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03 화 – 검은 창[槍].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03 화 – 검은 창[槍].
저벅. 저벅. 저벅.
부서진 신전 홀 출입구로
유유히 들어오고 있는 흰색 옷의 한 사람.
그 사람을 본
미소짓고 있던 사념체 테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자네의 ‘아이’였던 자인가 보군.
- ·········.
심판자 사념체의 말에
사념체 테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아이’가 되었다가
권능의 일부를 물려받고는 배반한 두 아이.
그중 한 명인 ‘마스’였다.
“적임자가 아니라니 무슨 말이냐?”
검은 옷 조직의 ‘그분’이라는 자가
신전 홀 출입구로 들어온
신의 아이였으면서 신을 배반한 ‘마스’를 보며 말했다.
“무슨 말이냐 물었다.”
“무슨 말은.”
“말 그대로 그쪽은 적임자가 아니었단 말이지.”
신을 배반한 아이 ‘마스’는
검은 천사가 있는 곳을 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적임자였으면 하얀 창이 당신을 버리고 떠났을 리 없지 않나?”
“그건···, 저 검은 천사의 하얀 창의 수작으로 인해 뺏긴 것이다.”
‘그분’이라는 자는 인정하고 싶은 상황을
인정해야 했다.
“이제껏 하얀 창을 다뤄온 것은 나다.”
“내가 적임자가 아니라면 하얀 창을 다룰 수 있었겠냐는 말이다.”
“그래서?”
“뭐?”
“이제껏 다뤄왔다고 한들.”
“지금 당신 손에 뭐가 있지? 없잖아.”
‘그분’이라는 자는 움찔하면서 얼굴을 구겼다.
“이제껏 다룰 수 있었던 것도 진짜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일 뿐이고.”
“당신도 알고 있지 않나?”
“진짜 적임자가 나타나 하얀 창이 당신을 버린 것을.”
‘그분’이라는 자는
자신의 빈손을 피가 날 정도로 꽉 쥐면서
부들거리고 있었다.
“뭐 더 할 말이 있나?”
“─···!!!”
마스의 말에
‘그분’이라는 자는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망연자실한 듯 굳어 가만히 있는
‘그분’이라는 자를 본 마스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는
‘그분’이라는 자 옆에 유유히 다가와서는
어깨에 손을 올린 후, 귓속말했다.
“걱정하지마. 내가 찾아줄 테니.”
“──!!!!!”
‘그분’이라는 자는 눈이 커진 채,
마스를 바라봤다.
“심판자가 만든 처형자의 하얀 창들은 내가 부술 것이다.”
“그리고 너에게는 그보다 더 뛰어난 새로운 처형자의 하얀 창을 만들어 줄 테니,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너의 뜻대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려면.”
“헌 것은 과감히 처리해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맞이해야 하지 않겠어?”
“·········!”
마스의 말에
‘그분’이라는 자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을 본 마스는 다시 발걸음 옮겨서는
류안과의 적정거리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는
씨익 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류안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저 미소의 의미를 알았고
리아인과 워스만이
황급히 류안을 끌어당겨 보호하려던 그 순간.
콰가가가──가각─!
대기하고 있던 무수한 하얀 창이 일제히
류안과 그 일행들을 향해 내리박혔다.
콰가가가가──각!!!
이미 박힌 하얀 창들 사이로
다시 수많은 하얀 창이 박히면서
류안과 일행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돔 형태를 만들었고
몇몇 하얀 창은 제대로 박히지 못하고는
굴러떨어질 정도였다.
“흐─음···.”
마스는 침음을 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제대로 찌르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 느낌이 뭔가 이상했다.
마스는 이미 박힌 하얀 창을 움직여
더 깊숙이 찔러 넣었다.
끼기기──기긱─.
하얀 창들은 좁은 곳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막대처럼 소름 끼치고 기이한 마찰음을 냈다.
그러던 그때.
파─앙-!!!
휘리리릭─ 촤좌자자작-!
붉은 화염이 터지면서
돔을 이루듯 박혀있는 하얀 창들을 떨쳐냈고
그 뒤를 이어
진녹색의 넝쿨 줄기들이 채찍처럼 회전하며
하얀 창들을 쳐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아래
회색의 돌들로 형성된 방어벽이
하얀 창들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었다.
“호오─···.”
마스는 감탄을 하며
다시 하얀 창들을 움직였다.
불, 나무, 돌 원소 신의 기운이 깃든 힘이라고 하나,
자신이 만든 하얀 창 역시
신을 처형하는 처형자의 하얀 창 힘을 분배받았기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이를 증명하듯,
붉은 화염은
하얀 창들을 태워 없애지 못했고
진녹색의 넝쿨 줄기들은
하얀 창들의 창촉에 잘리고 끊어졌으며
철옹성 같던 회색 돌 방어벽은
하얀 창들의 공격에 쩌적 갈라지기 시작했다.
쩌적─ 촤라라락──.
