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63 화 – 스체스 왕국에 도착하고···.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63 화 – 스체스 왕국에 도착하고···.
시간은 유유히 흘러갔다.
류안이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으나.
정말 바다의 가호 덕분인지
무역선의 일원들 모두가 놀랄 정도로
변덕이 심한 바다는 운항하는 동안 아주 드물 정도로 고요하게 잠잠히 있어 준 덕에
무역선은 별일 없이 순항하여 예정대로 스체스 왕국의 항구에 도착했다.
* * *
항구에 도착하고 그들을 맞이한 것은 검문[檢問]이었다.
당연히 거쳐야 하는 검문이긴 하지만,
무역상인 비크는 예전에도 스체스 왕국으로 무역하기 위해 몇 번 온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삼엄하게 검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스체스 왕국의 입국 허가증, 무역 거래 자격증, 신분 보증서류와 보증 패 등등.
검문 병사는 꼼꼼히 확인하고 있었다.
비크는 검문에 필요한 것들을 내보이며 검문 병사한테 금화 한 닢도 은밀히 건네주었다.
“크흠,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금화를 받아 챙긴 검문 병사는 비크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예,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분위기가 예전과 좀 달라져 있네요.”
이 말에 검문 병사는 주변을 힐끗 둘러보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비크한테 가까이 오라며 손짓하고는
그의 귀에만 들리도록 소곤소곤 얘기했다.
“이틀 후쯤, 듀아 왕국의 왕실 전속 무역 상인과 함께 1 왕자님께서도 이곳으로 온다고 합니다. 엄청난 거래처가 생길 기회인데, 행여나 불상사가 생겨서 무산되면 큰일이니까 이렇게 검문을 강화한 것이죠.”
검문 병사는 다시 주변을 훑어봤고,
순찰 중인 병사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검문 병사는 비크한테 귓속말하기 위해 숙였던 몸을 똑바른 자세로 피고는,
“크흠, 증서나 보증 패 모두 문제없군요.”
천연덕스럽게 제 임무에 임했다.
“일행은 뒤에 계신 다섯 분이 전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비크도 천연덕스럽게 다섯 명의 무역 상단용 신분 보증 패를 내보였다.
“확인했습니다. 통과하셔도 좋습니다.”
“네, 수고하셨어요.”
그렇게 검문을 마치고 항구를 나온 그들을
비크의 동업자 두 명이 맞이해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전 ‘마딘’이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제르’입니다.”
“예, 저도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동업자 둘의 인사에
이번에도 워스만이 대표로 인사를 했다.
이곳 스체스 왕국에서 행할 것들을 기획 및 주도하고 있으니,
당연한 거라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준비는 잘 되었습니까?”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주 잘 되었습니다.”
동업자 두 명은 3일 전 먼저 스체스 왕국에 와서 이곳의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무역하는 척하기 위한 밑밥을 깔아두고 있었다.
또한,
이곳의 환심을 사기 위해 큰손인 척 몇몇 광물을 대량으로 거래했다.
그것도 일시불[一時拂] 현금으로.
그로 인해
비크의 동업자 두 명은 이곳에서 귀빈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었다.
참고로 광물 거래에 쓰인 현금은
레쉬아 왕국의 헨즈 공작 가문에서 지원해 준 것으로,
거래한 광물의 50%는 위험수당 개념으로 비크와 동업자 두 명의 몫이었다.
스체스 왕국의 광물이 전과 비교해서 등급이 다소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다른 곳에 비하면 여전히 질이 좋았기에
비크와 동업자 두 명한테는 차고 넘치는 이득이었다.
“이동에 사용할 마차는 저쪽에 있으니, 여독도 풀 겸 일단 숙소로 가서 얘기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리아인과 류안, 쇼트, 워스만, 루카테르.
그리고 무역상인 비크는
동업자 두 명이 준비해 준 마차에 올랐고 그들을 위해 마련된 숙소로 향했다.
* * *
숙소에 도착한 그들.
쇼트는 집사 차림으로 리아인과 류안을 위한 차와 다과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워스만은 리아인과 류안한테서 몇 걸음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루카테르는 호위기사처럼 문 옆에서 서 있었다.
“크흠, 비크 근데 저 두 분은···.”
