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93 화 – 빛에 잃어버린 색.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93 화 – 빛에 잃어버린 색.
‘······내가 뭔 짓을 한 거지?’
류안은 잠들어 있던 사이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 불안감이 밀려왔다.
* * *
류안은 잠든 채 리아인의 어깨 쪽에 업혀 있었다.
───·········.
저벅. 저벅. 저벅. 바스락 저벅─.
푸른 하늘이 보이고
새들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숲속.
발걸음 소리만이 울리고 있는 가운데.
류안을 업은 리아인,
워스만, 쇼트, 벨드라엔과 쌍둥이는 둘은
운명의 예언서인지 뭔지 때문에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 후 그 예언서를 습득하고 나서
검은 옷 조직의 마법사나 엿보는 자한테 감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텔레포트 하지 않고
미지의 숲을 조용히 걸어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무겁지 않나? 교대해 줄까?”
워스만은 장난기 있는 말과 신경 거슬리게 리아인의 옆에서 알짱거리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과연 누가 이 신을 전쟁의 신이라고 생각할까 할 정도로 어이없었고
리아인은 도끼눈을 하고 그를 봤다.
류안의 몸이 인간의 육체에 가깝다고는 해도
완전히 인간의 육체가 아니라 그런 것인지 상당히 가벼웠기에 힘들 이유가 없었다.
허나, 이러한 것과는 별개로
워스만한테 류안을 맡길 이유 따위는 일말의 여지도 없었다.
불쾌감을 있는 그대로 보이는 리아인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는 류안,
그 옆에서 계속 알짱대는 워스만.
그러한 모습을 보던 벨드라엔이 나서서는
워스만의 목덜미를 잡아끌어 리아인과 류안의 옆에서 떨어트렸다.
“적당히 해라.”
“훗─.”
워스만은 묘한 웃음을 보였고
그 모습에 벨드라엔은 행여나 이 녀석이 사고 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이미 전적도 있고······.
그렇게 미지의 숲을 막 나왔을 즈음.
땅에 드리워진 뭔가의 그림자에 다들 하늘을 봤다.
하늘에 검은 새가 열 마리 보이는가 싶더니
그 뒤로 하얀 새도 열 마리 보였다.
얼핏 새떼가 지나가나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서로 추격전 하는 듯한 상황으로
검은 새 열 마리가 급하게 땅으로 내려왔다.
푸드득 푸득─ 타닥. 탁. 탁. 탁.
땅으로 내려온 그들.
새가 아닌 검은 날개를 가진 새 수인들이었다.
새 수인들은 리아인한테 업혀 있는 류안을 보더니 반가운 기색을 보이려 하다가
뒤따라 내려온 하얀 새.
아니,
하얀 날개의 새 수인 열 명을 보며 경계태세를 잡았다.
그런데,
하얀 날개의 새 수인들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얼굴이나 옷 밖으로 드러난 피부 여기저기에 봉합한 듯한 흉터가 보이는 것이
마치, 키메라 같았고
그 봉합 흉터는 기이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류안을 업은 리아인과 쇼트는 뒤로 물러났고
워스만,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이 경계 자세를 잡던 중,
눈동자에 초점이 없는 하얀 새 수인 한 명이 비틀거리며 검은 새 수인들 쪽으로 움직여 갔다.
그러면서
한 손을 앞으로 뻗으며 뭐라 말하려는 듯하며 고통스러운지 입을 크게 벌리는 순간,
흉터에 머금어져 있던 기이한 빛이 폭발하며
섬광을 터트렸다.
퐈화아아아악─────!!!
워스만은 바로 결계막을 펼쳤고
쌍둥이 네우도 보호막과 방어막을 이중으로 펼쳤다.
“이런─!!!”
“아─···.”
워스만과 쌍둥이는 네우는 아차 하면서
자신들의 실수를 인지했다.
색이 없는 막들은 빛을 막을 수 없다.
────────!!!!!
섬광은 그렇게 소리 없이 모든 걸 집어삼켰고
그와 동시에
새하얀 적막이 내려앉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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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모든 걸 하얗게 집어삼킨 섬광이 사라지고
빛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웅크린 자세를 피고 눈을 가리기 위해 들었던 손과 팔을 내렸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한 명을 제외한 모두는 감았던 눈도 떴다.
“──······!!!”
