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04 화 – 검은 옷 조직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04 화 – 검은 옷 조직의···.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 * *
나는 모험가로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다가
꼬르륵거리는 배를 채우려 들린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고
심판자의 신물[神物]인
‘처형자의 하얀 창’에 대해 알게 되었다.
허나,
고픈 배를 채우는 것이 먼저여서 그랬는지,
별 관심 없이 흘려듣고는
배를 채운 후 다시 모험에 집중했고
그러다가 정말로 우연히
처형자의 하얀 창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도 신전이나 던전,
오랜 세월의 웅장함이 있는 동굴 같은 곳이나
정령이 있을 신비로운 숲 같은 곳이 아닌,
어느 한 폐가의 지하.
여행 도중,
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할 겸
하룻밤 묵을 요량으로 들어가게 된
무너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용할 정도인 허름한 폐가에서
비에 젖은 옷과 짐을 살피다가
실수로 떨어트리고 지하로 굴러간 동전 한 닢을 주우러 갔다가
발견하게 된 하얀 창.
오래 방치되어 하얀색인 줄 모를 정도로
쌓인 먼지로 인해 회색빛을 띠고 있었고,
그 주변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 낡은 도구, 폐자재와 구분하기도 힘들었던
구석 틈바구니에 세워져 있던 하얀 창.
누군가 그랬다.
우연이 계속 겹치면 필연이라고.
그리고,
나는 하얀 창을 손에 쥐는 순간 인지했다.
이건 필연을 넘어 운명이라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일반적으로 흔한 창과 별다를 것이 없었던
먼지 가득했던 창이
세월의 묵은 때를 벗어던지고는
묘한 울림과 함께 새하얀 자태를 드러냈다.
또한,
손에 쥔 하얀 창으로
인간들을 업신여기며 만행 저지르는 신들을
심판하고 처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결심했다.
이 처형자의 하얀 창 뜻을 이어받아
신들을 심판, 처형하고
인간과 신 사이의 벽을 부수어
서로 동등한 위치에 있는 평등한 세계로 바꾸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뜻을 품고 이상향을 실천하기 위해
신들을 심판, 처형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한 알게 되었다.
처형자의 하얀 창을 소유하게 된 그때부터
평범한 일반인의 삶에서 벗어나
세월이 아무리 많이 흘러도
모습의 변화 없이 늙지 않고 있었고
예측불허의 사고로 인해
치명상을 입거나, 죽음의 고비에 놓여도
상처는 곧 아물었고 죽음도 비켜 갔다.
그러던 중,
그 여정을 통해 뜻을 같이할 동료들을 만나
조직을 만들게 되었으며,
신의 아이였던 ‘마스’와 ‘지스’를 만나게 되었다.
‘지스’는 뭐하던 인물인지 알 수 없고
생[生]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좀 꺼림칙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큰 도움이 되고 있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두고 건드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마스’는 대장장이 출신으로
인간들을 위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
신한테 힘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신의 아이’가 되어
신의 힘,
권능의 일부를 물려받는 것에 성공하여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것들을
인간을 위한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일부만 물려받아서인지 2% 부족한 듯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나에게 푸념했고
그러다 알게 되었다.
마스가 인간들을 위해 만들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은 신을 죽일 수 있는 무기.
행여, 죽이지는 못해도
위협을 줄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
더 이상 신이 인간을 하위 존재로 취급하지 못하게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겠다고
의지, 뜻을 품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뜻을 품고 있는
내 이상향을 이루는 것에 그 누구보다도 도움이 되어 줄
필요한 귀인[貴人]을 만났다고 생각했고,
이 또한 우연이 아닌 ‘운명’이라 여겼다.
나는 마스한테
소유하게 된 처형자의 하얀 창을 보여 주었다.
처형자의 하얀 창을 본 마스는 놀라면서
바로 하얀 창을 분석, 파악하기 시작했고
하얀 창에 ‘분배’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후,
‘분배’의 힘으로
하얀 창의 신을 처형할 수 있는 그 힘을
나눠줄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마스는 그렇게 여러 개의 하얀 창을 만들고는
처형자의 하얀 창 힘을 분배받아
신의 아이로서 물려받은 권능의 일부로 생긴
‘호환’의 힘을 사용해
모조품인 하얀 창에 안착시켜
진품에 가깝게 만들었다.
완성된 하얀 창은 다소 불안정했지만,
신을 위협할 정도는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하얀 창을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특이 능력을 지닌 이들도 다루지 못했다.