비크의 동업자 두 명 중 ‘마딘’이
테라스 창가 쪽에 자리한 곳에 앉아서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류안과
탁자 위에 놓인 스체스 왕국의 광물 채석장과 보석을 세공하는 곳에 관한 자료를 훑어보고 있는 리아인을 조심히 보면서
넌지시 말했다.
비크의 동업자 두 명.
마딘과 제르는 이곳에서 무역하는 척하면서 무언가 조사한다는 것만 알고 있고
정확히 무엇을 조사하는지
비크와 함께 온 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의뢰인이자 동행인들의 정체가 궁금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래서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허나, 기밀이었기에
비크도 정확히는 모르는 상황이었다.
단지 아는 것은.
“아, 헨즈 공작 가문에서 후원하고 있는 도련님들인데, 이번에 무역에 대해 배우고 싶다 하고 광물, 광석에 관심이 많다고 하셔서 동행하게 된 거야.”
이렇게 위장용 신분과 상황이었다.
비크의 말에
동업자 ‘마딘’과 또 한 명의 동업자 ‘제르’의 시선이 이번에는 도련님 둘의 뒤에 있는 워스만과 문 옆에 있는 루카테르한테로 향했다.
쇼트는 집사 차림이라 그런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무역 상인으로서의 감[感]과는 별개로
저 두 사람한테서 풍기어져 나오는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라 정체가 더 궁금해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쟁의 신과 드래곤 이었으니까.
이것을 알 리 없는 마딘과 제르는
항구에서는 대표인 듯 행동하던 사람이 지금은 뒤로 조용히 물러나 있는 모습 또한 의아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비크의 대답이 들려왔다.
“저 두 분은 도련님들의 수행원이자 호위기사이시지. 그러니, 우리는 저 도련들의 신변에는 신경 쓸 것 없고, 무역에만 집중하면 돼.”
쓸데없는 관심은 끄고 할 일만 제대로 하는 의미였다.
비크의 말 의미를 짐작한 마딘과 제르는 신경을 끊기 위해 다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비크, 여기 오는 동안 별일 없었냐?”
“응?”
마딘의 물음에 비크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별일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바다의 파수꾼과 드래곤, 바다 수인들.
그리고 세이렌에 대해 말할 수는 없었다.
비밀은 아니었으나,
그 별일의 얘기를 증언해 줄 자가 없었다.
별일의 중심에 있었던 저들한테 증언 요청을 할 수는··· 아니, 했다는 큰일 날 것 같았다.
그나마 노령의 항해사 목격담이 있긴 했지만
그 항해사를 이곳에 부를 수도 없거니와
과연 믿어줄까 싶었다.
그래서 답하는 대신 질문을 했다.
“왜? 너희는 별일 있었냐?”
“응, 우린 여기 오는 동안 별일 있을 뻔했지.”
마딘과 제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있었을 뻔한 별일에 관해 얘기했다.
‘세이렌의 섬’ 주변에 최근 들어 바다 수인들이 활개 치며 선원을 유혹해 바다에 빠트린 후, 먹이로 삼고 있었다는 것과
그로 인해 자신들은 그 주변을 피해서 머얼리 돌아서 운항해 오느라 예정일보다 더 걸렸다는 것이었다.
“에휴─···, 안 그래도 세이렌의 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피해서 돌아서 운항하느라 시간이 허비되고 있었는데. 더 멀리 돌아서 운항해야 할 판이니 원···.”
모든 일이 그렇긴 하지만,
무역하는 거에 있어서도 운항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손해와 직결되기에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딘과 제르의 얘기를 듣고 있던
비크는 류안이 세이렌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은 저 멀리 던져버려 버리고···
확고하게 확신했다.
세이렌의 섬으로 인한 오명과
바다 수인들의 횡포를 해결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그렇게 이제는 헤어나올 수 없는 착각의 늪에 빠진 것을 넘어 아예 잠수하는 와중에
마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타고 온 무역선이 멀쩡한 것을 보면 너도 미리 알고 멀리 돌아서 온 것 같은데, 어떻게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냐? 동업자인데 비법이 있으면 공유 좀 하자.”
비크는 살짝 미소를 띠며 말했다.
“비법은 무슨 돌아서 온 것 아냐.”
“뭐─?”
