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90 화 – 공간이 뒤틀린 곳에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90 화 – 공간이 뒤틀린 곳에서.
카강─! 차앙─!! 캉─!!!
빛으로 가득 찬 곳.
그곳에서 하얀 창들이 서로 맞부딪히며
금빛 불꽃들을 튕기고 있었다.
“하-, 기습 공격을 하려면 저 망할 옷이라도 좀 갈아입고 오던가···.”
“예···, ‘나 여기에 있소’라고 아주 광고하고 있군요.”
“덕분에 시선을 돌릴 틈이 없어요.”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
스체스 왕국 수호자 뮤리나.
이들은 일행과 떨어진 후,
눈앞에 나타난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눈에 잘 띄는 검은색 옷의 사냥꾼들과 창술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차─앙! 챙!!
다미엔이 달려드는 사냥꾼, 창술사.
그 둘의 하얀 창을 동시에 쳐내며 말했다.
“발을 묶어두려는 것도 있을 것 같지만.”
“시선 역시 묶는 것이 저들의 계획이었다면···, 저희가 아주 제대로 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카강-! 화르르르─.
레이쉴도 마찬가지로
검은 옷 사냥꾼들의 공격을 막고 쳐내면서
자신의 불 능력을 발휘하며 말했다.
“···그러게, 아주 제대로 당했어.”
레이쉴, 다미엔은 저들의 공격을 막으며
아주 잠깐의 틈이라도 이용해
이곳을 빠져나갈 궁리를 해보려 했지만,
새하얀 빛 사이로 움직여대는 검은 옷 조직 녀석들한테 반사적으로 시선이 뺏기기 일쑤였고
온 신경도 집중되면서
도통 생각할 틈,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카가각-!
뮤리나도 말없이
검은 옷 창술사들의 공격을 막느라 분주했다.
그러다,
그중 한 명과 하얀 창이 서로 맞물리면서
힘겨루기에 들어가
발이 뒤로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지익- 직.
그러면서도 뮤리나는 침착하게
밀리는 발의 감촉을 통해
은밀히 바닥의 상태를 파악해가고 있었다.
상하좌우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빛으로 가득 찬 이곳에서
허공에 붕 떠 허우적거리지 않고
발을 제대로 디디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발밑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고,
발밑을 지탱해주고 있는 그 무언가가
돌과 관련된 물질이라면
자신의 능력과
하얀 창에 깃들은 돌 원소의 힘을 빌려
확! 뒤엎어 버리면
이곳을 빠져나갈 길이 보일 듯했다.
뭐, 돌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나무쪽이면 괜찮았다.
그렇다면
나무 원소의 힘이 깃든 하얀 창을 가진
다미엔이 뒤엎어 버리면 되었으니까.
끼긱- 끼기기- 휘릭!
힘겨루기하던 뮤리나는
손을 순식간에 고쳐 잡고 하얀 창을 틀어
상대방의 창을 흘려보냈다.
그리고는
퍼억-! 소리가 크게 날 정도로
검은 옷의 창술사를 발로 차버리면서
그 반동을 이용해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넓혔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 착지할 때의 발 감촉에 집중했다.
타닥. 탁.
뮤리나는 검은 옷 창술사를 상대하면서
일부러 발을 강하게 바닥에 차면서 움직였고,
타닥. 탁. 탁. 탁. 탁-!
이윽고,
재질까지는 정확하게 몰라도
돌 쪽인 것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뮤리나는 공격을 하는 척하면서
하얀 창을 높이 들어 올렸고
그 모습에 검은 옷 창술사 한발 뒤로 물러났다.
그런 동시에 뮤리나는 소리쳤다.
“모두 발밑 조심하세요-!!”
뮤리나는 그렇게
돌 원소 기운이 잔뜩 발동 중인
하얀 창을 바닥에 힘껏 내리박았다.
콰직-!!!
