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25 화 외전. 검은 움직임의 유혹.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25 화 외전. 검은 움직임의 유혹.
이번 화는 별 내용 없이
가볍게 보는 쉬어가는 화입니다. ^^
* * *
푸르른 하늘 아래.
여느 때 중 어느 날.
레쉬아 왕궁 구석진 정원에 있는 오두막
거실에 모여 있는 이들.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
벨드라엔과 쌍둥이 제우, 네우.
드래곤 루카테르.
워스만과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
그리고,
주방에 있는 쇼트와 살쾡이 모습의 키사.
이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심각했다.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와도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가 하면,
함정일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먹음직한 먹이 앞에 이성과 본능이 서로 대치하는 듯 심각했다.
그런 이들의 시선 중심에 있는
리아인과 류안.
정확하게는 리아인도 포함해서
류안한테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류안은 평소 멍한 것을 넘어 반쯤 잠든 채
꾸벅거리다가 소파에 앉은 모습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평소였다면
리아인이 얼른 잠든 류안을 업고
2층 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조심히 고이 눕혔겠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자꾸만 시선을 사로잡으며 움직이고 있는 것 때문이었는데,
특히, 그것을 보며
주방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살쾡이 모습의 키사는
결국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쇼트가 막을 틈도 없이 거실로 나와서는
류안 앞에 있는 탁자 위에 자리해 앉았다.
마치,
고양이 낚싯대 장난감에 현혹된 듯···.
어찌 보면 그런 상황일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과 분위기가 된 발단.
류안의 기생 마수가 심심해서 그런 것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류안의 머리 위에 자리하고는
존재감을 뽐내는 정수리의 삐친 머리카락 가닥을 잡고는 이리저리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것을 본 이들이
하나둘씩 류안의 움직이는 머리카락 가닥에
시선을 빼앗기면서 하던 것을 멈췄다.
처음에는 무시하려고 했다.
곧 거대한 조직과 한바탕 전쟁을 해야 했고
그에 대비하고 준비하기 위해
이곳에 모여 회의를 하는 중이었기에,
사소한··· 아니,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시선을 뺏겨서는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그랬는데,
정말 그렇게 해야 했는데···.
어느새 다들 홀린 듯 시선을 뺏겼고
기생 마수가 머리카락 가닥을 흔드는 대로
좌우, 위아래, 사선 할 것 없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한참을 머리카락 가닥의 움직임에 따라 고개와 시선을 움직이던 중,
그나마 리아인이 평정심을 찾고
기생 마수의 장난질을 막으려 했지만,
기생 마수는 눈치 빠르게
류안의 몸속으로 쏙 들어가서는
보일 듯 말듯 조그마한 앞발만 내보이며
류안의 머리카락 가닥을 보란 듯이 휙-하고 휘둘렀다.
그로 인해
류안의 머리카락 가닥은
리아인의 얼굴을 스치듯 지나갔고
부드러운 고양이 꼬리의 스침과 닮은 감촉에
기생 마수를 잡기 위해 손을 뻗고 있던
리아인의 움직임이 멈추게 되었고,
그 순간,
이성을 놓쳐버리고 본능만이 남은
살쾡이 모습의 키사가
머리카락 가닥의 움직임에 제대로 낚이면서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리아인의 얼굴에 발톱을 세운 상태로
네발로 찰싹 감싸며 엉겨 붙게 되었다.
리아인은 살쾡이의 날카로운 발톱이
얼굴 피부에 박힌 아픔보다는
얼굴에 덮쳐진 상황에 어이가 없고 황당해 굳어 있었고,
살쾡이 모습 키사는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두 눈동자의 동공은 가느다란 세로가 되어
앞발 하나를 휘적거리며
기생 마수가 여전히 흔들어 대는
류안의 머리카락 가닥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이는 분명 말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류안은 둘째 치더라도
리아인의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는 것이 한눈에 보였기 때문인데···.
동물을 좋아하는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살쾡이의 귀여운 모습에 차마 말리지 못하고
실실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온몸을 부들거리며 참고 있었으며,
레이쉴, 벨드라엔, 다미엔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뇌가 정지한 것인지
머리카락 낚싯대에 홀린 것인지
어어 거리면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다.
또한,
워스만은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하지 않고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게 관전하고 있었다.
게다가,
기생 마수도 이 상황을 인지했으며
재미있어하면서 얄밉게
더 정성스레 흔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아무도 말리기는커녕,
이런저런 이유로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아마, 애써 가만히 있는 이들도
키사처럼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본능을 자제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인간의 모습이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아주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참고 있을 뿐.
그러던 중,
휘적휘적 휙휙 거리던 살쾡이 모습의 키사가
앞발 하나로는 부족했는지
리아인의 얼굴에 박은 뒷발에 더 힘을 주고 매달리면서
양 앞발을 움직여
류안의 검고 긴 머리카락을 잡으려 애썼고,
그러다가 그만,
몸의 중심을 잃고 떼굴-하고 굴러떨어지면서
리아인의 얼굴에 발톱 자국 줄무늬를 그리고
류안의 무릎 위로 떨어져 자리했다.
