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57 화 – 괴수들과 맞서기.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57 화 – 괴수들과 맞서기.
“아주 황폐하군.”
전쟁의 신 워스만의 말대로
리아인을 찾아서 온 이곳의 세계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그 무엇하나 존재하지 않았고
땅, 물, 공기마저도 모두 죽어있었다.
표현 그대로 ‘죽은 세계’였다.
워스만은 ‘신’이기에
일반 생명체처럼 숨을 쉬지 않아 죽은 공기에 아무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이곳에 뭣 모르고 생명체가 발 디뎠다가는
몇 초 버티지 못하고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로 죽었을 정도였다.
류안은 숨을 쉬기는 하지만,
‘신’이기도 하고
상식을 뒤틀어 벗어난 존재이니 예외였다.
“·········.”
류안은 죽은 세계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휘이이잉─.
메마르고 거친 바람이 불어와
류안의 검고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몸에 두른 갑옷 밖으로 드러난 얼굴, 피부에 상처를 내며 스쳐 지나갔다.
옅은 상처라 금방 아물었지만,
그 모습을 보고 걱정이 스며든 워스만은
다른 세계로 이동하자 말하려 했으나
입을 떼지 못했다.
지금 류안은 저기압 발동 직전이었기에
건드리지 않고 그냥 두어야 했다.
류안은 시선을 발아래 땅에 향한 후,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땅의 하얀 모래를 만져봤다.
부스스─···.
하얀 모래 알갱이들은 힘없이 부서지며 가루가 되어 날려갔다.
“하아─.”
류안은 한숨을 쉬며
쭈그린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참기 힘든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리아인의 영혼을 찾아
끊어질 듯 꺼질 듯 얇디얇고 희미한 빛의 실을 따라서
차원을 뒤틀고 겨우겨우 이곳에 왔는데···.
정작 리아인의 영혼은 온데간데없고
죽은 세계와 마주했으니···.
거기에 다가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 허탕,
정확하게는 한발? 늦게 도착했다고 할 수 있었다.
리아인이 이곳 세계나 그 이전 세계들에서
죽은 인물의 몸에 빙의했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은 후,
세계들은 신의 손길에 완전히 뒤틀렸고
그 뒤틀림을 신이 가져가는 과정에서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세계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졸려···.”
류안은 허탈감에
참고 버티던 피곤함이 급격히 몰려왔다.
이대로 눈을 감고 자고 싶었으나,
그런 사이 리아인의 영혼이 어딘가로 흘러가 어떻게 떠돌지 알 수 없기에
시간을 허비할 수가 없었다.
“후우···.”
류안은 다시 한숨을 쉬고는
쭈그려 앉아있는 자세를 피면서 일어났다.
그때,
류안의 손끝이 죽은 하얀 땅에 스쳐졌고
피곤함 때문인지 그 손끝을 통해 류안의 기운 일부가 땅으로 스며 들어갔다.
그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류안은 몸을 바로 세우고는 손을 바라봤다.
그리고
가느다란 빛의 실이 향한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자.”
힘없는 류안의 목소리에
워스만은 조용히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류안의 힘에 차원이 뒤틀리며 틈이 열렸고
그 안으로 들어가던 워스만의 눈동자에
무언가가 얼핏 비쳤으나,
바로 틈이 닫히면서 정확하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류안, 워스만이 떠나고
아무도 없는 죽은 세계.
워스만의 시선이 잠시 머물었고
류안이 쭈그려 앉아있던 손끝이 닿았던
그곳의 땅 색이 희미하게 변해있었다.
* * *
“으··· 으아아······.”
리아인은 온몸의 고통에 죽을 것 같이
신음하고 있었다.
“으으윽···.”
“으아아아···악.”
그런데,
혼자 그런 것이 아니었고
자신과 박민하를 포함해 팀원 대부분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으···윽, 팀장 너무한 것 아냐?”
“적당히를 몰라요··· 적당히···를 ···아우욱.”
‘그러게··· 워스만 보다도 더 심하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박민하의 말에
리아인도 역시 널브러진 채로 훈련장 천장을 멍하니 보며
예전 전쟁의 신 워스만이 듀아 왕국의 병사들을 훈련 시키던 모습이 생각났다.
“티, 팀장님. 이러다 괴수들이 급습하면 어쩌시려고··· 아욱.”
“이렇게 근육통 때문에 못 움직이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역시나 바닥을 기다시피 겨우 움직이고 있는
부팀장은 호소하듯 말했다.
“그렇지, 큰일이지.”
팀장 마태수는 혼자 멀쩡하게 서서는
진지하게 답했다.
그 말에 부팀장은 이제 훈련을 끝내겠구나,
여기면서 안도하려 했으나
팀장의 뒤이어진 말로 인하여
얼굴도 몸도 굳어버렸다.
“그러니, 긴급상황, 비상시 바로 움직일 수 있게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 거지.”
“자, 다들 충분히 쉬었으면 훈련마저 하자고.”
‘쉬었다고?’
‘널브러진 모습이 쉰 것으로 보이는 건가?’
팀원들은 어이없었다.
짝. 짝.
팀장 마태수는 움직이는 않는 팀원들을 보며 손뼉을 치며 재촉했다.
“자, 자. 어서들 일어나.”
“너무 오래 쉬면 오히려 몸이 굳어.”
“으아악-!”
“팀장님, 살려주세요-!!!”
괴수보다는 팀장의 훈련에 먼저 죽겠다며
팀원들 모두 비명을 지르며 질겁하던
그때.
삐- 삐- 삐- 삑-.
긴급상황 알림 울렸다.
분명 괴수 출현을 알리는 알림이건만,
팀원들은 이 순간만큼은
지옥훈련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괴수가 고마울 지경이었다.