모조품이긴 하나,
신을 처형할 수 있는 자격이 안 된다는 듯이
처형자로 선택되지 않았다는 듯이···
다룰 수 있는 자가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운 좋게 방법을 찾았다.
바로 뒤틀림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뒤틀린 기운으로
자격과 선택의 제약을 뒤틀어 없애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뒤틀린 기운을 담을 수 있는 투명한 돌.
뒤틀린 기운이 모이고 오랜 세월 응집되어
형성된 투명한 돌이기에
아무런 장치, 조치 없이 그냥 만졌다가는
그대로 뒤틀려지게 되기 십상이었다.
5중 이상의 봉인 및 결계막을 쳐야만
겨우 취득할 수 있었다.
마스는 이렇게 취득한 투명한 돌을
완성한 하얀 창에 이식, 부착시켰고
그 여파로 인해 평범한 형태였던 하얀 창이
특히, 창촉 부분이 기이하게 뒤틀려 기괴한 형태가 되었다.
모양이야 어떻든
이로써 자격 혹은 선택 없이도
하얀 창을 다룰 수 있게 되었지만,
새로운 문제가 발생 되었다.
그것은 뒤틀린 기운의 여파로
하얀 창을 다룬 자들이 얼마 가지를 못 하고
온몸이 뒤틀리고 더 나아가
본질마저도 뒤틀리는 반동을 겪어야 했다.
예상을 못 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렇게까지 본질마저 뒤틀리게 될 줄은 몰랐었다.
서둘러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고
그러던 중,
생명을 대가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는 있으나,
대의를 위해서는 희생도 따르는 법이었으니
인간 모두를 위해 강행하였고
성공했다.
생명력을 담은 보조도구는
몇 번 쓰지 못하는 소모품으로
계속 새로이 만들어 보충해야 했지만,
신에 대항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수고였다.
이렇게
상당한 수의 하얀 창이 만들어졌고
그 하얀 창을 다룰 수 있게 해주는 보조도구도 마련이 되었으나,
아무나 하얀 창을 다루게 할 수는 없었고
아무나 다룰 수 있지도 않았다.
뒤틀림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그러기 위해 뒤틀린 기운을 받아들인 자들이
창술사가 되고, 사냥꾼이 되어
하얀 창을 하사받게 되었다.
이렇게
신에 대항하는 신을 심판하고 처형하는
체계를 갖춘 조직이 형성되었고,
신을 의미하는 빛,
그 빛의 색인 하얀 색.
그런 신에 반[反]한다는 의미로
조직원들은 빛, 하얀색의 반대인
어둠, 검은색의 옷을 입어 자신들의 뜻을 내비쳤으며,
그것이 그대로 조직의 명칭,
'검은 옷 조직'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름이 아닌 ‘그분’이라는 칭호로 불리게 되었다.
그 이후,
또 이 무슨 우연··· 아니 운명적으로
한 예언서를 접하게 되었다.
표현 그대로인 ‘운명의 예언서’.
그 예언서에는 신들을 아우르는 ‘절대자’.
절대자를 선택하는 ‘검은 천사’가 명시되어 있었다.
그 운명의 예언서를 본 나는 확신했다.
신들을 아우르는 절대자가 선택되는 그때,
나는 그 절대자를 심판, 처형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더 이상 신이 인간의 우위에 선 것이 아닌
동등한 위치에 있는 세계로 바뀌게 되는
이상향을 이루게 된다는 것을-.
그러던 중,
운명에 이끌린 듯
절대자가 될 후보가 되기 위해
최종적으로 절대자로 선택되기 위해
일부 신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갔다.
비록,
어느 순간부터 예상하지 못한
이상하고 묘한 방해가 생기기 시작했으나,
앞으로 나아갈 때 생기는 방해물로
그런 방해물은 당연히 이겨내고 넘겨야만 하는 것이기에
경계는 하지만,
대수롭지는 않게 여겼다.
그런 방해와 상관없이
‘그때’를 위한 진행, 준비는 차근차근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그런데··· 왜···.
분명 ‘그때’가 되었고
모든 준비도 되어있었건만,
어째서 지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절대자로 선택될 후보 신들도 모였고
그에 필요한 뒤틀림을 가진 ‘뒤틀린 아이’와
선택하는 ‘검은 천사’도 이곳에 있는데···
선택된 절대자를
심판, 처형할 하얀 창도 역시 준비를 마쳤는데···.
