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52 화 – 다른 세계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52 화 – 다른 세계로···.
리아인의 영혼을 찾으러 가기 전.
류안은 기생 마수용 먹거리를 담은 주머니를 챙기고 있었고
워스만은 그런 류안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뒤트는 것이 순리가 된 뒤틀린 신.’
워스만은 왠지 웃음이 나올 것 같은 걸 꾹 눌렀다.
눈앞에 있는 어린 신은 세계를 뒤틀긴커녕,
오히려 뒤틀린 기운을 다루고 진정시키면서
부자연스러운 뒤틀림에 세계가 익숙해지는 건
결코, 좋지 않기에
자신이 가진 뒤틀림을 사용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류안이 가끔씩 하는 말이 있었다.
‘날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돼.’
그리고,
순리의 신이 한 말.
‘어린 신이 하는 대로 그냥 두게.’
맞는 말이었다.
자신의 권능까지 뒤틀어 바꾸고
덤덤하게 얌전히 있는 신은 건들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이 현명한 것이었다.
“잠깐, 잠깐.”
벨드라엔이 출발하려는 둘을 잠시 멈춰 세웠다.
“그러니까, 리아인의 영혼을 찾으러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로 가겠다고?”
“응.”
류안의 아주 짧은 답에
벨드라엔도 이해는 하고 있었다.
리아인의 영혼이 이곳 세계에 있었다면
류안이 찾고도 남았을 테니까.
단지.
“근데, 왜 워스만이 같이 가는 거지?”
“응?”
류안은 워스만을 바라봤다.
“당연히 혼자 보낼 수 없으니, 호위기사로 내가 같이 가는 거다.”
“뭘 뻔한 것을 물어?”
“아니, 왜 네가 호위기사로 가냐고?”
“나도 있고 정 안되면 저기 드래곤 루카테르도 있는데.”
오랜만에 오두막에 온 루카테르는 기겁했지만
분위기상으로 보아 일단 입을 꾹 다물었다.
워스만은 벨드라엔을 빤히 보면서 말을 했다.
“다른 세계로 간다는 말 들었지 않나?”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이곳 세계에서도 서로 영역 때문에 아웅다웅하는데.”
“다른 세계라고 영역 싸움하는 신들이 없을 것 같나?”
“자기네 세계의 존재도 아니고 다른 세계의 신들을 얌전히 들어오게 해 줄까?”
“그럼, 넌 괜찮다는 거냐?”
“그나마 괜찮지.”
“뭐?”
“난 전쟁의 신이니까.”
워스만한테 이래저래 따지려던
벨드라엔은 일순 말을 멈췄다.
아무리 평화로운 세계라 할지라도
전쟁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 규모가 왕국 간의 전쟁이냐
사소한 자리 전쟁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심지어 자신과의 전쟁이 있을 정도이니···.
돌봄의 신 에니가 영토로서 가장 큰 영역을
기록의 신 모제는 가장 많은 ‘아이’들을
류안의 지켜봄이 제일 광범위하듯이.
전쟁의 신 워스만의 영역, 영향력은
다른 신들에 비해 가장 포괄적이었다.
그렇기에 영향력을 이용해
다른 세계로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류안이야 뭐,
리아인을 찾아 이곳에 왔을 때
그 어떤 신도 인지하고 못 했었고
바로 눈앞에 두고도 신인 것을 몰랐으니,
문제가 생길 일은 없었다.
그렇게 워스만과 벨드라엔의 언쟁을
묵묵히 보고 있던 레이쉴, 루카테르, 쌍둥이는 스멀스멀 어두운 기운이 흐르는 것을 느꼈고
그 기운의 시작점으로 고개를 돌렸다.
“크흡-!!!!!”
네 명은 숨을 들이켰다.
류안은 무표정했으나
그냥 봐도 알 수 있었다.
저기압 발동 중.
한시라도 빨리
리아인의 영혼을 찾으러 가야 하는데
쓰잘머리 하나 없는 언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기운과 류안의 표정을 본
워스만과 벨드라엔도 급 언쟁을 멈췄다.
“응? 왜 멈춰?”
“하던 것 계속해.”
“난 혼자 가도 상관없으니까.”
전혀 웃지 않는 눈으로
입가에만 미소를 짓는 류안의 모습은
정말 소름이 돋게 무서웠다.
“에헤이, 무슨 그런 말을···.”
워스만은 벨드라엔을 밀쳐버리고는
류안 앞으로 갔다.
류안은 워스만을
⩌.⩌ 이런 눈으로 뜨고 잠시 본 후,
차원을 뒤틀어 열려던 순간.
“아, 잠시만.”
워스만이 류안을 잠시 멈춰 세우더니,
류안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아, 오해는 하지 마시길.
엄연히 ‘신의 가호’를 내리는 행동이었으니
이를 증명하듯
류안의 몸에 그리스 로마 형식의 갑옷이 둘려지기 시작했다.
류안은 갑옷이 둘린 자신의 몸을
두 눈 깜빡이며 봤고,
워스만의 급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이들.
특히,
주방에서 보고 황급히 뛰어나온 쇼트는
류안의 모습에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스 로마풍 갑옷이 류안과 잘 어울렸다.
워스만이 흡족해하며 류안을 보던 중.
