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60 화 – 한동안 지내게 되었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60 화 – 한동안 지내게 되었다.
박민하는 워스만을
취침실 중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빈방으로 안내했다.
참고로
박민하와 리아인의 취침실은 지하 1층.
워스만한테 안내해 준 취침실은 지하 3층.
서로 층수가 달랐다.
“이 방에서 갈아입으시면 되시고···.”
“불편하지 않으면 머무를 동안 이 방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
워스만은 박민하를 지그시 바라봤다.
류안이 말한 당장은 돌아가지 못한다는 의미의 말을 들었다고 해도,
왠지 준비해두고 있었다는 듯한 그의 행동에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어··· 저,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아니, 없어.”
“방이 깨끗한 것이 관리 잘했나 보군.”
“아, 네··· 뭐, 빈방이라고 그냥 방치해 두면 안 좋고 언제 갑자기 필요하게 될지 알 수 없으니···, 그래서 늘 관리를 합니다.”
“그렇군.”
“네···.”
박민하는 최대한 웃어 보이며
등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들키지 않게 애쓰고 있었다.
그런 박민하의 모습을 워스만은 모르는 척
방에 들어가 리아인이 준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건장한 체격과 다부진 외모에
팀 자체적으로 개량한 군복이 잘 어울렸다.
그것과는 별개로 박민하는 워스만을 봤고
조심히 방 안쪽도 힐끔 보았다.
“뭐지? 문제라도 있나?”
“네? 아, 아뇨. 단지···.”
“그 옷과 갑옷이 보이지 않아서···.”
“아아, 그거라면 내 개인 공간에 보관해 두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팀장님 뵈러 가시겠습니까?”
“그러지.”
워스만은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야 하기에
이곳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둘 겸
팀장 마태수를 만나러 움직였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 지하 1층 취침실 통로에서 리아인과 마주쳤다.
그런데,
류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류안은 잠들었나 보군.”
“어? ···어.”
“하긴, 피곤할 테지.”
“너 찾는다고 근래 제대로 잔 적이 없었으니 말이야.”
워스만은 류안이 잠자고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보며 말했고
그 말에 리아인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리아인의 표정을 본 박민하가
침울해지려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입을 움직였다.
“크흠, 팀장님 기다리시는데 어서 가시죠?”
워스만은 박민하를 지그시 봤고
박민하는 순간 움찔했지만,
해야 할 말이었기에 다시 재촉했으며
워스만은 여전히 박민하를 보면서 뒤를 따라 움직였다.
박민하는 따가운 워스만의 시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해 그냥 삐질삐질 거리면서 팀장이 있는 곳으로 움직여 갔다.
그렇게 긴 복도를 이동해 가는 동안,
워스만은 원하는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입을 움직였다.
“이곳은 능력자들이 많은 것 같더군.”
“네? 네. 능력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괴수들을 상대해야 하다 보니 생존본능에 따라 능력을 각성하는 자들이 많이 생겨났죠.”
“각성이라고? ‘신의 손길’이 아니고?”
“네? 신의 손길?”
“아아, 괴수들 때문에 한창 골머리 섞고 있을 때, ‘신’이라는 자가 능력을 주겠다며 손을 내밀기는 했지만.”
“몇몇이 그 손길인지 뭔지 때문에 안 좋아지는 것을 보고는 다들 거부했습니다.”
박민하의 얼굴에 얼핏 혐오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어떨지 때맞춰 능력을 각성하는 자들도 많이 늘어나 괴수들을 상대하고 있죠.”
‘호-오, 그래서 이곳 세계는 그나마 뒤틀리는 막으면서 버티고 있었던 건가?’
워스만은 앞서가는 박민하를 탐색의 눈으로 바라보며 제 할 말을 했다.
“그럼, 그런 능력자 중에 ‘예지’를 하는 자도 있는 건가?”
이 말에 박민하는 크게 움찔하며
발을 멈출뻔하다가 이내 움직였다.
“예··· 있었지만, 지금 이곳에는 없습니다.”
“다른 구역이나 지역 쪽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요···.”
“···더 궁금한 것 있으십니까?”
“음, 글쎄. 근데 왜 그러지?”
“내가 난처한 질문이라도 했나?”
“아, 아뇨. 그건 아닙니다.”
“도착했으니 우선은 팀장님과 얘기 나누셨으면 해서요.”
박민하는 걸음 멈췄고
복도 끝에 자리한 팀장실을 공손히 가리켰다.
“전 나중에 답해드리겠습니다.”
“그러지.”
워스만의 답을 들은 박민하는 팀장실 문을 두들겼다.
“팀장님, 모시고 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들어와.”
끼익─.
박민하는 문을 열었고
워스만은 거침없이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리아인과 박민하도 들어간 후,
문을 닫았다.
탁.
“피곤할 텐데 와줘서 고맙군.”
팀장 마태수는 워스만을 반가이 맞이했다.
“오-, 옷이 상당히 잘 어울리는군.”
“불편한 것은 없나?”
“딱히, 괴수들 상대하느라 고생 중인 곳에서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 그런데···.”
“다른 한 명은 안 보이는데, 어디 안 좋은 건가?”
“피곤해서 잠든 것뿐이니, 그쪽은 신경 쓸 것 없어.”
“그래, 그럼 다행이고.”
팀장 마태수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가 사라지는 것을
워스만은 놓치지 않았다.