그런 그들의 눈에
결계막, 보호막과 방어막 사이로 옅은 검은빛이 감돌고 있는 것이 보았으며
그 검은빛이 섬광을 막아주었다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검은빛이 누구로 인해 펼쳐진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모두는 검은빛을 펼친 잠들어 있는 류안을 보기 위해 저도 모르게 시선을 움직이던 중,
빛을 가려준 검은빛이 사라지면서
눈앞에 벌어진 기이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섬광이 휩쓸고 간 주변이···
나무, 꽃과 풀, 돌덩이 할 것이 없이 심지는 땅마저도 고유의 색을 뺏긴 것처럼
온통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무슨 이런······.”
일순 숨이 막힐 것 같은 기이한 광경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하얀 막.
아니, 하얗게 변한 막을 치우면서 웅크리고 있던 검은 새 수인들이 일어나더니
묘한 눈을 하고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사태 파악 중인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섬광을 막은 검은 장막.
“어떻게··· 알고 계셨던 것입니까? 그래서···.”
검은 새 수인 중 한 명.
까마귀 수인 쿠우카가 목소리를 내었고
말을 이어 하려고 하던 중.
풀썩─.
섬광을 터트린 하얀 새 수인은 넝마 같은 빈껍데기가 되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 뒤로 다른 하얀 새 수인 한 명의 몸에서
똑같이 섬광이 터지려고 하던
그때.
“뭐야··· 거슬려······.”
류안의 칭얼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리아인은 시선을 돌려 어깨 쪽 류안을 봤고
여전히 눈을 감고 잠든 채 있는 류안의 몸에서는 밤하늘을 닮은 검은 어둠이 날개를 광활하게 펼치듯이 스며 나오면서
하얀 새 수인의 몸에서 터지는 섬광을 감싸 삼켜버렸다.
섬광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라졌고
또 다른 하얀 새 수인 한 명이 곧바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섬광을 터트렸으나,
작은 폭죽이 불발하듯 잠깐의 불빛만이 비추어지다 사그라들었다.
흡사,
이 주변 전체에 밤하늘처럼 꽉 찬 어둠이
빛을 잡아먹는 것 같았다.
그러한 검은 어둠은
넝마 주머니같이 쓰러져 있는 하얀 새 수인들은 물론이고,
아직 터지지 않은 하얀 새 수인들의 빛을 머금고 있는 흉터 사이로 스며 들어가면서
기이한 빛을 잡아먹으며 가려버렸다.
그러자,
흉터의 빛에 괴로워 일그러져 있던 얼굴에 평온함이 내려앉은 듯이 온화하게 펴진
하얀 새 수인들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하나둘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풀썩. 풀썩. 털버덕. 풀썩─.
하얀 새 수인들 모두가 쓰러지고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던 밤하늘을 닮은 검은 어둠은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듯이
서서히 사라졌다.
새하얀 섬광도 까만 어둠도 사라지고
원래대로 돌아가면서 보게 된 것들.
섬광에 의해 색을 잃어 새하얗던 주변이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색이 돌아와 있었으며
쓰러져 있는 하얀 새 수인들의 모습도 본래 어떤 새 수인이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하얀 날개에 색이 돌아와 있었다.
“·········.”
이 기이하고 신비롭기까지 한 상황에 모두는
나지막한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 류안을 한동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검은 새 수인 중 한 명.
까마귀 수인 쿠우카가 입을 움직였다.
“역시··· 밤하늘의 ‘어둠의 신’이셨어.”
“?!!!!!”
쿠우카의 경외[敬畏]를 품은 말에
리아인, 쇼트, 워스만,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은 ‘뭔 소리야?’라는 표정으로 황당함과 당혹감을 드러내려고 할 때.
“죄송합니다. 여기서 설명을 해 드릴 시간이 없으니. 우선 저희와 함께 가 주십시오.”
쿠우카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여섯 명의 검은 새 수인과 합세하여
류안과 일행들을 각자 한 명씩 맡아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순간 이동을 했고
남은 검은 새 수인 세 명은
빈껍데기가 되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열 명의 새 수인을 조심히 챙겨서 순간 이동을 했다.
그렇게 되어
류안은 낯선 곳에서 눈을 뜨게 된 것이며
검은 새 수인 세 명으로부터
도와드리겠다는 말을 듣게 된 것이었다.
“·········.”
류안은 눈이 동그래진 채 껌벅거리며
할 말을 잃은 채 있었다.
지금 눈앞의 상황이 잠결에 저도 모르게 한··· 스스로 저지른 일이기에.
그러던 중,
의문을 느낀 쇼트가 손을 들어 보였다.
“저기, 신의 손길로 뒤틀리는 것 말고 하얀 돌연변이를 만들 수 있어?”
“아, 그것이···.”
쿠우카가 답을 해주려던 찰나.
“빛으로 변질시켜 버린 거야.”