절대자가 될 후보 신들은
뒤틀린 아이에 의해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멸을 당했고
검은 천사에 의해 처형자의 하얀 창을 뺏기고
마스가 만든 수많은 하얀 창 역시 모두 부서져 버렸다.
검은 옷 조직의 ‘그분’이라는 자는
비어있는 자신의 손을
주먹을 과하게 세게 쥐어
스스로 만든 상처가 있는 양 손바닥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처럼 믿기지 않는 믿기 힘든 상황을 접한
망연자실 서 있는
신의 아이였던 마스를 바라봤다.
“·········.”
* * *
마스는 대장장이 시절
나름대로 명성이 높은 실력자였다.
금속 재질 연마뿐 아니라,
마정석, 마석 가공에도 재주가 남달랐고
그중에서도 무기 계열 제작이 특기였다.
적을 단숨에 제압, 처리할 수 있는 무기.
그런 자신의 실력,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자
인정을 받고자 하는 마음에
야심 있게 만든 성배[聖杯]와 성검[聖劍]을 들고
신을 찾아갔으나,
인정은커녕,
무시와 경멸을 당해야 했다.
신보다 하위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상처받은 자존심과 분노로
신을 뛰어넘는?
아니, 신을 처리할 수 있는
하위 존재라고 업신여기지 못하게 할 무기를 만들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
인간이라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뛰어넘어야 했기에
어떤 신의 ‘아이’로 들어가기 위해서
신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뒤틀어지는 고통을 이겨낸 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과 비슷한 목적으로 신의 아이가 된 ‘지스’와 함께
그 신의 비위을 맞춰주면서
신임을 얻었고,
그 신으로부터
권능의 일부를 물려받는 것에 성공해
더 이상은 같이 있을 이유 없는
그 신을 배반하고 나왔다.
그 후,
처형자의 하얀 창을 소유한
검은 옷 조직의 ‘그분’이라고 불리게 되는 자를 만났고,
‘그분’이라는 자가 내세운 이상향.
인간과 신이 동등한 위치에 있는 세계로 바꾸겠다는 포부가 마음에 들어
도와줄 겸,
지스와 함께 ‘그분’이라는 자가 설립한 조직에 들어가
앞서 설명했듯이
신들한테 본때를 보여 줄 무기 제작에 집중했고
지스도 물려받은 권능의 일부의 힘
‘이어붙이기’를 이용해
신들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투명한 돌을 품은 키메라 마수를 만들고
절대자를 선택한다는 검은 천사도 자체적으로 만들었었다.
그러던 중,
이런저런 문제에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지스는 유명[幽明]을 달리했지만,
문제들은 완만히 해결되었고
신을 처형할 수 있는 하얀 창들을 필요한 만큼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또한,
신을 처형하는 쾌거와 성과도 얻었다.
비록,
신들 사이에 있는 등급 중
하위급의 신이긴 했지만,
부족한 것을 수적으로 밀어붙이면 되는 거였고
다구리를 이길 자는 극히 드물었기에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다,
마스도 운명의 예언서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자신과는 별 상관이 없다 여겼고
관심도 없었다.
모든 신을 아우르는 절대자라 해도
어차피 신.
하얀 창들을 강화하고 그 수를 늘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 절대자가 선택되는 순간,
하얀 창으로 기선 제압하면
신들을 아우를지언정
인간들의 우위에 서려는 것은 충분히 저지할 수 있을 터.
또한,
그때 처형자의 하얀 창도 모두 파괴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자신이 만든 하얀 창을 새로운 처형자의 하얀 창으로 만들 생각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때’가 되었고
뒤틀어져 있어서 신이라고 하기엔 간당간당하지만,
족히 백 명이 넘는 신들을 한꺼번에 처형한
자신이 심혈을 들여 만든 하얀 창이···.
검은 천사인지 뭔지 정체가 불명한
소년의 모습을 한 괴물의 창에
검은 창들에 허무하게 처참하게 부서졌다.
신들도 쉬이 파괴하지 못했던
자신이 만든 하얀 창들이···.
“·········.”
마스는 처참하게 부서져
신전 홀 바닥에 흩어져 있는···
자신이 만든 하얀 창들의 파편들을 망연자실 바라보다가,
어느새 눈앞에 와 있는 검은 천사와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말을 듣게 되었다.
“널 만나고 싶어 하는 신이 있는데.”
“만나볼래?”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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