바닥에 박힌 뮤리나의 하얀 창을 중심으로
커다란 균일이 생기고
방사형 모양으로 그 주변에 퍼져나가더니,
쿠구구-궁, 쿠궁, 콰앙-!!!
이윽고,
바닥이 거칠게 요동치며 들썩이기 시작했다.
콰곽- 쾅! 쿠르르-릉!!!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들썩이고 요동치던 바닥이 서서히 잠잠해져 갔다.
그리고 그에 따라
빛도 조금씩 사라지면서?
아니, 정확하게는
들쑥날쑥 올라오고 꺼진 바닥 면들에
빛으로 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지금 이들이 서 있는 공간의 모습이 눈에 보이게 되었다.
“─···!!!”
“·········.”
뮤리나는 눈에 보이는 광경에
어이 상실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으며
레이쉴과 다미엔은 한 말을 잃었다.
눈 앞에 펼쳐진 환상인가 싶은
초현실적으로 공간을 뒤틀어 놓은 듯한 광경이었다.
지금 서 있는 곳이
바닥인지 천장인지 벽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기이했다.
그 와중에 뫼비우스 띠처럼
무한 반복되는 계단이 보이는가 하면
쭉 뻗은 듯했던 계단의 끝이
끊어져 안 보이고 그대로 낭떠러지도 떨어지는가 싶었지만,
90°? 180°를 넘어서는 거의 360°로 기괴하게 꺾이면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출입구들이 연결되어있기도 했다.
출입구들이 서로 연결된 것을 어떻게 아는 거냐고 묻는다면
검은 옷 녀석들이 그 출입구를 통해
이리저리 왔다 갔다 움직이며
정신 사납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저 검은 것들은
이곳에 어느 정도 익숙하게 적응한 상태인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가까이 있는 줄 알았는데 멀리 있다거나
반대로 멀리 있는 줄 알았으나
바로 코앞에 있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판타지 영화나 소설에서
미로 혹은 미궁에 빠졌을 때,
흔히들 모방하는 연출이
이곳에서도 일어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멀미가 올라올 것 같았다.
뮤리나는 이렇게 할 수 있는 능력도 없고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
자신의 탓이 아닌 것은 알지만,
그래도 자신이 한 행동으로 인해
이 공간이 드러나게 되었다는 것에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래서
분명 똑바로 서 있는 거지만,
박쥐처럼 거꾸로 있는 레이쉴과
벽면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다미엔한테
허리 숙이며 사과했다.
그 모습에
레이쉴, 다미엔은 똑같이 손을 저어 보이며
괜찮다고 의사를 표현했다.
말도 하기는 했지만,
공간이 뒤틀어져 있어서인지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들리지도 않고 있었다.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만 들리는 침묵 속에.
“후우─.”
뮤리나는 한숨을 쉰 후,
하얀 창끝으로 바닥을 가볍게 톡톡 쳤다.
우-웅─.
얕은 진동음이 울리면서
뮤리나의 발걸음에 따라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지금 이런 착시와 현란한 곳에서는
시각이나 청각보다는
촉각에 의지해 움직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에
뮤리나는 발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움직였다.
그러던 중,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검은 옷 창술사의 하얀 창을 보고
방어하기 위해 창을 휘둘렀으나
뮤리나의 하얀 창을 허공만 휘저을 뿐이었다.
뮤리나는 황급히 주변을 살펴보았고
저 멀리 있었던 검은 옷 창술사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거리를
비상식적으로 건너 뛰어넘어와서는
바로 코앞에서 하얀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런 XX 같은···.”
뮤리나는 아슬하게 뒤로 물러나면서
오른발을 움직여 힘껏 찼다.
슈욱-.
허공에 힘껏 차진 오른발 군화가 벗겨지며
눈앞의 검은 옷 창술사가 아닌
조금 떨어져 있던 다미엔의 얼굴을
정말로 진짜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가더니,
이 무슨 상황인지···.
퍽-!!!
