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80 화 – 일단락된 후···.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80 화 – 일단락된 후···.
류안이 눈을 뜨기 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심연과도 같은 곳에 홀로 서 있었다.
류안은 그곳을 둘러 보았고
자신의 ‘방’은 아닌 것을 인지했다.
이곳이 어디인지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의아함이 들고 있던 중.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보이면서 느껴지는 것이 있었고,
들리지 않았지만
들리고 있었다.
광활하게 보이고 느껴지던 그것은
작아진다고 해야 하나 모여든다고 해야 하나
어느새인가
류안의 눈앞에 자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류안은 그것을 가만히 응시했다.
들리지 않는 그것의 말이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그것은 열심히 류안한테 말을 했고,
류안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한테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수 없었기에.
그러다가
류안은 잠에서 깨어나면서 눈을 떴고
익숙한 오두막 2층 방의 천장과
리아인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걱정하며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괜찮아?”
“음-, 잘 모르겠네.”
부정의 기운이 깃든 단검 찔리고
그 기운이 몸속으로 스며들면서 그로 인해 잠이 들기까지 했지만,
찔렸을 당시의
기분 나쁜 감촉이 남아 있는 것을 제외하면
몸 자체에는 별 변화 없었고,
그 외에도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가호로 내린 힘이든, 유물처럼 남겨진 힘이든, 잔재로 있던 힘이든 일단 몸 안으로 들어오면
권능으로 자리 잡고 안착했는데,
부정의 신이 준 저주라고도 할 수 있는
부정[否定]의 기운은
없어지거나 사라졌다기보다는 느껴지지 않았고
의아한 생각에 류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류안을 보며
리아인은 걱정스럽기만 했다.
“···왜? 역시 어디 안 좋은 거야?”
“어? 아냐. 몸은 괜찮아.”
“그래? 다행이네.”
류안의 말에 리아인은 일단 안도했다.
“아, 목마르지 않아?”
“아래층으로 내려갈까? 아니면 내가 가져다줄까?”
“아니, 그냥 조금 더 잘래.”
그러면서 류안은 침대에 도로 누웠고
곧바로 잠들었다.
리아인은 다시 잠든 류안을 잠시 보고는
이불을 제대로 덮어준 후
1층으로 내려왔다.
축- 쳐진 듯한 분위기의 1층.
주방에서는
도프의 목, 어깨에 목도리처럼 둘러있는
투명한 액체가 쇼트의 가슴팍 심장 쪽에 있는 투명한 돌에 반응한 것인지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고개를 기웃거리는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도프도 비슷한 관심으로 맹한 눈이지만,
쇼트를 빤히 보고 있었다.
쇼트 역시 자신과 비슷하다 할 수 있는
검은 옷 조직의 희생물이 될 뻔하다가
류안이 안착시켜 준 투명한 돌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에
공감대가 생겨 도프를 잠시 보다가
이내 신경을 접고 자신이 하던 일을 했다.
쌍둥이로부터 전해 들은
부정의 신이 류안한테 한 말 때문인지
착 가라앉은 분위기를 떨쳐내기 위해서였다.
쌍둥이도 네우 그런 이유로
어디서 갖고 온 것인지 원래 갖고 있었던 것인지 강아지풀 같은 것을
살쾡이 모습인 수인 키사한테 흔들어 보였고
키사는 처음에는 뭔 짓이냐며 불쾌해하다가
이내 고양이과 동물의 본능에 이끌려 벌러덩 누워서는 앞발과 뒷발을 이용해 열심히 강아지풀을 두들기고 있었다.
쌍둥이 제우도 심란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소형 머스킷을 개량하고 있었다.
저주 같은 심한 말을 들은 것은 류안인데
흡사, 자신들이 그런 안 좋은 일을 당한 것처럼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어린 신이 심한 말을 들은 것에
감정이입이 되었다고 하기에는 그 정도가 좀 과했다.
스스로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그런 가운데
거실에는 벨드라엔과
이제는 그러려니 해야 할 정도로
듀아 왕국에는 돌아가지 않고 죽치고 있는
워스만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둘이 류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기에
리아인은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 중간에 멈춰서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
벨드라엔은 등 뒤 계단에 있는 리아인을 인지하지 못한 채 말을 하고 있었고
워스만은 리아인을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있었다.
“너, 그때 ‘이런 것인가?’라고 한 말 무슨 의미냐?”
벨드라엔은 진지하게 워스만을 보며 말했다.
“넌 류안에 대해 뭔가 눈치채고 한 말 같은데.”
“그게 뭐냔 말이야.”
워스만은 물음에 대답이 아닌 말을 했다.
“상황이 그런 것일 수 있지만.”
“류안한테 소멸당한 신들을 보며 공통점이 있더군.”
“공통점이라고?”
“그래,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해 주면서.”
“절대자가 되겠다고 뒤틀림을 받아들인 신들이지.”
