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82 화 – 검은 날개, 검은 천사.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82 화 – 검은 날개, 검은 천사.
대치 중인 검은 옷 조직원들이
키메라 마수를 단숨에 해치우는 것을 넘어
뒤틀린 기운마저 없애는 것에 놀라 당황하는 사이.
“탄환 몇 개 남아 있냐?”
워스만이 물음을 던졌고,
“보자─··· 남은 게, 류안이 불발탄도 있을 수 있다 했으니··· 열네다섯 발 정도 더 쏠 수 있으려나?”
벨드라엔은 답하며
남은 키메라 마수들을 파악했다.
대략 쉰 마리 정도였다.
“···아슬하겠는데.”
새삼 류안이 아무렇지 않게 뒤틀림을 다루는 것이 엄청난 능력이었음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도 이것과 비교되지 않는
용암 속 뒤틀림과 투명한 돌을 다루고 있을 것이리라.
벨드라엔은 리아인과 쌍둥이 둘을 봤다.
리아인의 백금빛 전류.
네우의 마법 불을 담은 제우의 화살.
이들이 적게라도 뒤틀림을 없애주면 그럭저럭 충분할 듯했다.
“워스만, 넌 저 검은 옷 녀석들 책임질 수 있지?”
“그걸 말이리라고, 걱정 붙들어 매.”
워스만은 양손에 검을 들고는
키메라 마수들 뒤에 숨어있는 검은 옷 조직원들한테로 점프해 갔다.
그 모습에
검은 옷 조직원들은 바로 공격태세를 잡았고
키메라 마수 몇 마리가 워스만 쪽으로 움직였다.
파지지직───!!
파박──!
탕-!!!
화르륵─···.
리아인의 백금빛 전류 줄기, 제우의 불화살.
이 둘은 합을 맞추듯 워스만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키메라 마수들을 공격했으며
벨드라엔은 뒤이어 머스킷 방아쇠를 당겨 탄환을 발사해 키메라 마수들로부터 나온 뒤틀림을 멸했다.
그리고 미처 사라지지 않고 남은 뒤틀림은
네우가 마법 불을 쏘아 마저 태워 없앴다.
벨드라엔이 권능인 멸[滅]의 힘.
신의 영향력을 펼쳐서인지
‘아이’인 쌍둥이 제우와 네우의 능력이 전보다 한층 올라가 있었다.
워스만은 전우[戰友]라 할 수 있는 그들이 있는 분화구 쪽을 보며 미소가 가득 지었다.
키메라 마수들로부터 나오는 뒤틀림의 영향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워스만은
아주 여유만만하게 서른 명의 검은 옷 조직원들을 처리해 갔다.
“으아아악───!”
“으악─!!”
“···───!!!”
에니는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이곳에 와서
대신 싸워주는 이들과
죽음을 맞이하며 쓰러지는 키메라 마수들을 묵묵히 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키메라 마수들을 상대하느라 쉴새 없이 장거리 공격 중인 벨드라엔과 제우, 리아인.
검은 옷 조직원과 근접전 중인 워스만.
그런 그들의 보조역할이라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는 네우가 조심히 물어보며
에니의 안색을 살폈다.
“괜찮아···.”
죽음을 지켜보는 것은···
결코, 괜찮다 할 수 없었지만
괜찮아야 했다.
단순히? 키메라가 된 마수라면
‘돌봄의 신’으로서 얼마든지 자신이 보듬어줄 수 있었지만,
이미 뒤틀림과 투명한 돌에 침식된 키메라 마수들은 1초라도 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편안히 보내주는 것이 최선이었고
키메라 마수들을 위한 것이었기에···.
그릉- 그릉- 그르릉-···.
퓨마가 에니를 달래려는 듯 그녀의 몸에 얼굴을 비비며 목 울림소리를 냈으며
에니는 그런 퓨마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어린 소년을 걱정하고 있었다.
어린 소년.
류안이 활화산 용암 속으로 끌려 들어간 그 당시 리아인이라는 소년이 잠시 감정이 격해진 것을 보이긴 했어도
다들 제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그나마 걱정을 조금 덜었으나,
이곳을 침범하고 용암을 뚫고 들어간
검은 날개의 사냥꾼과
하얀 날개의 빈껍데기 세 명.
이것이 큰 근심이 되어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에니는 류안이 그것들과 마주치지 않고 무사히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 * *
활화산 용암 안으로 끌려 들어온 류안.
류안을 조심스레 감싸고 있던 용암의 막은
공간 바닥에 도착하자 류안을 살며시 내려놓은 후,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
류안은 잠시 어리둥절하다 주변을 살펴봤다.
용암 깊숙한 곳.