벨드라엔은 다른 이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류안이 두른 갑옷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워스만! 너 지금 무슨···!!!”
“자, 자. 더 이상 시간 지체 말고 가자고.”
워스만은 벨드라엔의 말은 일절 무시하며
류안의 등을 살살 밀었고,
류안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면서
차원을 뒤틀어 열었다.
그렇게 류안, 워스만은 뒤틀린 차원 틈으로 들어가 다른 세계로 갔다.
둘이 들어간 후,
뒤틀린 차원의 틈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닫혀 사라졌다.
벨드라엔은 구겨지고 있는 미간을
검지와 엄지로 꽉 잡았다.
“저··· XX 같은 자식···.”
벨드라엔은
워스만의 돌발행동에 짜증이 올라오면서도
그 갑옷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류안이 걱정되었다.
그 갑옷은 ‘신의 가호’라기 보다는
워스만이 자신의 ‘아이’에게 주는 갑옷이었기에···.
이런 사정을 모르고
벨드라엔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이들 중.
레이쉴이 입을 움직였다.
“그래도 류안 군 혼자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벨드라엔은 레이쉴을 봤고
나오려는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워스만의 빌어먹을 행동과는 별개로
류안이 아무리 신을 죽일 수 있는 엄청난 힘이 있고 뒤틀린 기운을 다룬다고 해도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어린 신’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국정 업무와는 또 별개로
자신 역시 세상 물정에 어두운 편이라
같이 갔다가는 둘이 나란히 사기를 당하거나 호구가 되기 딱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워스만이 류안의 호위기사로 가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하아-.’
벨드라엔은 다시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이제는 그저
류안, 워스만이 리아인의 영혼을 무사히 찾아
잘 돌아오기를 바라고
리아인의 육체에 별일 생기지 않게 지키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 * *
“커-헉!!!!!”
리아인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허억. 허억. 헉.”
혼란만 가득한 머릿속.
리아인은 숨을 몰아쉬면서
뒤죽박죽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해 갔다.
타지헤 왕국의 침략으로 인해
마을 ‘뉘스’의 전장에서
검은 옷 녀석들과 전투하다가
빌어먹을 신 놈한테 붙잡히고··· 젠장!!!
그러다,
류안이 자신을 구하러 손을 뻗는 것을 보며
손을 내밀어 맞잡는 순간,
알 수 없는 힘에 끌려가는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었다.
그리고, 지금 눈을 떴다.
어느 정도 머릿속을 정리하고 나자
비릿한 피 냄새와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러왔고,
“크윽-! 으으윽···.”
극심한 통증이 리아인의 온몸을 덮쳐오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횃불 하나만이 밝히고 있는 어두운 감옥.
흐릿했던 시야가 곧 적응했고
여기저기 널브러진 시체들과 엄청난 핏자국들
그리고 고문 기구들도 보였다.
“하···아···.”
리아인은 힘없이 한숨을 쉬고는
일단은 이 고문실을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잘그락-.
쇠사슬 소리가 나면서
리아인은 자신의 양손이 포박된 것을 인지했다.
“젠장, 빌어먹을-!”
리아인은 거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인지했다.
자신의 영혼이 끌려 나와
누군가의 영혼을 잃은 육체에 빙의되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라면 놀라면서 충격받았겠지만,
리아인은 익숙한 듯 그다지 놀라지 않았고
곧바로
손에 백금빛 전류 파편들을 모아봤다.
파직! 파직!
다행히 능력은 그대로 쓸 수 있는 듯했다.
파지지- 파캉!!
철푸덕─.
“으악!”
양손의 족쇄가 풀리고 다리가 힘없이 꺾기며
리아인은 그대로 찐득한 피가 한가득 있는 차가운 돌바닥에 엎어졌다.
이 육체의 원래 주인은 죽기 직전까지
얼마나 끔찍한 고문을 당한 것인지
온몸의 상처로 쉴새 없이 고통이 밀려왔고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이 육체는 곧 죽는다.
“···류안이 올 때까지 버티기 힘들겠는데.”
리아인은 고통 가득한 몸뚱어리를
고문실, 감옥 밖으로 나기 위해 겨우겨우 움직였다.
다행인지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고문자도 간수들도 보이지 않았다.
움직이는 동안
혼란이 사라지고 머릿속에 자리한
영혼이 끌려 나오기 전 마주한 류안의 얼굴.
이제까지 본 적 없었던 표정.
한시라도 빨리
류안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류안이 ‘가쉬’로 찾아온 것처럼
이 알 수 없는 곳으로 자신을 찾으러 올 때까지 버티는 것.
하지만,
문제는 역시 다 죽어가는 육체.
리아인은 힘겹게 발을 움직여
감옥 밖으로 나오고는 허탈 웃음을 지었다.
“하···.”
본능적이라고 해야 하나
이곳이 ‘가쉬’가 아닌
전혀 상관없고 모르는 다른 세계라는 것과
뒤틀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고
보았다.
자신을 뒤튼 신이 이곳 세계도 뒤틀고 있는 것을.
그렇게 자신을 뒤틀고
이곳 세계도 뒤틀고 있는 신과
시선이 마주하기 직전.
육체가 힘을 다해 죽음으로 인하여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그대로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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