다른 곳에 자리한 레이쉴을
공격하려 하던 검은 옷 사냥꾼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뮤리나는 식겁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과적으로는 적한테 명중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잘 못 하면 왕자도 문제이지만,
그 너머 국왕의 면상에 군화를 던진
엄청난 패악[悖惡]을 저지를 뻔했다.
레이쉴과 다미엔는 잠시 눈이 동그래졌다가
이내 자신들을 공격해 오는 검은 옷 녀석들을 상대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뮤리나는 안도했다.
그러다가
눈앞의 검은 옷 창술사가 움직여 공격하는 모습에 반사적으로 이번에는 왼발을 힘껏 휘둘러 차면서
아차 했지만,
다행히 왼발에서도 벗겨진 군화는
눈앞에 있는 검은 옷 창술사의 얼굴 정면에 제대로 명중했다.
참고로
뮤리나는 바닥에 퍼트린 진동을
더 잘 감지하기 위해 군화를 벗던 중이었고
이왕 벗는 것 검은 옷 녀석을 약 올릴 요령으로 발을 차면서 군화로 맞출 행동을 한 것이었다.
첫 번째는 큰일 날 뻔했지만,
두 번째는 제대로 먹혔다.
군화에 제대로 얼굴을 맞은
검은 옷 창술사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었다.
“오- 이런, 미안.”
“그래도 걱정하지 마. 나 무좀 없어.”
뮤리나는 맨발을 들어 보이더니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약 올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검은 옷 창술사는 카멜레온이 된 듯
붉으락푸르락했던 얼굴이
누르락붉으락해지더니
푸르락누르락하게 변했다.
뭐, 이래저래 표현하기는 했지만,
한마디로 무지막지하게 화났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검은 옷 창술사는 다양한 얼굴색을 보이며
뮤리나를 공격해 왔고
뮤리나가 발 감촉을 이용해 바닥을 인지하며
잘 대응을 하던 중.
휘리리리─릭.
화르르르르───.
채찍 같은 식물 줄기들이
뮤리나와 검은 옷 창술사한테로 뻗어왔고
그 식물 줄기에 불길이 따라와서는
둘을 동시에 덮칠 상황이 벌어졌다.
그 순간,
다미엔이 순발력을 발휘해
식물 줄기들을 조정함에 따라
붉은 불길은 검은 옷 창술사만 덮쳤다.
“흐아아아-악!!!”
불길에 휩싸인 검은 옷 창술사는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바닥에 이리저리 구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만,
그 옆으로 낭떠러지로 떨어졌고
그대로 그렇게 아래로 떨어질 줄 알았던 검은 옷 창술사는 저 위 뒤집힌 계단으로 불길에 휩싸인 채 소리 없이 떨어졌다.
공간이 뒤틀려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허─···.”
뮤리나는 어리둥절하며
레이쉴과 다미엔을 바라봤다.
그 둘은 미안하다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이는 엄연한 실수였고
레이쉴과 다미엔도
그저 이 뒤틀어진 공간을 제대로 인지하고
움직이기 위해 각자 능력을 썼다가
우연히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된 것이었다.
당연히 오해할 만큼 속 좁지 않기에
뮤리나는 양손을 보이며 괜찮다는 의사를 표했다.
어찌저찌 되었든, 일단 한 명은 처치.
나머지 검은 옷 사냥꾼들과 창술사들을 처리하기 위해 각자 움직였다.
그러던 바로 그때,
콰과─강!!!
소리가 죽어 잘 들리지 않던 이곳에
엄청난 굉음이 울리며
한쪽 벽 공간이 처참하게 부서지고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 잔해와 먼지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옷 조직원이 새로 등장하는 듯했지만,
아니었다.
검은 그림자는 하얀 먼지가 걷히면서
검붉은 색을 드러냈고
죽은 핏빛의 갑옷을 전신에 두른 전쟁의 신.
워스만이 한 손에 하얀 날개를 들고
모습을 보였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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