해만 한다더니 이곳에까지 와서 방해할 줄은 몰랐는데.”
“덕분에 즐기려던 만찬이 아예 준비조차도 못하게 되었군.”
마찰의 신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뒤틀림이 채워지지 않는 모양이네.”
류안의 말에
마찰의 신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한 세계를 뒤틀어 먹어도 부족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없었나 봐.”
“선택하는 검은 천사라 그런지···.”
“잘 아는군.”
마찰의 신은 피곤함을 드러내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 조금만 더 채우면 완전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아무리 뒤틀림을 채워도 구멍이 난 듯 채워지지 않고 늘 부족했지.”
“게다가 채우는 과정에서 뒤틀리지 않게 고생도 해야 했고 말이야.”
마찰의 신은 몸을 유려하게 움직여
류안의 바로 앞까지 왔다.
“그 구멍을 메꿔줄 요소가 ‘검은 천사’인 너 이거나 ‘뒤틀린 아이’인데···.”
“넌 선택을 안 하니 포기하고.”
“뒤틀린 아이를 가져야 할 것 같군.”
그 말에 류안의 표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인내하고 있었다.
눈앞의 신을 죽이지 않기 위해···.
눈앞의 마찰의 신은 리아인의 몫이었기에.
“그런데, 신기하군.”
“나조차도 다른 세계에 가기 위해선 차원을 뒤틀어 억지로 열어야 하고 그 반동이 어마어마한데 말이야.”
“넌 어떻게 온 거지?”
“아니, 어떻게 아무런 낌새도 없이 올 수 있었던 거지?”
마찰의 신은 농담으로 말했다.
“네 옆에 뒤틀림의 신이라도 있는 거냐?”
뒤틀림의 신.
정확하게는 뒤틀림을 다루는 신을 의미했다.
하지만,
마찰의 신은 자신이 말하고도 어이없음에
헛웃음을 흘렸다.
뒤틀림을 다루는 신은 이제껏 없었기에.
마찰의 신뿐만 아니라 다른 신들 역시
뒤틀린 기운을 겨우 받아들였을 뿐,
자유로이 다룰 수는 없었다.
뒤틀림으로 완전히 채워 근본을 뒤틀고 바꾸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했다.
그저 주변을 더 방대하게 뒤틀어 버릴 수 있었을 뿐.
이것을 몇 명의 신은 다룰 수 있다 착각해
뒤틀림을 이용하려 했으나
결국에는 아예 뒤틀려져 버렸고
뒤틀린 기운을 원하는 다른 신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마찰의 신은 눈앞에 가만히 있는
검은 천사를 가만히 봤다.
절대자가 되려고 하는 신들이 대체로
‘뒤틀린 아이’보다는
‘검은 천사’를 원하는 방면에
마찰의 신은 아니었다.
절대자가 되기 위한 제물로
정성껏 공들여 뒤틀어 놓은 ‘뒤틀린 아이’를 더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주 잠깐 눈앞의 검은 천사를
강제로 계약해 가질까 하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뒤틀린 아이를 가져
뒤틀림으로 완전히 채워졌을 때
근본을 뒤틀어 바꾸고
모든 것을 뒤틀어 자신의 의지대로 바꿀 수 있는 절대자가 된 후,
그때 가서
말 안 듣는 천사 하나 교육을 해도 늦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찰의 신은 류안한테 관심을 끊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던 중.
뒤늦게 자신의 물음에 답하는 소리를 들었다.
“음, 그럴지도···.”
“뭐?”
류안의 대답에
마찰의 신은 움직임을 멈추고 동요를 보였다.
참고로 류안의 대답이 늦은 것은
‘뒤틀림의 신’과
‘뒤틀린 신’이 같아 보이면서도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엄연히 달랐기 때문이고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난감함에
그냥 두리뭉실하게 답했다.
‘뒤틀림의 신이 있다고?’
마찰의 신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너 설마··· 이제껏 선택하지 이유가.”
“이미 선택했기 때문이었나?”
“선택? 아니 안 했어.”
마찰의 신 얼굴은 더 일그러졌고
그것을 본 류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의문이 생겨 말을 이었다.
“음, 근데 이곳 뒤틀려고 온 것 아냐?”
“···그럴 예정이긴 했지.”
마찰의 신은 피곤함과 함께 올라오는 짜증에
다시 한숨을 쉬었다.
진즉에 뒤틀리고도 남았을 세계가
저항이라도 하듯 능력자들이 생겨나서는
바퀴벌레처럼 버티는 것을 넘어
이젠 검은 천사까지 와 방해하고 있고
불쾌한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뒤틀림의 신.
있어서는 안 되었기에 확인해 봐야 했다.
만약, 정말로 있다면···.
‘있다면 먼저 먹어치워야 해.’
마찰의 신은 손을 까닥거렸다.
“네 덕분에 먼저 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선물을 주도록 하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직 닫히지 않고 있던 차원의 균열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존재들의 모습에
리아인과 류안, 워스만을 제외한
이곳 세계의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
뒤틀린 기운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권능을 잃어버린 채,
뒤틀어져 버린 여러 세계의 신들이었다.
수십여 명의 신들이 균열 밖으로 나와
땅에 발을 디디자마자
그 주변이 순식간에 뒤틀어져 퍼지기 시작했다.
군부대와 ‘막’ 전문 능력자들이 황급히
기계장치와 능력을 이용해
균열 주위, 뒤틀린 신들 주위에
이중삼중을 넘어 한계치까지 힘을 끌어모아 여러 막을 펼쳤다.
하지만,
막들은 이내 뒤틀리며 허무하게 부서져 갔다.
“선물이 맘에 들기 바라지.”
그러면서 마찰의 신은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차원을 뒤틀어 열었고
그 반동들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 반동으로 인해
다들 속이 뒤집히는 고통과 마주하며 주저앉고 쓰러져 갔다.
워스만도 그 반동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고
리아인 역시 주저앉아 고통을 참고 있었다.
류안만이 멀쩡히 서서는
차원의 균열 안으로 들어가는 마찰의 신을 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마찰의 신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아무렇지 않게
오히려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검은 천사의 모습에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 녀석 정체가 뭐지?’
이런 의문만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와중에
류안이 소리 없이 움직이는 입술을 보았다.
고마워.
그리고 그 순간,
수많은 작은 빛들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밤하늘의 유성처럼
뒤틀어진 신들을 향해 쏟아져 가는 광경이
마찰의 신 눈동자에 비치게 되면서
차원의 균열은 닫혀버렸다.
류안은 아주 잠깐의 이 순간만큼은
마찰의 신이 고마웠다.
리아인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신 대신
학살해도 되는 신들을 보내준 것에 정말 고마웠다.
류안은 억누르고 있던 학살의 권능을 펼쳐
수십여 명의 뒤틀어진 신들을 소멸시켜갔다.
수많은 작은 빛에
가루가 되어 사라져가는 신들.
이 광경을 다들 아무 말 없이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표정에는 공포나 혐오가 아닌
안쓰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뒤틀어진 신은
하나같이 고통에 차 괴로워하고 있었고
도망가기는커녕
오히려 작은 빛을 기쁘게 맞이하고 있었다.
또한,
그런 신들을 소멸시키고 있는
검은 천사.
어린 소년의 모습에
다들 안타까움과 걱정만이 앞설 뿐이었다.
리아인, 워스만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짧은 시간이 흐른 후,
뒤틀어진 신들을 모두 소멸시킨 류안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의미를 알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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