“쓸데없는 서두는 생략하고.”
“낯선 이방인인 우리를 이렇게 환대하는 이유가 뭐지?”
“이런, 겨우 옷과 머무를 방을 마련해 준 것 같고 환대라고 하니, 좀 당혹스럽군.”
“게다가 처치 곤란했던 투명한 돌 괴수를 단숨에 해치워주고 남은 괴수들도 깔끔히 처리해 주었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
“그래? 내 경험에 의하며 오히려 경계하는 것이 일상적이어서 말이야.”
“아무리 은인 같은 존재라 해도 감당하기 힘을 가진 낯선 이방인은 경계하고 배척하기 일쑤였거든.”
“이런, 자넨 운 나쁘게도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들만 만났나 보군.”
워스만, 팀장 마태수는 서로 미소진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 둘 주변의 공기는 아주 무거웠다.
일종의 기 싸움 같았다.
그러나,
전쟁의 신 워스만은 이런 걸 좋아하기에
기분 좋게 대응해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방 같은 한마디를 했다.
“예지에서 검은 천사를 맞이하라고 하던가?”
워스만의 예상대로
팀장 마태수는 미세하게 흠칫하며 반응했고
박민하는 크게 움찔하고 있었다.
“하···, 검은 천사와 같이 온 자라 예사 인물은 아닐 거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 이상의 인물이었군.”
“호오-, 그 예지에 검은 천사는 있지만, 나에 대해선 없었나 보군.”
“하하하···그래, 맞아.”
팀장 마태수는 기 싸움에서 졌다는 듯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던 중,
리아인은 박민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일부러 숨긴 것··· 아, 아니 맞지만.”
“그때가 될 때까지 말하지 말라고 노록원이··· 미안···.”
박민하는 리아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며 한 걸음 떨어졌다.
리아인은 ‘가쉬’에서도 느꼈던 불쾌한 감정을 다시 느껴야 했다.
이 빌어먹을 세계가
류안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신을 미끼로, 인질로 붙잡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때가 된 것 같은데, 감춘 예지도 마저 얘기하지.”
“어? 어. 그래···.”
박민하는 리아인의 차가운 눈빛에
미안함을 솔직히 드러내면서 말을 했다.
“새로이 깨어나는 자를 찾아 검은 천사가 올 것이며, 그 천사는 뒤틀림을 다스려 세계를 안정시킬 것이다.”
리아인은 자신의 예상이 맞는 것을
예지를 통해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젠장, 빌어먹을.”
리아인의 입에서 결국 거친 말이 나왔다.
하지만,
마냥 이들과 이 세계를 탓하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미끼가 된 것은 맞고
그것을 노록원이라는 이 육체의 원래 주인이 예지하고 스스로 희생해 빙의할 수 있는 육체를 내어주었지만,
리아인이 이 세계로 바로 온 것이 아닌
여러 세계를 거쳤고
그 이전에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 영혼이 강제로 빠져나왔다.
자신의 영혼을 강제로 빼낸 망할 무언가,
누군가의 짓 때문에 벌어진 흐름 속에 이 세계도 걸쳐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계에서 노록원의 육체에 빙의하면서 지낼 수 있게 되어 더 이상 죽고 빙의하는 것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으며
그 덕에 류안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미간을 부여잡으며 생각에 빠진 리아인은
결론을 내렸다.
영혼을 강제로 빼낸 망할 그것이 원흉이고
족칠 대상이라는 것.
“이제 와 이런 말 하는 것이 안 좋게 들린다는 것 알고 있지만.”
“부탁하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힘을 빌려줘.”
그나마 양심 때문이었을까,
팀장 마태수는 ‘머무르는 동안’이라는 조건을 붙여 말했다.
그리고,
리아인은 알 수 있었다.
그 조건은 자신이 아닌 류안이 선택할 부분이라는 것을.
“머무르는 동안만 힘 빌려주면 되는 거야?”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다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봤다.
그곳에 언제 온 것인지
류안이 아직 잠이 들깬 채, 눈가를 손등으로 비비며 서 있었다.
“류안, 일어나도 되는 거야?”
리아인은 황급히 다가가
류안의 상태를 조심히 살펴봤다.
“어? 주변이 시끄러워서 깼어.”
“아, 방문 앞에 누가 쓰러져 있던데, 그냥 두고 왔어.”
“아···.”
리아인은 류안이 잠들어 있던 방문에 혹시 몰라 외부침입을 막는 전류 막을 펼쳐놓았었는데,
누군가 모르고 건드려 감전된 모양이었다.
뭐, 그건 급하지 않으니 나중으로 미루고
아까 하던 말을 마저 했다.
“그래, 이곳에 머물 동안만 힘을 빌려주면 돼.”
“일단은 그렇게 해야겠네.”
류안은 어쩔 수 없이 답해주었고
팀장 마태수와 박민하의 표정이 한결 좋아졌다.
“정말 고맙군.”
“머무르는 동안 불편한 것 없이 최대한 맞춰주겠네. 필요한 것 있나?”
“어? 별로.”
“아, 그럼 뭐 먹고 싶은 것 없으신가요?”
“피로 회복에 좋은··· 합.”
박민하가 뒤이어 말하려다
리아인의 눈빛에 입을 다물었다.
워스만은 이 뻔뻔하면서 어이없는 상황을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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