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81 화 – 뒤틀림을 저격하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81 화 – 뒤틀림을 저격하다.
판타지 세계 ‘가쉬’에서 제일 큰
자연 보호 구역인 ‘마네지’.
아일랜드[Ireland] 면적 정도의 섬으로
밀림과 초원, 산악지대, 사막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돌봄의 신 에니가 영역으로 두고 있는 섬이기도 했다.
한 왕국의 수호신이 된 신들을 제외하고
추상적인 영역, 영향력이 아닌
영토 자체를 영역으로 둔 신 중에서는 가장 큰 영역을 가진 신이었다.
그러한 섬에서 초원이 펼쳐진 드넓은 곳.
나뭇잎들과 풀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더니
원형으로 회전하기 시작했으며
그 원형 안으로 녹음[綠陰]을 띤 통로가 생겨났다.
전용 통로를 통해
에니와 함께 이곳에 도착한 이들은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 워스만, 류안과 리아인 이었다.
에니는 마네지 이곳에서
자연적이든 이상 현상이든 뒤틀림이 생기면
봉인해 한 곳에 모아두어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었는데
검은 옷 조직에서 이 뒤틀림을 노리고 있다는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면서 에니는 봉인한 뒤틀림을 모아둔 곳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그녀의 안내에 따라간 섬의 중심부.
그곳에 우뚝 솟은 화산이 자리해 있었으며
활화산[活火山]이었다.
이 활화산에 뒤틀림을 봉인해 모아두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용암의 불길에 의해 정화되듯이 느리지만 조금씩 사라져 갔다고
에니는 추가 설명을 했다.
거기에 더해
근래에 들어 뒤틀림이 기이하게 많이 생겨 버리는 바람에 상당한 양이 쌓여있었으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뒤틀림이 활화산의 활동을 누그러뜨리며 터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검은 옷 조직 녀석들이 이 활화산을 잘 못 건드리기라도 하는 순간.
쌓인 뒤틀림이 폭주하거나
활화산이 터지게 되어
이 일대가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
검은 옷 녀석들과 뒤틀림도 문제지만,
거대한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에 다들 침묵했다.
에니도 설명이 끝난 건지 조용했고
다들 말없이 이동하여 활화산 봉우리에 도착했다.
험한 산길을 일반인 걸음으로 쉬지 않고 하루 정도 올라가야 도착할 거리였으나,
네우의 비행 마법 도움으로 두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텔레포트는 여파로 인해 활화산을 자극할 위험이 있어 사용하지 않았다.
활화산 봉우리에서 보이는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의 풍경에 다들 감탄하면서도
그 일대를 탐색하고 살펴보았다.
다행히 검은 옷 조직은 에니의 영역 결계를 뚫고 들어오지 못한 것 같았다.
다들 한숨 돌리며
봉인된 뒤틀림이 쌓여있는 활화산의 분화구 쪽으로 시선이 모였다.
활화산[活火山]이라는 이름답게
분화구 깊숙이 붉은 용암이 들끓고 있었다.
모순된 표현일 수 있으나,
용암은 거칠지 않고 잔잔히 들끓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방울방울 끓어오르던 용암이 퍽하고 터지며 분출하듯 솟구쳐 오르는 동시에
그 속에 품어져 있던 뒤틀린 기운의 일부도 따라 솟아올라 와 용암에 뒤엉키더니
뭔가의 기운이 서로 엉킨 뒤틀림과 용암을 아래로 잡아끌고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과 상황이
듀아 왕국의 ‘검은 호수’를 닮아있었다.
호수 아래 가라앉아 있는 뒤틀린 기운이 수면 밖으로 퍼져나가지 않게 잡아주고 있던 하얀 창과 투명한 돌.
“호오─, 용암 깊숙한 곳에 무언가 있나 보군.”
워스만이 두루뭉술하게 말을 했지만,
워스만 뿐만 아니라 벨드라엔, 리아인도 짐작했다.
용암 저 깊숙한 속에
쌓여있던 뒤틀린 기운이 오랜 세월을 걸쳐 자연 형성된 투명한 돌이 있다는 것을
그것도
불의 원소가 매개체로 있는 투명한 돌.
그렇기에
류안이 이곳에 온 것일 것이고,
그 짐작에 호응하듯
류안은 끝자락에 서서 고개와 허리를 내밀며 활화산 분화구 안 용암을 지그시 보고 있었다.
“어머, 얘 그렇게 몸을 내밀면 위험해.”
에니의 걱정하는 말에
류안은 몸을 뒤로 빼고 발길을 돌렸다.
그러는 그 순간,
펑─! 슈우우─욱───.
퍼걱─!!!
다시 용암 방울이 터지며 솟구쳐 오르더니
좀 전과는 달리 잡아 끌어당기는 것이 없이
그대로 류안의 발밑 땅에 부딪히며 무너트려 버렸다.
