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16 화 – 전달되지 못해 생긴 오해.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16 화 – 전달되지 못해 생긴 오해.
산책하기에는
창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와 있었다.
무슨 이유로 그러는 것인지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닌 밤중에 무슨 홍두깨 소리 취급하면서 리아인과 쇼트가 워스만을 노려보고 있을 때,
류안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리아인과 쇼트는 절대 둘만 보낼 수 없었기에 동참했다.
삐그덕──···.
타박. 타박. 타박─···.
여관 주인 아미스 백작은
삐거덕거리는 계단 소리와 함께 1층으로 내려오는 네 명을 보았다.
“음? 밖에 나가시는 겁니까?”
“네, 산책이나 좀 할까 하는데, 혹 문제가 되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아뇨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단지, 지금은 저녁 식사 때이니 방해되지 않게, 이곳 시민과 불화가 생기지 않게 조심만 해주시면 됩니다.”
“이 근처만 한 바퀴 돌고 금방 돌아올 것이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워스만, 리아이과 류안, 쇼트는
아미스 백작으로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땡. 땡. 땡~♪.
그리고 때마침.
저녁 배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고
마을 곳곳에서 사람들이 한 곳으로 가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섰다.
네 명은 멀찍이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낡은 가판대에서
검은색 로브를 깊게 눌러쓴 세 명이 사람들한테 음식을 차례차례 배분해주고 있었으며,
배분되는 음식 역시 식당 음식과 같음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여기 있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네, 매번 감사합니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배분이 끝난 뒤,
검은 로브의 세 명은 가판대와 자리를 말끔히 정리하고 나서는 어딘가로 이동해 갔다.
워스만은 그 세 명을 굳이 뒤쫓지 않았다.
괜히 경계하게 할 필요도 없거니와
류안의 지켜보는 힘이 있으니 가만히 있어도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명은 여관으로 돌아온 후,
워스만 혼자 은밀히 밖으로 나가서는
류안이 알려준 장소로 갔다.
마을 구석에 있는 허름한 창고 같은 집.
사사사─삭────······
워스만은 첩자처럼 조용히 다가가서는 은신한 채, 창고 집 안을 탐색했다.
창고 집 안에서는 검은 로브를 입은 세 명이 있었으며
그중 둘이 대화하고 있었다.
“우아─··· 그냥 나눠주기만 하는 건데도 엄청 힘드네.”
남성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한 것인지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말투였다.
“수고했어. 그래도 좋은 경험이잖아.”
여성은 그런 남성을 다독였다.
“그렇긴 하지만··· 이거 이렇게 계속 우리 맘대로 나눠줘도 되나?”
“음, 그건 나도 좀 걱정이긴 하네···. 종전되었다고 하나, 엄연히 이 물건들은 받을 대상이 있고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인데··· 나쁜 일에 쓰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어찌 보면 중간에 빼돌려서 사고 치는 것이라···.”
“음··· 그렇지? 좋은 일에 쓰고는 있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니, 혼나겠지?”
“아마도······?”
둘은 좋은 일을 한 것에 뿌듯해하면서도
그것을 위해 나쁜 짓을 한 듯한 죄책감으로 이래저래 걱정하고 있었다.
“연락한 것은 어떻게 됐어?”
여성은 뒤에 있는 한 명한테 물었고
뒤에서 가만히 대화를 듣고만 있던 한 명은 대답하기 위해 입을 움직였다.
“네, 연락드린 후, 종전 뒷마무리를 하느라 바쁘신 것인지 아직 응답이 없습니다.”
“흐음─··· 그럼, 여기 며칠 더 머물면서 응답을 기다려야 하나? 엄청 바쁠 건데 자꾸 연락하는 것도 안 좋고.”
“너 지금 뭐라는 거야?”
“응? 뭐가?”
“이미 허락 없이 일 저지른 것 끝까지 책임을 지던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더 엮이기 전에 단호히 그만두든가 우리가 결정해야 해.”
여성과 남성의 대화로 보아
지금껏 항상 위에서 지시사항이 내려오면 그에 따라 수행하고 보조를 해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지시사항 외의 일을 저지르고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결정장애가 걸린 것처럼 이러든 저러든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듯해 보였다.
그리고
이미 저지른 일은 마무리 지어야 그나마, 들 혼날 것이라 여기고 있었기에
일 저지르기 전에 연락한 후로는 먼저 연락을 못 하고 있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내심 위에서 연락이 와 결정을 단정 지을 수 있는 한 마디를 해주기를 바라고도 있었다.
“음···, 백작하고 상의해 볼까?”
여성은 대신 결정을 내려줄지 모를 백작을 생각하던 그때,
끼이이익───······.
