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07 화 – 3차전 임박.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07 화 – 3차전 임박.
병사들의 아침 식사시간.
레쉬아 왕국의 헨즈 공작 가문에서 지원해준 간편식과 생수가 배급되고 있었다.
“맛있게 드십시오.”
“감사합니다.”
취사담당 병사와 배급받는 병사들의 인사가 오가면서 배급이 거의 끝났을 즈음.
취사병 A가 취사병 B한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왜 그렇게 뚱한 표정이야? 딱히 피곤해 보이지도 않구만.”
피곤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데워서 먹는 간편식이라 재료 손질 및 요리를 하는 노동을 한 것도 아니었고,
배급용 탁자에 간편식들을 올려놓으면 병사들이 알아서 하나씩 잘 챙겨갔기에
잘 데워서 보충만 제때 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아니, 그게 편하기는 하지만. 이런 간편식은 좀 부실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 말에 취사병 A는 눈을 가늘게 뜨고
취사병 B를 지그시 바라봤다.
“왜? 뭐─?”
“이 자식 이거 철없는 소리를 하고 있네, 있어. 지금 전쟁 중이야. 배곯지 않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도 모자랄 판에 뭐?”
“─······.”
취사병 A의 말에 취사병 B는 입을 꾹 다물었다.
“너 아직 이거 안 먹어봤지? 내가 시식 차원에서 먼저 먹어봤는데 내용물도 알차고 맛도 괜찮아.”
취사병 A는 눈을 반짝이며 간편식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이 뭔지 알아? 어떤 망할 것이 음식에 ㅈㄹ 짓을 하지 못한다는 거야.”
헨즈 공작 가문에 지원해준 간편식 겉 포장에는 작은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것은 포장 안으로 이물질이나 독이 주입되면 반응해 자동으로 소각 처리하는 장치였다.
“너도 알고 있을 것 아냐. 1차전이 벌어지기 전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그때 독에 면역이 있는 지휘관님께서 먼저 시식해주셨기에 다행이었지 와─···.”
취사병 A는 몸을 부르르 떨며 뒷말을 마저 이었다.
“내가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질겁해요. 질겁해.”
검은 옷 무리와의 1차전이 있기 전,
병사들 아침 식사로 준비된 음식에서 독이 감지되면서 음식 전량이 폐기 소각 처리하는 소동이 있었었다.
그리고 원인과 범인을 찾으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찾지 못했고
독에 면역이 있고 감지능력이 있는 지휘관 텀스가 모든 식자재와 조리 도구들을 직접 일일이 검사를 했었다.
그런 수고 덕분에 음식으로 인한 위험은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까, 쓰잘머리 없이 징징거리지 말고 맛있게 먹기나 해!”
취사병 A는 따끈하게 데워진 간편식 하나를 취사병 B한테 가슴팍에 들이민 후,
배급이 끝난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찌익-.
기니피그를 닮은 야생 털쥐 한 마리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익숙하게 앞발을 들어 보이며 먹이 달라는 행동을 보였다.
“뭐야, 너 아직도 이거 챙겨주고 있었냐?”
취사병 A는 큰 소리로 짜증 내며 째려봤고
취사병 B는 시선을 피해 고개를 휙 돌렸다.
“전투에 잘 못 휘말려서 불쌍한 일 당하게 만들지 말고 얼른 멀리 보내─!!!”
“···알았어. 안 그래도 그렇게 하려고 했어.”
취사병 B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노란 치즈 한 조각을 꺼내서 털쥐한테 주었고
털쥐는 치즈 조각을 입에 물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저 멀리 가버렸다.
그 모습에
취사병 A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제 할 일을 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갔으며
취사병 B는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병사들은 각자 간편식을 들고 식당으로 이용 중인 막사에 모여 식사를 했다.
먼저 식사를 끝낸 병사 중 몇몇은 막사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음료를 마셨는데,
긴장으로 체하지 말라는 소화제였다.
그러면서 병사들은
전장에서 벌어진 일과 간밤에 있었던 일을 서로 얘기하고 있었다.
“정말이야?”
“그래, 조금이라도 손을 거들까 해서 나도 그 막사 안에 있었는데, 검은··· 그 소년이 와서는 기적을 일으켰어.”
“맞아, 나도 봤어. 야간 간호 중이던 위생병들 모두가 포기했던 중상자들이 회복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난리가 아니었어.”
“그 모습이 죽음의 안내자 같았다고 하던데.”
“오히려 그렇기에 죽음이 비껴가게 해준 것이겠지.”
“와아─ 역시 검은··· 크흠, 였던 거야.”
“맞아, 검은··· 소년이 가호[加護]를 내려주신 거야.”
“우와, 우와, 우와─.”
“오오오오─오───···.”
“와─·········.”