“─?!!!”
그로 인해 류안은 균형을 잃고
용암이 가득한 분화구 안쪽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용암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시 치솟아서는
류안을 부드러이 감싸고는 아래로 끌고 들어가 버렸다.
“─!!!!!!!”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미처 대응할 틈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
리아인은 놀라는 것도 뒤로한 채 황급히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으나
이를 잡아 막는 자가 있었다.
벨드라엔 이었다.
“이거 놔─!”
리아인은 이성을 잃기 직전으로 감정이 격해져 있었으며, 자신을 막는 손을 뿌리치기 위해서였는지 몸 주변으로 백금빛의 전류 파편들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벨드라엔은 순간 움찔했지만,
리아인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파직─! 파지지───······.
리아인의 힘을 폭주시켰던 투명한 돌은
류안이 가져갔기에
벨드라엔의 ‘인형’에는 아주 미세한 생채기만 생길 뿐,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
“이익─······!”
리아인이 자신보다 월등히 힘이 강한
벨드라엔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발버둥 치던 그때.
딱콩★.
꽤 크게 타격하는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리아인의 고개가 꺾이고 휘청이면서 상체가 앞으로 크게 굽혀졌다.
워스만이 리아인의 뒤통수를 아주 제대로 힘주어 꿀밤을 때린 것이었다.
리아인 보다는 벨드라엔이 놀랬다.
‘전쟁의 신이 그렇게 때렸다가는 죽을 수 있다고─!!!’
다행스럽게도
뒤통수에는 작은 혹이 생겼을 뿐이었으며
리아인은 그 덕에 정신 차렸다.
하지만,
불안함에 격해진 감정은 그대로였기에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후욱─ 후욱─ 후욱─···.”
“얌마! 네가 무턱대고 용암으로 들어갔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그 아이. 류안이 어떨 것 같아?”
워스만이 날리는 일침에,
“─!!!!!”
리아인은 움찔하면서 격해졌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함을 찾았다.
벨드라엔은 그 모습에 리아인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 아이 걱정은 할 것 없이, 우린 우리가 할 일을 해야지. 정신 차렸으면 너도 손 보태.”
워스만은 그 말과 함께 시선을 돌려 활화산 능선 아래쪽을 지그시 바라봤고
그 시선에 따라 모두가 아래쪽에 모습을 보인 존재들을 보았다.
크르르릉───.
퓨마가 으르릉거렸고
돌봄의 신, 에니가 경계하기 시작했으며
쌍둥이 둘도 경계태세를 잡았다.
능선을 따라 활화산 봉우리로 올라오고 있는 존재들.
검은 옷 조직원들은 빈껍데기 그릇 세 명과
일반적인 마수도 돌연변이 마수도 아닌 기이한 모습의 마수들을 대거 끌고 왔다.
마수들의 모습을 본
에니의 표정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키메라.
돌연변이와 다르게
결코, 자연적이지 않은 순리에서 벗어난
불쌍하고 안쓰러운 존재.
키메라 마수들은 하나같이 몸 중심부에 투명한 돌이 박혀 있었고
뒤틀리고 기이한 기운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그 기운에서 슬픔과 괴로움이 전해져 왔다.
리아인,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 워스만은
류안이 오히려 용암 안으로 끌려간 것이,
저 키메라 마수들과 마주하지 않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뒤틀림을 다루는 류안은 분명,
저 키메라 마수들의 뒤틀림에 깃든 안 좋은 감정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느낀 자신들과는 다르게
전부 온전히 느끼게 될 것이기에
그런 좋지 않은 감정은 겪지 않는 편이 나았다.
“자, 그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어디 한번 제대로 처리해 볼까?”
워스만은 양손을 겹쳐 잡고 우둑우둑 소리를 내며 몸에는 갑옷을 두르면서 말했고
벨드라엔도 실로 오랜만에 몸에 갑옷을 둘렀다.
워스만의 갑옷은 투박하고 흠집이 많은 거친 검붉은 색의 멋을 풍기는 것에 비해
벨드라엔은 밝은색의 광택이 흐르는 매끈한 귀족의 품위가 느껴지는 갑옷이었으며
손에 있는 긴 총신을 자랑하는 머스킷과 잘 어울렸다.
5개의 하얀 창과 검은 날개의 마크가 있는 검은 옷 조직의 사냥꾼 한 명이 하얀 창을 들은 팔을 길게 뻗으며
활화산 봉우리.
그녀와 그들이 서 있는 분화구 쪽을 가리켰다.
우우우우─웅────.
하얀 창의 창촉에 박힌 투명한 돌에서 신경을 긁듯 진동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으며
그 진동음에 키메라 마수들의 투명한 돌이 반응하더니, 키메라 마수들은 공격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크르르릉───······.