창고 집 문이 열렸다.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언니, 오빠들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어두운 갈색 머리카락에 밝은 갈색 눈동자의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장난기 가득한 여자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들어왔다.
“심부름 왔니?”
“예, 백작님이 여관에 드물게 손님이 많이 와서 음식이 금방 동이 나버렸데요.”
“그래···──?!!!”
여자아이와 대화하던 여성은 일순 말을 멈췄고는 한 곳을 응시했다.
여자아이는 그 모습에 의아해하며
여성의 시선이 머문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와씨-, 깜짝이야─!!!”
여자아이는 뒤에 조용히 서 있는 워스만을 보고는 놀라 거친 말을 토해냈다.
워스만은 그런 여자아이를 흥미롭게 본 후,
창고 집 안을 쭉 훑어보았다.
듀아 왕국에서 지원 가는 것을 가리기 위한
위장용 상인단체 문양이 새겨진 상자들이 가득 보였다.
그런데,
대략 삼일 정도 이곳에서 식량 배분을 해주었던 것 치고는 그 양이 그다지 줄어있지도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간단한 이유로
한 사람분의 식량을 두 사람한테 나눠줬기 때문이었다.
“흐음──···?”
그렇게 상황을 살펴보는 워스만의 눈앞에
웬 손가락 하나가 들이밀어 지고 있었다.
“당신 뭐야? 누군데 여기에 온 거야? 여긴,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이야.”
삿대질하듯 손가락을 들이민 여자아이는
눈앞의 존재가 누군지 모른다고 하나,
상당한 깡다구를 보이며 워스만한테 거침없이 다다다 잔소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워··· 워스만 님.”
“응? 언니 오빠들 아는 사람이야?”
검은 로브를 입은 세 명의 반응과 행동에
여자아이는 성질을 죽이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연락을 기다리고 있긴 했지만···, 직접 오신 겁니까?”
워스만은 자신을 보며 반가움을 드러내는 두 명의 모습에 허탈한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하─, 검은 옷 조직에 납치되거나 화를 당한 줄 알고 찾으러 왔더니, 여기서 일 저지르고 있었군. 다미엔을 걱정하게 만들다니 조금은 대담해진 건가?”
워스만의 말에
검은 로브를 입은 두 명.
듀아 왕국의 2 왕자 ‘다렌’과 1 왕녀 ‘나엔’은 순간 무슨 말인가 의아해했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누가 누가한테 납치되었다고요?”
2 왕자 다렌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입을 움직였다.
“분명 다미엔 형님께 워스만님이 알려주신 텔레포트 좌표에 자꾸 오류가 생기는 것 같아 검은 옷 조직을 피해 이곳에서 잠깐 대기하겠다고 연락드렸는데요. 그러다 종전 소식을 들었고, 이곳 상황이 안 좋아 보여서 신세를 진 김에 급히 지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식량 중 일부를 기부하고 있었는데···.”
2 왕자 다렌은 말하면서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 역시 일단 수도 성벽에서 간 후, 형님의 허락 아래 여기로 다시 오는 것으로 해야 했던 거였나요? 워스만님이 직접 올 정도면 뭔가 위급할 일이······.”
다렌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워스만이 이곳에 온 이유를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득히 저 먼 곳으로 날려버린 채,
자기들이 저지른 일로 횡설수설하는 사이
1 왕녀 나엔이 통신 장치를 꺼내 들었다.
“오라버니는 급하면 연락을 먼저 주시지··· 응?”
나엔은 통신 장치를 부여잡으며 놀래야 했다.
“어? 이거 왜··· 이래? 왜 먹통이야? 왜 작동 안 하는 거냐고?”
나엔의 외침에 다렌의 표정도 안 좋아졌다.
“혹시···, 문자도 안 갔어?”
다렌의 떨리는 말에
나엔이 통신 장치를 다시 확인한 결과.
『급한 사정으로 지원용 식량 일부 사용합니다.』
『문제가 있을 시 바로 연락 주십시오.』
*전송실패
문자는 전송실패 상태였다.
“어··· 그런 것 같은데······.”
통신 장치를 재차 확인한 2 왕자, 1 왕녀의 얼굴에서 싸아- 하고 핏기가 사라져가더니,
삐걱삐걱 천천히 고개를 돌려 워스만을 바라봤다.
“너희와 통신 중 ‘검은 옷’ 부분에서 끊겼다. 그래서 너희들이 검은 옷 조직하고 엮여 위험에 처한 건가 해서 내가 찾으러 온 거지.”
워스만의 말에
둘의 하얘진 얼굴이 더 하얘졌다.
“형님한테···.”
“오라버니한테···.”
“무진장 혼나겠는데?”