“뭐? 얀마, 그걸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냐?”
벨드라엔은 황당해하며 말을 이었다.
“검은 옷 조직하고 대치하고 있고.”
“대응하다 보니 당연히 조력하고 있는 신들과 맞붙게 되었고.”
“신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류안한테 소멸이 된 것일 뿐이잖아.”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지.”
“뭐? 겉보기?”
“너, 학살이 뭐라고 생각하지?”
“이건 뭔 또 뜬금없는 말이야?”
“학살이 뭐냐고.”
“하···.”
벨드라엔은 어이가 없어 하면서도
반복하는 워스만의 물음에
‘학살’의 사전적 의미를 말했다.
“가혹하게 마구 죽이는 것을 ‘학살’이라고 한다.”
“근데, 그게 왜?”
“그럼, 이유 없이 죽이는 것과 상황에 따라 죽이게 되는 것.”
“어느 쪽이 학살이지?”
“어엉? 그거야, 둘 다 학살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긴 하겠지만.”
“대체로 전자인 경우를 더 학살이라고 하지.”
벨드라엔은 자신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계속 다른 말을 하는 것에 짜증을 내보였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질질 끌기 말고 결론이나 말해!”
워스만은 그러거나 말거나 말을 했다.
“이유 없이 가혹하게 마구 죽이는 학살.”
“그런 ‘신의 학살자’가 너와 나는 왜 그냥 두고 있을까?”
그 말에
벨드라엔은 한숨을 쉬었다.
“하··· 그거야.”
“너나 난 굳이 류안이 소멸시킬 이유가···.”
이유가 없다.
하지만,
학살자한테 이유 따윈 필요 없다.
“필요 이상으로 많아진 신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 태어난 신의 학살자.”
“그러니, 권능에 따라 상황 따지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신들을 소멸시킬 수 있지.”
“·········.”
“만약 나라면 말이야.”
워스만은 장난기가 머금은 미소를 지었지만
진심으로 말했다.
“보이는 족족 소멸시켰을 것 같은데.”
“신들은 같은 신인 학살자를 소멸시킬 수 없으니, 상위급, 하위급 할 것 없이 시간 차이만이 있을 뿐 힘들 것도 별로 없을 거고.”
“······.”
워스만의 말에
벨드라엔은 예전 류안이 한 말이 떠올랐다.
‘이유 없이 신을 죽일 생각은 없어.’
‘오히려 귀찮아.’
류안은 권능을 ‘지켜봄’으로 바꾸고
신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은 부속적인 힘으로 제약도 걸은 상태였었다.
그러했던 능력.
학살이 지금은 권능으로 제자리를 찾아갔지만
그럼에도 류안은 딱히,
권능에 따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검은 옷 조직하고 엮이고
리아인이 영혼을 강탈당한 사건이 있어서
신들을 소멸시켰지만.
“네가 하려는 말 조금은 이해하겠는데.”
“앞서도 얘기했듯이 류안이 신들을 학살하게 된 것은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고 있어 그런 거고.”
“우연이라 할 수 있잖아.”
“과연 그럴까?”
“얀마, 자꾸 말 빙빙 돌리지 말고.”
“결론을 말해!”
“신의 학살자로서 권능을 발휘하지 않는 신을 ‘세계’가 어떻게 하려고 할까?”
‘세계’라는 워스만의 말에
벨드라엔의 한쪽 눈썹이 들썩였다.
“하···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그래서 신들은 권능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을 때도 반동이 오잖아.”
신들은 권능을 남용할 때 반동이 오지만,
반대로 권능을 너무 시행하지 않을 때도 반동이 왔었다.
그래서
권능을 발휘, 시행하기 위해
영역 혹은 영향력 싸움을 하고 있었던 거였다.
“···!!!!!”
그런데 류안은 그런 반동이 없었다.
“그렇기에 ‘세계’는 꼼수를 쓰기로 했겠지.”
“마침, 절대자가 되겠다고 뒤틀린 기운을 받아들이고 세계의 틀을 틀어버리려고 하는 신들이 있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로 말이야.”
워스만은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런 신들이 노리고 있는 존재가 있지.”
“노리는 존재라고 하면 검은 천사···.”
“류안 말이냐?”
벨드라엔은 확인차 의문을 드러냈다.
“류안이 자신을 노리고 신들로부터 자기방어를 하게 해 소멸시킨다는 거냐?”
“그렇다고 하기에는 류안은 무시하고 있지 않았나?”
“오히려 자신보다는 리아인과 관련···!!”
워스만은 놀라고 있는 벨드라엔은 응시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벨드라엔 뒤쪽 계단에 있는 리아인을 응시했다.
“그래, 신들이 노리는 ‘뒤틀린 아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 작가의말
뭔가 흐름이 부자연스러운 것 같아
일부수정하면서 글수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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