피우우우웅─── 파앙─!!
맨 먼저 대응에 나선 것 쌍둥이 제우였다.
제우는 활과 화살을 소환해
키메라 마수를 겨냥한 후, 화살을 쏘았고 투명한 돌에 명중되었다.
콰직─!!!
정상적이라면 웬만한 화살에는 절대 부서질 리가 없는 투명한 돌이 금이 가더니
이내 터지듯 부서지고 파편이 흩어지며
돌이 사라진 틈에서 뒤틀린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에니가 벨드라엔한테 도움을 요청한 이유였다.
에니의 권능이 ‘돌봄’이다 보니
공격적인 부속된 힘은 거의 없었을뿐더러
뒤틀린 기운을 봉인하면서 저 검은 옷 녀석들을 상대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우는 네우의 마법 불을 화살촉에 담아 다시 쏘았다.
피유우우우───··· 퍼걱!!!
뿜어져 나오는 뒤틀림을 태우기 위함이었으나
다른 키메라 마수가 몸을 움직여 대신 맞았고, 불화살을 맞은 키메라 마수의 투명한 돌도 부서지면서 뒤틀린 기운을 뿜어내었다.
“젠장─···.”
제우는 공격을 망설였다.
뒤틀림을 태우려 하다 오히려 뒤틀림이 늘어나는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으며,
그로 인해
키메라 마수에서 나온 뒤틀린 기운이 적지 않아
네우가 마법 불로 태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검은 옷 사냥꾼은 방해꾼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등에서 검은색의 까마귀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하늘 높이 공중에 멈춰서서는
손에 쥔 하얀 창을 활화산의 분화구 용암 중심을 향해 던졌다.
구우우우우─웅─────.
창촉의 투명한 돌 진동에
용암 중심 표면이 움푹하게 파이는 듯싶더니 커다란 원형의 통로가 생겨났으며
수십 미터가 넘게 생겨난 원형의 통로 끝,
드러난 바닥에 창에 박혔다.
콱!! 우우우웅───···.
박힌 하얀 창은 다시 진동하며 울렸고
그 울림에 반응하여
세 명의 그릇 등에서 각각 한 쌍의 하얀 날개가 펼쳐지는 동시에 날갯짓하면서
검은 날개의 사냥꾼과 함께 활화산 분화구 안 용암의 통로로 날아 들어갔다.
그렇게
사냥꾼과 세 명의 그릇이 통로 깊숙이 들어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통로는 사라져 원래의 용암 형태로 돌아갔다.
“이런 젠장─!!”
침착했던 좀 전과는 달리
용암 안에 있을 류안과 저들이 마주치게 될 것에 걱정되기 시작한 벨드라엔은 용암 자체를 멸[滅]해버릴까 했으나,
그로 인해 어떤 자연 이변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에 그만두었다.
그러던 그때.
“벨드라엔 쏴─!”
워스만의 외침에
벨드라엔은 머스킷을 들었다.
그리고
류안이 챙겨준 해바라기 씨앗 중 한 알에 멸[滅]의 기운을 담아 머스킷에 장전하고는
워스만의 검기에 몸이 두 동강이 난 채
뒤틀린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두 마리의 키메라 마수가 있는 곳을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천둥소리와 닮은 소리와 함께
발사된 씨앗의 껍질이 두 갈래로 갈라지며 탄피처럼 벗겨졌다.
그에 따라 모습을 드러낸
멸[滅]의 기운이 깃든 투명한 돌 탄환은
뒤틀린 기운의 중심부에 명중하는 동시에 반짝이는 가루로 부서지며 퍼지는가 싶더니
자석이 철 가루들을 끌어당기듯이
주변에 흩어져있는 뒤틀림을 끌어모으고 흡착되어 같이 멸[滅]해져 말끔히 사라져갔다.
“············.”
“호오~.”
“어머나.”
“우와아──.”
“와아─···.”
머스킷을 쏜 당사자인 벨드라엔도 놀라면서
워스만, 에니, 쌍둥이 제우와 네우도 놀라며 감탄을 했다.
파지지─직───!
파지지지─지────··· 파앙!!!
유일하게 별 감흥 안 보이는 리아인은
류안의 걱정을 애써 떨치기라도 하려는 듯,
거칠게 요동치는 백금빛 전류 줄기들을 키메라 마수들 쪽으로 무자비로 뻗쳐 보냈으며
그에 정통으로 맞은 키메라 마수들은 투명한 돌이 부서짐을 넘어 몸까지 터지며 뒤틀린 기운을 퍼트렸다.
타앙─!
벨드라엔이 그에 맞춰 바로 머스킷을 쐈고
발사된 투명한 돌가루에 의해 뒤틀림 일부가 사라졌다.
“음, 한발 당 없앨 수 있는 양은 마수 서너 마리의 뒤틀림인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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