이런 키사의 모습을 본 루카테르가 움찔했다.
예전,
리아인이 류안과 단둘이 여행 다니려 할 때
눈치 없이 중간에 끼어들고
류안의 팔 품에서 잠을 자다가
리아인한테 잡혀 마차 밖으로 내쫓길뻔한 적이 있었던 루카테르.
루카테르는 그때를 생각하며
살쾡이 모습의 키사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자신도 그때는 귀엽고 귀여운 해칠링 모습을 하고 있었음에도 그 꼴을 당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이
추운 밖이 아닌 소파에 패대기쳐졌다는 것이지만,
암튼,
이제 리아인한테 무슨 일을 당할지
앞날이 훤한 살쾡이 모습의 키사를 도와줘야 하나 하던 그때,
류안이 잠을 깨면서 서서히 눈을 떴다.
그리고는
자신의 무릎 위에 어정쩡하게 발라당 중인
살쾡이 모습의 키사를 봤다.
키사는 류안을 올려다보며
식은땀을 흘린 채 돌처럼 굳어 있었다.
류안은 잠이 들깬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런 키사를 바라보다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자신의 삐친 머리카락 가닥을 보게 되었다.
류안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왼쪽 손을 움직여 머리 위 기생 마수 목덜미를 꼬집듯 잡고는 들어 올렸다.
한번 기생하면 숙주와 완전히 융합되어
분리되지 않는 기생 마수는
류안의 손 움직임에 그대로 딸려 나왔다.
기생 마수는 긴장하면서
양 볼에 조그마한 앞발을 갖다 대며
최대한 귀여운 모습으로 끼웅~ 거리고 있었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류안은 기생 마수를 오른손등에 올리고는
찰싹 때리듯 눌렀다.
기생 마수는 조금 아픈지 끼잉 거리면서도
얌정히 손등 안으로 스며 들어가
표식만을 남겼다.
그것을 본 류안은 소파에서 일어났고
그 바람에 무릎 위에 있던
살쾡이 모습의 키사는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류안은 이 역시 신경 쓰지 않았고
리아인의 얼굴에 난 옅은 줄무늬 상처를 보며 갸웃거렸다.
리아인은 류안의 시선에 괜찮다고 했고
그 말을 들은 류안은 발을 움직여 2층 방으로 향했다.
자다 깬 잠을 마저 자기 위해서 였고
당연히 리아인은 류안의 뒤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어이없는 상황은 일단락 지어지고
다시 회의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날,
회의는 공쳐야 했다.
* * *
또 다른 어느 날.
이날도 여차하면 늘 모이는 인원들이
국왕 레이쉴의 집무실에 모여
한창 회의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이날 역시 안타깝게도
집중해야 할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 발단의 범인은
이번에도 기생 마수 때문이었다.
여느 때처럼
회의에 관심 없이 멍하니 있는 류안의 머리 위에 기생 마수가 또 자리하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류안의 머리카락 가닥으로 낚시질을 하는 장난을 하지 않고 있었기에
그냥 무시했다.
그런데,
이것이 잘못된 판단이 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별 진척 없는 회의에
지루함을 느낀 리아인이 별생각 없이 시선을 돌리다가
류안의 머리 위에서 꼼지락거리는
기생 마수가 눈에 들어왔고
뭐 하고 있나 싶어 자세히 봤더니,
류안의 머리카락을 열심히 정성껏 가늘게 땋고 있었다.
조그마한 앞발로 아주 야무지게 땋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솜씨가 좋았다.
리아인은 그 모습을 지그시 보다가
저도 모르게 손을 움직여서는
류안의 검고 긴 머리카락을 만졌고,
류안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리아인은 그대로
기생 마수를 따라 머리카락을 가늘게 땋기 시작했다.
딴짓할 때는 희한하게도
집중이 잘 되고 시간도 잘 가서 그런 것인지···.
한번 시작한 딴짓은 멈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머리카락을 가늘게 닿게 되었고,
류안의 머리 모양은
기생 마수와 리아인에 의해
점차 레게머리 형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류안은 자신의 머리카락이 두 존재에 의해 이리저리 만져지고 땋아지고 있는데도
관심 없는 듯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이러한 식으로
기생 마수와 리아인의 꼼지락 되는 움직임과
레게머리가 제법 잘 어울리는 류안의 모습에
또다시 집무실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결국에는 회의를 이어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 뒤,
류안의 머리카락 모두 가늘게 땋아진 후에야
일단락될 수 있었고,
만족스러워하는 기생 마수와
흡족해하는 리아인.
그리고 자신한테 시선이 집중된 것에
류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런 류안의 모습을 보면서
집무실에 모인 이들은 회의할 때는
적어도 류안은 빼고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다짐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면서···.
그 후로도 몇 번
류안은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지만,
류안으로 인해 회의가 이어가지 못하고 무산되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류안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천진난만한 얼굴로 갸웃거릴 뿐이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 작가의말
완결 앞두고
머리에 과부하 걸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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