류안이 반사적으로 답했고
쿠우카는 감탄했다.
빛에 의한 변질.
빛, 자외선으로 발생하는 염색체 변이라 할 수 있었다.
“맞습니다. 역시 알고 계셨군요.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는 신 중, 자신을 ‘빛의 신’이라고 칭하는 자가 빛을 이용해 새 수인들을 하얀 돌연변이로 변질시키고 있습니다. 그렇게 돌연변이가 되어 뒤틀림이 생기게 되면 그 뒤틀림을 검은 천사의 제물로 주고, 빈껍데기가 된 하얀 돌연변이 새 수인은 빛의 폭탄으로 만들어 새 수인들을 공격하게 하는 악순환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분노에 가득 차 열변하던 쿠우카의 얼굴에 결의와 각오가 다져지기 시작했고
오딜과 하츠도 마찬가지였다.
“빛의 만행을 막으시는 어둠의 신이신 당신의 의지에 따라 도울 수 있게 해주십시오.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막고 싶습니다.”
류안은 고개를 돌려 리아인을 봤다.
“아─···.”
리아인은 여전히 잡고 있던 류안의 양손을 놓았다.
어정쩡한 자세에서 풀려난 류안은
양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류안은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다.
검은 천사에 이어 이제는 어둠의 신이라고 하니,
뒤틀림의 사념체들은 ‘∎∎∎ 신’이라고 했고
지금은 ‘지켜봄’이 주[主] 권능인 신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도 어찌 보면 자업자득이라 누굴 탓할 수가 없었다.
원래의 권능이 아닌 다른 권능을 받아들였기에 생긴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할까···.
이런 후폭풍이 있을 줄은 몰랐던 류안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 소리에 다들 표정이 안 좋아졌다.
검은 새 수인들은 큰 뜻에 따르는 막중한 책임의 무게를 알기에,
리아인, 워스만, 벨드라엔, 쇼트는
류안이 또다시 무거운 짐을 지게 되고
좋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게 되어 마음 쓰게 될 것에 걱정하고 있었다.
“···불편하지 않아. 그만 일어나는 것이 어때?”
여전히 얼굴을 감싼 채인 류안의 말에
무릎 꿇고 앉아있던 세 명의 새 수인은 일어났다.
“배려 감사합니다.”
양손으로 가린 류안의 얼굴 미간이 다시 구겨졌다.
“날 돕고 어쩌고 할 것 없이 그냥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류안은 귀찮으니까.
들러붙지 말라는 의미로 한 말이었지만,
쿠우카, 오딜, 하츠는 자신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준 것으로 여기고 감격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신의 깊은 뜻 잘 받아들이겠습니다.”
세 명의 검은 새 수인은 허리 숙였다.
쿠우카의 말과 세 명의 행동에 류안은 움찔했다.
‘대체 나도 모르는 그 깊은 뜻이 뭐냐고?’
류안은 정말 묻고 싶었지만···
물어보았다가는 더 심하게 꼬일 것 같아
그냥 신경 끊기로 했다.
‘그런데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지 않았나?’
있었다.
그것도 여러 번.
류안이 기억 저 너머로 던져버려 기억 못 하고 있을 뿐.
- ···힘내게.
‘?????’
심판자의 사념체가 안쓰러워하며 응원해 주자
류안은 뭔 뜬금없는 소리를 하나 싶어 무시해 버렸다.
쿠우카, 오딜, 하츠는 신의 뜻도 알았고
각자 할 일을 하기 방을 나가던 중.
쇼트와 시선이 마주쳤다.
“···하얀 돌연변이?”
그리고,
쇼트의 특이점을 눈치챘다.
바로 몸속에 이식되어 자리한 투명한 돌.
“어떻게······?”
뭘 말하려는 것인지 인지한 쇼트는 저도 모르게 류안쪽으로 시선을 옮겼으며
그 행동으로 인해
세 명의 검은 새 수인은
류안이 눈앞의 하얀 돌연변이인 자를 구해주었음을 인지했다.
어떤 신의 손길에 뒤틀렸는지 알 수 없는
자신의 ‘아이’도 아닌 뒤틀린 아이를 곁에 두고 있는 것도 대단하다 여기고 있었는데,
하얀 돌연변이인 자도 검은 옷 조직의 마수에서 구하고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에
세 명의 검은 새 수인은
류안을 향한, 신에 대한 경외심과 존경이 더 강하게 마음속 깊이 자리해 갔다.
류안은 방을 나가다 말고 자신을 보는 세 명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근데, 나 어디서 본 적 있어?”
“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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