꽤 넓은 공간이 자리해 있었으며,
유리로 된 돔같이 투명한 막이 천장을 이루고 있어 용암이 이 공간 안으로 흘러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류안은 고개를 들어 투명한 막으로 이루어진 천장 너머를 봤다.
금빛이 살짝 도는 붉은색의 용암 사이로 어두운색의 뒤틀린 기운이 섞여 맴돌며 흐르고 있는 것이 보이면서
아주 느린 속도이긴 했지만
정화되듯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러던 중,
위쪽 용암표면에서 끓어올라 치솟는 일부 용암에 뒤틀린 기운이 따라서 올라가자
투명한 막에서 투명한 줄기가 생성되더니,
마치 카우보이가 밧줄을 던져 목표물을 낚아채듯 뒤틀린 기운과 용암을 함께 묶어 끌어당겼다.
‘으음-, 이런 식으로 뒤틀림과 화산이 폭발하는 것을 막고 있었구나.’
류안은 천장을 보던 시선을 돌려 주변을 다시 찬찬히 살펴봤다.
투명한 막을 만든 근원을 찾기 위해서였고
벽면 쪽에 그냥 봐서는 보이지 않는
얼기설기 있는 바위들에 가려진 작은 동굴이 있는 것이 보였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류안은 그 작을 동굴 앞으로 가서는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기어··· 들어가야 하나?’
동굴 입구가 류안같이 마른 체형이 무릎 꿇고 고양이 자세로 기어가야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좁았다.
“·········후우.”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별수 없으니
류안은 얕게 한숨 쉬고 동굴로 기어서 들어갔다.
그렇게 류안이 낑낑거리며 동굴로 들어가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직후.
휘이이이익────··· 콰창─!! 팍!
용암에 원형 통로를 만들며 빠르게 내려오던 하얀 창이 투명한 막 일부를 깨면서 들어와 바닥에 박혔다.
그 뒤로
하얀 날개의 그릇 세 명과
검은 날개의 사냥꾼이
원형 통로를 통해 내려와 바닥에 착지했다.
치이이이─익────.
사냥꾼의 하얀 창에 의해 뚫린 투명한 막의 구멍으로 용암 일부가 흘러 내려와 바닥을 태웠고
뒤틀린 기운도 같이 흘러 미세하게 퍼졌다.
하지만 곧
투명한 막의 깨진 구멍은 스스로 메꿔지면서 원래 상태로 돌아갔으며 용암에 생긴 통로 또한 용암으로 채워지면서 사라졌다.
사냥꾼은 고개를 들어 투명한 막 너머의 용암 사이로 흐르는 뒤틀린 기운을 봤다.
그러나
사냥꾼이 노리는 뒤틀린 기운이 아니었기에
이내 고개를 숙이며 바닥을 보더니
박힌 하얀 창을 뽑아 들었다.
우웅─ 우우웅─────.
하얀 창이 강하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사냥꾼은 다시 창을 바닥에 내리박았다.
우우우우웅─────.
콰직─! 콰지직!!!
하얀 창의 진동으로 인해 바닥은 균열이 생기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콰직!!!
푸슉─ 꾸르르르─르────······.
부서진 바닥 틈으로 용암과 함께 뒤틀린 기운이 스며 나오더니,
촤아아아악─────!
수맥이 터지듯
용암이 분수처럼 솟구쳐 오르면서
그에 딸려 나온 상당량의 뒤틀린 기운은 주변으로 퍼지더니 그 안을 어둡게 가득 메웠다.
“음─··· 뭐지? 도착하고 감지해 봤을 때 보다 양이 적은 것 같은데.”
사냥꾼은 자신의 붉은 눈동자가 선명한 눈가를 매만졌다.
착각이었나 싶었지만
이 정도도 충분히 농도가 짙었고
세 명의 그릇으로 다 담지 못할 만큼 상당한 양이었기에 신경을 접었다.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손을 앞으로 뻗어 바닥을 부순 하얀 창을 불러들인 후,
진동을 울려서 그릇들을 움직이게 했다.
우웅 우우웅──···.
하얀 날개의 그릇 세 명은 울림의 명에 따라 뒤틀린 기운을 몸 안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하얀 날개가 점점 검게 변해갔다.
그릇 세 명의 하얀 날개가 완전히 검은색을 띠게 되었을 즈음.
“어, 알비노 까마귀?”
누군가의 목소리에
검은 날개의 사냥꾼 눈동자는 일순 흔들렸고
황급히 목소리가 들린 곳을 봤다.
벽면 쪽 얼기설기 있는 바위틈에서
류안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하지만
돔 안의 공간은 검은 뒤틀린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서 검은 안개가 낀 것 같았기에
류안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누구냐?”