콰드드드-득.
진녹색의 식물 줄기들이
회색 돌 방어벽의 갈라진 틈을 메꾸었고
그 위로 몸통 없는 나무뿌리들이 감싸 보강했다.
거기에 더해,
붉은 화염은 탄환이 되어
날아오는 하얀 창들을 명중, 떨쳐내고 있었다.
파바바방─ 카라랑-!!!
콰드드-득!
회색 돌 방어벽 안에서는
바깥의 상황이 안 보일 법도 하지만,
류안의 ‘지켜봄’의 힘 도움으로 아주- 잘 보였다.
류안이 방어벽에 손을 대고 시각공유를 해
회색 돌 방어벽은 마치
투명한 유리 벽이 된 것처럼
벽 바깥 상황을 고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류안은 끝도 없이 공격해 오는 하얀 창들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때.
-2차전일세.
류안의 ‘방’에 더부살이 중인
심판자 사념체가 근엄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모두 모인 처형자의 하얀 창 힘을 보여주게.
이 말에
처형자의 하얀 창 다섯은 반응을 하며
울림을 울리고 있었다.
부우우우우─웅. 부웅-.
특히,
막내 분배의 하얀 창은
그동안 검은 옷 조직의 모조품 하얀 창들에
자신의 힘을 분배하느라 겪은 고통,
노동 착취한 죄를 물어 심판해야 한다면서
아주아주 강하게 울리고 있었다.
우우우우── 우웅─!!!
어찌나 강하게 울리던지
‘방’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이
류안이 모아둔 수집품들이 덜그럭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
류안은 말없이 고개를 또다시 갸웃거리다가
열심히 회색 돌 방어벽을 유지하고 있는
뮤리나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어, 어? 왜?”
“입구 열어줘.”
“어?”
머뭇거리는 뮤리나를 보며
류안은 손가락으로 벽 쪽을 가리켰다.
방어벽 안에 있는 이들은
류안이 뭘 하려고 저러는 것인지 몰랐으나
리아인은 알 수 있었다.
이미 한차례 장관을 이루던
류안의 하얀 창들과 ‘그분’이라는 자의 하얀 창들이 격돌하는 것을 보았기에.
검은 옷 조직의 하얀 창들을 다루는 자가 바뀌었을 뿐인,
하얀 창의 2차전.
다른 이들도 2차전인 것은 모르지만
류안이 처형자의 하얀 창 모두 소유한 것을 보았고,
저 무수한 하얀 창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처형자의 하얀 창뿐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
류안이 하얀 창을 상대하려 하는 것 또한 인지했다.
하지만,
류안 혼자 많이 도맡아 처리해야 하기에
미안함과 자괴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처리하려면
류안이 나서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알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최소한 류안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해주고 싶었다.
“하아-···.”
뮤리나는 안 좋은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벽쪽을 가리키는 것을 넘어
아예 벽을 두들기고 있는 류안을 보고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딱 류안이 지나갈 수 있는 크기의 입구를 만들었다.
그런 입구의 틈으로
검은 옷 조직의 하얀 창들이 뚫고 들어오려는 것을.
파앙─ 팡! 팡!
촤좌자자──작─!!!
붉은 화염 탄환과
진녹색의 넝쿨 줄기가 튕겨내 버렸다.
그 모습에 류안은 미소를 지었다.
“난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잘 방어해.”
“어? 어, 알았어. 걱정하지마.”
“우린 전혀 신경 쓰지 말고 네 맘대로 해.”
류안을 위해 자신들이 정말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한 이들은
자괴감 따위는 쓰레기통에 버려버리고
그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것은 발목 잡지 않기였다.
류안이 회색 돌이 방어벽을 나오자,
열렸던 입구는 다시 메꿔지고
나무뿌리가 덧씌워지면서 더 강하고 견고해졌다.
류안은 몇 걸음 걸어가 멈춰 서서는
잠시 거두고 있었던 검은 기운의 날개를 펼쳤다.
그와 동시에
기생 마수의 날개도 활짝 펼쳐졌고
거기에 더해
그림자 정령도 반투명한 검은 정령의 기운을
기생 마수의 날개에 덧씌우더니
그 크기를 더 키우면서
자신들도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며 존재감을 보였다.
비록, 별 도움은 안 되더라도
숙주이자 주인인 류안이 어떤 존재인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를 건드렸다는 걸
눈앞의 어리석은 자한테 보여주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세 쌍의 검은 날개를 펼친 류안의 모습은
확실히 천사 그 이상의 경이로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류안은 눈을 말똥거리며 또 갸웃거리다가
이내 무덤덤하게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밤하늘의 빛나는 별같이
검은 기운의 날개에서 작은 빛이 반짝이더니
다섯 개의 창이 모습을 보였다.
-그래, 다섯 처형자의 하얀 창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없네.
-하얀 창들의 진정한 힘을 보여ㅈ···.
-어······?