검은 천사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피한 채,
얘기를 나누던 병사들도 얘기를 듣고 있던 병사들도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모두 한마음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렇지, 이 전쟁은 우리가 이긴다는 거지.”
다미엔과 레이쉴은
스체스 왕국의 지휘관 텀스와 참모장 히아체에게 간밤에 있었던 일과 류안에 대해 입단속을 부탁했으나···,
이미 한발 늦은 상태로
류안이 간밤에 일으킨 기적에 대해선
모든 병사한테 펴져 나가 희망을 품은 담소가 되어 막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병사들은 누구 할 것 없이
그 어느 때보다도 사기충천[士氣衝天]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병사들은 보초를 서며, 순찰을 돌며 각자 자신이 할 일에 열중하면서도
류안과 다른 이들이 숙소로 이용하고 있는 아담한 집을 한 번씩 힐끔 보고 있었다.
등장부터 찬란하게 하늘에서 검은 날개를 펼치며 이곳 전장에 강림하여
빛의 전사와 함께해서는 위기를 타파[打破]하고 적을 퇴각시켜주었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더해서
어찌할 수가 없이 모두가 포기하고 손을 놓으려고 한···
생사기로[生死岐路]에 놓인 병사들을 가엾이 여기어 손길을 내밀어서는
기적을 일으켜주고 희망이 되어 준 존재.
류안은 숙소에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조심한다고 했는데,
또 제 의사와 상관없이 받아들여진 것에 심통이 나서였다.
하지만,
이런 이유를 알 턱이 없는 모두는
기적을 발휘하고 가호[加護]를 내려 지친 몸을 쉬고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더군다나
듀아 왕국의 병사들은 전쟁의 신 워스만의 고된 훈련으로 지치고 힘들었을 때,
포근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위로해주고 힘을 낼 수 있게 지켜봐 주었던 신의 대리인.
검고 긴 머리카락의 소년.
류안을 알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오해와 경외심은 깊어져만 갔다.
역시나 비슷한 오해 중인
리아인과 쇼트는 류안이 기운 차리고 일어나기를 가만히 곁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레이쉴과 다미엔의 각자 자신의 병사들을 통솔해야 했기에 숙소를 나왔다.
숙소 밖에는 스체스 왕국의 지휘관 텀스가 있었다.
“···그 괜찮은 겁니까?”
간밤의 일로 걱정이 된 지휘관의 물음에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아는 레이쉴이 답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걱정도 걱정이나 현 상황에 집중하기 위해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이 지휘관한테 물었고.
“아직은 조짐이 없습니다.”
지휘관 텀스는 성벽 밖으로 시선을 옮겨 덤덤하게 답하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무슨 꿍꿍이 농간을 꾸미지 있을지. 하··· 지휘관으로서 이런 맘을 가지면 안 되는데···. 불안한 것을 누르기가 쉽지 않군요.”
“아닙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미엔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나 허세 부리는 것보다는
솔직한 심정을 말하는 지휘관 텀스가 맘에 들었다.
“불안감이 현실이 되지 않게 대비하고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지휘관 텀스는 당연한 거긴 했으나,
다미엔의 그 말에 불안감이 가라앉으며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러던 그때.
“지휘관님 저기에─···!!!”
참모장 히아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고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봤다.
성벽 밖 저 너머의 풍경이 일그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일렁임.
그것도 대형 일렁임이었다.
성벽 위 지휘관과 참모장, 다미엔과 레이쉴은
2차전 때처럼 같은 수법의 농간을 부리는 건가 했으나, 아니었다.
대형 일렁임 안에서 검은 옷 조직의 전투원들이 모습이 일렁이면서 나타났고
일렁임은 단순 이동 수단이었다는 듯이
대략 삼천 명이 되어 보이는 전투원들이 키메라 마수들을 대동한 채, 모두 일렁임 밖 땅에 발을 디디자,
대형 일렁임은 사라졌다.
검은 옷 조직의 지원 온 전투원들이었다.
1, 2차전 때보다 더 많은 수로
가관인 것이 키메라 마수에 이어
여러 새 수인들을 조합해서 만든 듯한
그로 인해 색이 섞이고 탁해진 검은색의 날개를 가진 키메라 검은 천사들도 대동하고 있었다.
그 수가 대략 100명은 되어 보였다.
기가 찼다.
레이쉴과 다미엔은
벨드라엔과 워스만을 통해 검은 옷 조직에 희생되고 있는 새 수인들에 대해 들은 것이 있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실상은 도를 넘어있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수의 새 수인을 희생시킨 것이기에···
저런 수의 키메라 천사가 있는 건지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지금까지의 만행만으로도
검은 옷 조직은 반드시 섬멸[殲滅]시켜야만 하는 근거가 충분하고 마땅하건만,
그 근거가 재차 확인되면서 결의를 다지게 되었다.