사냥꾼의 물음에
류안은 아무런 대꾸 없이
하얀 창에 의해 부서진 바닥,
그 틈에서 뿜어져 나오는 용암과 뒤틀린 기운을 바라봤다.
“누구냐고 물었다. 대답해!”
사냥꾼의 역정이 어린 말에도
류안은 묵묵부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에 묻은 흙먼지를 털었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는
뒤틀림을 담을 수 있는 한계치만큼 담고
완전히 검은 날개로 변한 세 명의 그릇을 응시했다.
“새 수인족으로 정말 천사를 만들고 있었나 보네.”
류안은 신기해하며 재미있다는 투로 말했고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움찔하며 미세한 동요를 보였다.
그러던 중,
반응을 보인 존재가 있었으니.
류안의 몸에 기생 중인 기생 마수는 눈앞에 있는 검은 날개의 네 명을 보고 뭔가 심기가 안 좋았는지
등 쪽으로 이동해가서는,
화아아아─악────!
보란 듯이 웅장함을 뽐내면서 커다란 검은 날개를 펼쳐 보였다.
류안은 기생 마수의 돌발행동에 뭔가 싶었지만 너무나도 뿌듯해하는 것이 느껴져 그냥 있었다.
검은 안개 같은 뒤틀린 기운에
류안의 얼굴은 여전히 잘 보이지 않았지만
커다란 검은 날개만큼은 선명하게 사냥꾼의 붉은 눈동자에 각인되었다.
“인정··· 못 해.”
“???”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분노에 차오른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한 검은 천사는 나다.”
그리고
분노를 참지 못하고 부들거리는 손으로 하얀 창을 꽉 쥐었다.
“절대자를 선택할 검은 천사는 오직 나뿐이다. 나만이 선택할 수 있다!”
“어, 맘대로 해.”
당장에라도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검은 날개를 펼친 존재를 없애버리기 위해 움직이려던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류안의 말에 순간 멈칫했다.
“지금 뭐라고···?”
“검은 천사가 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선택도 네가 하고.”
류안은 아주 기뻐하면서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은 날개의 사냥꾼이 검은 천사가 되면
더 이상 자신한테 검은 천사 타령을 하면서 이래라저래라 선택해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서였다.
그 모든 것은 저 검은 날개의 사냥꾼이 하면 되니까.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눈앞의 저 검은 놈이 뭔 소리를 지껄이나 싶어 당혹감이 들었다.
그런데,
빈껍데기라 이지[理智] 없이 스스로 움직일 리가 만무한 세 명의 그릇이
검은 놈.
류안한테로 향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이 검은 날개의 사냥꾼한테는
자신이 아닌······
저 검은 놈을 검은 천사로 선택하고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냥꾼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며 흉악해졌다.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하얀 창을 진동시켜
그릇 세 명의 움직임을 가까스로 멈추게 했다.
그리고는
류안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네 놈이 지금 날 농락하는 것이냐? 결국, 네 놈이 진짜 검은 천사라고 과시하는 것이냔 말이다!!!”
화를 내는 사냥꾼의 모습에
류안은 의아해하면서 억울해했다.
검은 날개의 사냥꾼이 ‘검은 천사’가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으며
솔직히 말했을 뿐인데.
“왜 화를 내? 난 정말 그쪽이 검은 천사가 되었으면 좋겠어.”
류안은 팔짱을 끼고는 다소 지쳤다는 듯한 자세를 잡으며 말을 이었다.
“난 더 이상 검은 천사 취급받기 싫거든. 그러니까, 네가··· 어?”
류안은 정말 순수하게 검은 날개의 사냥꾼이 바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려고 했으나
일그러진 사냥꾼의 얼굴은 펴질 줄 모른 채
더 일그러지다 못해 흉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넌 이미 검은 천사가 됐다는 듯이 말하고 있군.”
“응? 아닌데. 그건 주위에서 오해해서 잘 못 알려진···.”
“잘난 척하지 마라!!”
류안은 사냥꾼이 자신의 말을 오해했다 여겨
그 오해를 풀려고 했지만,
역효과만 났다.
사냥꾼한테는 류안이 무슨 말을 하든
이미 ‘검은 천사’의 칭호를 받은 자가
아직 검은 천사로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자신을 비웃으며 잘난 척 과시하는 것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날, 내 노력을 비웃는 네 놈은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 천사가 될 자는 나.”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하얀 창으로 류안을 가리키며 소리치듯이 말을 이었다.
“널 없앰으로써 검은 천사는 오직 나 하나뿐이라는 것을 증명하겠다.”
“에─엑?”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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