열변을 토하던
심판자의 사념체는 어벙한 소리를 내었다.
처형자의 하얀 창들을 불러냈다 여겼는데
창들은 ‘방’에 그대로 있었고,
하얀 창들도 의아한지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다.
혹,
검은 옷 조직의 창술사나 사냥꾼한테서 취득한 하얀 창을 불러낸 것인가 했으나
그 창들 역시 고대로 있었다.
그러다, 인지했다.
지금 류안의 손짓에 보인 창들은
류안 본인의 힘으로 만든 창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입증하듯이
다섯 개의 창은 어둠에서 태어난 것처럼
깊으면서 짙은 검은색을 품고 있었다.
허나, 이를 인지하지 못한
마스는 처형자의 하얀 창을 검은 기운으로 물들인 것으로 착각했다.
“겨우 다섯 개의 창으로 나의 창들에 맞설 수 있을 것 같나?”
“그런가?”
이미 네 개의 창으로도 잘 맞섰는데
그 수가 늘어난들 안될 것이 뭐 있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검은 창 다섯 개는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 만든 것.
그렇다 해도 꿀릴 것은 전혀 없었지만,
수적으로 밀어붙이는 상대한테
그에 맞혀 수적으로 대응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했다.
“심판자가 하얀 창을 왜 다섯 개만 만들었는지 알아?”
마스는 뭔 뜬금없는 말인가 했지만,
잠시 생각에 빠졌다.
신의 아이였던 자신도 모조품이긴 하나,
하얀 창을 이리 많이 만들 수 있는데
원제작자인 심판자가 달랑 다섯 개만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
대답하지 못하는 마스 대신
류안이 말했다.
“아이가 다섯 명이었기 때문이야.”
류안의 말에
심판자의 사념체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을 죽일 수 있는 창이기에
심판자 스스로는 사용할 수 없어
아이들한테 창을 맡기고 다루게 하였기에
아이의 명수에 맞혀 다섯 개였던 것이고,
아이를 더 늘리면 하얀 창도 그만큼 더 많아지겠지만,
처형자의 하얀 창 제작에는 별문제 없어도
자신이 통제할 수 있게
다섯 명으로 제한을 둔 것이었다.
“그런데, 난 아이가 없어.”
“???”
‘아이’가 없다니···
마스는 류안의 말이 뭔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난 창을 다룰 수 있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마스를 보며
류안은 말을 계속 이었다.
“난 내가 원하는 만큼 제한 없이 창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야.”
이 말과 함께
다섯 개의 검은 창 외에
검은 기운의 날개에서 작은 빛이 반짝이더니
이내 작은 빛들은 무수한 검은 창이 되었다.
그 광경은 마치,
세 쌍의 검은 날개 외에
또 하나의 검은 창으로 이루어진 날개가 펼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겨난 검은 창의 수는
하얀 창의 수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었다.
류안은 주위에 자리한 검은 창을 향해
양손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자-, 수적으로 동등해졌으니.”
“이제 어떻게 될까?”
마스는 류안의 말과 행동이
‘신’인 듯한 것에 괴리감을 느끼다가
뒤이어진 류안의 말에 얼어붙어야 했다.
“‘신의 아이’와 ‘신’.”
“둘 중 누가 더 우위에 있는 존재일까?”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더 우위에 있는 존재는 ‘신’이었다.
아이가 신의 권능 일부를 물려받아다 한들
‘신’이 아닌 어디까지나 ‘신의 아이’였고,
거기에다가 신을 배반했기에
‘아이’로서도 불안정한 존재였다.
그런 ‘신의 아이’가 ‘신’을 이길리는 만무했다.
“───!!!!!”
극한 공포에 의한 발악인지
움직이지 못하고 굳어있던 마스의 의지에 따라
하얀 창들이 일제히 류안을 향해 뻗어갔으며
류안의 검은 창들 역시
이에 맞서 대응하며 빠르게 뻗어갔다.
콰가가가──각─!!!
콰장창─!
콰직- 콰직- 콰직─!!!
흰색 무리와 검은색 무리가 맞부딪히며
신전 안 홀 가득히 거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호각? 전혀-!
검은 창들에 의해 하얀 창들은 허무하게 부서져 갔다.
그러면서
부서진 하얀 창과 투명한 돌의 파편들이
검은 창들 사이로 흩어지며
별빛이 가득한 밤하늘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은 슬로우모션처럼 장관을 이루며
모두의 뇌리에 박혀 각인되어갔다.
콰가가─··· 콰직!
투둑···.
마지막 하얀 창마저 부서지며
그 파편이 ‘신을 배반한 아이’ 마스의 발 쪽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언제 움직인 것인지
마스의 바로 눈앞에 류안이 와서 서 있었다.
“·········.”
눈앞의 상황을 믿지 못해
인지하지 못해
망연자실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하는 마스를 보며
류안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널 만나고 싶어 하는 신이 있는데.”
“만나볼래?”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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