쿠구구구─구────!
검은 옷 조직의 검은 천사 카밀의 하얀 창에 부서지고 무너졌다가,
듀아 왕국 1 왕자 다미엔의 하얀 창으로 새로이 만들진
성벽 출입구 나무문의 줄기들이 얼기설기 엮어있던 것을 풀어내면서 입구가 활짝 열렸다.
그리고
레쉬아 왕국의 병사들이 앞장서 일사불란하게 나와 대열을 갖추어 섰으며
맨 앞 금발로 염색한 레이쉴이 하얀 창을 들고
검은 옷 조직의 전투원들을 맞이했다.
“호오-, 이번에는 레쉬아 왕국 측에서 선봉으로 나섰군요.”
“당연한 것 아닌가? 두 번의 전투로 스체스 왕국이나 듀아 왕국의 병력 손실이 꽤 컸을 터, 남은 레쉬아 왕국의 지원 병력이 나설 차례지.”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는
하얀 로브를 입은 일렁임의 신과
또 한 명의 민트색 로브를 입은 신이
주둔지에 있지 않고 전장으로 와서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고 고급의자에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며 관전 중이었다.
요즘도 유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두 신[神]은 손에 팝콘이 들려있고 3D 안경을 쓰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레쉬아 왕국의 병력이 이천 명. 거기에 드래곤 한 마리 그리고, 듀아 왕국의 왕자처럼 하얀 창을 가진 자가 지휘를 맡았단 건가?”
“예, 그렇습니다.”
민트색의 로브를 입은 신의 말에
특이한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정보원이 대답했다.
“그런데, 내가 듣기로는 레쉬아 왕국의 지원은 저지했다는 말이 있던데, 그것은 어떻게 된 일이지?”
“타 왕국을 거쳐 외부에서 지원 오던 레쉬아 왕국의 지원 병력 천 명을 저지한 건 맞습니다. 단지, 그 지원이 눈속임이었던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그리고, 드래곤들이 협력했을 줄은···.”
“뭐, 변명은 그쯤에서 됐고.”
민트색 로브의 신은 거만하게 자세를 잡으며 정보원의 말을 끊고는 자기 할 말을 했다.
“저쪽의 하얀 창에 대한 정보는 정말 없는 건가?”
“···예, 엿보는 자를 통해서 알아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합니다. ···죄송합니다.”
“흐음, 그래? 재미있군. 하얀 창을 만든 자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해.”
민트색 로브의 신은 진지하게 생각하는 듯하더니.
“뭐, 그래 봐야 한 자루이고, 하얀 창은 카밀과 키메라 천사들이 상대되면 될 터. 나머지 병사들은 평범한 무기를 든 인간들일 뿐이니 걱정할 것 있겠어?”
“예? 하지만··· 2차전 때 저쪽에 검은 천사와 빛의 능력을 쓰는 자가 나타나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그 빛의 힘은 결단코 가볍게 생각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하얀 창은 한 자루가 아닌 듀아 왕국 측에도···.”
“그래서?”
“네?”
민트색 로브 신의 말에
정보원은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기선제압을 하기 좋은 존재 둘이 지금 이곳 전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듀아 왕국의 그 왕자도 마찬가지고.”
민트색 로브의 신은
레쉬아 왕국 병사들과 금발의 남자를 본 후
성벽 위로 시선을 옮겨서는
듀아 왕국의 1왕자 다미엔. 그리고 검은 천사와 빛의 힘을 썼다는 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려
2차전 때 전장의 상황이 녹화된 영상장치 속
검은 천사와 빛의 힘을 쓴, 두 사람을 봤다.
“이 정도의 힘을 발휘했으면 반동으로 인해 몸에 꽤 무리가 왔을 거다. 그래서 숨죽이며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민트색 로브의 신은 영상장치를 정보원한테 던져 건네고는
정면의 전장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 왕자와 둘이 회복해 합류하기 전에 작살 내면 돼.”
무슨 꿍꿍이인지 아주 자신감이 충만한 민트색 로브의 신 눈에 뭔가가 보였다.
레쉬아 왕국의 병력이 모두 나왔음에도
닫히지 않고 있는 성벽의 문.
“뭐지?”
의문을 가지던 민트색 로브의 신은
곧 자신의 판단이 잘 못 된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활짝 열린 채 있는 성벽의 입구에서
듀아 왕국의 병사들과 스체스 왕국의 병사들이
두 줄씩 짝을 이루어 나오더니 좌우로 갈라지면서
레쉬아 왕국의 병사들 뒤로 대열을 갖춰 섰다.
그 수는 각각 천 명이 넘어 보였으며,
그들 사이로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인 손에 하얀 창을 쥔 채 당당히 앞으로 나와서는
금발로 염색한 레이쉴의 옆에 섰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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