팀원들은 모두 언제 널브려있었냐는 듯이
벌떡 일어나서는 출동할 준비태세를 갖췄다.
팀원들의 정확한 속마음을 모르는
팀장 마태수는 바로 준비하는 팀원들의 모습을 그저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 * *
△△지역의 C 구역 중심 광장.
크르르르─ 크륵-.
크르르─.
“젠장! 대체 몇 마리나 몰려온 거야?”
“요즘 왜 이래?”
“출현하는 괴수의 수가 너무 많잖아!”
“불평 그만해.”
“저 망할 괴수들이 일정 수 이하로만 출현한다고 여긴 것이 안일한 생각인 거야.”
“저것들도 머리가 있으면 안 먹히는 공격패턴을 버리고 변수를 일으키는 짓 정도는 할 테니까.”
“하··· 얕잡아보면 안 된다는 거군.”
C 구역을 담당하는 팀원들이
눈앞에 보이는 괴수들을 보며 불만을 내뱉고 있었으면서도 지금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
이제껏 중간중간 고비는 여러 번 있었지만,
괴수들을 잘 처리해 왔고
투명한 돌 괴수 역시 화력만 충분히 모이면 처리할 수 있는 여력이 되어 안도하려 하자.
방심하지 말라는 것인지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르게
인해전술을 아는 듯
점점 출현하는 괴수들의 수가 다량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괴수가 다량 출현한 C 구역에
각 구역에서 모인 팀들과 군부대,
소속 없는 프리랜서 능력자들도 모여 대기하고 있었다.
거기에 팀장 마태수가
C 구역 팀장과 군 부대장을 마주했다.
참고로
마태수가 이끄는 민간 군인 팀은
정해진 구경 없이 ‘제로’팀으로 불리면서
지원하는 것을 주로 담당하고 있었다.
‘제로’ 팀장 마태수는 가장 먼저
괴수들과 C 구역에 둘러쳐진 돔 형태의 막 상태를 확인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지?”
마태수 팀장의 물음에
C 구역 팀장이 답했다.
“음··· 대략 이른 마리 정도?”
“이제껏 이 구역에 쉰 마리 이상 온 적이 없어 확실하지는 않아.”
“그래서, 군부대 기계 장치도 추가해 막을 강화해 최대로 버틴다면 이른 정도까지는 막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괴수는 대략 백.”
“그중 열 마리가 돌을 가진 괴수.”
C 팀장의 말에
마태수 팀장이 이어받아 말했다.
“그나마 투명한 돌 괴수가 없는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 수가 너무 많아.”
“그러니, 저번처럼 잘 부탁하네.”
이번에는 군 부대장이 이어 말했다.
‘저번처럼이라···.’
‘그때 괴수들은 돌 없는 일반 괴수로 그 수는 대략 이른 마리.’
‘노록원을 비롯해 대부분 탈진으로 쓰러졌었지···.’
마태수 팀장은 훈련의 중요성을 상기하며
시선을 돌려 박민하를 봤다.
박민하는 알 수 없는 소름을 느끼며
팀장의 시선과 마주했다.
“박민하 네가 좀 고생해야겠다.”
“네, 바로 이중 막 펼치겠습니다.”
감지능력과 ‘막’ 전문 능력자 박민하.
혼자 최대 쉰 마리의 괴수와 뒤틀린 기운을 막는 막을 펼친 전력이 있는 능력자였다.
“그리고, 돌 괴수 위치 파악도 부탁한다.”
“네, 팀장님.”
박민하는 군 분대의 막 형성하는 기계를 이용해 2중 막을 펼쳐 기존의 막에 추가하며 범위 또한 넓혔다.
그러면서
막 안으로 감지능력 적용해
돌을 가진 괴수 열 마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나와 노록원, C 팀장이 돌 괴수들을 책임질 테니, 다른 이들과 군부대는 일반 괴수들을 책임져주기 바란다.”
지원을 주로 하는 ‘제로’팀의 팀장 마태수.
하지만,
일단 합류를 하면 의례적으로 마태수 팀장이
지휘를 맡았다.
그와 그의 팀이 합류하고 괴수와의 전적에서 진 적이 없는 ‘전승 무패’를 자랑하는 화려한 전력에 지휘를 맡아도 불만을 가지는 이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전 부대원 공격 실시!”
“C 구역을 감시 넘보는 괴수들한테 본때를 보여라.”
“제로 팀 저력을 펼쳐라.”
군 부대장, C 구역 부팀장, 제로 부팀장이
동시에 명령을 내렸고.
“와아아아-!!!”
그 명령에 따라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모두가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여 괴수들에 맞서 대응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공격에 나선 것은
군부대의 방사포였다.
쿠콰과가가─!!!
콰과광─!!! 콰광-!!!!!
크아아아─악-!!!
크아악-!!!!!
수십 발을 넘어 수백 발의 미사일이
일제히 괴수들을 향해 날아가 명중했고
그로 인해
괴수들의 괴성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하지만,
폭발음과 괴성의 울림에 비하면 괴수들의 몸에는 긁힌 듯한 자잘한 상처만 있을 뿐.
이렇다 할 공격이 먹히진 않았다.
허나,
상처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군부대의 전투 무기들은 아무리 공격을 해도 흠집 같은 상처만 낼 뿐.
괴수들의 숨통을 완전히 꺾지는 못했다.
그래서
괴수들이 처음 등장한 그 당시에는
많이 이들이 괴멸 직전까지 희생되었었지만
때맞춰 각성하는 능력자들이 나타나면서
괴수들의 숨통을 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하기에
군부대의 주 임무는 괴수들의 발을 묶고
능력자들의 공격이
괴수들한테 제대로 먹힐 수 있게
초벌 공격을 하는 것으로.
일종의 ‘껍데기 깨기’ 였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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