“내가 탄 무역선이 운항 중일 때는 세이렌의 섬에서 들려왔던 소리도 없었고, 바다 수인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어.”
“진짜냐─?”
비크의 말에 마딘과 제르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그리고 이젠 세이렌의 섬 주변 암초만 조심하면 그 근처로 운항해도 별일 없을 거야.”
비크는 별일 있었던 상황은 쏙 빼고 해결된 부분만 말했다.
마딘과 제르가 믿기 어렵다는 듯한 표정을 하자.
“이곳에서의 일 마치고 돌아갈 때 확인해 봐.”
비크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별일 생기는 일은 없을 테니까. 내기해도 좋아. 할래?”
내기까지 하자는 그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마딘과 제르는 일단 수긍을 하고는
내일부터 있을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 * *
다각. 다각. 다각. 다각─.
리아인과 류안, 쇼트, 워스만, 루카테르 그리고 비크는 6인용 일반 마차에
비크의 동업자 마딘과 제르는 짐운반용 마차에 각각 자리해서는
항구에서 일반 마차로 사흘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항구와 스체스 왕국의 수도 중간지점에 있는 광업 도시 ‘킵스트’를 향해 가고 있었다.
산악지역이 많은 왕국답게 돌산들이 많았고 험준했다.
그렇기에 마차도 그에 맞춰
바퀴에는 강철을 덧대어 보강했고, 완충 장치까지 겸비되어 있었다.
또한,
기술력이 남다른 것인지
돌산을 깎아 조성한 길은 매끈하게 잘 정돈되어 흔들림 없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차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거칠면서도 거대한 산들이 웅장하게 솟아있으며 수풀이 장식처럼 곳곳에 자리한 풍경은
생각 이상으로 절경이면서 장관이었다.
“와─아─···.”
절로 감탄이 나왔다.
* * *
다각. 다각. 다각. 다각─.
6인용 일반 마차와 짐운반용 마차는 길을 따라 유유히 이동하고 있었다.
이 속도면 갑작스러운 일만 생기지 않는 한
내일은 오전 중으로는 ‘킵스트’ 도시에 도착할 듯했다.
예상 이상으로 순조로웠다.
그런 와중에
류안은 마차 창밖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조성된 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자연히 지나가게 된 곳.
주택과 상점 건물, 공장 및 창고 등등
마을의 흔적은 있었지만,
오래전에 폐허가 된 듯이 황량하고 적막했다.
“유령도시 ‘야누’입니다.”
류안의 시선에 따라 마차 창밖을 본
무역상인 비크가 이곳에 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스체스 왕국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성공한 광업 도시였으나···
약 30년 전,
점점 채굴되는 광물량이 줄어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광물이 채굴되지 않아 급격히 쇠퇴[衰退]의 길에 빠졌으며
그로 인해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면서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가 되어버렸고,
그 후 언제부터인가
이곳을 지나가는 이들로부터 기괴한 울음소리와 유령 목격담이 들려와 유령도시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이곳의 영주인 ‘유예누’후작 가문에서 유령도시 자체를 살려 관광도시로 조성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
비크의 설명을 들으며 마차 창밖을 말없이 보던 류안의 눈에 뒤틀린 사념체 하나가 보였다.
그 사념체는 뒤틀린 입으로 뭐라 움직이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다 스르륵 사라졌다.
“유령이라···. 사념체도 유령의 일종이니까···.”
류안의 나지막한 말에
마차 안의 공기가 일순 차갑게 내려앉았다.
그런 가운데
워스만이 입을 열었다.
“사념체가 있다는 것은 저 유령도시에 사념을 남길 정도의 뭔 일이 있었다는 것이군.”
그 말에 류안은 고개를 돌려 워스만을 봤다.
“그 뭔 일이 우리가 조사할 그것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 네 생각은 어떻지?”
류안은 대답도 없이 고개를 다시 돌려 마차 창밖을 바라봤다.
창밖을 보는 얼굴에는 귀찮음이 한가득했다.
사념체는 신경 쓰기 싫어서였다.
워스만은 류안의 반응에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돌려 마차 창밖을 봤고,
리아인도 류안 너머 마차 창밖을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크는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조금? 버거운 듯한 묘한 분위기에
그저 조용히 가만히 있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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