다렌와 나엔는 동시에 의문형으로 말했으나
혼날 것이라 확신하며 사시나무 떨듯 바들거리고 있었다.
“뭐, 혼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검은 옷 조직이나 다른 이유로 화를 당한 것이 아닌 거에 먼저 안심하지 않을까? 그 녀석 지꺼는 엄청나게 아끼고 소중히 여기잖아.”
“아─······.”
워스만은 뭔 소유물 얘기하듯이 했지만,
그 안의 의미를 제대로 인지한 왕자와 왕녀였다.
“저··· 혹시, 형님께 연락하셨습니까?”
다렌은 불안한 맘을 안고 조심히 물었고
“아직은 안 했지. 이곳에서 벌인 일 정리할 시간 필요하잖아? 백작하고도 상의해야 할 것이 있는 것 같던데.”
워스만이 나름 다정한 말투로 말해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내일 날 밝는 대로 백작과 상의해서 이곳 일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다렌과 나엔은 마무리할 방향을 정했다.
워스만은 그런 둘의 모습을 흡족하게 봤다.
사실 워스만은 창고 집에 온 후,
류안이 먼저 이 둘을 알려 준 것도 있었고
왕자와 왕녀의 상황을 파악하고는 다미엔한테 연락했었다.
다미엔은 조금 화를 내면서도 안심하며
동생들이 자초한 일을 스스로 잘 마무리하도록 기회를 주기 위해 모르는 척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리고
다미엔은 이걸 계기로 노린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듀아 왕국의 2 왕자 다렌과 1 왕녀 나엔의 미담[美談].
짧은 시간이 흐른 후,
그 노림수는 제대로 성공을 거두어 미담은 널리 퍼졌다.
* * *
문자전송 실패로 인한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듀아 왕국의 2 왕자와 1 왕녀는 제대로 일을 마무리한 후, 듀아 왕국으로 돌아갔다.
그러한데,
워스만은 하루 더 빈민 도시 ‘디누’에 머물렀다.
소동과는 별개로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스체스 왕국의 빈민 도시의 영주.
아미스 백작이 하는 남다른 빈민구호 정책이 호기심을 끌었으며 주의 깊게 보기 위해서였다.
아미스 백작은
구호물자와 식량의 여유 여부와는 상관없이
시민들한테 움직이는 것에 지장 없을 정도인 최소한의 양으로 식량 배급을 하고 있었다.
이를 냉정한 것 아닌가 할 수도 있겠으나
경험을 통해서 내린 정책이었다.
아미스 백작이 이곳 ‘디누’의 영주가 된 후,
초반 반년간은
시민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식량을 배급해 주었다.
잘 먹고 기운을 내면
스스로 살아갈 방도를 잘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서였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방법이었다는 것을 얼마 가지 않아 곧 알게 되었다.
이미 밑바닥으로 내려올 때로 내려온 사람들이라 그런 것인지···
배곯지 않고 비를 피할 공간이 생기자 거기에 만족하고 안주[安住]하며 나태해지더니
일할 생각을 안 하는 자들이 생기는 것을 넘어 많아지는 것을 보았다.
그러하여
아미스 백작은 과감하게 정책을 바꿔
식량 배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기초교육과 기술교육에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주거지 역시
버리진 집을 스스로 고쳐서 사용하거나
직접 집을 짓게 해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자재 역시 새것이 아닌
재사용이 가능한 폐자재를 필요한 양만큼 지원해 주었다.
이것 역시 이유가 있었으니,
자재도 처음에는 새것을 지원해 줬으나
좋은 의도로 지원한 것을 꼭 나쁜 의도로··· 뒤로 몰래 빼돌려 파는 자를 보았기에
사용하는 데에 별지장 없는 폐자재로 바꾼 것이었다.
대신 기본적인 폐광물 가공 일자리를 주고
자신의 집이 아닌 다른 자의 집을 짓고 고치는 것을 도와주거나,
식량 배급을 하는 자들한테는 소액의 임금을 주었다.
그리고
다른 일자리 찾는 걸 중간에서 지원해 주며
근로계약에 있어서 피해가 생기지 않게 조율해 주었다.
이런 식으로 아미스 백작은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는 것에 힘써왔고
지금껏 유지해 왔다.
물론,
이렇게 정책을 바꾸자마자
나태함에 빠져 반발하는 이들이 이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
이런 말이 있듯이,
그런 사람들은 철저히 무시했으며,
이 정책이 싫어 떠나는 사람은 스스로 기회를 져버리는 것이니 어떻게 되든 말든 굳이 잡지 않았다.
그러면서
재기할 발판이 완성되어 다른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보내주었기에,
빈민 도시 ‘디누’는
늘 빈민만 있는 빈민들을 위한 도시가 되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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